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는 언제나 한 발짝 앞선 기술 도입을 실현한다. 새로운 R 1300 RT는 먼 미래라고 여겼던 상상들을 실현시켰다.
디자인이 개선되면서 전방 시야 확보가 우수해졌다
일반적으로 모터사이클을 시승하면 생각보다 금방 어떤 특성인지,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 파악할 수 있다. 만약 그게 잘 느껴지지 않는다면 애초에 그 모델의 매력이 명확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새로운 R 1300 RT는 원래부터 잘하던 특유의 방풍성, 가벼운 핸들링, 경쾌한 엔진 특성을 큰 이변 없이 그대로 발전시켰고, ASA(자동 변속 보조장치)와 새롭게 개발된 DCA, 각종 편의장비 등으로 좋은 투어러로서의 높은 기준을 재정립했다.
RT 시리즈는 이전 세대인 R 1250 RT가 한국에 출시한 2019년부터 매년 300대씩 꾸준한 판매량을 이어오고 있다. 그만큼 높은 수준의 편안한 투어러로서 RT만의 시장이 견고히 구축되어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새로운 R 1300 RT가 그 흐름을 더 큰 물줄기로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Automated Shift Assistant
GS 시리즈에 먼저 적용된 ASA가 R 1300 RT에도 적용됐다. 그나마 두 번째 겪는 일이라 그런지 사라진 클러치 레버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다행히 왼발에는 시프트 레버가 남아있기 때문에 클러치가 하던 일만 잊어버리고 일반 바이크를 조작하듯 똑같이 하면 된다. 시프트 레버는 기계적으로 연결된 타입이 아니고 센서 역할만 하기 때문에 아주 작은 힘으로도 변속할 수 있다. 순식간에 기어를 연달아 빠르게 내리면 미션이 반응할 수 있는 최선의 속도로 반응한다. 기특한 건, 단 한 번도 변속 횟수를 빼먹거나 놓치지 않았다. 정차 시 나도 모르게 클러치 레버를 찾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은 금방 익숙해지고 적응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건, 시프트 레버의 무게감이 없다 보니 마치 방 안에서 시뮬레이터로 운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물론, 장거리 투어를 떠나서 오랫동안 사용한다면 좋겠지만. ASA는 자동 모드로 설정할 수도 있다. 변속을 신경 쓰지 않고 오른손으로 스로틀을 열고 브레이크 레버를 당기는 동작만으로 라이딩이 가능하다. 자동 변속은 내 예상과 다른 박자로 작동하면 다소 꿀렁이는 경우가 있는데 해당 로직을 이해하고 조작하면 큰 불편함은 없다.
수납할 수 있으며 옵션이 아닌
기본으로 포함되었다.
고정 위치에 따라 820/840mm로
높이 조절이 가능하다
Dynamic Chassis Adaption
DCA는 R 1300 RT에 최초로 적용된 기능으로 새로운 전자식 서스펜션의 기능 중 하나다. 주행 모드에 따라서 전후 서스펜션의 댐핑과 프리로드를 제어해 리어 엔드가 프런트보다 더 높은 공격적인 포지션과 반대로 리어 엔드가 내려와 레이크 각이 큰 편안한 포지션 두 가지로 설정된다. 따라서, 다이내믹 모드를 설정하면 리어가 상승하면서 휠베이스가 줄어들고 최저지상고를 확보하며 더 가파른 포크 각도로 회두성을 높인다. 사실 RT 시리즈는 박서 엔진의 특유의 낮은 무게 중심과 경쾌한 핸들링이 특징이지만, 회두성이 좋은 모델은 아니었는데 그 부분을 정확하게 개선해냈다. 예상보다 그 차이는 라이더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극적이다.
투어링 마스터
새로운 디자인은 페어링 한판 한판을 깍둑썰기로 잘라낸 것처럼 면이 크다. 자칫하면 둔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질감과 컬러가 다른 파츠를 사이사이에 배치해 입체감을 더했다. 특히 차량의 설계 단계부터 케이스들을 함께 개발한 만큼 사이드 케이스와 탑 케이스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프런트 페어링은 숏 버전과 롱 버전 두 가지가 마련됐는데 바람을 조금이라도 느낄 것인지, 바람을 완벽하게 커버할 것인지의 요구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참고로 숏 버전의 스크린은 끝까지 올리면 바람이 헬멧 상단을 자연스럽게 타고 넘어가고 감속 시 프런트가 눌리면서 바람을 강하게 맞이한다. 롱 버전은 어느 순간에나 고요하다. 사이드 미러와 그 상단에 더해진 스포일러로 손에 오는 바람은 거의 없고 새롭게 추가된 사이드 디플렉터를 올리면 무릎을 포함한 상체를 스치던 바람마저 대부분 차단해버린다. 이는 추운 날씨의 라이딩을 고려한 기능이며 새롭게 추가된 뒷자리 열선 리어 랙과 열선 등받이로 동승자까지 배려한 모습이다.
스마트 키 시스템이 적용됐고 연료 탱크 상단에 스마트폰과 함께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전후 레이더를 기반으로 제동 기능이 포함된 다이내믹 크루즈 컨트롤(DCC)을 탑재하고 있으며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전방 충돌 경고(FCW), 차선 변경 경고(SWW), 후방 충돌 경고(RECW) 등을 모두 갖췄다. 사실상 사륜차에서 누리고 있는 기능을 대부분 그대로 갖췄다고 이해하면 쉽다. 야간 주행을 하지 못해 테스트할 수 없었지만, 새로운 풀 LED 헤드라이트와 헤드라이트 프로 옵션으로 다양한 주행 상황에 맞춰 로우빔의 방향과 강도를 지능적으로 조절한다고 한다. 이 밖에도 10.25인치 TFT 디스플레이와 오디오 시스템, USB 타입 C 포트, 용량 가변식 사이드 케이스 등도 풍요로운 투어링을 돕는다.
매립됐고 상단에 스포일러가 추가됐다
성공적인 투어 보장
앞서 말한 것처럼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기능과 매력을 파악했지만, 2시간 남짓의 짧은 시승 시간으로는 R 1300 RT의 매력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또한, 방풍 성능과 각종 열선 기능을 테스트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뜨거운 날씨가 아쉬웠다. R 1300 RT의 진짜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다음 시간에는 더욱 극한의 환경에서 테스트하고 싶다. 뭐, 성공적인 결과는 틀림이 없겠지만.
RT, 민첩함을 되찾다
2005년 R 1200 RT의 프로모션 비디오는 내 인생의 변곡점이었다. 두 사람이 미래의 탈것처럼 생긴 R 1200 RT에 올라 아름다운 노르웨이 풍경 속에서 여행을 즐기는 모습은 내가 가지고 있던 모터바이크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놓는 계기가 된다. 실제 주행을 해보고는 더욱 반했다. 거대한 덩치에 비해 놀라울 만큼 가볍고 경쾌한 주행감각은 BMW의 마술처럼 느껴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BMW RT시리즈와 노르웨이 투어는 늘 버킷리스트 상단을 차지하고있었다.
하지만 2014년 수랭 엔진으로 업데이트 된 R 1200 RT를 처음 탔을 때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바이크 자체는 좋았다. 안정적인 엔진성능을 바탕으로 고속 안정성과 주행 질감은 확실히 좋아졌다. 하지만 특유의 민첩함이 사라지며 마치 K 1300 GT의 하위호환 바이크같은 느낌이 되었다. 다행히 R 1250 RT로 업데이트 되며 저회전 토크를 향상시켜 무게를 상쇄시키고 저속에서의 민첩함이 살아났지만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무게감과 저속의 둔함은 어쩔 수 없는 단점이었다.2005년 R 1200 RT는 110마력의 공랭 엔진에 건조중량 기준 226kg의 가벼운 무게로 제원상 0-100km/h가속은 3.6초였다. 145마력 수랭 엔진과 각종 기능들이 추가된 현재의 R 1300 RT의 건조중량은 261kg에 달하며 제원 상 0-100km/h가속은 3.7초다. BMW가 RT에게 원하는 주행성능은 20년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무엇이 발전했을까?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다이내믹 섀시 어댑션 기능이다. 주행 모드에 따라 차체의 자세를 바꿔 핸들링 자체를 바꿔준다. 차체가 머리를 돌리는 회두성이 크게 향상되고 원래 RT가 가지고 있던 민첩함을 회복했다. 여기에 무게는 두툼한 토크로 상쇄시켜버렸다. 기존의 공랭 RT 못지않은 주행감각이다. 다만 모드에 따라 주행감각의 갭이 꽤 커서 약간의 적응시간이 필요했기에 상황에 따라 바꿔가며 타기에는 오히려 불편할 것 같다.
편안한 시트와 포지션, 완벽하게 다듬어진 에어로다이내믹, BMW의 장기는 그대로 살아있다. 공기역학에 진심인 브랜드답게 몸으로 바람이 쏟아져 들어오기도, 몸에 바람이 거의 느껴지지 않게도 설정할 수 있다. 미러 마저도 공기를 가르며 핸들바를 잡은 손에는 바람을 보내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공기의 흐름을 바꾸는 것은 K 1600 GT시리즈에서 손바닥만한 디플렉터를 이용해 선보인 바 있지만 페어링 자체를 움직여 공기의 흐름을 바꾸는 것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다. 또한 시트에 앉아서 보이는 시야가 좋다. 가장 높은 계기반 높이가 명치높이 정도이기 때문에 시야를 가리는 것이 거의 없이 전방의 도로의 상태도 한눈에 들어온다.
50년에 가까운 RT시리즈의 역사에서 R 300 RT는 외형부터 기술적인 면까지 가장 큰 변화를 시도한 모델이다. 세대를 거듭하며 조금씩 다듬어오던 디자인을 한방에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꿔버려 기존 모델의 팬들에게 당황스러움을 안겨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 타보니 모든 면에서 정상진화를 이루었다. 만약 자동변속기가 아닌 매뉴얼 변속기를 장착한 모델이었다면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시대의 흐름을 조금은 따라가기 벅찬 꼰대의 의견일지도 모르겠다.(웃음) 어쨌든 RT는 2025년에도 여전히 내 버킷리스트 상단에 자리잡고 있다.
글 윤연수, 양현용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BMW모토라드 bmw-motorr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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