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라이프 입문 매뉴얼 <06>

오일이 하는 일의 중요성

 

다카하시 미캐닉과 함께 알아보는 바이크 라이프 입문 매뉴얼. 지난 5회에서는 타이어의 중요성에 대해서 짚어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바이크에 사용되는 각종 오일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오일이 담당하고 있는 기본적인 역할은 윤활, 냉각, 기밀 유지, 청정 분산, 부식 방지 등입니다. 바이크에 사용되는 오일이란 주로 엔진과 서스펜션에 들어 있는데, 이들 오일이 바로 이런 일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오일(엔진, 서스펜션)은 큰 특징이 있어서 첫째, 기후 조건에 따라 점도 지수를 달리해야 하고, 둘째, 엔진 타입에 따라 점도 지수, 광물유/부분 합성유/ 화학합성유/ 식물유 등을 구분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이 설정을 잘못하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 엔진의 경우

1. 냉간 시의 시동성이 나빠진다

2. 운행 중에 잡소리가 많아진다

3. 실린더와 피스톤 사이로 압축이 새고, 오일이 스며들어 연소된다

4. 4스트로크의 경우에는 흡배기 밸브 기구에 손상이 가고, 오일이 스며들어 연소된다

5. 습식 클러치의 경우에는 클러치가 눌어붙거나 미끄러지는 트러블이 발생한다

6. 트랜스미션을 포함한 기어들이 손상을 입거나 이상 마모를 일으킨다

7. 가스켓이나 오일씰 사이로 오일이 배어 나온다

 

* 서스펜션의 경우

감쇠력이 너무 커져서 서스펜션이 움직이지 않게 된다. 또는 그 반대로 너무 출렁거리게 된다

 

오일 선정이 바람직하게 이루어져 있으면 모든 부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부품의 마모 상태도 예측 범위 내에 있게 되므로, 최소한 메이커가 지정하는 부품 교환 시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일본에서 활동하던 근거지는 동경을 중심으로 하는 ‘관동’이라 불리는 지역이었는데, 최고 기온이 여름철에 35℃ 내외, 최저 기온은 겨울철에 10℃ 부근이었습니다. 미캐닉이라는 직업 상 당연히 매일 50km의 출퇴근에는 바이크를 사용했고, 각종 오일도 고객에게 권해 드릴 수 있는 제품을 염두에 두고 언제나 좋은 것을 찾아 테스트하면서 사용했습니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사계절이 있습니다. 그래서 겨울, 봄가을, 여름용으로 점도가 다른 3종류의 오일, 또는 기온 20℃를 기준으로 점도가 다른 2종류의 오일을 거리와 계절에 따라 서스펜션과 엔진에 교환해서 넣었습니다.

한국은 여름철 35℃ 내외, 겨울철 영하 15℃ 이하까지 떨어지는 등 기온차가 50℃나 됩니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보아도 흔치 않은 기후 환경으로써, 최소한 2종류, 특히 한겨울에도 바이크를 탄다면 3종류의 점도가 다른 오일을 사용해야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영하의 날씨에서의 주행하면서 얻는 다양한 경험은 매우 흥미롭고 귀중한 데이터가 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기온 30℃ 이상인 여름철에 사용하는 오일을 영하의 기온으로 떨어지는 겨울철에 그대로 사용한다면, 서스펜션은 딱딱하게 움직이지 않게 되고, 엔진은 오일에 의해 내부 부품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내가 타는 바이크가 어떤 바이크인지? 어떤 목적으로 그 바이크를 타는지? 등을 충분히 생각해서 오일을 선정하시길 바랍니다. 무턱대로 싼 오일을 사용하다가 사람 치료비와 바이크 수리비로 비싼 돈을 지출하는 경우를 저는 많이 봐왔습니다. 물론 아무리 ‘좋은 오일’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바이크 정비 상태가 엉망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지만 말입니다.

 

어떤 오일을 선택할 것인가?

오일은 크게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들 중에서 일반적으로 오일 선정의 기준이 되는 것이 주로 API 규격과 SAE 규격입니다. 다만 표기가 같더라도 메이커마다 점도가 약간씩 다른 경우가 흔합니다. 그럴 때에는 SAE 점도, 동점도, 점도 지수, HTHS 점도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4스트로크 엔진의 경우에는 회전 부품을 떠받치기 위해 ‘메탈 베어링’을 많이 사용하는데, 오일 선정을 잘못하면 메탈이 녹아서 눌어붙거나, 다층구조의 합금이 서로 떨어지는 ‘메탈 이층’이라는 트러블을 일으킵니다. 피스톤이나 실린더 헤드 둘레 부품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엔진의 오일 통로에는 최대시에 1,000kPa을 넘는 압력이 걸립니다. 마치 고혈압 환자와 똑같습니다. 그리고 기온이 높을 때(한 여름의 교통 체증 등)에는 오일 점도가 떨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엔진의 메탈 베어링이 필요로 하는 유막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어 엔진이 망가집니다. 마치 혈압이 떨어지면서 의식을 잃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점도가 너무 높은 오일을 사용하면 냉간 시의 비정상적인 유압 상승으로 엔진에 손상이 갑니다.

이렇듯 엔진 오일을 선정하는 데에는 수많은 변수와 항목이 있는 것입니다. 기후를 포함한 환경 조건, 점도, 베이스 오일(기유) 등을 고려하고, 지식과 경험을 가미해서 올바른 오일을 선정,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바이크 샵의 임무입니다.

‘싱글 그레이드 + 광물유’로 지정되어 있는 엔진에 ‘그 외의 오일’을 넣는 것은 ‘엔진을 망가뜨리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참고로, 제가 2스트로크 레이싱 머신으로 레이스를 하던 시절에는 ‘같은 가솔린’이라도 ‘기후에 따라 혼합할 오일의 비율을 변경’하는 것이 상식이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레이스 전용으로 개조된 특수한 엔진’에 대해서 적정한 작업을 하고 있을 뿐인 것이라서, 여러분이 타시는 순정 또는 라이트 튜닝 엔진이라면 크게 신경 쓰실 일은 아닙니다.

 

좋은 오일은 엔진 내부를 깨끗이 청소하는 역할을 잘 합니다. 오일을 교환한 직후에 딱 한 번 시동을 걸었을 뿐인데도 오일이 시커멓게 변해 있는 것은 그 오일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언제나 오일이 깨끗하다면 그 오일은 일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플러싱’이란 말이 한때 유행을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플러싱 오일’과 지금 사용하는 오일이 다르다면 첨가제가 화학 반응을 일으켜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같은 오일로 플러싱 한다면 문제없겠지만 오일 값이 너무 비싸진다는 게 흠입니다. ‘싸구려 오일을 자주 교환하는 것’은 논외입니다. 좋은 오일을 정기적으로 교환한다면 제 경험상 전혀 문제없었습니다.

 

오일이란 사람의 혈액과도 같습니다. 사람은 몸속에 자체적으로 피를 만들어내고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기계한테는 그런 것이 없기 때문에 때가 되면 새것으로 교환해야 합니다. 자기 몸에 넣을 피인데 아무것이나 넣고 싶습니까?

서스펜션도 마찬가지입니다. 리어 서스펜션은 프론트에 비해 기온에 대한 허용범위가 넓기 때문에 공도 용 바이크라면 댐퍼를 조절하기만 해도 어느 정도는 대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프론트는 다소 까다로워서 제가 일본에서 공도용으로 타고 다니던 바이크는 기온 변화에 따라 1년에 4회, 댐퍼 조절 기구가 달려 있는 바이크라도 ‘여름이 되기 전 + 겨울이 되기 전’, 기온 20℃를 기준 삼아 1년에 2회 교환하곤 했습니다. 단순히 ‘움직이면 된다’가 아니라, 안전하고 확실하게 내가 가고자 하는 라인을 트레이싱 할 수 있을 것‘이 목적이었으므로 포크 오일은 수시로 교환했었습니다.

 

참고로 레이스용 서스펜션은,

1. 스프링은 코스와 기상 조건에 따라 교환

2. 포크 오일은 2시간 주행 후, 또는 감쇠력 저하를 느낀 즉시 교환

3. 리어 서스펜션도 감쇠력 저하를 느끼면 오버홀 하는 것이 기본이었으므로, 주행 20시간이 되기 전, 최소 1년에 1회가 상식이었습니다.

 

‘가장 비싼 돈이 드는 엄격한 관리’를 서킷에서 실시하고, ‘필요 최소한의 관리’를 출퇴근용 바이크로 직접 실시했습니다. 고객에게 피드백 시키는 것은 ‘오일’이라는 부품이라기 보다는 ‘저의 경험’이라는 뜻입니다.

 


 

Credit

 다카하시 히로미츠  
일러스트 
김종범

 

다카하시 히로미츠 Hiromitsu TAKAHASHI 
1967년 도쿄 태생. 어려서부터 엔진 달린 탈 것에 흥미가 많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아라키 혼다’, ‘모토 라보로’ 등의 유력 숍에서 미캐닉, 레이스 활동을 전개. 2005~06년에는 미국 데이토나 레이스에 수석 미캐닉으로 참가. 1999~2007년에 트라이엄프, 모토구찌로 레이스 참전. 모테기 내구레이스 7위 입상. 2007년말부터 한국에 체재하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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