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스쿠터 탄생
MV AGUSTA DRAGSTER 800RR SCS
‘이거 제목이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겠지만 드랙스터를 스쿠터라고 표현한 것은 반은 농담이고 반은 진담이다. SCS시스템을 더해 세미오토미션이 된 드랙스터를 타보니 이거 완전 스쿠터다. 아주 화끈한 고성능 스쿠터 말이다.
드랙스터는 네이키드 모델인 브루탈레 800 시리즈를 기반으로 더 커진 리어휠과 짧게 잘린 시트, 그리고 과격한 터치를 더해 매력을 극대화 한 모델이다. 여기에 RR버전은 최고출력을 110마력에서 140마력까지 끌어올리고 튜브리스 방식에 절삭가공으로 멋을 한껏 부린 키네오 와이어 스포크 휠을 기본으로 장착하는 고성능 모델이다. 여기까지는 지난해 6월에도 시승기가 나갔던 브루탈레 800RR과 같다. 하지만 여기에 SCS시스템이 더해지며 완전히 다른 모델이 되었다. 스마트 클러치 시스템Smart Clutch System, 줄여서 SCS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투리스모 벨로체에 처음 적용되었고 2020년부터 드랙스터와 브루탈레 800RR 모델에도 적용되었다. 개인적으로 무척궁금했던 기능이기 때문에 국내 SCS모델 출시 소식이 반가웠다.
파킹 브레이크가 포함된 브레이크 커버 클러치 내부가 보이는 CNC레이싱 커버가 장착된다
스마트 클러치 시스템
이름은 참 거창하지만 혼다의 듀얼클러치 변속기처럼 복잡한 전자제어가 필요한 방식이 아니라 일종의 원심클러치 방식으로 작동한다. 일명 오토클러치로 불리는 제품으로 이 방면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브랜드인 REKULSE와의 협업으로 적용된 것이다. 클러치 디스크 옆에 속도가 올라가면 두께가 늘어나는 EXP디스크가 한 장 들어있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작동원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EXP디스크는 두 개의 클러치 디스크를 겹쳐 놓은 것처럼 생긴 하우징에 그 사이 가장자리를 빙 둘러 쐐기 형태의 무게추가 끼워진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 무게추가 회전을 하면 원심력으로 바깥쪽으로 밀려나며 양쪽 판 사이를 벌리게 되고 그렇게 두께가 늘어난 EXP디스크가 클러치 디스크를 누르며 동력이 전달되는 것이다.
핵심은 EXP디스크를 눌러주는 스프링의 장력과 무게추의 무게에 따라 클러치가 붙는 타이밍이 달라지는 것이고 이 세팅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완성도를 크게 좌우한다. 너무 간단한 방식이라 작동 신뢰성이나 성능에 의심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애프터 마켓에서는 의외로 오래전부터 사용되던 방식이고 오프로드 바이크에서도 꽤나 인기 있는 제품이다. 심지어 할리데이비슨과 같은 크루저 모델들에도 많이 장착하고 있다.
세미오토매틱
오토클러치를 장착했지만 클러치 레버는 그대로 남아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클러치를 사용하며 주행했다. 누가 SCS시스템에 대해 말해주지 않으면 완벽하게 보통 바이크처럼 움직인다. 하지만 1단이 들어간 상태에서 클러치를 잡지 않아도 시동이 꺼지거나 바이크가 움직이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 스로틀만 당겨주면 클러치 디스크의 회전수가 올라가고 그제야 바이크가 움직인다. 그리고 회전수를 더 올려주면 클러치는 완전히 밀착되어 완벽하게 일반 모터사이클처럼 움직인다. 직결감은 완벽할 뿐 아니라 스로틀을 리턴하면 엔진브레이크도 동일하게 걸린다. 구조상 클러치는 자동이지만 변속은 수동 그대로다.
하지만 드랙스터 800RR의 변속은 업다운 모두 퀵시프트로 이루어지므로 변속 시에도 클러치 쓸 일이 없다. 그저 시프트 업은 스로틀을 연 상태에서, 시프트 다운은 스로틀을 완전히 닫은 상태에서 조작해야 한다는 퀵시프트 조작의 기본 룰만 잘 지키면 된다. 물론 이 상태에서 클러치를 잡으면 일반 수동미션과 완벽히 동일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반클러치나 클러치를 튕기는 등의 조작도 완벽히 사용할 수 있다.
그럼 이게 라이더가 직접 클러치를 조작할 때와 얼마나 다를까? 처음 붙기 시작하는 타이밍은 꽤 빠르다. 스로틀을 부드럽게 열면 반클러치 구간을 지나 클러치가 완전히 붙기까지의 오버랩 구간이 상당히 부드럽게 진행된다. 클러치 레버를 아주 섬세하게 놓아가며 움직이는 느낌이다. 반면 스로틀을 한 번에 확 열면 클러치도 순식간에 붙는다. 이게 스포츠 주행에 어울릴까 의문이 있었는데 꽤 박진감 넘치게 출발한다. 레이서가 온 신경을 집중해 출발하는 것보다는 조금 늦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라이더의 조작 보다 빠를 것이다.
무엇보다 SCS의 가장 큰 장점은 시동이 꺼지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초심자에게는 매번 출발이 힘들기 마련인데 이 바이크는 출발의 스트레스가 아예 없다. 그리고 잠시 정차 시에도 클러치를 잡고 서있거나 중립을 찾지 않아도 된다. 그냥 스로틀을 감으면 가고 풀면 선다. 그래서 마치 스쿠터가 된 것 같다는 것이다.
이 오토클러치의 유일한 단점은 엔진 정지 상태에서는 엔진과 뒷바퀴의 동력이 완전히 끊긴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언덕에 주차할 때 바이크가 밀리지 않도록 기어를 넣고 주차하는데 오토클러치는 기어가 들어가도 중립상태처럼 바이크가 움직인다. 그래서 드랙스터800 SCS에는 맥시스쿠터처럼 별도의 파킹브레이크가 더해졌다. 뒷 브레이크 레버 앞에 작은 레버가 하나 더 있는데 이게 파킹레버로 밟으면 리어 브레이크가 눌린 상태로 고정되고 레버를 올리면 딸각하고 풀리는 간단한 구조라서 사용이 간편하다. SCS시스템이 처음 적용된 투리스모 벨로체의 핸드레버식 파킹브레이크보다는 구조적으로나 사용 편의성에서 개선된 느낌이다. 만약 이 기능이 부럽다면 자신의 바이크에 맞는 레클루스 오토클러치를 장착하면 된다. 상당히 많은 모델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랙스터800에 장착된 SCS시스템은 기대보다 완성도가 높았다. 제조사에서 순정으로 장착되는 만큼 드랙스터800에 맞게 세심하게 세팅한 것이 완성도의 차이를 만든다. 여기에 클러치 내부가 훤히 보이는 CNC레이싱 클러치 커버로 SCS시스템의 멋을 더해준 것도 한눈에 특별함을 어필하는 것에서 좋다. 사용상의 주의 사항을 미리 알려주자면 구조적인 특징으로 오일의 점도가 높은 냉간 시에는 클러치가 붙는 느낌이 거칠고 아이들링 상태에서도 앞으로 슬슬 움직이기도 한다. 사실 처음에는 이런 점 때문에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줄 알고 실망했었는데 약간의 예열만으로도 아주 매끄럽게 작동한다. 평지라면 2단에서도 출발할 수 있지만 반클러치로 작동되는 구간이 그만큼 길어지므로 클러치디스크의 소모가 많을 수 있으니 1단 출발을 권장한다.
재미와 편리함을 동시에
출발 시 클러치를 자동으로 보조해 준다는 것 말고는 모든 상황에서 본래 가지고 있는 주행성능은 완벽하게 그대로 유지된다. 이 시스템을 더했다고 해서 무게가 늘어나는 일도 없다. 그러니까 스쿠터처럼 편하게 다루면서도 짜릿한 가속성능과 경쾌한 코너링 드랙스터800의 본래의 성능을 100%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니 이 시스템때문에 바이크의 재미가 사라질까 봐 걱정하고 있다면 싹 날려버려도 좋다. MV아구스타는 ABS마저도 스포츠바이크에는 필요 없는 기술이라고 유럽에서 ABS가 의무화되기 전까지 고집을 부리던 회사다. 그런 MV가 기본으로 채택한 기술이라는 건 편의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이크의 재미를 더해주기 때문이라는 확신이 든다. 짜릿한 주행성능을 자랑하는 드랙스터 800RR에 SCS를 더해 주행의 재미와 편리함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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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 AGUSTA DRAGSTER 800RR SCS
엔진형식 수랭 3기통 DOHC 4밸브 보어×스트로크 79 × 54.3(mm) 배기량 798cc 압축비 13.3:1 최고출력 410hp/12,300rpm 최대 토크 87Nm / 10,100rpm 시동방식 셀프스타터 연료 공급 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 연료탱크용량 16.5ℓ 변속기 6단 리턴(오토클러치) 서스펜션 (F) 43mm텔레스코픽 도립 (R) 모노 쇽 스윙암 타이어 사이즈 (F)120/70-ZR17 (R)200/50-ZR17 브레이크 F()320mm더블 디스크 (R)240mm싱글 디스크 휠베이스 1 ,400mm 시트 높이 845mm 총 중량 168kg 판매 가격 3,190만 원
글 양현용
사진 양현용/윤연수
취재협조 MV아구스타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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