MOTOGUZZI V7 SPECIAL 2021

모토굿찌 V7이 새롭게 돌아왔다. 창립 100주년을 맞이해 더욱 강력한 엔진을 얹고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인 것은 물론 국내시장에 모토굿찌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하게 될 중요한 모델이다.

V7은 모토굿찌의 역사에 가장 중요한 모델이다. 현재 모토굿찌하면 상징적으로 떠올리는 세로배치형 V트윈 엔진을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 바로 1967년의 V7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의 V7디자인은 1971년에 선보인 V7 스포르트에서 그 틀이 잡힌 것이다. 2008년에 새롭게 출시한 V7은 전체적인 차량의 구조와 프레임 라인, 그리고 연료탱크 형상까지 V7 스포르트를 거의 복각한 것 같은 같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3세대까지 큰 변화 없이 이어지던 디자인은 4세대 모델인 V7 850에서 살짝 변주되었다. 프레임 라인과 시트의 뒤쪽을 살짝 들어 올리며 차체 라인에 경쾌함을 더한 것이다. 또한 V7 850 스톤은 LED헤드라이트와 디지털 계기반으로 네오레트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현대적인 디자인이 되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이 V7 스페셜은 고유의 V7 디자인을 그래도 잘 지키고 있다. 헤드라이트도, 고전적인 할로겐 램프방식에 2실린더아날로그 계기반도, 그리고 아름다운 와이어스포크휠까지 그대로다. 스톤에서 보여준 현대적인 변신도 근사하지만 개인적으로 이쪽에 마음이 더 끌린다. 그리고 클래식바이크하면 역시 크롬, 곳곳에 반짝이는 크롬파츠들이 스페셜의 매력 포인트다.

그런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번 V7이 공개되며 엉덩이가 치켜 올라간 디자인을 처음 보았을 때의 감상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애정하던, 그리고 오랫동안 눈에 익은 실루엣에서 지나치게 튀는변주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꾸 보다보니 어색함은 사라지고 눈에 익고나니 오히려 이전 세대를 보게 되면 차량 뒤쪽이 푹 꺼져 보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금은 신형디자인이 더 나아 보이는 단계까지 왔다. 역시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은 계획이 다 있구나.

V7 SPECIAL

이쯤에서 이름은 V7인데 왜 엔진이 850이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는 어드벤처 모델인 V85 TT와 크루저 모델인 V9과 엔진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환경인증이 까다롭게 바뀌면서 엔진의 라인업을 통일하는 게 유리해진 시대가 되었으니까. 이미 지난 세대의 V7 III가 원가절감하기 위해 하체를 V9과 공유하는 방향으로 변경되었는데 이제는 엔진의 배기량까지 같아진 것이다. 어쨌든 배기량이 커지면서 역대 가장 강력한 V7이 되었다. V7이라는 이름은 모델의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그대로 사용하며 이름 뒤에 붙던 ‘II’ ‘III’ 같은 세대표시는 사라졌다.

엔진 필링은 90도 V트윈 특유의 박자감과 세로배치 엔진특유의 독특한 필링이다. 일단 이 형식의 V트윈은 현재 모토굿찌가 유일하기 때문에 이 필링만 두고 보면 경쟁 상대가 없다. 이번에 배기량이 커지면서 아이들링부터 더욱 박진감이 넘친다. 최고 출력은 무려 65마력이다. 200마력이 넘는 바이크가 흔한 시대에 고작 65마력이라니 웃음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V7은 2008년의 1세대가 48마력이었고 V7 III에 와서 50마력이 넘었는데 65마력이면 엄청난 성능향상이다. 새 엔진의 힘은 바이크를 출발시키면서 바로 느낄 수 있다. 가속이 상쾌하고 매순간 힘이 넘친다. 엔진도 유로5를 위해 잘 조율된 덕분인지 회전도 더 부드럽고 진동도 적다. 출력이 늘어난 만큼 리어타이어 폭이 더 넓어졌고 스윙암의 강성도 추가되었다.

다만 전체적인 주행감각에서 크루저의 분위기가 많이 느껴진다. 아이들링에서 3,000rpm까지 저회전에 토크가 전개되는 느낌이나 크루징할 때의 엔진 필링에서 특히 크루저다운 느낌이 확 느껴진다. 하지만 5,000rpm을 넘기면 토크가 다시 한 번 터져 나오며 레브리밋까지 훅 밀어올린다. 6,700rpm정도에서 변속하니 토크가 끊이지 않으면서 빠르게 가속할 수 있었다. 이렇게 엔진을 돌리는 재미와 편안한 크루징을 동시에 충족시켜준다. 만약 주행 중 빠르게 가속하려고 할 때 조금 더디거나 회전 상승을 망설이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트랙션 컨트롤이 개입하는 것이다. 2단계와 오프를 지원하는 트랙션 컨트롤은 조작은 별도의 버튼이 없고 시동버튼을 눌러서 조작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초심자에게는 도움이 되는 고마운 기능이지만 기본 세팅이 개입이 빠르고 작동이 세련된 편은 아니어서 주로 꺼두고 달렸다.

세로배치 90도 V트윈 엔진

모토굿찌만의 독특한 캐릭터는 이 세로배치 V트윈 엔진에서 나온다. 모토굿찌 엔진은 세로가 아니라 가로배치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엔진의 배치는 실린더의 방향이 아니라 크랭크축이 정렬된 방향을 이야기한다. 이게 2기통이니 자꾸 헷갈리는 것이다. 먼저 머릿속에 자동차 보닛 안에 길게 세로로 배치 된 V8 엔진을 먼저 떠올리고 여기서 앞에 2개만 떼어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좌우로 튀어나온 실린더나 구동방식을 샤프트 드라이브를 사용하는 것 등에서 여러모로 BMW 박서 엔진과 유사한 구조인데 이는 두 엔진 모두 태생이 비행기 엔진의 설계를 기초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비행기 프로펠러 돌리던 엔진에 샤프트를 달아 뒷바퀴를 돌리는 것이다. 그래서 벨기에 군은 모토굿찌 750 엔진을 역으로 개조해 무인정찰기 엔진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야기가 잠시 샜다. 다시 돌아와서 그럼 모토굿찌 V7의 엔진이 가진 특성을 알아보자. 90° V트윈 엔진의 부등간격의 점화간격으로 투둥 투둥 거리는 박자를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스로틀을 당기면 차체가 좌우로 움찔움찔 움직이는 토크리액션까지 갖추고 있다. 이는 물체의 회전속도가 급작스럽게 오르거나 내려가면 그 반대방향으로 반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정지상태에서 스내칭할 때도 꿈틀거리지만 주행 시 가속과 감속 시에도 슬쩍슬쩍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차량의 직진성이나 주행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이게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이 움직임이 없는 엔진은 어쩐지 살아있는 느낌이 덜할 정도로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 코너에서는 세로배치형 엔진의 구조적 장점이 드러난다. 엔진의 회전축이 휠의 회전축과 직각을 이루고 있어 바이크를 기울일 때 엔진의 자이로로 인한 저항이 없다. 엔진의 회전수와 상관없이 바이크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날렵하게 기울어지며 방향을 바꾼다.

다행히 큼직한 18인치 휠 덕분에 한템포 부드럽게 다듬어져서 무섭지 않다. 전후 서스펜션은 승차감 위주로 개선되었다. 스포츠 바이크가 아니니 당연한 설정이지만 이전보다 요철 처리가 부드럽고 리어 서스펜션이 개선되어 종일 기분 좋은 승차감을 제공했다. 주행에서 느낀 특이점은 차량 전반적인 부분에서 묘하게 V7이 가지고 있던 옛날 바이크 같은 느낌은 사라졌다는 것이다. 원래 V7은 특유의 거칠고 조금은 덜 다듬어진 듯한, 그러니까 클래식 스타일의 바이크가 아니라 진짜 옛날 바이크를 타는 느낌이었는데 V7 III부터 그게 조금 희석되더니 이번 850에서는 완전한 요즘 바이크처럼 느껴진다. 비슷한 속도에서도 감각은 사뭇 달랐다. 그러니까 예전에는 잘 안 나가는 차를 막 열심히 채찍질해가며 달리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그냥 원래부터 잘 나가는 바이크를 타고 있는 느낌이다.

모토굿찌는 유로5 시대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바이크를 만들고 있다. 내구성이 좋지 못하다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이는 사실 유럽브랜드 차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던 시절에 제대로 관리 받지 못한 차들이 만든 오해에서 시작되었고 수입사가 몇 차례 바뀌는 탓에 사후관리까지 잘 되지 못하면서 만들어진 오명이다. 이걸 완전히 불식시키는 것이 앞으로 피아지오 그룹 코리아에게 주어진 숙제다.

함께 하는 시간의 특별함

예전에 타던 V7 II 스페셜은 아내를 뒤에 태우고 데이트할 때 참 좋았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하루가 있다. 아내를 태우고 서울 시내를 V7의 동동거리는 엔진필링을 즐기며 달렸던 날이다. 카페에 들러 주차된 바이크가 보이는 창가자리에 앉아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슨 이야기인지도 잘 기억나지 않고 아주 일상적인 순간이었지만 햇살에 반짝이는 바이크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이 내게는 모터사이클을 타며 참 좋았던 기억들 중 하나로 남아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아내와 함께 신형 V7 스페셜을 타게 되었는데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그때도, 지금도 정확히 어떤 점이 마음을 두드리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V7이 가진 마법은, 그리고 변치 않는 가치는 분명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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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GUZZI V7 SPECIAL

엔진형식 공랭 4스트로크 세로 배치 V 트윈 보어×스트로크 OHV 배기량 84×77(mm) 압축비 853cc 최고출력 미발표 최대토크 65hp / 6,800rpm 73Nm / 6,8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 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21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0mm 텔레스코픽 정립 (R)더블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00/90 18 (R)150/70 17 브레이크 (F)320mm 싱글 디스크 (R)260mm 싱글 디스크 휠베이스 1450mm 시트높이 780mm 차량중량 223kg 판매가격 1,650만원


양현용
사진 양현용/신소영
취재협조 피아지오 그룹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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