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램블러의 영역 확장
SCRAMBLER DUCATI
DESERT SLED
데저트 슬레드는 두카티가 스크램블러를 통해 선보인 여러 가지 이미지 중 오프로드 바이크의 이미지를 극대화 한 모델이다. 기존의 어반 엔듀로가 오프로드 스타일을 채용해 분위기를 잡는데 그쳤다면 데저트 슬레드는 한 발 더 나아가 본격적인 오프로드의 영역에 발을 내디뎠다
당당하다. 한눈에도 다른 스크램블러들과 함께 있으면 마치 조랑말들 사이에 선 경주마 같은 느낌이다
스크램블러가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 아이콘을 중심으로 가지치기 모델이 함께 등장했다. 고풍스러운 디자인을 강조한 클래식, 퍼포먼스를 강조한 풀 스로틀, 그리고 오프로드 콘셉트의 어반 엔듀로였다. 하지만 외형 이외에는 타 모델과 별다른 차별점이 없던 어반 엔듀로는 2017 라인업에서 사라지고 완전히 새로운 데저트 슬레드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Desert Sled. 사막 썰매라는 뜻의 이름은 캘리포니아 사막을 달리던 라이더들이 더 빠르고 재밌게 타기 위해 개조해 타던 것을 통칭하는 데저트 슬레드에서 유래한 것이다. 뾰족한 비크와 간결한 연료탱크 라인, 기다란 서스펜션은 6~70년대 모토크로스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덩치가 훨씬 크다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새롭게 바꾸다
스크램블러라는 틀 안에서 데저트 슬레드는 무척 진지하게 변했다. 스크램블러의 기본 형식은 유지하고 있지만 엔진과 헤드라이트, 계기반 정도를 제외하면 같은 부품이 거의 없을 많이 달라졌다. 우선 휠의 스펙부터 다르다. 프런트 휠을 18인치에서 19인치로 키우고 타이어는 피렐리 스콜피온 랠리 STR을 끼웠다. 타이어 사이즈는 최신 듀얼퍼퍼스들과 동일한 프런트 120mm에 리어 170mm 사양. 덕분에 타이어 선택의 폭이 넓은 점은 좋다. 프런트 포크와 스윙암은 길어지고 트래블이 150mm에서 200mm로 대폭 늘어났다. 스윙암도 전용사양 프런트 포크며 리어 서스펜션도 전용사양으로 모두 가야바 제품이다. 프런트 포크는 풀 어저스터블 타입이며 리어쇽업소버는 프리로드와 리바운드 조절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모두를 엮어주는 프레임도 기존의 스크램블러와는 다르다. 풋 페그과 리어스윙암이 엔진에 연결된 기존의 스크램블러와 달리 프레임을 엔진 아래까지 늘이고 그 위에 풋 페그를 장착해 하중이 가해지는 구조로 변경해 풋 페그의 허용하중을 늘렸다. 스윙암의 축도 프레임에 직접 연결되며 더 험한 오프로드 주행을 대비한 강성을 확보했다. 풋 페그 위치가 2cm가량 아래쪽으로 옮겨지며 덕분에 시트 위에 앉았을 때 다리가 더 자연스럽게 펴지는 것이 좋다. 전체적으로 늘리고 높이다 보니 시트고가 아이콘 대비 70㎜ 높아진 860㎜로 만만치 않다. 국내에는 840㎜의 로우시트를 장착한 버전도 들어온다고 한다.
어쨌든 그렇게 만들어진 스타일은 제법 당당하다. 한눈에도 다른 스크램블러들과 함께 있으면 확실히 크게 보인다. 마치 조랑말들 사이에 선 경주마 같은 느낌이다.



온로드 테스트
온로드 주행성능은 기존 모델들과 비교해 부드럽다. 콤팩트한 사이즈에 경쾌했던 스크램블러에 비하면 한 템포 느긋한 느낌으로 의외로 차이가 크다. 무게가 21kg이 무거워지고 유로4 엔진의 회전 감각이나 출력 특성이 부드러워져서인지 그 갭이 더 크게 느껴진다. 덕분에 다루기는 더 편해졌지만 딱 괜찮은 출력이라고 느꼈던 기존의 스크램블러에 비하면 미묘하게 출력이 아쉽게 느껴진다. 회전을 끌어올려 방방 돌리는 맛은 여전히 좋지만 주행의 재미에 양념이 되는 가속할 때의 펀치력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전체적인 반응이 반 템포는 빠르게 느껴졌던 스크램블러와 달리 스로틀을 열고 닫을 때 서스펜션이 한번 먹어 들어가며 출력을 다듬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세팅과 맞물려서 느긋하게 움직이는 느낌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온로드 핸들링은 발군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눕고 돌아간다. 90% 이상 온로드 바이크 감각 그대로 달릴 수 있다. 스트로크는 길지만 제법 잘 조여진 서스펜션과 블록 패턴임을 잊게 만들 만큼 도로 위에서 훌륭한 그립을 보여주는 타이어 덕분이다. 휠베이스가 60mm나 길어졌지만 의외로 어색함이 없다. 지상고가 높고 스트로크가 길어서 나오는 피칭 모션이 가속과 감속, 그리고 코너링에서 솔직한 움직임을 보여줘 다루기 쉽고 주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가 된다.
오프로드 테스트
기본적으로 오프로드를 잘 달릴 수 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엔듀로 머신보다는 가벼운 듀얼퍼퍼스의 느낌에 가깝다. 온로드에서 가볍게 느껴졌지만 오프로드로 들어가면 200kg을 가뿐하게 넘는 절대 무게가 묵직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요즘의 엔듀로 머신에 비하면 거의 두 배 무게다. 하지만 보통의 듀얼퍼퍼스들에 비하면 가볍다. 덕분에 모든 액션에서 큰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온로드에 맞춰져 있던 서스펜션이 조금 튀는 느낌이다. 세팅을 오프로드에 맞게 리바운드만 살짝 풀어줘도 훨씬 부담 없이 달릴 수 있었다.

피렐리 타이어는 오프로드에서도 발군의 성능을 보여준다. 그냥 오프로드도 달릴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제대로 흙을 잡아 그립을 만들어 낸다. 흙길은 물론 풀밭, 젖은 노면, 모래 등 다양한 환경에서 안정적인 그립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한계치에서 스로틀을 좀 더 과격하게 열면 미끄러지기 시작하는데 슬라이드와 그립의 오버랩이 길어 무섭지 않고 컨트롤하기가 수월하다. 특히 휠베이스가 길어지며 리어의 움직임이 덜 신경질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 바이크를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 트랙션 컨트롤은 원래부터 없고 기본으로 장착된 ABS는 온, 오프가 가능한데 리어가 지속적으로 미끄러지는 상황에서는 ABS의 오작동을 막기 위해 자동으로 ABS까지 해지되기 때문에 미리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오프로드에서는 시트가 살짝 뒤에 있는 느낌이지만 기본적인 오프로드 테크닉은 대부분 그대로 다 적용된다. 처음에는 부담되던 무게도 점점 익숙해지고 리어가 슬라이드 되는 감각도 금세 재미로 느껴진다. 험로 주파성도 예상보다 높다. 과연 넘을 수 있을까 싶은 연속 요철들도 허무하리만큼 부드럽게 넘는다. 듀얼퍼퍼스로 오프로드를 달려 본 경험이 있다면 그에 비해 정말 쉽고 신나게 달릴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만약 내 소유의 바이크였다면 좀 더 어렵고 재밌는 코스에도 도전해보고 싶을 만큼 전체적인 잠재력이 높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달리는 과정들이 재미있다는 점이다.
다만 오프로드에서는 타이어 폭이 약간은 오버스펙으로 느껴졌다. 아무래도 멋을 위한 선택인 것 같다. 요즘은 광폭 타이어가 보기도 좋고 안정감이 좋아 선호도가 높지만 현재의 출력과 무게를 고려했을 때 앞은 110㎜ 뒤는 150㎜ 정도가 적당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온로드에서는 좀 더 경쾌한 핸들링을, 오프로드에서는 노면을 덜 타게 되었을 것이다. 험로에서 넓은 타이어는 노면의 요철에 따라 좌우로 중심을 흐트러트리기 때문이다.
50:50
본격적인 엔듀로 머신들에 비하자면 오프로드에서 무게 때문에 확실한 한계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온로드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하는 코스까지 온로드로 타고 가서 오프로드를 즐기고 다시 도로를 통해 돌아올 수 있다. 반면 대형 듀얼퍼퍼스와 비교하면 같은 코스를 더 쉽고 재밌게 달릴 수 있다. 보통의 듀얼퍼퍼스가 온로드 오프로드의 비율이 80:20 엔듀로 머신은 반대로 10:90 정도라면 데저트 슬레드는 50:50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를 즐기기에 양쪽의 균형이 좋았다. 온·오프로드 양쪽에서의 재미가 목적이라면 데저트 슬레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요즘 트렌드인 레트로 무드가 잘 버무려지고 주행의 재미도 잘 잡아냈다. 단지 스타일만 흉내 낸 것이 아니라 진짜 오프로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겨있어 더욱 매력적이었다.
이 한 대의 바이크라면 출퇴근 부터 투어, 와인딩로드 주행, 그리고 오프로드 주행,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스타일까지 아무것도 포기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달릴 수 있는 길이 하나 더 늘었다는 것이 당신의 라이딩 코스를 얼마나 많이 바꾸게 될지, 기대되지 않는가?
SCRAMBLER DUCATI DESERT SLED | |
엔진 형식 | 공랭 4스트로크 L형 2기통 데스모드로믹 2밸브 |
보어×스트로크 | 88 × 66(mm) |
배기량 | 803cc |
압축비 | 11 : 1 |
최고출력 | 75hp / 8250rpm |
최대토크 | 68Nm / 5750rpm |
시동 방식 | 셀프 스타터 |
연료 공급 방식 | 전자제어 연료 분사식(FI) |
연료탱크용량 | 13.5ℓ |
변속기 | 6단 리턴 |
서스펜션 | (F)46mm 텔레스코픽 도립 (R)모노쇽 스윙암 |
타이어 사이즈 | (F)120/70 R19 (R)170/60 R17 |
브레이크 | (F)330mm 싱글 디스크 (R)싱글 디스크 |
전장 | 2200mm |
휠베이스 | 1505mm |
시트 높이 | 860mm(로우시트840mm) |
차량 중량 | 207kg |
판매 가격 | 1650만 원(화이트 컬러 1680만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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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양현용 편집장 ㅣ 사진 양현용 , 이민우
취재협조 두카티코리아 www.ducati-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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