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데이비슨의 대표적인 투어링 모델. 로드 글라이드 기본 모델부터 극한에 달한 레이싱 커스텀 모델까지, 레이스 트랙에서 테스트했다.
할리데이비슨 코리아로부터 흥미로운 제안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레이스 트랙인 KIC(코리아 인터네셔널 서킷)에서 로드 글라이드를 테스트해보는 게 어떻냐는 이야기다. 그런데 일반적인 로드 글라이드뿐만 아니라 할리데이비슨의 순정 옵션 파츠가 더해진 로드글라이드와, 트랙 전용 커스텀 파츠로 무장한 레이스 배거까지 함께 테스트해달라는 파격적인 이야기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었겠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킹 오브 더 배거스’에 푹 빠진 나는 상상만으로도 설레고 있었다.
특별한 코스
이번 테스트는 KIC 안에서도 일반적인 상설 코스가 아닌 F1 코스 일부분을 순환하는 특별한 코스에서 진행됐다. 긴 스트레이트를 지나면 유턴에 가까운 디귿자 코스를 돌아 백 스트레이트를 달리게 되는데 이후 상설 코스로 이어지기 전 좌측으로 빠지는 순환 코스를 돌았다. 긴 스트레이트가 두 개나 있고 꽤 근사한 시가지 스타일 테크니컬 코스가 어우러져 바이크를 테스트하기에 훌륭했다.
BASIC IS THE BEST 로드글라이드 2025
우선, 기본 모델을 타고 서킷에 올랐다. 양팔이 슬쩍 올라간 세미 에이프 행어 스타일 핸들 바에 푹신한 시트가 편안하게 맞이한다. 일반적으로 레이스 트랙에서는 어떤 모델을 타더라도 약간의 긴장감이 맴도는데 로드 글라이드는 그저 투어의 시작을 준비하는 것처럼 편안하다. 일반적인 투어와 다른 점이라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든든한 레이싱 사양의 장비를 갖췄다는 것뿐이다.
로드 글라이드의 넘치는 토크는 380kg의 중량을 가볍게 이끌며 나아간다. 풋 보드에 발을 올리고 스로틀을 비틀면 속도가 순식간에 치솟는데 그 움직임은 일반적인 스포츠 바이크처럼 경쾌하진 않지만, 덤프트럭이 탄력을 붙여 달려가는 감각과 비슷하다. 주변 공기를 몰고 달리는 느낌이랄까? 백 스트레이트에서 앞만 보고 스로틀을 열다 보면 갑자기 엔진 한계에 걸리듯 제한이 걸리는데 이는 180km/h의 속도에 리미트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정지 상태에서 180km/h의 속도까지 가속하는 과정에서 단 한번도 불편함이나 불안함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감속 상황에서는 차체가 흔들거리며 그 무게가 단숨에 느껴지는데 전후 ABS가 바쁘게 개입하며 자세를 바르게 잡는다.
바이크를 수직으로 세운 상태로 감속을 충분히 마치고 핸들로 바이크의 방향을 바꾸면 묵직한 무게가 바닥에 깔린 상태로 느긋한 라인을 그린다. 보통 일반 도로에서는 풋 보드가 바닥에 갈리면 깜짝 놀라 바이크를 일으키곤 했는데 ‘오늘은 서킷이니까.’라는 악동 같은 마음으로 시원하게 갈아내며 달렸다. 공식적인 좌우 뱅킹 한계는 32°˚인데 달릴수록 한계가 점점 늘어난다. 어쩌면 나는 33° 혹은 34°까지 기울이지 않았을까? 최대 토크는 176Nm로 3,250rpm에서 발휘된다. 그 말은 어느 정도 탄력을 붙여 코너를 진입했다면 스로틀을 여는 즉시 최대 토크란 이야기다. 뱅킹 한계를 늘리면? 타이어를 바꾸고 출력을 높이면? 이러한 상상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쯤 커스텀 로드글라이드 모델로 옮겨탔다.
커스텀의 조화 커스텀 로드글라이드
두 번째 바이크는 할리데이비슨 코리아가 신형 로드글라이드를 바탕으로 브랜드의 순정 옵션 파츠로 꾸며낸 모델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전후에 올린즈 조절식 서스펜션이 장착됐고 전방으로 쭉 뻗었던 풋 보드가 풋패그로 변경되며 라이더에게 좀 더 당겨졌다. 시트는 좀 더 탄탄하게 엉덩이를 받쳐주는 형태로 바뀌었고 핸들 바는 살짝 짧게 내려갔다. 결과적으로 제자리에서 포지션만 잡아봐도 ‘뭔가 다른’ 콘셉트인 건 단번에 느껴진다. 사실 할리데이비슨의 커스텀이라고 하면 카본 파츠를 더하거나 형형색색의 아이템을 더하는 걸 생각했는데 새들 백 위에 나란히 올라온 스크리밍 이글 올린즈 피기백은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앞서 말한 튜닝 이외에도 브레이크 캘리퍼, 웨이브 디스크, 오픈 흡기 시스템, 각종 카본 파츠도 갖췄다. 오직 겉멋만이 아닌 내실도 잘 다진 설정이다. 바이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올린즈 특유의 쫀쫀함이 온몸으로 전달된다. 기본 모델과 동일하게 무게 중심이 낮게 깔려 있지만 라이더에게 전달되는 안정감은 사뭇 다르다. 일반 모델이 시종일관 무게로 꿋꿋하게 누르는 느낌이라면 커스텀 모델은 묵직하게 누르되 언제든 상하로 움직일 준비가 된 느낌이다.
이는 가속과 감속에서 확실하게 차별화되는데 안정감이 뛰어나서 나도 모르게 페이스가 올라갈 정도다. 특히 감속 과정에서도 방향전환이 가능하고 코너링 중 요철을 밟아도 매끄럽게 처리한다. 여전히 풋 패그가 엉덩이보다 앞에 있기 때문에 느긋한 포지션이지만 나름 엉덩이를 좌우로 옮겨가며 꽤 적극적으로 코너를 공략했다. 엉덩이가 탄탄하게 고정되는 만큼 코너링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따른다. 배거 특유의 토크감을 살려 달리다 보면 스포츠 투어도 즐겁겠다는 생각도 든다. 단순히 A지점부터 B지점으로의 이동이 아닌, 와인딩 로드를 포함한 모든 과정을 공략하는 그런 재미 말이다.
TRACK ONLY 레이스 커스텀 로드글라이드
마지막으로 ‘킹 오브 더 배거스’의 영감을 진하게 받아 커스텀 된 로드글라이드는 앞선 두 모델보다 한 발짝 더 트랙으로 향해 있다. 러시모어 세대의 로드글라이드를 바탕으로 전후 17인치 캐스트 휠을 장착하고 듀얼 콤파운드의 스포츠 투어링 타이어가 장착됐다. 전후 스크리밍 이글 올린즈 서스펜션을 장착하고 포크 리드를 가공하여 프런트 포크 고정 위치를 높였다. 덕분에 17인치 휠로 낮아진 최저지상고가 자연스레 상쇄됐다. 여기에 레이스 트랙에 어울리는 맵핑과 오픈 흡기 시스템, 커스텀 배기 머플러가 더해졌다. 엔진은 환경 인증의 억압에서 벗어났다는 게 몸소 체감될 정도로 활기가 좋고 배기음은 폭력적이다. 풋 포지션은 거의 백 스탭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높고 후방으로 당겨졌고 핸들 바는 전용 설계된 트리플 클램프와 절삭 가공 클립온 핸들바로 완성됐다.
시트는 새들멘이라는 커스텀 시트 전문 브랜드의 제품이 장착됐는데 실제 ‘킹 오브 더 배거스’의 팀으로 활약하며 얻어낸 기술이 더해졌다. 한세대 전 모델이다보니 밀워키에이트 114 엔진이 탑재되어 있지만, 새로운 맵핑으로 인해 직관적인 스로틀, 더 높은 rpm 리미트를 갖췄고 한계 속도도 사라졌다. 즉, 백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다른 밀워키에이트 117 엔진 모델과 달리 시속 200km/h를 넘긴다. 초반 가속은 다소 뭉툭하지만 중후반이 넘어가면 가속력이 길게 쭉 뻗는다. 제동 상황에서는 차체가 무른 느낌이 있는데 워낙 휠베이스가 길기 때문에 무서움은 없다.
코너링에 대한 마음가짐은 본격적인 포지션 만큼 진지해졌다. 풋 패그를 강하게 지지하고 연료 탱크를 짓누르며 선회하는 것이 마치 스포츠 바이크 같다. 조금 덩치가 클 뿐이다. 물론,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발견됐다. 전후에 미쉐린 파워 GP2 타이어를 장착했는데 기대보다 뱅킹 한계를 높이기 어려웠다. 이는 380kg이 넘는 중량에 비해 너무 적은 공기압을 세팅한 탓으로 예상된다. 일반 스포츠 바이크보다 조금 많은 수준의 공기압(32~34PSI)으로 설정했는데 타이어가 과하게 눌리며 오히려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추가로 프런트 포크의 리드를 개조해 총장은 늘렸지만, 작동 폭이 작은 만큼 언더 스티어 성향이 강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내가 해당 모델에 대한 이해가 좀 더 빨랐다면 좋았을텐데!
브렘보 브레이크 캘리퍼 등 주행 성능과 직결된 제품이다
챔피언 김인욱 선수가 함께 했다
배거의 매력
사실 로드 글라이드 일반 모델을 테스트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렇게 진지하게 임하게 될 줄 몰랐다. 세대의 배거를 트랙에서 경험하면서 ‘킹 오브 더 배거스’에 대한 로망이 더 진해졌다. 만약 여기에 프런트 포크를 조율하고, 프런트 페어링 전체와 핸들 바를 더 낮추고, 레이스 전용 슬릭 타이어를 더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테스트하면 할수록 머릿속 상상력은 더 커져만 갔다. 할리데이비슨 코리아는 배거 고유의 매력부터 레이스 트랙 위 머신까지, 모든 과정을 연구하고 테스트해서 라이더에게 더 높은 품질로 제안한다. 당신은 배거의 진짜 매력을 아는가.
글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할리데이비슨코리아 harley-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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