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 GP 2024시즌을 맞이하기 전에 2023시즌의 주요 선수와 2024 기대되는 선수에 대해 알아보자.
단순히 “두카티가 빨랐대.”, “페코가 또 우승했다며?”로 설명하기엔 다른 중요한 이야기가 많다.
디펜딩 월드 챔피언
이름 프란체스코 바냐이아(페코)
국가 이탈리아
생년월일 1997년 1월 14일생
소속팀 두카티 레노보 팀
머신 데스모세디치 GP 23
2022시즌, 2007년 이후 처음으로 두카티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겨주고, 50년 만에 이탈리아 모터사이클 브랜드와 이탈리안 라이더가 우승을 차지하는 기록을 달성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2023시즌에서 첫 번째 라운드 우승으로 강세를 보이더니 2라운드에서 빗길에 슬립하는 바람에 16위로 마무리했다. 이어진 3라운드에서 바로 리타이어하며 왕좌가 흔들리는 듯했는데, 이후 단 세 번의 라운드를 제외하곤 모두 포디엄을 달성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총 20개 라운드 중에서 7경기를 우승했고 2위는 6차례 달성하며 꾸준한 기량을 선보였다. 사실상 리타이어한 경우를 제외하면 매 주말마다 샴페인을 흔들었다는 뜻이다. 레이스 중반부터 호르헤 마틴의 추격이 있었으나, 본인의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하며 총 467점, 2위인 호르헤 마틴을 39점 차이로 따돌렸다. 과연 이 상승세에 힘입어 3번째 모토 GP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가져갈 수 있을까?
비운의 2인자
이름 호르헤 마틴
국가 스페인
생년월일 1998년 1월 29일생
소속팀 프리마 프라막 레이싱
머신 데스모세디치 GP 23
이번 시즌 가장 아쉬움을 남긴 선수로, 마지막까지 페코의 우승을 저지하려 노력했으나 시즌 2위에 그쳤다. 2021년부터 해당 팀에 소속하여 2년간 종합 9위를 두 차례 기록했고 올해 물오른 폼으로 시즌 우승까지도 넘볼 수 있었다. 특히 특유의 패기 넘치는 추월과 과격함으로 스프린트 레이스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고 마지막 스프린트 레이스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페코와의 시즌 포인트 격차를 좁히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 메인 레이스 5번째 랩에서 과도한 추월을 시도하다가 마크 마르케즈와 부딪히며 리타이어 하고 말았다. 사고 직후 인터뷰에서 마크 마르케즈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다가 직접 그를 마주하고는 “추월에 집중하느라고 못 봤다. 미안하다.”라며 자신의 실수에 대해 사과했다. 98년생의 어린 나이만큼이나 열정적인 성향과 빠른 성장으로 내년 유력한 우승 후보로 기대되고 있다.
롯시의 기운을 받아
이름 마르코 베제끼
국가 이탈리아
생년월일 1998년 11월 12일생
소속팀 무니 VR46 레이싱 팀
머신 데스모세디치 GP 22
사실 개인적으로 이름이 낯설 정도로 잘 알지 못했던 선수다. 그런데 올해 첫 번째 라운드에서 포디엄에 오르며 얼굴을 알리더니 바로 2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당시 우승은 마르코 베제끼의 첫 번째 모토 GP 우승이자, 발렌티노 로시 팀의 첫 우승이라서 더 많은 의미를 가졌다. 이후로도 3번의 우승과 추가로 3번의 포디엄을 기록하며 상위 랭커로 자리했다. 그는 인도 GP 스프린트 레이스에서 1번 그리드로 출발했는데 첫 번째 코너에서 팀원인 루카 마리니의 후방 충돌로 인해 꼴찌까지 밀려난 적이 있다. 대부분 멘탈이 망가지기 충분한 상황이었는데 베제끼는 앞선 선수를 하나씩 하나씩 추월하며 최종 5위로 마무리했다. 포디엄에 오르진 못했지만 나를 비롯해 전 세계 많은 팬을 만들어낸 순간이었다. 그리고 쇄골 수술 일주일 만에 인도네시아 GP에 참가해 스프린트 레이스 3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마크 마르케즈의 안 좋은 사례를 잊으면 안 된다는 걱정의 의견도 있지만 엄청난 열정에 더욱 열광하는 팬들도 많다. 잠시만, 그 이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KTM의 영웅
이름 브래드 빈더
국가 남아공
생년월일 1995년 8월 11일생
소속팀 레드불 KTM 팩토리 레이싱 팀
머신 RC16
23시즌은 사실상 두카티가 압도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라이더의 실력을 떠나서 머신 차이가 느껴지는 시즌이었다. 하지만, 항상 TOP10을 보면 수많은 두카티 속에 KTM이 꼭 숨어있었다. 브래드 빈더는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있다. 특히 스프린트 레이스에서는 두 차례 우승을 가져가기도 하면서 ‘반 두카티 세력’의 응원을 받기도 했다. 메인 레이스에서는 총 5번의 포디엄을 기록하며 종합 순위 4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빈더의 모토 GP 최고 랭킹이기도 하다. 2020년에 KTM 팀에 합류하여 종합 11위, 6위, 6위를 기록한 다음 4위로 올라왔기에 내년에는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그나저나 팀 동료인 밀러는 뭐한데?
혼다와 마지막 춤을
이름 마크 마르케즈
국가 스페인
생년월일 1993년 2월 17일생
소속팀 랩솔 혼다 팀 → 그레시니 레이싱 모토 GP
머신 RC231V → 데스모세디치 GP
21세기 모토 GP를 얘기하면서 절대 빼먹을 수 없는 인물이자, 혼다에게 모토 GP 우승컵 6개를 안긴 선수. 2019년, 8번째 월드 챔피언을 달성하고, 뜻밖의 큰 부상과 잘못된 선택 한 번에 막강한 슬럼프를 겪었다. 이어서 혼다의 머신 성능이 다른 브랜드에 비해 정체되면서 제대로 된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더 깊은 슬럼프에 빠져야만 했다. 올해도 스프린트 레이스와 메인 레이스를 모두 포함해서 3위를 4번 기록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말 아쉽게도 마지막 라운드의 스프린트 레이스에서 오랜만에 3위를 기록했지만 메인 레이스에서 열정이 넘치던 호르헤 마틴에게 공격(?)당해 리타이어했다. 레이스가 끝난 뒤, 호르헤 마틴으로 인해 큰 부상을 입을 뻔했음에도 “나는 그를 이해한다. 월드 챔피언이 되려면 그 어떤 순간에도 욕심을 버려선 안 된다.”라며 오히려 그를 존중했다. 어쩌면 한때 굳건한 월드 챔피언이었기에 가능한 모습이지 않을까. 그리고 마르케즈가 드디어 11년 만에 혼다를 떠난다. 동생인 알렉스 마르케즈가 소속된 그레시니 레이싱 모토 GP 팀으로 이적했고 첫 번째 발렌시아 테스트에서 두카티 데스모세디치 GP를 타고 4위를 기록하며 오랜만에 웃음을 지었다. 마르케즈와 두카티의 조합이 어떤 결과를 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슈퍼 루키의 등장
이름 페드로 아코스타
국가 스페인
생년월일 2004년 5월 25일생
소속팀 가스가스 팩토리 레이싱 테크3 팀
머신 RC16
만 19세의 나이에 2023시즌 모토 2 클래스 우승을 차지하고 2024시즌부터 가스가스 팩토리 레이싱 테크3 팀의 소속으로 모토 GP에 데뷔할 예정이다. 대부분 모토 GP 클래스에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에 이 선수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아주 어린 나이부터 FIM CEV 모토3 주니어 월드 챔피언십과 레드불 모토GP 루키 컵에서 활동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다. 2020년 레드불 모토GP 루키 컵에서 시즌 우승을 차지하고 2021년에 바로 모토 3 시즌 챔피언 타이틀을 챙겼다. 이어서 모토 2로 올라가서 2년 만에 또다시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그의 나이 만 19세에 세계 최정상 레이스인 모토 GP에 등장한 것이다. 또, 2022년, 팀메이트로 지냈던 아구스토 페르난데스와 다시 모토 GP에서의 팀메이트로 만난 만큼 더 쉽고 빠르게 모토 GP에 적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페르난데스는 23시즌 종합 17위로 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다.
최강의 와일드카드
이름 다니 페드로사
국가 스페인
생년월일 1985년 9월 29일생
소속팀 레드불 KTM 팩토리 레이싱팀 (테스트 라이더)
머신 RC16
뜬금없이 모토GP 현역선수도 아닌데 왜 여기 있냐고? 올해 와일드카드로 두 차례 레이스에 참전했고 올해로 만 38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특히 산마리노 GP에서는 스프린트 레이스와 메인 레이스 모두 4위를 기록하며 다른 현역 KTM 팩토리 팀 선수들을 민망하게 만들었다. 그는 2006년부터 2018년까지 혼다 모토 GP 팀 선수로 활동해왔고 2019년부터 KTM 모토 GP 팀의 테스트 라이더로 지내고 있다. 사실상 현재의 KTM RC16이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선두 브랜드와 경합할 수 있는 건, 다니 페드로사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KTM은 그 사실을 아는 듯 다니 페드로사와 2024시즌도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근데 이 정도 기량이면 다시 선수 복귀하는 게 어때?
고통스러운 부상
이름 알렉스 린스
국가 스페인
생년월일 1995년 12월 8일생
소속팀 랩솔 혼다 팀 → 몬스터 에너지 야마하 모토GP 팀
머신 RC231V → YZR-M1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팀 스즈키 엑스타에서 활동하다가 23시즌에 혼다 위성 팀인 LCR 혼다 캐스톨 팀으로 둥지를 옮겼다. 시즌 초반, 세 번째 라운드인 아메리카 GP에서 스프린트 2위, 메인 레이스 우승을 차지하며 좋은 흐름을 잡았다. 그러나 이어진 이탈리안 GP 스프린트 레이스 중 날씨가 갑작스럽게 바뀌면서 노면이 젖어 미끄러워졌고 린스가 하이사이드로 리타이어하게 되었다. 중계 영상에는 잡히지 않는 바람에 이미지나 영상 자료가 없지만, 안타깝게도 오른쪽 정강이가 완전히 부러졌고 신경에도 손상을 입으면서 선수 복귀 자체가 미지수로 바뀌어버렸다. 이후 인도네시아 GP와 마지막 라운드인 발렌시아 GP에 출전했지만, 이렇다 할 기록 없이 시즌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1년 만에 몬스터 에너지 야마하 모토 GP 팀으로 이적하여 2024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부디 빠른 쾌유를 통해 더 멋진 레이스를 보여주면 좋겠다.
글 윤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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