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LIFE 이 바이크 살릴 수 있을까? 침수 바이크 자가 수리기

    이 바이크 살릴 수 있을까? 침수 바이크 자가 수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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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바이크 살릴 수 있을까? 침수 바이크 자가 수리기

    이 바이크 살릴 수 있을까?

    침수 바이크 자가 수리기

    엄청난 규모로 전국을 바싹 긴장하게 만든 11호 태풍 힌남노는 경북, 특히 포항지역에 큰 피해를 남겼다. 범람한 강물에 완전히 잠겨버린 로얄엔필드 인터셉터를 직접 살려낸 포항의 정한근 라이더의 자가정비 기록을 소개한다.

    2022년 9월 6일 아침 6시 20분. 태풍 힌남노가 내가 살고 있는 포항을 덮쳤다. 아파트 옆 냉천이 범람하면서 나의 인터셉터650이 주차되어 있던 지하주차장은 순식간 물속에 잠겨버렸다. 맞다. 이번 태풍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를 입어 미디어의 관심이 온통 쏠렸던 바로 그 아파트다. 물을 빼내며 이틀 넘는 시간동안 잠겨있던 바이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모습은 이번 사고의 처참함을 대변하는 이미지로 뉴스를 타고 전국에 방송을 탔다. 물은 빠졌지만 안타깝게도 인명피해까지 발생한 탓에 한참은 바이크를 인양할 수 없었다. 침수 일주일 만에 꺼내온 바이크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처참했다. 이걸 살릴 수 있을까? 폐차를 해야하나? 갈등이 되었지만 어차피 폐차할 거라면 일단 뜯어보기나 하자는 마음으로 직접 작업을 시작했다. 업체에 맡기는 방법도 있었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것 같아 직접 살려보기로 했다.

    진흙과 물

    일단 눈에 보이는 진흙들을 씻어내고 머플러와 매니폴드를 탈거했다. 머플러 속까지 진흙이 가득하다. 엔진오일 드레인 볼트를 풀어내자 안에 꽉 차있던 물이 쏟아져 나오고 한참이 지나서야 엔진오일이 흘러나온다. 연료탱크 안에도 물이 가득했다. 이때는 정말 이바이크를 다시 살릴 수 있을지 강력한 의문이 들었다. 차체를 올분해하면 일이 커질 것 같아 최소한으로 필요한 만큼만 뜯기로 했다. 실린더 내부는 점화플러그를 빼낸 후 그 구멍으로 청소했고 클러치 커버와 마그네토 커버를 분리한 후 오일과 섞인 진흙을 제거했다. 이정도면 오일팬도 진흙투성일 것 같아 오일팬도 분리해 깨끗하게 닦았다. 엔진에 차체에 남아있는 진흙과 물을 제거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커버 분리 후 세척 및 정비
    계기판 침수 및 교체

    엔진 청소를 마치고 새 릴레이, 새 배터리를 달고 메인하네스에 연결 된 커넥터도 하나하나 청소하였다. 생각보다 수리 진행상황이 빠르고 잘되어가서 다행이었다. 전반적으로 손을 본 후 엔진 플러싱을 위해 시동을 걸어보았다. 전원이 들어오는데도 어쩐 일인지 연료필터가 작동하지를 않았다. 인터셉터 유로5 배선도를 보면서 멀티미터로 하네스의 전선을 하나하나 테스트 해봐도 원인을 찾을수 없었다. 

    오일팬 잔류오일 석션

    그래서 ECU가 고장난 거라고 판단하고 부품을 찾아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일단 이 ECU의 문제가 맞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같은 연식의 유로5 인터셉터를 타고 있는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해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바이크에 내 ECU를 꽂아보았다. 그런데 시동이 엄청 잘 걸린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에 연료펌프를 다시 뜯어보기로 했다. 연료탱크에서 연료펌프를 완전히 탈거해 꼼꼼히 살펴봤는데 커넥터에 연결되는 핀들이 부식이 되어 끊어져 있었다. 애초에 연료펌프 커넥터와 ECU라인의 배선에만 통전테스트를 해서 일어난 결과였다. 

    엔진오일 주입
    오일필터 교체
    릴레이 커넥터 교체
    에어필터 침수 및 교체

    새 연료펌프는 가격이 꽤 나간다. 그래서 기존 연료펌프를 수리하여 사용하기로 했다. 부식돼서 끊어진 부분은 플라스틱으로 커버를 녹인 후 핀뿌리에 인두로 납땜하여 바로 물렸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재조립 후 시동을 걸었다. 긴장감을 한방에 털어내듯 엔진은 망설임 없이 시동을 터트린다. 이 순간을 위한 노력이 켜켜이 쌓인 만큼 엄청 뿌듯하고 기쁨이 몰아칠 것 같았는데 막상 시동이 걸려있는 바이크를 보니 생각보다 담담하고 밀린 숙제를 마친 기분이었다. 엔진 플러싱을 하고 새 엔진오일과 오일필터를 달고 수리를 마쳤다. 본업 때문에 일과 후 시간을 이용해 고쳤고 침수 30일 만에 바이크를 살려냈다. 

    이번 침수로 인해 바이크를 자가 정비를 처음 시도해봤다. 이를 통해 바이크가 타는 즐거움도 있지만 자기 바이크를 직접 정비하고 수리하는 즐거움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정비하면서 느낀 점은 로얄엔필드 바이크가 단순하고 초보자도 쉽게 수리 할 수 있도록 매뉴얼도 잘 되어있다는 것이다. 필요한 부품은 카카오톡으로 문의해서 바로 주문할 수 있어서 정비하기 정말 수월했다.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부활의 기쁨도 잠시, 다음날 아침 바이크가 방전으로 시동이 안 걸린다. 배터리를 탈거 후 충전을 시키고 재조립 후 상태를 확인해보았다. 그랬더니 키를 끈 상태에서도 ABS모듈이 작동하고 있다. ABS모듈을 구입 후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본업과 병행하며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수리를 하면서 쌓여온 피로와 스트레스가 한계에 달했다. 일단 ABS관련 퓨즈만 뽑으면 문제가 없으니 나중에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면 수리하기로 하고 일단 마무리했다. 부활한 인터셉터와 얼마남지 않은 이 시즌을 즐겨야 하니까.


    글, 사진 정한근 
    인스타그램 @hangeunjung 
    정리 양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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