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지만 다르다. 색다른 형태로 몰입감을 선사하는 스텔라 블레이드의 세계관에 빠져든다.
<스텔라 블레이드>를 시작한 후 시선을 잡은 것은 주인공 캐릭터(이브)의 날씬한 몸매였다. 환상적인 몸매에 매료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20대 정도로 추정되는 여주인공이 날씬하고 가벼운 모습으로 커다란 장검을 들고, 건물 3층 크기의 괴물들과 싸운다는 설정이 약간은 낯설었다.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물리법칙 안에서 인간이 구현할 수 있는 상식을 벗어난 느낌이었다. 멋진 아포칼립스 세계관과 화려한 연출로 만들어진 흥미로운 IP 속 미소녀 캐릭터가 좋은 조합인지가 궁금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2024년 4월, 소니의 콘솔 플랫폼 플레이스테이션5 독점 타이틀로 등장해서 이미 게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이번에 출시한 PC 버전은 콘솔 게임기보다 향상된 최적화, 4K 고해상도 그래픽, 추가 DLC 등 게임 완성도를 극적으로 개선했다. 아니, 개선의 차원을 넘어 ‘완성’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출시부터 한국 게임 개발사 ‘시프트업(대표 김형태)’의 새로운 도전이자 K-액션 어드벤처의 거대한 획으로 평가받았다. 거대한 스토리를 감싸는 세계관, 매력적인 캐릭터와 배경 아트는 이전 한국 게임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들이다.
스토리는 이렇다. 먼 미래, 지구는 인류가 더 이상 살 수 없는 곳이 됐다. 괴기하고 강력한 생명체, 네이티브들이 세상을 잠식하면서, 적은 수의 인간 생존자가 우주선(콜로니)으로 퇴각했다. 그렇게 우주에서 살아남은 차세대 인류는 지구로 강하부대를 지속적으로 투입시켰고, 지구를 장악한 사악한 존재를 제거해서 인류를 구원하려고 한다. 여기서 주인공 ‘이브’는 7차 강하부대원으로, 네이티브의 보스들을 모두 제거하기 위해 황폐화된 지구에 투입된다. 하지만 이 중대한 임부에는 반전과 숨겨진 이야기가 있고, 이브는 자신이 믿는 모든 것에 의문을 품게 된다.
메인 스토리를 기반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게임은 오픈 월드의 요소도 포함해서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서브 퀘스트는 메인 만큼은 깊이가 있지는 않다. 하지만 게임 속 숨겨진 메시지를 발견하거나 플레이어 컨트롤 조작에 도움을 주는 등 분명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서브 퀘스트로 경험치를 높여서 능력을 강화할수록 메인 스토리 공략이 쉽다. 실제 스토리에서도 지구에 막 투입된 주인공인 이브는 약간은 어리숙하고, 노련하지 못한 모습이다. 하지만 게임 후반 경험과 능력치가 높아질수록 말투와 표정은 절도 있고, 결정은 빠르며 감정은 점차 차분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가벼운 액션과 정통 소울류 사이에서 재미와 흥미 요소를 적당히 갖춘 전투 시스템이 특징이다. 가장 쉬운 ‘스토리 모드’에서 조차 괴물 생명체 네이티브와 정면 싸움이 부담으로 느껴진다.
미소녀 캐릭터라는 설정을 이런 부분에서 현실적으로 살려냈다는 생각이다. 힘과 기술로 괴물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노련하게 상대의 공격을 막으며 약점을 공략해야 한다. 패링 시스템인 퍼펙트 가드, 회피 시스템인 퍼펙트 닷지, 다양한 원거리 공격 등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적의 패턴을 파악하면 마치 리듬 게임처럼 눈보다 손이 먼저 반응하면서 플레이어도 모르는 사이 빠져드는 재미를 선사한다.
PC 버전에서는 신규 DLC를 통해서 2회 차를 즐길 수 있는 이유도 제공한다. 모바일 게임인 ‘승리의 여신:니케’와 협업으로 게임 속 미니 게임을 준비했다. 무엇보다 이번 PC 버전의 핵심은 시각적 완성도의 비약적 향상이다. 콘솔에서 초당 60프레임으로 제한되었던 것이 PC에서는 초당 120~240프레임까지 가능해진다. 전투 시 무기의 아주 작은 디테일 변화부터 이브의 표정, 심지어 찰랑이는 머리카락의 모습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표현력이 결국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하고, 플레이 타임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된다.
스텔라 블레이드에는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스토리나 퍼즐처럼 익숙한 경험이 존재한다. 하지만 선택으로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엔딩까지 경험한 후에는 게임의 가치가 다르게 느껴진다. 개발자의 확고한 철학과 뛰어난 창의성에 감탄하게 된다. 여 주인공의 모습도 단지 시각적인 만족감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게임 진행에 맞춰 발전하고 강해지는 모습을 통해 분위기를 극적 만드는 요소로 활용했다는 평이다. 단언컨대 이 게임은 분명 세계적인 수준의 게임이다. 지금까지 한국 스튜디오가 제작한 그 어떤 게임보다 뛰어나다.
글 김태영(게임 칼럼니스트)
취재 협조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