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스루트] 좌충우돌 동해안 여행

    JOHNNY’S ROUTE

    좌충우돌 동해안 여행

    오늘도 더 좋은 투어코스를 찾아 전국을 누비는 쟈니블랙 인사드립니다. 혹시 구독자 여러분들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처음 계획했던 루트와는 전혀 다르게 투어를 진행해 본 적이 있나요? 그리고 그렇게 진행된 여행이 때로는 더 좋은 경치와 색다른 추억거리를 선물해 준 적은 없으신가요? 네, 저의 이번 투어가 바로 그랬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었지만 결국 즐겁게 마무리된 투어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태기산으로

    얼마 전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보여준 컨텐츠를 보다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가 나왔습니다. 아주 오래전 자동차로 캠핑을 하며 전국을 뒤지고 다닐 때 자주 가던 태기산 정상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래! 저기다. 이번 달은 저길 한 번 다시 가봐야겠어.” 그렇게 출발한 이번 여정이 이렇게 꼬일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유투버의 영상 중 단 한 번도 본인이 찍은 영상이 아닌 어딘가에서 퍼온 듯한 사진과 설명만 늘어놓을 때 의심을 했었어야 하는 건데……아무튼 저는 그렇게 태기산 정상을 향해 바람을 가르며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태기산까지 가는 길은 제법 그럴싸한 코스들이 있지만, 이번 투어에서 보여드리고 싶은 장소들을 제시간에 돌아보기 위해서는 최단 거리로 태기산까지 달려 갈 수 밖에 없었죠. 태기산은 정상까지 차를 가지고 올라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나름 캠핑 좀 하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제법 유명한 성지로 통하는 장소입니다. 이날 저는 태기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평창의 산세(山勢)를 카메라에 담고 싶었습니다. 또한 산을 타기 위한 엔듀로 장르의 바이크가 아닌 일반 바이크로도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하고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그렇게 도착한 태기산 진입로는 일단 바리케이트가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기껏 처음 경유지로 정한 장소에서 이렇게 진입이 차단되니 허탈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그런데 잠시 어떤 분이 그 바리케이트를 열어 버리더군요. 그분이 어디 소속에 무슨 권한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잠시 올라가서 사진만 찍고 바로 내려오겠다고 말하니 그러랍니다. 속으로 얼마나 다행인가를 외치며 구불구불한 도로와임도 구간을 통과하며 정상으로 달려봅니다. 태기산 정상을 행하는 중간에 보이는 풍력발전기를 볼 때까지만 해도 나름 일이 잘 풀린다 싶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펜스가 가로막아 버리더군요. 결국 아쉬움만 가득 안고 태기산을 내려왔습니다.

    태기산 풍력 발전 단지

    그러나 이가 없다면 잇몸! 저는 바로 방향을 돌려 오대산으로 향했습니다. 오대산에는 나름 저만의 비밀 임도길과 진고개라는 멋진 와인딩 코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요?기껏 태기산에서의 실망감을 갖고 달려간 오대산 임도길의 진입로 역시 어떻게 해볼 수도 없이 막혀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무분별한 차박족 캠핑족들로 인해 진입을 금합니다>라는 표지판만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족히 5시간은 걸려 도착한 오대산마저 이렇게 되고 나니 허탈하기 이를 데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실망만 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빨리 진고개라도 올라봐야겠습니다. 그러나 무슨 마가 낀 것도 아닌데 진고개 가는 길은 온통 안개로 뒤덮여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진고개는 수시로 안개가 끼는 날이 많긴 하지만 하필 이미 두 곳이나 제대로 된 사진 한장 건지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엔 안개까지 방해를 해버리니 정말 앞이 캄캄해지더군요. 고생스러운 거야 제가 그냥 감내하면 되지만 사진 없는 투어 기사를 쓸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진고개를 통과하는 사이 해는 이미 뉘엿뉘엿 지고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요란하게 들립니다. 거기에 갑자기 쌀쌀해진 기온과 안개가 어찌나 심하던지 이미 겉옷은 촉촉하게 젖기 시작했습니다. 이럴 땐 일단 따듯한 실내에 들어가 체온을 올린 뒤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문진 맛집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주문리 312-175

    동해안 해안도로의 야경

    오대산을 내려가면 주문진항이 그나마 가까우니 그곳에서 이맘때가 제철인 도치알탕과 숙회라도 사진에 담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달려간 주문진항. 이곳은 제가 과거 강원도 바닷가에 살 때 일주일에 한 번씩 장을 보러 오던 무척 친숙한 곳이기에 들어서자마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팁을 하나 드리자면, 이렇게 관광지로 이름난 장소에서 회를 먹을 때 되도록 시장의 중앙로나 번듯해 보이는 식당보다는 뒷골목 좌판이나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곳에서 메뉴를 시키길 권하고 싶습니다. 회는 사실 어느 곳이나 먹을 수 있지만 지방의 여러 곳을 여행하는 참맛 중 하나는 그 지역만의 특산물로 만든 지역색 가득한 새로운 먹거리를 맛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기 때문이니까요. 오늘의 식당은 곰치국을 제법 맛나게 끓여내는 <주문진맛집>입니다. 그런데 주인아저씨왈 도치는 나오긴 하는데, 아직 양이 너무 적어 도치를 제대로 맛보려면 11월은 되어야 알이 꽉 찬 도치알탕을 맛볼 수 있다고 하더군요. 사실 회나생선은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제철인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이만큼 고생을 했다면 도치알탕 정도는 허락될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후루룩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인 곰치국이 있으니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곰 또는 곰치라고 불리는 이 생선은 사실 과거엔 지역 어부들만 아침에 해장용으로 먹던 음식이었는데 그 시원한 맛이 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제법 많은 관광객들도 즐기는 유명한 음식이 되었습니다. 뜨끈한 국물이 몸속에 들어가니 오들오들 떨었던 몸이 사르르 녹으며 다시 한번 힘을 낼 에너지가 충전되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난 이후엔 보통 근처에 숙소를 알아봐야 할 터이지만 오늘은 주문진에서부터 경포대와 강릉까지 이어지는 강원도 동해안 해안도로의 야경을 한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경포대 강문교 오색다리

    동해안의 해안도로는 낮 못지 않게 밤에 더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과거 하조대에서 서핑장을 운영할 당시 아침 저녁으로 해안도로를 이동하며 어느 바다, 어느 해변이 더 좋은 파도가 치는지 참 많이 다니던 길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제가 찾은 첫번째 동해안 해안도로 야경의 명소는 영진해변입니다. 영진해변은 그리 규모가 크진 않지만 작고 낮은 규모의 커피숍들과 이런저런 가게들이 제법 늦게 영업을 하며 불을 밝히고 있어 아늑한 분위기의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물론 조용하게 야경을 감상하려는 연인들이 많이 보이는 곳이기도 하고요. 다음은 영진교를 지나면 나타나는 연곡해변입니다.

    연곡해변은 해안도로와 바닷가 백사장 사이에 해송 군락지가 조금 자리하고 있어 조금은 색다른 맛을 느껴볼 수 있는 곳입니다. 또한 이때부턴 조금씩 제법 큰 규모를 자랑하는 커피 전문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크림하우스와 강릉을 대표하는 커핑하우스 테라로사 등 경포대가 가까워질수록 커피숍의 규모도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죠. 그렇게 연곡해변을 지나 사천과 순포 사근진해변의 세 곳을 지나면 드디어 동해안 야경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경포대가 나타납니다. 우선 경포호수 앞에 도착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제는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스카이베이 경포호텔입니다. 백색의 화려한 조명으로 주변을 환하게 비추는 호텔을 지나 다시 해안가로 접어들면 강문교를 지나기 바로 직전에 경포해수욕장과 강문해변을 잇는 카멜레온 다리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잠시 사진도 한 장 찍으며 멋진 동해안 해안도로에서의 야경도 추억으로 남겨보세요.

    옐로파니 강원 강릉시 해안로 380

    대략 15킬로 정도 되는 동해안의 해안도로는 낮에도 좋은 라이딩 코스지만 밤이 두 배나 더 아름다운 곳입니다. 주문진에서 시작해 이곳 경포대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사실 강릉 커피의 메카로 불리는 안목해변까지 이어지는데 이 해안도로 위에만 족히 수십 개가 넘는 커피전문점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 역시 따뜻한 커피 한잔의 여유도 즐겨봐야겠죠. 그래서 제가 선택한 오늘의 카페는 바로 얼마 전 새롭게 오픈한 라이더카페 옐로파니입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듯이, 어차피 마실 커피라면 기왕이면 같은 라이더분이 운영하는 카페 쪽으로 핸들이 움직이는 것은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아주 조금 아쉬운 것은 오션뷰가 아니라는 점이지만, 바다에 대한 욕심만 조금 내려놓는다면 옐로파니는 라이더에게 여러모로 충분히 매력적인 쉼터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모든 이륜차를 타고 이곳에 방문하는 라이더에게 라이더 할인이 적용되며 바이크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충분하게 확보가 되어 있습니다. 또한 카페를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노란색 두카티 파니갈레의 모습과 이곳저곳에 보이는 바이크 관련 소품들이 이곳 주인장의 바이크에 대한 애정을 충분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정동진 헌화로

    아름다운 바닷가 와인딩, 정동진 헌화로

    다음날이 밝았습니다. 어제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야경 사진만 찍었으니, 오늘은 꼭 멋진 장소에서 좋은 그림을 담아야 하기에 마음이 무척 바쁩니다. 숙소에서 옷을 챙겨 입고 나서기 전 혹시나 해서 날씨 어플리케이션을 보니 비구름이 이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보입니다. 분명 창밖은 쨍한데 말이죠. 잠시 고민하다 귀찮지만 우비를 착용했습니다. 그리곤 힘차게 출발! 오늘의 진행 방향은 강릉을 거처 망상해수욕장 앞을 지나 정동진 그리고 심곡항입니다. 그리고 내륙으로 방향을 잡고 복귀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출발한 지 한십오분 쯤 지나서 일까요? 느닷없이 하늘이 열립니다. 혹시나 하며 제발 비켜 가길 바랬던 비가 정통으로 퍼붓더군요. 숙소를 나설 때 비옷을 미리 챙겨입은 게 어찌나 현명한 선택이었는지……망상해수욕장 앞을 지날 때 비는 절정으로 치달았습니다. 분명 일주일 간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없다고 했는데 말이죠. 무심한 하늘은 정동진에서도 샤워기 틀어 놓은 마냥 내리 퍼붓고, 카메라 자체를 꺼내 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비를 뚫고 드디어 심곡항 헌화로에 도착. 정자나무 아래에서 비가 잦아들길 무작정 기다립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드디어 하늘이 잠시 맑은 틈을 타 본격적으로 헌화로를 달려봅니다. 정동진을 지나 심곡항과 옥계 금진항을 잇는 헌화로는 국내의 해안도로 가운데에서도 특히 바다와의 거리가 가깝고 해변가의 갯바위와 굴곡진 지형이 빗어내는 경관이 너무나 아름다운 길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런 이유로 아직도 국내에서 특히 자동차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항구마차 강원 강릉시 옥계면 금진리 149-3

    항구마차의 홍게라면과 간제미 무침

    때마침 평소엔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늘 패스해야 했던 항구마차가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제법 한가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냉큼 들어섰습니다. 아직 하늘에선 부슬비가 내리고 있고 일반 손님이 앞에 서너 명 정도 웨이팅을 하고 있었는데 우비를 입은 저에겐 야외테이블이라는 선택지가 하나 더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곳은 운치도 있고 분위기도 좋고 음식맛도 괜찮은 곳이었는데 얼마 전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소개된 뒤로부터 아주 난리가 난 곳으로 성수기에는 한 시간 이상 웨이팅은 기본일 정도로 자리 잡기가 녹록지 않은 곳이라 저에겐 일종의 행운이었습니다. 그렇게 뜨끈한 국물의 홍게 장칼국수와 간제미 무침이 눈앞에 한 상 차려졌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하늘에서 비가 잠시 그칩니다. 마치 “그래 너 고생했으니 밥이라도 편하게 먹어라” 하는 것 처럼요. 이 집의 간제미 회무침은 송어비빔회 같이콩가루를 솔솔 뿌려서 내오시는데 별미입니다. 홍게가 들어간 장 칼국수는 한 시간 이상 웨이팅을 할 정도의 맛은 아니었지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 이제 비를 피해 내륙으로 들어가 봐야겠습니다. 피한다고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금진항을 지나면서 보니 파도가 무척 좋습니다. 이곳 금진항은 몇 해 전부터 서핑샵들이 생기고 있지만, 양양과는 달리 한적하게 서핑이 가능한 곳입니다. 만약 구독자 여러분들 중 서핑을 좋아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이 금진항도 꼭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특히 많은 인파 때문에 파도 잡기 순번에서 항상 뒤로 밀려야하는 초보 서퍼라면, 이곳 금진항이 정답이니까요!

    댓재를 지나 아우라지로

    다음 행선지는 백두대간 종주코스에 속한 삼척의 댓재입니다. 금진항에서 댓재로 이어지는 길은 오십천을 지나 28번 도로를 타면 만날 수 있는데, 오십천에서 댓재로 이어지는 구간의 경치가 또 환상입니다. 물론 이때까지도 비가 내리는 바람에 스텝을 북북 긁는 재미난 와인딩을 놓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이 도로의 경치를 덕분에 마음껏 감상하며 앞뒤로 차 한 대 없는 황제 라이딩을 했으니, 전 이걸로 충분하더군요. 제가 닷재를 선택한 이유 가운데에는 이곳의 와인딩이 재미진 것도 있지만, 길을 오르면서 내려다 보이는 중간 중간의 경치때문이기도 한데 울창한 나무에 둘러 쌓여 산 아래의 경치가 모두 막혀져 있는 다른 고갯길에 비해 댓재는 중간 중간 내려다 보이는 동해와 산 아래로 펼쳐지는 산맥을 감상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평일 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차량의 흐름이 많은 곳이 아니기에 쾌적한 라이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제 댓재를 지나 이번 여정의 마지막 코스인 아우라지를 향합니다. 정상을 내려와 조금 더 달리다가 35번 국도로 갈아타면 우리나라 산맥의 척추라고 할 수 있는 백두대간로 35번 국도를 만나게 됩니다. 광동호에서 만나게 되는 35번 도로는 굽이굽이 흐르는 강 길을 따라 언제 달려도 좋은 황홀한 경치와 심심할 틈이 없는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하는 좋은 길입니다.

    어느정도 달리다 보면, 재미난 이름을 가지고 있는 마을이 이정표가 하나 보이는데 그 이름도 찬란한 용꿈마을입니다. 돼지꿈마을은 어딘가 입에 붙질 않고 그렇다고 개꿈마을? 은 당연히 어감부터 이미지까지 좋을 턱이 만무하나, 용꿈마을이라는 마을 이름은 입에도 착착 붙고 어감도 좋아 이 동네 분들은 매일 밤 용꿈을 꾸시고 로또를 사지 않으실까 하는 재미난 생각도 잠시 해 보았습니다.

    구미정길

    저는 용꿈 마을을 지나 드디어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두메아리마을로 향했습니다. 35번 도로를 계속 타고 위로 위로 올라가면 수심이 제법 깊은 강릉 얼음골 계곡이 나옵니다. 하지만 조금 더 경치가 좋은 곳은 구미정길의 작은 다리를 건너 구미정으로 이어지는 작은 도로를 들어서는 길입니다. <구미정길>이라고 명명된 이 작은 도로는 임계천을 따라 이어지며, 아우라지까지 계속해서 환상적인 경치를 보여주는 곳으로 제가 강력하게 추천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보통 내비게이션으로 아우라지를 검색하면 우로 나있는 42번 도로로 안내를 하게 되는데, 이 42번 도로도 어디에 내놓아도 훌륭한 경관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길이나 오늘 제가 소개해드리는 구미정길의 경치와는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그야말로 이륜차, 아니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경치가 이곳입니다. 간혹 여름 장마철에는 도로가 물에 잠겨 침수가 되기도 해서 통행이 제한되기도 하는데 제가 다녀온 날은 오전부터 적당히 내려준 비 때문인지 수량도 풍부하고 작은 임계천의 물길과 바로 옆을 달리는 도로 사이의 격차도 얼마 없어 마치 임계천 위를 바이크로 달리는 듯한 풍광을 연출해 주더군요.

    구미정 강원 정선군 임계면 봉산리 526-36

    빼어난 경관에 정신이 혼미해질 때 드디어 구미정이 나옵니다. 임계천 위에 지어진 아담한 크기의 정자 구미정은 기암 괴석의 절벽과 아래로 흐르는 임계천의 경치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아주 멋들어진 정자입니다. 혹시라도 라이딩 중간에 이렇게 한적한 정자를 발견하고 감상하실 때 스마트폰 어플의 음원을 이용하여 가야금 산조 한 곡을 들어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뭐 별거 아니라 생각 하시겠지만, 이런 정자에 올라 가야금 산조 한대목을 듣고 있노라면, 잠시 잠깐이지만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을 느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또한, 평소에는 느낄 수 없었던 우리 고유의 악기가 빚어내는 소리가 얼마나 자연경관과 어우러지면서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으니 꼭 한 번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모터바이크를 타고 투어를 다니다 보면, 그것이 나 혼자 떠나는 솔로 투어이든 지인들과 함께 떠나는 단체 투어이든 항상 이런저런 변수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저의 이번 여정의 초반 하루가 그러했 듯이 말이죠. 가고자 했던 장소가 진입이 불가능 해지던지, 꼭 가고 싶던 식당이 때마침 휴무일 경우, 그리고 분명 화창한 날씨를 기대했음에도 이번 저의 여정처럼 쏟아지는 비와 추위와 한판 씨름을 하게 될 때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이륜차 라이더의 투어를 더욱 재밌고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는 건 아닐까요? 편안하게 히터 틀고 달리는 자동차로 떠나는 것을 여행이라 부르고 이륜차에 어렵게 짐을 꽁꽁 쌓아 메고 떠나는 투어를 여정이라 부르는 차이를 여러분들도 공감하시죠? 때론 추위와 싸우고 때론 비에 쫄딱 젖기도 하지만 이 모든 어려움과 고생을 고생이 아닌 추억이라 말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편안한 자동차가 아닌 두바퀴 바이크를 타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갑자기 날씨가 무척 추워졌습니다. 이제 조만간 흰 눈이 쌓이는 겨울이 다가온다는 말이겠죠. 구독자 여러분, 모두 고작 요따위 추위 따위에 굴하지 마시고 바이크 탈 수 없는 한겨울이 오기 전에 더욱 더 힘차게 전국을 누벼보면 어떨까요?


    쟈니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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