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있는 아시아 라이더의 가장 확실한 모토지피 등용문, 이데미츠 아시아탤런트컵(이하 IATC)이 드디어 시작됐다.
지난 11월 한국인 최초로 IATC 셀렉션을 통과한 김민재 선수는 2월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프리 시즌 테스트와 그 다음주 열리는 라운드 1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2월 19일 태국 창 인터내셔널 서킷으로 출국했다. 광주KTM 이규호 대표가 미성년자인 김민재 선수의 보호자 겸 현장 크루의 역할로 참여했고 나도 이 도전을 기록하기 위해 동행하기로 했다.
프리 시즌 테스트 첫날은 선수 프로필 사진과 소개 비디오를 촬영하는 일정을 시작으로 트랙 친화 교육, 체력 테스트, 규정 교육 등이 진행 됐고, 둘째와 셋째 날에는 시즌 내내 타게 될 혼다 NSF250R Moto3™ 머신을 배정 받고 처음으로 테스트 주행을 진행했다. 완전 랜덤 배정이기 때문에 상태가 좋은 머신을 배정 받는 것도 약간의 운이 필요하다. 김민재 선수는 8번 머신을 배정 받게 되어 앞으로의 경기에서 8번 엔트리를 사용하게 되었다.
김민재 선수는 스페인 올리브 레이싱 서비스를 통해 체계적인 체력 훈련과 스킬 훈련에 투자하며 준비에 힘을 쏟아 왔다. 러닝과 사이클 훈련을 통한 기초 체력 배양에 특히 공을 들였으며, 훈련 후반부에는 미니 트랙에서 벗어나 풀 사이즈 서킷에 대한 감각을 키우기 위해 스페인 주요 서킷을 돌며 특별 훈련까지 소화했다. 이제 남은 것은 트랙 위에서 그동안의 성과를 증명하는 것뿐이다. 테스트로부터 일주일 후인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대망의 퍼스트 라운드가 시작 됐다. 모토지피와 라운드3 경기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같은 장소에서 프로 선수들과 일정을 공유하기 때문에 어린 라이더들의 재능을 과시할 완벽한 무대가 아닐 수 없다. 경기가 펼쳐지는 창 인터내셔널 서킷은 시계방향으로 도는 길이 4.55km의 서킷으로 7개의 우코너와 5개의 좌코너 총 12개의 코너로 구성되어 있으며 IATC 머신 기준 최고속은 215km/h 가량 나오는 서킷이다.
금요일은 두 번의 연습 세션이 주어졌다. 첫 번째 연습 세션에서 21명의 선수 중 1분 49초 261로 15위에 자리했다. 적응이 덜 된 것일까? 선두권과 약 2.4초 가량 차이가 나는 상황이었고 평균 랩타임도 일정하지 못했다. 두 번째 연습 세션에서의 순위는 첫번째 연습 세션보다 4계단이나 하락한 19위로 마무리했다. 1분 48초 978의 기록으로 첫번째 연습 세션에서 보여준 자신의 기록을 약간 앞당겼고 전반적인 랩타임 또한 일정하게 유지했다. 선두그룹은 1분 46초대, 중위권은 1분 47초대로 1분 48초 후반을 기록하는 김민재 선수의 현재 상황에선 중위권 그룹에 합류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다.
RACE 1
토요일은 오전에 예선을 치르고 오후에 레이스 1을 진행하였다.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지는 예선 주행 25분 속에서 총 13랩을 소화해내며 1분 49초 010의 기록으로 19번째 그리드에서 결승 레이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선두 그룹과는 약 2.5초가량 차이가 나는 상황이라 본인보다 빠른 그룹에 합류하는 것이 최선의 상황일 것이다.
“빠른 라이더 뒤를 따라가 기록을 단축시켜보려 했지만 그다지 빠르지 않은 선수를 쫓아가는 바람에 기록 단축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프리시즌 테스트에서의 최고 기록인 1분 48초 2 보다 느린 기록으로 첫번째 레이스를 시작하게 되어 실망스럽지만 결승 레이스에서는 더욱 순위를 올리려 노력해 보겠습니다”
- 김민재 선수 예선 인터뷰
시즌의 첫 경기인 만큼 레이스 준비부터 장내는 긴장감이 차오른다. N연차에 접어드는 선수들에게는 다소 여유를 느낄 수 있었지만 김민재 선수를 비롯한 2024년에 선발된 신규 선수들은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결승 그리드에서는 KTM 광주이규호 대표와 로얄앤필드 송대찬 본부장, 기흥 인터내셔널 이계웅 대표, KMG 원성역 대표가 대한민국 최초 아시아 탤런트 컵 라이더의 첫 레이스를 격려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총 15랩으로 이루어진 레이스 1이 시작되었다. 스타트 랩 첫 코너에서는 김민재 선수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사고없이 잘 돌아 나갔으나 T8과 T9 사이에서 선수들 간의 충돌로 인해 머신 파손이 일어나며 불이 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크게 다친 선수는 없었으나 사고에 휘말린 4명의 선수가 리타이어 하며 경기가 잠시 중단 되었다. 한국에서 유튜브 중계를 통해 김민재 선수를 응원하던 팬들은 김민재 선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상당히 초조한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도 김민재 선수는 사고에 가까스로 휘말리지 않고 적기가 발령되자 마자 바로 피트인한 상황이었다. 사고 처리와 노면 정리를 이유로 약 14분간 지연 되었고 남은 랩은 10랩으로 변경되어 다시 레이스가 재개되었다. 이후 전개된 레이스에서 최종 13위로 체커를 받아 대한민국 최초로 IATC 포인트 3점을 획득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사고에 휘말리지 않은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재개된 레이스에서 두 번째 랩 까지는 선두 그룹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3번 코너에서 실수를 한 뒤로는 쫓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 레이스 1에서는 세팅과 주행 방법을 포함한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고 내일 있을 레이스 2에서는 보다 나은 모습으로 레이스에 임할 것입니다”
- 김민재 선수 레이스 1 인터뷰
RACE 2
일요일 오전에는 별도의 웜업 주행 없이 바로 레이스 2가 시작되었다. 김민재 선수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빠른 스타트로 2명의 선수를 추월하고 레이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레이스 1에서의 인터뷰처럼 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도 있었다. 5번째 랩에서는 자력으로 13위까지 올라가는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팅을 변경하였던 게 독이 되어 직선 구간에서 최고속에 대한 손실이 발생해 13위를 오래 유지할 수는 없었다. 변경한 세팅은 빠른 가속을 얻는 대신 최고속의 손실을 볼 수 밖에 없었는데, 소배기량 레이스에서 필수라 할 수 있는 슬립 스트림을 이용한 추월을 어렵게 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으로 나누어지는 바람에 좋은 순위를 위한 추월은 더욱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최선을 다해 달렸으나 16위로 체커기를 받았다. 하지만 다른 2명의 선수가 패널티를 받으며 두 계단의 순위 상승이 있었고 최종 14위로 레이스 2가 종료되었다. 레이스 1의 포인트 3점과 레이스 2의 포인트 2점을 합산해 데뷔전에서 종합 포인트 5점을 획득하고 종합 14위로 첫 번째 경기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번 경기를 통해 코너 주행 방법과 브레이크 컨트롤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그만큼 많이 배웠습니다. 다음 레이스는 4월 11~13일 카타르에서 개최 되는데 몸무게 감량과 체력 훈련에 더욱 매진할 계획입니다.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유튜브 중계를 통해 응원해 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너무나 감사드리고 다음 레이스에서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김민재 선수 레이스 2 인터뷰
첫 단추에 많은 것을 바라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는 당장 빠른 랩타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로드 투 모토 지피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이번 레이스를 통해 김민재 선수가 보여준 것처럼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중요하고 또래 선수들과 경쟁하고 발전하다 보면 자력으로 높은 순위, 훌륭한 레이스를 보여주리라 기대한다.
글/사진 안동철
취재협조 알파인스타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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