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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로 진화하다. 혼다 CBR650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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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로 진화하다. 혼다 CBR650R

    HONDA

    CBR650R

    혼다의 미들급 슈퍼스포츠가 돌아왔다. 한동안 혼다의 미들급 라인업에는 CBR 650F가 자리하고 있었다. 비교적 편안한 포지션과 부드러운 엔진 필링으로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슈퍼스포츠라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름부터 CBR650‘R’로 변경되었다

    혼다는 CBR300R과 CBR500R과 달리 CBR 시리즈 중 유독 650에만 F를 고집했다. 레이스 레플리카인 RR 시리즈와는 달리 도로를 무대로 하는 CBR의 F(foresight의 약자로 전경자세의 스포츠 바이크에 붙여지는 코드) 모델이라는 뜻이다. 이 미들급 F 모델의 역사는 1987년의 CBR600F로부터 이어지는 나름 긴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7세대 만에 F를 떼고 R을 붙였고 그에 맞는 변화들도 함께 이루어졌다.

    F에서 R로 변화된 분위기

    R의 이름은 달게 된 CBR650R은 보다 스포티한 주행감각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더 강력해진 엔진을 탑재하고 핸들과 풋 페그의 위치를 R 포지션에 맞게 조정하여 무게 중심을 낮췄다. 다양한 전자 장치도 적용하여 기존보다 다루기 쉽고 경쾌한 주행을 할 수 있다. 

    (좌) 외눈 헤드라이트에서 기함급 CBR1000RR의 스타일을 따라갔다 / (우) 15.4리터 연료탱크는 스포티한 주행을 할 때 홀딩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전의 외눈 헤드라이트에서 기함급인 CBR1000RR의 스타일을 가져온 점도 공격적인 분위기에 한몫을 한다. 헤드라이트 형상부터 언뜻 구별이 어려울 정도다. 바이크를 보면 자연스럽게 슈트를 착용한 라이더가 연상된다.

    원하는 움직임 그대로

    시승은 레이싱 슈트를 입고 진행했다. 분위기에 맞는 재킷을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이었다. 너무 과한 설정이 아닐까 고민했고 시내 구간을 거치며 조금 후회도 되었지만 몇 개의 코너를 돌며 ‘아, 제대로 입었구나,’라고 느꼈다. 

    CBR 650F 보다 전방으로 30mm 멀어진 클립 온 핸들바와 6mm 높고 3mm 뒤로 빠진 풋 페그로 인해 라이더의 포지션이 더욱 공격적으로 취해진다. 자연스럽게 무게 중심이 낮아지는 효과로 선회 시 안정감이 뛰어나다. 또한 행오프 자세를 취할 때 연료탱크에 팔이 걸리거나 방해되지 않고 노면에 니 슬라이더가 닿을 때까지 불편함이 전혀 없다. 실제 무게보다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경쾌하다. 좌우로 연속되는 코너 구간에서도 무게 중심을 낮게 깐 채로 조향하기 쉽다. 칼처럼 날카롭게 라인을 그리는 느낌보다 부드러운 붓으로 다양한 코너를 부담 없이 그리는 감각이다. 

    (좌) 리어는 240mm 싱글 디스크가 제동을 책임진다. 알루미늄 스윙암으로 노면을 빠르게 받아낸다 / (우) 리어 쇽은 프리로드 조절이 가능하다

    서스펜션은 너무 딱딱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타이어의 그립을 이해하기 좋다. 속도를 어느 정도 높여도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급변하지 않고 꾸준한 성능을 보여준다. 프런트 포크는 감쇠력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주행 스타일이나 실력에 맞춰서 설정할 수 있다. 리어는 프리로드 조절이 가능하여 라이더의 체중에 맞게 조절이 가능하다.

    적당히 해서는 닿지 않는 한계

    CBR650R의 재미에 빠져 달리다 보면 한계가 어디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바이크의 어느 한 부분도 매우 본격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 전체적인 구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높은 완성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타이어의 공기압을 조금 낮추고 서스펜션의 감쇠력을 조금 더 타이트하게 잡고 더 낮은 자세로 강하게 몰았다. 코너 진입에서는 프런트를 더욱 적극적으로 누르고 탈출에서 스로틀 개방 타이밍을 앞당겼는데 공기압이 줄어든 탓에 핸들링은 조금 둔해졌지만 진입 안정성은 배가 된다. 회전수를 높게 살려가며 탈출하지 못해도 3,000~8,000rpm 영역까지 스로틀 반응이 향상되어 금방 탄력을 붙여 달려 나갈 수 있다. 선회 중 라인을 수정하거나 탄력을 살리지 못해도 바이크가 이미 다양한 수를 파악하고 있는 느낌이다. 

    (좌) LCD 디스플레이에 다양한 정보들이 표시되고 시인성이 좋다 / (우) 시트의 쿠션감이 좋고 다리가 벌어지는 부분을 날렵하게 디자인하여 발착지성이 좋다

    그러다 프런트와 리어 타이어가 조금씩 밀리고 브레이크의 압력이 떨어지는 순간도 찾아왔다. 그런데 타이어가 밀리며 ‘끼긱’ 소리를 낼 때마다 비상등이 깜빡거린다. 바이크가 급제동하여 ABS가 강하게 개입하는 순간이 오면 후방 차량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비상경고등을 깜빡여 주는 것이다. 정신없이 CBR650R의 한계를 확인하겠다고 격하게 몰아붙이니 ‘네 마음은 알겠는데, 나는 이 정도까지가 내 역할이야. 무리하지 마.’라고 바이크가 부드럽게 말을 건네는 느낌이었다.

    완전체인 4기통 미들급 슈퍼스포츠

    바이크도 사람도 한껏 열을 낸 뒤 앉아 쉬다가 문득 깨달았다. CBR650R은 형제 모델인 CBR1000RR과 생김새는 닮았지만 지니고 있는 심장이나 표출되는 감각은 그 무엇과도 닮지 않았다는 점이다. 무의식중에 지금까지 생김새만 보고 한 묶음으로 구별하고 있었기에 더 크게 느꼈다. 그 후에는 구성들이 하나씩 눈에 띈다. 쇼와 도립식 포크, 리어에 안정성을 키우기 위해 설계된 필로우 볼이 다양한 노면에서 뛰어난 움직임의 이유가 된다.

    (좌) 이전 엔진보다 10마력 증가하고 3000~8000rpm 영역의 토크를 키워 더 다루기 쉬워졌다 / (우) 310mm더블디스크와 니신 캘리퍼가 물려 충분한 제동 성능을 발휘한다
    (좌) 짧게 마무리된 배기구로 콤팩트한 디자인을 완성한다. 소음도 꽤 많이 잡아주는 편이다 / (우) 왼쪽 스위치 뭉치에 비상경고등과 트랙션 컨트롤 버튼이 있어서 쉽게 끄고 켤 수 있다

    4기통 엔진이지만 3,000~8,000rpm 영역의 토크를 높여 부드럽고 편한 주행을 완성할 수 있었다. 프런트에 310mm 더블 플로팅 디스크와 니신 래디얼 마운트 캘리퍼가 조합되어 꾸준한 제동 성능을 보여줬다. 퀵시프트가 순정에 없지만 종전 대비 클러치 레버 조작 하중을 12% 줄였기 때문에 변속의 스트레스가 없었으며 어시스트 슬리퍼 클러치가 더 자연스러운 동작을 도왔다. 다양한 구성들이 모여 하나의 완전체를 만들었고 존재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내가 찾던 즐거움

    바이크는 자연스럽게 배기량으로 나뉜다. 흔히 쿼터급, 미들급, 리터급 등으로 분류하게 되며 각 클래스 별로 출력의 차이가 벌어진다. 바이크의 배기량이 작다면 라이더가 압도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만 금방 아쉬움으로 변한다. 비교적 배기량이 높으면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하지만 라이더에게 더 섬세한 주행 실력을 요구하게 되는 장단점이 있다. 또한 같은 배기량이라도 엔진의 형식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성격을 드러내며 각각의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기통수가 적을수록 저속부터 두터운 토크가 분출되는 것이 즐겁고 기통수가 많을수록 높은 회전수에서 폭발하며 뻗어나가는 즐거움이 있다. 

    사실 4기통은 나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고 어렵게 느껴졌다. 다시 생각해보면 4기통 엔진이 어려웠던 것이 아니라 배기량이 부담이었던 것이다. CBR650R은 스로틀을 쥔 손목을 꺾어가며 바이크를 몰아가도 안정적이다. 또한 저속에서 힘없이 빌빌거리지 않고 8,500rpm에서 터지는 출력은 즐겁기만 하다. 그저 바이크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어 나도 모르게 상체를 낮추게 한다. 

    배기량이 높아지면 당연히 즐겁다. 여유로운 엔진출력과 묵직한 차체 등이 안정감을 주고 편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기량의 크기와 재미가 비례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CBR650R을 압도하며 달려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HONDA CBR650R

    엔진형식 수랭 DOHC 직렬 4기통   보어×스트로크 67 × 46(mm)   배기량 649cc   압축비 11.6 : 1   최고출력 95hp / 12,000rpm   최대토크 64Nm / 8,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5.4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쇼와 세퍼레이트 펑션 도립 (R)싱글쇽 알루미늄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ZR17 (R)180/55 ZR17   브레이크 (F)310mm더블디스크 (R)24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130×740×1,150   휠베이스 1,450mm   시트높이 810mm   차량중량 210kg   판매가격 1,175만 원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혼다코리아 www.honda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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