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로 바이크 거리의 한복판. 야자수 파라솔 아래 빨간 헌터 커브 한 대가 멈춰 서 있다. 초록색 그랩 배달박스와 헬멧, 그리고 태국어 간판이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경. 이곳은 태국 전통 디저트 ‘로띠(Roti)’를 선보이는 ‘져니 로띠’다.
태국식 호떡, 로띠의 매력
로띠는 태국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민 디저트다. 기름에 살짝 구운 쫄깃한 밀가루 반죽 위에 달콤한 토핑을 얹고, 연유를 듬뿍 뿌려 먹는다. 인도식 난에서 유래해 동남아 전역으로 퍼졌다. 태국에서는 디저트로, 다른 지역에서는 커리와 함께 먹는 식사로 즐긴다. 져니 로띠의 강대영 대표는 2019년 바이크로 세계 여행 중 태국에서 로띠를 처음 접했다. “너무 맛있어서 충격이었어요. 머릿속에 오래 남더라고요.” 그는 직접 로띠를 배우기 위해 태국어 번역기를 돌려 현지에 연락했고, 결국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기술을 익혔다. 전통 로띠의 맛을 찾기 위해 태국 전국을 돌며 90일간 약 70곳 이상의 로띠를 맛봤고, 개인적인 목표였던 ‘100개의 로띠 맛보기’도 결국 달성했다.
“로띠는 태국식 호떡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져니 로띠의 로띠는 태국 전통 방식에 한국식 식감을 더한 스타일이에요. 태국은 쫄깃한 식감을 좋아하지만, 한국은 겉바속촉을 선호하잖아요. 그래서 바삭한 식감을 구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강 대표는 매일 헌터 커브로 출퇴근하며 그랩 박스에 바나나 등 당일 사용할 과일을 실어온다. 가게에 놓인 그랩 가방과 모자, 대나무 식탁 세트, 로띠 팬 등은 모두 태국 현지에서 직접 공수한 것들이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바나나 로띠와 계란 옥수수 치즈 로띠, 그리고 코코넛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로띠. 코코넛 밀크만으로 직접 만드는 아이스크림은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향이 살아있다. 최근에는 태국 남부 사뚠 지역에서 배운 전통 밀크티 제조법도 선보이고 있다.
“차착(Cha Chak)이라고 주전자에서 주전자로 옮겨가며 만드는 방식인데, 부드러운 거품과 적절한 온도가 특징이에요.”
디저트 메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점심에는 매콤한 태국 오리지널 소시지가 들어간 태국식 브런치 메뉴를 즐기러 인근 직장인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태국 전통 디저트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던 만큼, 나중에는 망고밥 등 디저트 메뉴와 시나몬 사과 로띠처럼 제철 과일을 활용한 메뉴도 선보일 계획이다.
바이크와 함께한 세계 여행
강 대표는 93년생. 고등학교 시절 원동기 면허를 따자마자 바이크를 탔고, 클래식과 어드벤처 바이크를 좋아한다. 2019년, 대학로 극단에서 연극 배우로 활동하던 중 6개월의 공백기를 맞아 버킷리스트였던 모터사이클로 세계 여행을 떠났다. 14년식 혼다 CRF250L을 몰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시작해 몽골, 중앙아시아, 파미르 고원, 조지아, 튀르키예, 동유럽을 거쳐 영국과 스코틀랜드까지 달렸다. 긴 여정을 함께한 바이크는 지금도 매장의 한쪽에 당당하게 전시되어 있다.
“모터사이클 투어 중 튀르키예가 가장 인상 깊었어요. 러시아, 중앙아시아, 유럽의 감성이 동시에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세계 여행이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
여행 중 보게된 아름다운 풍경 속 빈부 격차와 사회적 현실은 그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연극보다 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해답이 바로 로띠였다.
“져니 로띠라는 이름은 ‘여정’을 뜻해요. 이 가게도 제 세계 여행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을 가면 보통 설레고 기분 좋은 느낌을 받잖아요. 이곳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태국 여행의 추억을 되살리면서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져니 로띠 (Journey Roti) @journey_roti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273
오전 11시 30분부터 19시까지. 매주 목요일 휴무
글 신소영
사진 양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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