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바이크에 숨어있는 재미있는 공학 이야기 : 재료

    처음으로 자연의 광물을 이용해 도구를 만든 청동기 시대 이후로 인간은 도구의 목적에 맞는 소재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물질과 소재에 관한 연구는 자연과학과 공학에서 끊임없이 연구, 개발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모터사이클도 저마다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소재로 구성되어 있다. 무거운 바이크로 거친 오프로드를 여행하는 어드벤처 바이크는 어느 정도의 유연함을 통해 차체에 전해지는 진동과 충격을 흡수해야 할 것이고, 모토GP와 같은 레이스에서는 빠른 반응을 위해 단단함이 요구될 것이다. 모터사이클마다 필요한 소재와 그에 맞는 디자인이 다 다르다는 것이다. 라이더라면 알겠지만, 단순히 승용차와 승차감을 비교해도 모터사이클은 훨씬 가혹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고출력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토크를 감당해야 하고, 발생하는 진동은 고스란히 차대로 전해진다. 따라서 알맞은 재료로 최적의 설계를 통해 바이크에 전해지는 외부의 힘들을 버텨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재료가 가진 기본적인 특성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응력 (Stress)

    가해진 하중을 단면적으로 나눈 값, 하중에 의해 내부에 발생하는 힘을 의미한다.





    변형률 (Strain)

    하중에 의해 발생한 변위를 원래 물체의 길이로 나눈 값, 변한 정도의 비율을 의미한다.




    응력-변형률 곡선(Stress-Strain Curve)

    재료마다 변형률에 따른 응력의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 이 그래프를 통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재료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훅의 법칙(Hooke’s Law)

    탄성한계 내에서 고체에 힘을 가해 변형시키는 경우, 변형된 양은 힘의 크기에 비례한다는 법칙. 중, 고등학교 때 스프링 탄성에 관해 배울 때에도 등장했던 법칙이다. 다만 탄성은 스프링만 가진 특성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대부분 금속이 갖는 특성이다. 탄성계수 내에서는 금속도 마치 스프링처럼 변형된다는 의미다.



    푸아송 비(Poisson’s Ratio)

    금속을 좌우로 늘렸을 때 양옆으로는 늘어나는 변형이 일어나고 위아래로는 줄어드는 변형이 일어날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푸아송 비는 축에 수직인 변형률에 축 방향 변형률의 비율을 나타낸다. 푸아송 비를 훅의 법칙과 연동하여 정리할 수 있고, 이를 일반화된 훅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재료의 푸아송 비를 알면 외부 힘이 가해졌을 때 최종적으로 어떻게 변형될지 미리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단 응력-변형률 곡선(Shear Stress – Strain Curve)

    면 방향으로 작용하는 응력을 전단응력(Shear stress)이라고 한다. 재료가 파괴되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전단 파괴(면 방향으로의 파괴)도 고려해야 하는 대상이다.



    피로 파괴(Fatigue Failure)

    인장강도, 즉 당겨서 재료가 파괴되는 응력보다 훨씬 낮은 응력이 반복적으로 작용하면 피로 파괴에 이르게 된다. 인체의 뼈에서도 간혹 피로 골절이 일어나기도 한다. 특징은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미세한 변형을 일으키며 파괴되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재료의 기본적인 특성에는 인장 응력(Tensional Stress), 휨 응력(Bending Stress), 비틀림 응력(Torsional Stress)이 포함된다. 또한 각종 응력이 작용하면서 발생하는 응력 변환, 응력 집중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재료를 알맞게 선택하고 디자인해야 비로소 모터사이클을 만들 준비가 끝나는 것이다. 비용과 목적을 고려해 소재를 선택하고 설계를 마친 후에 비로소 생산 단계에 들어간다. 생산 단계에서의 목적은 단순하다. 오차를 줄이는 것. 단순하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다. 생산 과정은 연필과 숫자로 움직이지 않는다. 경험적인 데이터와 노하우가 오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금속 성형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단조(Forging)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칼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벌겋게 달궈진 네모난 금속 블록을 내리쳐 만든다. 이 과정이 바로 단조다. 금속을 달궈 힘을 가해 모양을 성형하는 공법이다. 힘을 가하는 방법은 가지각색이다. 주조와 마찬가지로 금형을 만들어 찍어 누르기도 하고(프레스), 자동화된 망치로 두드리기도 한다. 높은 압력을 이용해 금속을 성형하면서 동시에 금속 조직을 조밀하게 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단조를 통한 생산은 대량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다. 주조의 경우 생산 개수가 늘어날수록 단가가 줄어들지만, 단조는 생산 대수와 관계없이 단가가 일정하기 때문이다.




    주조(Casting)

    모양이 잡힌 틀(금형)에 녹인 금속물을 붙고 굳혀 성형하는 방법. 붕어빵을 생각하면 쉽다. 금형의 소재도 모래부터 세라믹, 금속 등 다양하다. 틀만 만들어 놓으면 대량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금형을 만드는데 큰 비용이 들어가는 점, 금속의 조직이 단조와 비교하면 치밀하지 못하는 점, 공차(오차)가 다른 성형법에 비해 크다는 점이 단점이다. 붕어빵으로 예를 들면 붕어빵 모양이 대부분 일정하지만 어떤 붕어빵은 테두리에 크러스트가 많고, 어떤 붕어빵은 적다. 이 때문에 주조는 후가공이 필수적이다. 또 붕어빵을 한 입 베어 물고 그 표면을 관찰하면 공기 구멍을 볼 수 있다. 금속도 마찬가지다, 최악의 경우 붕어빵처럼 성형된 금속 안에 공기가 차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 대량 생산을 위한 시스템 설비가 발전하면서 주조 공법의 기술력도 함께 성장해 이미 주조로도 정교한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절삭(Milling)

    금속을 깎아 성형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모터사이클 에프터마켓 파츠를 보면 CNC 가공이 되었다고 설명이 붙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컴퓨터를 이용해 자동화된 밀링 머신이 깎는 것을 의미한다. 절삭 가공은 일반적으로 바이크에 적용되는 부품 중 공차(오차)가 적어야 하는 엔진 블록, 피스톤, 실린더 헤드, 크랭크 샤프트, 기어 등을 성형하거나 후가공 할 때 사용되는 공법이다. 절삭 가공은 후가공 단계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제품 성형을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는 잘 따져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크랭크 샤프트의 경우 주조로 1차 성형 후 접촉 부위만 절삭 가공을 하는 경우가 있고, 레이싱 스펙의 부품은 단조로 만들어진 금속 블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밀링으로 깎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 둘의 경우 똑같이 절삭 가공이 적용되었지만, 단조 금속으로 만들어진 후자가 재료의 조직이나 정밀도 부분에서 우위에 있는 것이다. 단순히 CNC 절삭 가공을 한다고 재료의 특성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우후죽순 부품들이 쏟아지는 에프터마켓에서는 절삭 가공된 제품이 어떤 소재를 사용했고, 전처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더 꼼꼼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공차가 적다는 것만이 절삭 가공의 장점이 아니다. 멋을 위해 밀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표면을 정교하게 깎아 광택을 만드는 일명 ‘다이아몬드 컷팅’이 대표적인 예다.




    제품을 설계하는 데 있어 재료를 선택하고, 미적인 요소와 공학적 요소를 모두 고려해 디자인하며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과정까지, 기본적인 요소만을 살짝 들춰봤는데도 이렇게나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대한 엔진 부품부터 조그마한 볼트와 너트 하나까지 하나하나 앞서 설명한 요소들을 고려해 만들었다는 것에 경이롭다. 소재에 관련된 것들만 훑어보아도 이토록 복잡하다. 기술의 집합체인 모터사이클이지만 이러한 복잡한 것들을 몰라도 누구나 즐겁게 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모터사이클에 사용되는 재료




    크로뮴

    흔히 우리가 크롬으로 부르고 있는 금속이다. 광택이 잘나고 거울처럼 비치는 특성이 있다. 단단하고 녹슬지 않아 스테인리스강에도 10%~20% 비율로 크로뮴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재료적 특성 때문에 모터사이클의 외장 부품에 많이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금속 그 자체로 사용되기보단 도금의 재료로 사용된다.



    티타늄

    티타늄은 산소와 빠르게 반응하면서 얇은 산화막을 두르고 있어 내식성이 강한 금속이다. 질량 대비 강도 비가 가장 높은 금속으로 가벼우면서도 강한 특성이 있어 의료, 항공 산업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모터사이클에서 티타늄이 적용되는 가장 일반적인곳은 배기 시스템이다. 가벼우면서도 내식성을 갖고 있고 티타늄이 진동하면서 발생하는 특유의 음색이 좋아서 많은 라이더의 선택을 받고 있다. 열을 받았다가 식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열처리 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내어 티타늄 머플러는 사용할수록 강도가 높아진다. 열화에 따른 아름다운 색 변형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알루미늄 합금

    시장에서 우리가 접하는 금속 대부분은 합금으로 이뤄져 있다. 단일 금속이 갖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보통 알루미늄은 구리, 마그네슘, 망간, 규소, 주석, 니켈, 아연과 함께 합금으로 만들어진다. 합금은 포함하고 있는 금속의 종류와 열처리 방식, 제작 방식에 의해 숫자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모터바이크 프레임에는 마그네슘과 실리콘 계열 금속이 포함된 6000대 시리즈나 아연이 포함된 7000대 시리즈의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한다. 이 외에도 알루미늄 합금은 엔진, 피스톤, 스윙암, 서스펜션 등 주요 부품에 사용되는 모터사이클에 가장 핵심적인 소재다.



    황동

    황동은 구리와 아연의 합금으로 경도와 강도가 높고 전연성이 좋은 금속이다. 황동은 보통 와셔로 사용되고 있는데 보통 유체를 밀봉해야 하는 곳에 크러시 와셔로 사용된다. 엔진오일, 브레이크 오일 호스 등은 조임 토크가 약하기 때문에 액체류가 흘러나올 수 있어 황동 와셔를 찌그러트림으로써 밀봉하는 역할을 하게 한다. 크러시 와셔는 조이는 순간 변형되므로 한 번 사용 후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카본 섬유 강화 플라스틱 ; CFRP(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

    카본 혹은 탄소 섬유라고 불리는 소재. 정확하게는 탄소 섬유와 열경화성 수지의 복합 소재다. 플라스틱(열경화성 수지)에 탄소 섬유의 장점을 입힌 것이다. 탄소 섬유는 높은 인장 강도와 낮은 열팽창률, 내열성, 가벼운 무게가 장점이다. 당기거나 구부리는 힘에 매우 강하지만 압축하는 힘이나 순간적인 충격에는 약하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탄소 섬유 시트를 만들 때 복잡한 형태의 패턴으로 만들거나 섬유의 방향이 교차하도록 시트를 쌓아 극복해내고 있다. 장점이 많은 만큼 가격이 비싸다. 모터사이클 카울을 비롯한 외장 및 드레스 업 파츠부터 휠, 차대, 스윙암 등 주요 부품까지 사용되고 있다.



    유리 섬유 강화 플라스틱 ; GFRP(Glass Fiber Reinforced Plastic)

    흔히 유리섬유라고 불리는 소재로 유리 섬유와 열경화성 수지를 조합해 만든다. 1940년부터 지금까지 모터사이클, 자동차, 선박, 생활용품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성형이 자유롭고 가격이 저렴하며 가볍고 내부식성을 갖고 있다. 모터사이클 팬더 및 카울류에 FRP가 사용되고 있다.









    손호준 사진출처 MECHANICS OF MATERIALS, PEARSON, MotoGP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모토라보에 있습니다.


    지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