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럭스턴이 돌아왔다. 그런데 배기량은 400cc다.
영국의 스럭스턴 서킷에서 따온 역사 깊은 이름에 어울리는 모델일까?
스럭스턴이라는 이름은 트라이엄프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이름이다. 그 시작은 1964년 처음 공개되고 1965년부터 생산된 스럭스턴 본네빌이다. 본네빌 T120을 기반으로 스럭스턴 서킷에서 열리는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 제작된 모델이다. 이 바이크는 당시에 움트기 시작한 카페레이서 문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2004년에 본네빌을 바탕으로 만든 카페 레이서 모델에 ‘스럭스턴 900’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후 꾸준한 업데이트를 거치며 트라이엄프의 카페레이서 라인업을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하지만 2024년 스럭스턴 파이널 에디션을 끝으로 생산이 종료됐다.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 스피드 트윈 1200 RS 카페레이서 에디션이 한정판으로나마 그 계보를 이어받는다.


그렇게 사라진 스럭스턴의 이름이 엔트리 라인업인 400 모델에 붙었다. 오랜 시간 카페레이서를 대표했던 이름이 갑자기 단기통 400cc 모델로 돌아왔으니 말이다. 전면부만 보면 스피드 400 RR이라는 이름도 잘 어울렸을 것 같다. 프런트 페어링이 스피드 트리플 1200 RR의 디자인을 따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레임에 마운트 된 전면 페어링과 가늘고 긴 연료탱크, 시트 카울까지 전체 구성은 전통적인 카페레이서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다. 그래서 스럭스턴이라는 이름도 어색하지 않은 것이다.
이름의 적절함에 대한 논의와 별개로 디자인 자체는 훌륭하다. 레트로 무드와 모던함 사이에서 트라이엄프의 최신 디자인 요소를 잘 담아냈다. 전체적인 비례도 좋다. 세워놓고 바라보면 엔트리 모델 이상의 당당하고 근사한 분위기가 난다. 바엔드 미러 역시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기본 포지션은 적당히 스포티하다. 클립온 스타일의 핸들바를 사용하지만 높이가 연료탱크 상단과 비슷할 정도로 올라와 있어 자세가 아주 과격하지는 않다. 핸들바는 스피드 400보다 40mm 좁고 246mm 낮으며, 풋패그는 86mm 뒤쪽, 27mm 위쪽으로 옮겨졌다. 덕분에 하체가 자연스럽게 조여지며 상체와 하체의 균형이 잘 맞는다. 본격적인 슈퍼스포츠처럼 라이더를 심하게 접어놓지 않으면서도 카페레이서다운 자세는 확실히 만들어준다. 코어가 잘 잡혀 있는 라이더라면 크게 힘들다고 느끼지 않을 보편적인 스포츠 포지션이다.


보기보다 훨씬 잘 달린다
클러치 레버의 조작감은 무척 가볍다. 클러치가 붙는 순간도 부드럽고 명확해 도심이나 저속 구간에서 다루기 쉽다. 가벼운 조작감에 민첩한 핸들링이 더해지면서 주행의 즐거움이 빠르게 살아난다. 스피드 400과 같은 398cc TR 시리즈 엔진을 사용하지만 세팅은 다르다. 흡기 캠 프로파일을 변경하고 엔진 매핑을 새롭게 조정해 최고출력을 5% 높였다. 최고출력 42마력은 9,000rpm에서, 최대토크 37.5Nm는 7,500rpm에서 나온다. 스피드 400보다 모두 1,000rpm 높은 지점이다. 하지만 3,000rpm부터 최대토크의 80%를 사용할 수 있어 저회전에서 힘이 비는 느낌은 없다. 스피드 400보다 저회전은 더 부드럽고 매끄럽게 돌아가는 느낌이다. 반면 회전수를 끌어올렸을 때 출력과 함께 진동이 훅 커지면서 꽤나 과격해진다. 그 차이가 꽤 커서 하나의 엔진이 상반된 두 가지 캐릭터로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시내주행은 부드럽게, 와인딩로드에서는 거칠게 달린다 .그리고 스타일 중심의 팬시 한 바이크라고 예상하고 탔다면 뛰어난 달리기 성능에 놀라게 된다. 겉모습과 실제 성능 사이의 반전은 기존 트라이엄프 브랜드 특유의 매력과도 통하는 부분이다. 높아진 출력덕분에 고속영역의 여유가 더해졌다. 특히 숙여진 자세와 페어링 덕분에 고속 안정성도 인상적이었다.

재밌는 주행성능
주행에 있어서는 고불고불한 와인딩 로드가 정말 재밌었다. 1376mm의 짧은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선회력이 좋다. 방향을 바꾸는 과정이 빠르고 자연스럽고원하는 지점으로 차체를 쉽게 밀어 넣을 수 있다. 서스펜션은 스포츠 바이크만큼 탄탄한 설정은 아니다. 노면을 적당히 읽으면서 쫀득한 주행 감각이 마음에 들었다. 서스펜션은 리어 프리로드만 조절할 수 있다. 기왕 조절식이라면 더 좋았겠지만 서스펜션의 고급화는 가격 상승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주행성능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춘 고사양 버전, 예를 들면 스럭스턴 400 RS와 같은 모델이 출시해도 좋을 것 같다.
기본 타이어는 피렐리 디아블로 로쏘 IV다. 스포츠 바이크와 고성능 네이키드에 흔히 사용하는 타이어인 만큼 스럭스턴 400의 성격과도 잘 맞는다. 실제 주행에서도 그립이 꽤 괜찮았고, 민첩한 핸들링을 불안하지 않게 뒷받침한다. 클래식 바이크의 범주에 머물지 않고 스포츠 바이크의 영역까지 자연스럽게 커버한다.


전자장비는 ABS와 트랙션 컨트롤, 토크 어시스트 클러치가 기본으로 적용된다. 전자장비 구성에서 크게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전체적인 주행의 재미가 좋다 보니 퀵시프터가 없는 점은 아쉽다. 회전수를 높게 유지하며 빠르게 변속할 때 퀵시프터까지 있었다면 이 바이크의 스포츠 성향을 더욱 제대로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엔진의 냉각핀은 장식이지만 클래식한 형태를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마감을 더하는 방식도 트라이엄프답다. 가까이에서 살펴볼수록 차체 곳곳에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반면 콕핏(조종석) 디자인은 조금 평범하다. 트라이엄프의 400 시리즈는 가격에 비해 높은 마감 품질을 보여줘 은근히 기대하게 만드는데, 스럭스턴 400의 콕핏은 상대적으로 밋밋했다. 톱 요크가 전용 부품인데도 마무리가 평범한 것이 아쉽다. 다른 400 모델보다 페어링과 시트 카울 등 추가되는 부품이 많은 만큼 제한된 비용을 차체 전체에 분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몬짜 스타일 연료탱크캡을 기본으로 장착한 센스는 역시 트라이엄프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부품 하나만으로 바이크 전체의 인상이 살아난다.
만족스러운 주행의 완성도
전체적으로 스럭스턴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는 성능이다. 두 대의 신형 모델이 추가되며 TR시리즈는 총 다섯 대의 라인업을 갖추었다. 스럭스턴 400의 국내가격은 749만원부터 시작한다. 스피드 400보다 69만원 비싸지만 전용 페어링과 연료탱크, 시트 카울 등 충실한 기본 구성을 고려하면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디자인에 끌려 선택하더라도 재미있는 주행성능까지 함께 얻게 될 것이다.

TRIUMPH THRUXTON 400
엔진형식 4스트로크 단기통
보어×스트로크 89 × 64(mm)
배기량 398cc
압축비 12 : 1
최고출력 42hp / 9,000rpm
최대토크 37.5Nm / 7,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3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10/70 17 (R)150/60 R17
브레이크 (F)300mm싱글디스크 (R)23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042×775×1,110(미러 제외)
휠베이스 1,376mm
시트높이 795mm
차량중량 176kg
판매가격 749만 원
글 양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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