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모터사이클은 2022년 더 킹오브 배거스 챔피언쉽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92,299달러 ( 한화로 환산 시 약 1억2천만 원)짜리 한정판 레이스 레플리카를 제작했다. 북웨일즈의 앵글시 레이스 트랙에서 이 독점적인 배거 레이서를 테스트했다.
인디언 모터사이클과 S&S 사이클은 더 킹 오브 배거스의 승리를 자축하며 그야말로 미친 짓을 감행했다. 2022년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타일러 오하라의 머신을 그대로 복제한 29대의 복제품을 제작한 것이다. 이 괴물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92,299달러가 필요하다. 양산을 위해 레이스 바이크를 희석시킨 모델이 아닌 진정한 경주용 복제품이다. 물론 일반 소비자를 위해 최소한으로 다듬어졌다. 지난 수 년 동안 트랙을 달리며 얻어진 노하우를 바탕으로 1834cc로 확대된 배기량과 섀시, 제동장치까지 완벽하게 준비되었다. 챌린저의 레이스 머신은 대단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무게가 281kg에 달하는 거구지만 데이토나 트랙에서 시속 300km를 돌파하고 AMA슈퍼바이크 클래스와 몇 초 차이 나지 않는 빠른 랩타임을 기록하고 있다. 66번 국도를 따라 음악을 둥둥거리며 달리는 느긋함의 상징인 배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는 믿기 힘들다. 애초에 361kg 뚱보를 이처럼 빠른 트랙머신으로 바꾼 것은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라움 이상이다.
2020년 10월에 처음 시작된 더 킹 오브 배거스는 원래 심각한 레이스가 아니었다. 느긋한 아메리칸 배거로 레이스를 하자는 아이디어를 실현 한 것이고 일회성 볼거리로 기획 된 이벤트 레이스였다. 하지만 배거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였고 스포츠 바이크가 아닌 배거의 치열한 레이스가 만드는 새로운 볼거리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그 독특한 모습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여기에 인디언과 할리데이비슨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 본격적으로 폭발하며 정규리그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대형 V트윈 엔진에 느긋하게 도로를 달리는 배거를 날렵한 레이스 머신으로 바꾸는 것은 팀의 기술과 독창성, 그리고 팀의 주머니 사정까지 테스트하는 엄청난 작업이다. 기본적으로 도로용 스포츠 바이크를 레이스 바이크로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레이스에서 승리하는 바이크로 만드는 것은 더 어렵다. 오디오를 쿵짝 거리는 도로용 바이크는 레이스 트랙의 요구사항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놀랍게도 챔피언십을 우승한 챌린저에는 일부 도로용 부품이 그대로 사용된다.
메인 프레임은 순정상태이며 스윙암은 강성을 보강했다. 레이스 페어링은 순정과 동일한 외형이지만 헤드라이트, 멀티미디어 등은 제거할 수 있다. 연료탱크는 순정이며 엔진 출력을 높였지만 라디에이터는 여전히 순정이다. 변속기와 기어비 등 엔진의 코어는 순정 그대로가 남아있다. 엔지니어가 가장 고심한 부분은 이 덩치로 빠르게 코너를 돌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브레이크 서스펜션, 타이어 접지력, 그리고 지상고를 개선해야 한다. 따라서 바이크의 높이는 극적으로 상승하게 되었다. 672mm에서 889mm로 높아진 시트고는 BMW R1200 GS나 KTM 1290 슈퍼어드벤처보다 높다.
순정의 19/16인치 휠 조합은 전후 17인치 경량 단조 알루미늄 휠로 대체되었다. 프런트 브레이크는 330mm 디스크와 브렘보 M4캘리퍼가 조합되었고 전후 서스펜션은 올린즈의 맞춤형 풀 어저스터블 서스펜션이다. 배거의 풋보드는 S&S제 리어셋과 퀵시프트 키트로 대체되었다. 60° V트윈 엔진은 상당한 개조가 이뤄졌지만 출력과 토크가 비밀로 남아있다. 엔진의 피스톤 직경을 108mm에서 110mm로 늘려 배기량은 1768cc에서 1834cc로상승했다. CNC가공된 헤드와 S&S캠샤프트, 새로운 공기흡입 시스템과 78mm의 거대한 스로틀 바디가 장착된다. S&S의 레이스 배기에 회전 제한은 7500rpm에 걸려있다. 최소중량은 규칙에 따라 281kg에 맞춰진다. 인디언 입장에서 이를 달성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좌우 사이드백 이외에는 탄소섬유를 사용할 필요가 없던 이유다. (티타늄도 쓰이지 않는다) 여전히 트랙용으로는 너무나 무거운 바이크지만 순정보다는 100kg가볍다.
주행 테스트
나는 거의 25년 동안 전문적으로 바이크를 타왔다. 하지만 이번 경험은 내게도 생소한 경험이다. 이미 유튜브를 통해서 접한 배거 레이스에서 이 바이크의 야수같은 면을 확인했지만 실물은 더 거대하고 위협적이었다. 웜업을 위해 천천히 달리는 중에도 으르렁거리는 배기음이 공포감을 더한다. 두 번째 문제는 172cm의 작은 신장으로는 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트레인에서 바이크를 출발시키고 서기 위해서는 두 명의 도움이 필요했다. 인디언 팩토리팀 레이서인 제레미 맥윌리엄스 역시 정차에 대비하지 못해 넘어져서 일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전 세계 29대 라는 희소성 높은 차량 중 하나에 92000달러가 넘는 가격표가 달린 거대한 레이스 머신이며 혼자서 는 탈 수도 없고 무게는 모토2머신 2대보다 무거운 바이크를 타는 것이다. 환상적이군. 바이크에 오르면 마치 건물에 올라있는 느낌이 든다.
오른쪽 다리는 거대한 에어필터 바로 뒤에 있고 스로틀을 열때마다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소리로 포효한다. 조심스레 스로틀을 열면서 클러치를 붙였다. 보조바퀴 없이처음 자전거를 타는 어린아이처럼 비틀거리며 피트레인을 따라 달린다. 굵고 거친 배기음이 앵글시Anglesey 서킷 패독에 메아리친다. 이제 텅 빈 트랙과 매우 특별한 레이스 바이크, 그리고 나만의 시간이다. 테스트 전 인디언 모터사이클의 팩토리 레이서인 제레미 맥윌리엄스가 “1단은 신경 쓰지 말라”는 조언을 해줬다. 과연 토크가 엄청나다. 지금까지 타본 레이스 바이크보다 강력한 토크가 파도처럼 쏟아진다. 그리고 일반적인 레이스 머신의 토크가 나오기 시작하는 7500rpm에서 회전을 마친다. 나는 미드레인지의 토크를 관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꾸물거릴 틈이 없다. 뜨끈하게 달궈진 타이어를 노면에 마찰시키며 열을 유지해야한다. 트랙션 컨트롤 따위는 없고 스로틀 반응은 상당히 직관적이다.
바이크의 무게를 생각하면 브레이크는 강력하고 스티어링 감각도 좋다. 이미 레이스 바이크를 타듯 챌린저의 안쪽으로 깊게 행오프하고 있지만 높은 차체 때문에 무릎은 노면으로부터 한참 멀리에 있다.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다. 그립과 지상고는 충분하다. 더 노력하자. 바나나처럼 쭉 뻗은 백스트리트에서 V트윈을 폭발시킨다. 3단, 4단, 5단까지 매끄럽게 변속한다. 나는 스로틀을 간질일 뿐이지만 강력한 토크의 파도가 극적으로 속도를 붙인다. 일반적인 레이스바이크처럼 잔뜩 수그린 자세를 취해보았지만 이내 거대한 페어링 덕분에 그렇게까지 수그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3단과 4단을 오가며 스티어링과 제동을 반복했다. 281kg라는 무게가 믿기 힘들만큼 반응이 빠르고 직관적이다.
앵글시 트랙의 명물인 코크 스크류(급격히 방향을 바꾸며 내려오는 코너)에서 보여준 상식을 벗어나는 가벼운 움직임은 놀라웠다. 메인스트레이트를 지나 헤어핀 코너 앞에서 2단으로 변속했다. 백토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기어를 내릴 때 주의해야한다. 그대로 깊은 코너를 진입, 처음으로 니슬라이더가 노면을 긁었다. 상당히 깊은 뱅킹이지만 던롭 레이스 타이어가 만드는 그립과 높은 차체 덕분에 한계까지는 여유롭다. 3단 기어에서 코너를 탈출하며 스로틀을 크게 열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힘이 쏟아지고 차체는 곧 이륙이라도 할 것처럼 들썩인다. 동시에 리어의 그립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바이크가 스포츠 바이크에서 개발된 순혈 경주용 바이크가 아니라 게으르고 느긋한 크루저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트랙션이 걸려서 달릴 때의 안정성은 좋지만 스로틀을 처음 여는 시점에서 후륜의 그립이 희미해진다. 섀시의 유연성 문제이거나 안티-스쿼트 문제, 혹은 둘 다의 영향일 수 있다.
내가 챌린저RR을 타는 동안 스로틀을 100% 전개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실제로는 90%도 열지 못했을 것이고 변속 램프도 보지 못했다. 매 랩이 맥윌리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속도였지만 흐름만은 놓치지 않으려 스스로를 다잡았다. 브레이크를 잡고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기울어져 코너를 돌아간다. 그 다음 스로틀을 한껏 열면 거친 레이스 배기시스템이 쏟아내는 소리에 귀가 먹먹해지는 것의 반복이다. 피트레인으로 돌아올 때 다시 한 번 도전과제가 주어졌다. 중립상태로 최대한 천천히 크루가 잡아줄 수 있도록 접근했다. 발이 닿지 않는 것이 조금 부끄럽지만 바이크를 무사히 착륙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인디언 챌린저RR은 생각보다 타기 어렵지 않았고 모형과 소리만큼 위협적이지도 않았다. 다만 내 수준보다 훨씬 높은 기술과 다른스타일의 주행이 필요했다. 나는 완벽한 조건에서 혼자 탔지만 이 바이크를 까다로운 트랙에서, 혹은 젖은 노면에, 다른 라이더와 팔꿈치를 맞대고 탄다는 것은 신들의 영역인 것이다.
총평
챌린저RR을 통해 배거 레이스가 어떤 것인지 맛볼 수 있었다. 이것은 마치 악마와 춤을 추거나 호랑이 눈을 찌르고 도망치는 것과 같은 경험이었다. 도로용으로 제작된 스포츠 바이크를 레이스 바이크로 만드는 것도 무척 힘든 일이다. 하물며 배거를 레이스 바이크로 바꾸는 것은 마치 슬리퍼를 신고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것만큼이나 무모한 짓이다. 하지만 인디언 모터사이클은 이 거대한 챌린저를 AMA슈퍼바이크와 함께 달릴 수 있을 만큼 빠르게 만들었다. 이는 오늘날 모터사이클 레이스에서 가장 힘들고 위대한 업적이 아닐까? 인디언 모터사이클 레이싱 팀에게 경의를 표한다.
Indian Challenger RR
엔진 형식 수랭 60도 V형 2기통 4밸브 배기량 1,834cc 보어 x 스트로크 110mm x 96.5mm 최고출력 미발표 최대토크 미발표 변속기 6단 리턴 연료탱크 22.7리터 서스펜션 (F)43mm 풀어저스터블 도립식 (R) 모노쇽 스윙암 브레이크 (F)330mm 더블 디스크 (R)300mm 싱글 디스크 타이어 (F)120/70-17 (R)200/60-17 휠베이스 1,670mm 시트고 889mm 차량중량 281kg
글 아담 차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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