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엔필드에게 있어 뷸렛의 존재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모델이며 오랜 시간 브랜드의 이미지를 지탱해온 기준점이다. 뷸렛 역사상 첫 트윈 엔진을 얹은 뷸렛650을 만났다.

뷸렛
뷸렛 시리즈는 1932년 이래 지금까지 이어진, 전 세계 모터사이클 중 가장 오랫동안 양산되고 있는 모델이다. 그만큼 새로움보다 익숙함이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1932년 처음 선보인 뷸렛은 단기통 엔진을 바탕으로 높은 머플러와 크롬 장식을 더한 스타일리시한 모터사이클이었다. 이후 1948년 스윙암 리어 서스펜션을 적용한 모델로 발전하며 당시 영국 모터사이클 산업 안에서도 진보적인 구조를 보여줬다.
뷸렛의 역사가 인도와 본격적으로 연결된 것은 1950년대다. 1947년 영국의 식민지배에서 독립한 인도는 이후 파키스탄과의 국경 문제를 겪었고, 험준한 지형에서 기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모터사이클이 필요했다. 인도 정부는 국경 순찰과 군·경 임무를 위해 로얄엔필드 뷸렛 350을 선택했고, 1955년 영국 로얄엔필드로부터 800대의 뷸렛을 주문했다. 이 계약을 계기로 로얄엔필드는 인도 현지 생산을 시작한다. 이후 뷸렛은 히말라야를 누비는 바이크가 되었고, 곧 인도 전역을 달리게 되었다. 단순하고 튼튼한 구조, 험로를 버티는 내구성, 정비의 용이함은 인도라는 거대한 환경과 잘 맞았다. 어드벤처 모델인 히말라얀의 출발점 역시 히말라야를 달리던 뷸렛이다. 만약 뷸렛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로얄엔필드도 없었을 것이다.


뷸렛 650
지난해 클래식 650의 출시는 뷸렛 650의 예고편 같은 존재였다. 애초에 로얄엔필드의 클래식 시리즈가 옛 뷸렛을 복각한 것에서 시작된 모델이기 때문이기에 그 뿌리는 같다. 클래식 650이 조금 더 정돈된 고전적인 스타일이라면, 뷸렛 650은 이름 그대로 뷸렛이 이어온 이미지를 확실하게 잇고 있다. 길게 뻗은 실루엣과 단단한 탱크, 넉넉한 금속 질감, 큼직하게 자리 잡은 엔진이 만들어내는 존재감이 좋다. 그리고 장인의 손끝에서 그려지는 금색 핀스트라이프는 뷸렛을 상징하는 강력한 요소가 되었다. 덕분에 2026년 뉴모델이지만 오래 전부터 보아온 모델같은 느낌을 준다.
스타일에서는 기존 뷸렛 시리즈를 벌크업한 인상이 강하다. 조형 자체는 익숙하지만 전체적인 볼륨이 커졌고, 엔진의 존재감도 훨씬 크다. 350 뷸렛이 소박하고 가벼운 맛이 있었다면, 650은 그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더 묵직하고 근사한 분위기를 만든다. 특히 공랭 병렬 2기통 엔진이 프레임 안을 꽉 채우는 모습이 좋다. 보는 순간 제대로 된 미들급 클래식 모터사이클이라는 느낌이 든다. 기존의 뷸렛 350은 180cm 이상의 남성이 타기엔 살짝 작아 보였는데 뷸렛 650은 사이즈가 딱 적당해 보인다.

650 트윈
엔진은 이미 익숙하다. 648cc 배기량에 46마력의 최고출력, 52.3Nm의 최대토크를 내는 이 엔진은 로얄엔필드가 다시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인터셉터와 컨티넨탈 GT 650에서 처음 선보였고 슈퍼메테오 650, 샷건 650, 베어 650, 그리고 클래식 650까지 이어지며 이미 성능과 내구성에 대한 검증은 마쳤다. 46마력의 출력은 뷸렛 650에게는 충분한 출력이다. 저회전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토크가 올라오고, 스로틀을 열었을 때 반응도 부드럽다. 빠르게 달리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원하는 속도까지 여유 있게 끌고 간다.
개인적으로도 이 650 트윈 엔진의 1세대를 6년 넘게 타오고 있기 때문에 출력 특성이나 회전 질감은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뷸렛 650을 탔을 때 분명히 다른 느낌이 있었다. 일단 엔진 자체의 고동감이 커졌고 진동은 더 부드럽게 다듬어졌다. 예전의 650 트윈이 매끄럽고 산뜻하게 돌아가는 맛이 매력적이었다면 최근의 트윈 엔진은 여기에 조금 더 살아 있는 무언가가 안에서 꿈틀대는 느낌이다. 잘 정제된 고동감이 주는 기분 좋은 떨림이 있다.
포지션은 정통 로드스터의 포지션이다. 상체가 과하게 숙여지지 않고, 핸들, 풋페그의 위치도 적당하다. 시트에 앉으면 푸근한 안정감이 든다. 오래 타도 피로가 적고, 바이크를 다루는 데 특별한 긴장을 요구하지 않는다. 클래식650에 비해 시트가 낮고 쿠션이 좋은데다가 핸들바는 몸 쪽에 살짝 가까워 더 편하게 느껴졌다.


여유로운 주행성능
주행 감각에서 가장 크게 체감된 부분은 서스펜션이다. 기존 로얄엔필드의 크루저 라인업보다 조금 더 탄탄하지만 움직임 자체는 훨씬 쫀득했다. 노면을 대충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휠에 하중을 걸고 제대로 눌러가며 코너를 돌아나갈 수 있다. 클래식한 외형 때문에 여유롭게 달리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지만, 막상 타보면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달려도 잘 받아준다. 실제로 꽤 빠른 페이스로 와인딩 로드를 달렸다. 서스펜션의 단단함 때문에 노면의 요철이 만드는 진동은 푹신한 시트가 걸러준다.
물론, 뷸렛 650은 스포츠 바이크가 아니고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맛을 기대할 모델도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빠르게 달릴 수 있어야 천천히 달릴 때도 그만큼의 여유를 챙길 수 있는 것이다. 뷸렛 650은 최고속도 160km/h 이상의 속도를 내고 80~120km/h의 크루징 정도는 엔진의 잔 진동도 없을 정도로 매끄럽게 돌기 때문에 장거리 주행도 거뜬하다. 전자장비는 ABS 말고는 전혀 없다. 이 바이크의 무게와 출력을 고려하면 트랙션 컨트롤과 같은 전자장비의 보조가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다. 요즘 미들 클래스 바이크들에는 ABS와 트랙션컨트롤이 표준 장착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상품성과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살짝 아쉬움은 있다.

뷸렛 650의 장점은 화려한 장비나 강력한 성능에 있지 않다. 이 바이크의 매력은 균형이다. 오래된 이름이 가진 이미지, 650 트윈 엔진의 여유, 더 좋아진 서스펜션 감각, 그리고 과하지 않은 차체 움직임이 잘 맞물린다. 350 뷸렛이 가진 순수함은 좋지만, 장거리나 고속 영역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뷸렛 650은 그 빈틈을 자연스럽게 채운다. 더 무겁고 더 큰 만큼 더 든든하다. 뷸렛 650은 로얄엔필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든 650이다. 익숙한데 새롭고, 느긋한데 답답하지 않다. 기존 뷸렛의 무드를 좋아했지만 단기통 엔진에 대한 아쉬움을 느꼈던 라이더라면 이 모델은 꽤 설득력 있는 선택지가 된다.

클래식 VS 뷸렛
이미 클래식 350과 뷸렛 350 사이에서 똑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650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심지어 650 라인업에는 슈퍼메테오와 샷건까지 유혹한다.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지만 자칫 브랜드 내에서 점유율을 빼앗는 카니발리제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뷸렛을 타보니 이 바이크의 존재 가치, 그리고 매력은 확실히 달랐다. 트렌디, 스타일리시보단 원초적이고, 믿음직스럽고, 어른스러운 바이크였다. 그리고 만약 두 사람이 함께 타고 먼 거리를 달리고 싶다면? 그냥 뷸렛 650이 정답이다.

ROYAL ENFIELD BULLET 650
엔진형식 공랭·유랭 4스트로크 병렬2기통 OHC
보어스트로크 78×67.8mm
배기량 647.95cc
압축비 9.5:1
최고출력 46.4ps / 7,250rpm
최대토크 52.3Nm / 5,6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4.8ℓ
변속기 6단리턴
서스펜션 (F)43mm 텔레스코픽 (R)트윈 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00/90-19 (R)140/70 R18
브레이크 (F)320mm디스크 (R)300mm디스크
전장x전폭x전고 2,290x835x1,135(mm)
휠베이스 1,480mm
시트높이 795mm
차량중량 243kg
판매가격 849만 원부터
글 양현용
사진 양현용, 박슬기
취재협조 로얄엔필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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