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셉트 모델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CB1000F가 국내 출시했다. 과거의 유산과 현대적인 기술을 고루 갖춰 레트로의 시대가 돌아왔음을 알린다.
CB1000F는 헤리티지의 귀환이라는 콘셉트 아래, 1980년대 미국 모터사이클 협회(AMA) 슈퍼바이크 챔피언십에서 활약했던 CB750F의 클래식 디자인을 계승하고 혼다의 최신 네이키드인 CB1000호넷의 엔진과 전자장비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당시 CB750F는 강렬한 실버 바탕에 블루/레드 배치와 공랭 4기통 엔진의 폭발적인 사운드로 레이스 트랙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던 모델이다. 특히 65마력 수준이었던 양산차를 140마력에 가까운 슈퍼바이크로 튜닝했고 ‘페스트 프레디’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프레디 스펜서가 머신의 주역으로 활약한 바 있다. 혼다 팩토리 팀 최초의 AMA 슈퍼바이크 우승(1980년)은 물론이고 1981년 챔피언십 종합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토크풀 엔진
CB1000F는 CB1000호넷에 적용된 999cc 직렬 4기통 엔진을 디튠하여 탑재했다. 일상 주행에서 가장 많이 쓰는 실용 영역 즉, 저회전과 중회전 영역의 토크와 응답성을 향상시켜 폭넓은 주행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피스톤 톱 형상을 다듬고 밸브 작동 각도와 리프트 양을 다듬어 급가속 상황에서의 직결감을 높이고 실용 영역에서의 연소 효율을 극대화했다. 특히 크랭크축의 질량과 무게 균형도 재조정하여 순간적인 순발력보다 묵직하고 매끄러운 감각에 집중했다. 또한, 낮은 회전수부터 넉넉한 토크를 확보하기 위해 인테이크 구조를 개선했다. 흡기 파이프 길이를 호넷 대비 50mm 연장해 140mm로 설정하고 최소 직경을 36mm로 줄여 공기의 유속을 높였다. 좌우 파이프의 구멍도 좌측은 50mm, 우측은 40mm로 다르게 세팅해 특유의 묵직하고 고동감 있는 흡기음을 연출했다. 배기 시스템은 호넷의 대형 배기 시스템이 아닌 CB750F의 향수가 느껴지는 메가폰 스타일의 4-2-1 배기를 탑재했다. 시각적으로 클래식한 분위기를 낼뿐만 아니라 특유의 중저음 배기음을 구현한 게 특징이다. 호넷 대비 1단과 2단 기어비는 촘촘하게 변경해 출발과 저속 구간에서의 민첩성을 고려했고 나머지 3단부터 6단까지의 기어비는 확장하여 고속 크루징 시 엔진 회전수를 낮게 유지하도록 세팅했다.



스타일
개인적으로 호넷의 엔진을 비롯한 여러 파츠를 공유하면서도 CB750F 특유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굉장히 잘 살린 디자인이다. 원형 헤드라이트, 볼드한 연료 탱크, 연료 탱크와 만나 일체감 있는 사이드 커버, 간결한 리어 카울까지 전체적인 비율의 균형감이 좋다. 헤드라이트 아래 있는 듀얼 혼의 절묘한 위치 선정도 과거 모델을 단번에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엔진 헤드에서 전방으로 나온 총 네 가닥의 배기 라인과 메가폰 스타일의 배기 머플러는 클래식 무드와 더불어 고성능의 분위기도 함께 챙겼다. 여기에 현대적인 5인치 TFT 디스플레이는 일부 라이더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데 개인적으론 시인성이 좋고 깔끔해서 불만이 없다. 늘 그렇듯이 혼다는 무분별한 파츠 개발로 원가를 높이느니 무난하더라도 신뢰도와 완성도가 높은 제품을 적용하고 있다.

뛰어난 전자장비
레트로한 스타일과 달리 주행 안정성을 고려한 전자장비를 든든하게 챙겼다. CB1000F는 6축 IMU 기반의 스로틀 바이 와이어, 혼다 셀렉터블 토크 컨트롤, 윌리 컨트롤, 코너링 ABS 등을 통합 제어한다. 스탠다드, 스포츠, 레인, 유저1, 유저2 등 5가지 라이딩 모드를 통해 주행 환경과 라이더의 취향에 따라 설정할 수 있다. 사실상 전자장비는 CB1000호넷과 동일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호넷에는 없는 스마트키 시스템을 더해 라이더 편의성을 높였다.


대중적인 설정
795mm의 낮은 시트고로 발착지성이 좋다. 시각적으로 길게 늘어진 스타일의 연료 탱크 때문에 핸들 바가 상당히 멀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높은 클램프를 통해 라이더에게 가까이 당겨져 위치했다. 178cm 신장의 라이더는 상체가 자연스럽게 전방으로 살짝 기울어지고 핸들은 좌우 끝까지 회전 조작하기 쉽다. 신장이 작거나 팔 길이가 짧은 라이더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혼다의 다른 모델에서 흔히 보던 5인치 TFT 디스플레이와 현대적인 스위치 뭉치는 CB1000F의 레트로 분위기와 다소 어색하긴 하다. 하지만 그만큼 기능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불필요한 원가 상승을 억제하는 세팅이다. 개인적으로는 깔끔하고 명확한 그래픽 덕분에 달리기에 집중한 상태로도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좋다.

맛있는 배기음
냉간 상태의 첫 배기음은 꽤 묵직하고 존재감이 있다. 배기 머플러는 3개의 격실로 나누어진 설계로 엔진에서 나온 배기가스가 일직선으로 바로 빠져 나가지 않고 세 번 도돌이표를 그리며 이동하는 방식이다. 일차적으로 엔진을 통해 이동한 뜨거운 배기가스가 급격하게 넓어진 공간을 만나며 팽창되어 고압 폭발음과 강한 소음 파동이 줄어든다. 곧이어 두 번째 챔버로 이동한 기체는 공기 흐름이 반대로 꺾이며 맴돌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적절한 배기배압이 형성되고 이 덕분에 특유의 실용 영역 토크와 스로틀 반응성이 대폭 향상된다. 마지막 세 번째 챔버는 다시 한번 가스의 흐름을 반대 방향으로 꺾은 뒤 최종 배기구로 향하게 설계됐다. 불쾌한 고주파 잔음과 거친 소음이 마지막 격실에서 상쇄되며, 4기통 엔진 특유의 묵직하고 감성적인 고회전 배기음만 다듬어져 배출된다. 덕분에 직관형 머플러 대비 소음 제어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중저속 토크와 감성적인 사운드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여유로운 즐거움
정지 상태에서의 첫 움직임은 사뿐하다. 215kg의 차량 중량은 사이드 스탠드 상태에서 바이크를 세울 때만 느껴질 뿐이다. 시승 당시 비가 내리고 있었던 만큼 레인 모드로 본격적인 테스트를 시작했다. 엔진 파워는 가장 약하게, 토크 컨트롤(HSTC)과 엔진 브레이크는 가장 개입이 강하게 설정된다. 초반에는 가속 중 리어 휠이 미끄러지는 것을 주의하며 스로틀을 조작했는데 뛰어난 안정감 덕분에 5분도 채 되지 않아 스탠다드 모드로 변경했다.
스로틀 반응이 빨라지고 트랙션 컨트롤 개입이 중간 단계로 설정된다. 이제야 CB1000F를 설명하던 중저속 영역에서의 뛰어난 토크와 직결감이 제대로 전달된다. 시승 전, 150마력이 넘는 엔진을 123.7마력 수준으로 디튠했기 때문에 다소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출발부터 스로틀을 과감하게 전개하면 묵직한 무게를 비웃듯 프런트 휠이 들썩인다. 물론, 곧바로 HSTC가 개입하며 조금의 위험 부담도 허용하지 않지만 124마력이라는 숫자를 우습게 생각해선 안 된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게 만든다. 핸들링은 느긋하면서도 예리하다. 차체가 기울어지는 과정은 세세하게 단계별로 쪼갤 수 있고 스로틀을 여는 순간 깔끔한 레코드 라인을 그리며 코너를 벗어난다. 중저속 토크가 좋다는 건 rpm을 높게 유지하지 않아도 꽤 빠른 페이스로 달릴 수 있단 의미다. 두툼한 배기음이 가늘게 쪼개진 4기통 음색으로 바뀌는 구간은 7,000rpm 근처인데 여유롭게 6,000rpm 이하로 유지하며 달려도 도로 흐름을 압도할 수 있다. 일부러 적절한 단수보다 한 단계 높게 유지해 봐도 엔진이 힘들어하지 않는다.

스포츠 주행
상체를 꼿꼿하게 세우면 프런트 휠이 라이더에게서 조금 먼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상체를 조금씩 숙일수록 프런트 휠의 하중이 늘어나고 피드백이 직관적으로 바뀐다. 연료 탱크가 길게 늘어졌기 때문에 가슴을 탱크에 바짝 붙일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넉넉하다. 국지성 호우 탓에 바짝 마른 노면과 완전히 젖은 노면이 실시간으로 반복됐는데 그렇다고 스포츠 모드 테스트를 포기할 순 없었다.
엔진이 지금까지 제대로 일하고 있지 않았음을 단번에 깨닫게 해준다. 초반 가속력은 일반적인 스포츠 바이크와 견주어도 될 정도로 빠르고 고회전 영역에서는 4기통 특유의 짜릿한 배기음이 몰입감을 더한다. 41mm 쇼와 SFF-BP 도립식 포크는 강한 제동에도 끄떡 없이 여유 마진을 남기고 코너를 진입하게 도와준다. 초반 움직임은 다소 무른가 싶다가도 후반부의 한계는 넉넉한 느낌이다. 포크의 상단 다이얼을 통해 프리로드와 댐핑을 모두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노면 상황이나 타이어 컨디션에 따라 더 빠른 페이스로 달리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순정 니신 캘리퍼와 310mm 더블디스크의 제동력은 무난하다. 솔직히 일상적인 영역에서 사용하기엔 충분하고 CB1000F의 기대를 넘는 운동 성능을 모두 받아내기엔 조금 아쉽다. 한편으론 호넷의 브렘보 스티레마가 그립긴 한데 그만큼 합리적인 가격표를 얻었으니 이해된다.

레트로의 시대
세상의 모든 유행이 순환하듯이 모터사이클의 트렌드도 끊임없이 움직인다. 새로운 CB1000F는 2020년 콘셉트 모델부터 양산형 모델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라이더들의 눈도장을 찍으며 완숙해진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초도 물량 완판’이다. 국내 출시와 동시에 전국에서 입맛을 다시던 라이더들이 하나 같이 지갑을 연 것이다. 또한, 일본 현지에서는 CB1000F의 커스텀 파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게 그 인기를 증명한다. 1950년대의 카페레이서와 스크램블러, 1970년대의 크루저, 1980~1990년대의 슈퍼 스포츠, 2000년대의 네이키드와 빅 스쿠터, 2010년대는 어드벤처 장르가 급상승했다. 그리고 2020년대부터 현재까지는 레트로의 분위기가 올라오고 있었는데 CB1000F가 레트로의 시대가 왔음을 확실하게 공표한다.

HONDA CB1000F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직렬 4기통
보어×스트로크 76 × 55.1(mm)
배기량 999cc
압축비 11.7:1
최고출력 123.7hp / 9,000rpm
최대토크 103Nm / 8,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6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1mm 도립 (R)싱글 쇽 스윙암
타이어 사이즈 (F)120/70 17 (R)180/55 17
브레이크 (F)310mm더블디스크 (R)24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135×825×1,125mm
휠베이스 1,455mm
시트높이 795mm
차량중량 215kg
판매가격 1,598만 원
글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혼다코리아 honda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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