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과 같은 은하계 어딘가 전쟁터에서 인류 최정예 특수 부대가 ‘목표를 포착’했다.
대규모 우주함선에서 내린 보병들이 지구에서 수십 광년 떨어진 행성에 착륙해서 지능을 가진 커다란 외계 벌레들과 싸운다. 지구를 공격하는 외계 벌레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지구연방군대의 이야기. 1997년에 개봉한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의 줄거리다. 사실 <스타쉽 트루퍼스>는 1959년 등장한 로버트 A. 하인라인의 고전 명작 SF 소설로, 이후 등장한 밀리터리 SF 장르에 많은 영감을 준 작품이다. 곤충처럼 생긴 외계 생명체와 전쟁하는 군국주의화된 지구연방의 모습. 대규모 우주함대의 등장, 첨단 무기, 경보체제 등 주옥같은 아이디어들로 마치 실제 미래에 닥칠법한 세상을 보여준다. 요즘 인기 있는 게임 <헬다이버즈 2>도 이런 설정을 기본에 두고 있다. 인류의 최정예 특수강하부대(헬다이버즈)가 3개의 외계종족에 맞서싸운다. 사실 슈퍼지구의 인간들은 ‘통제민주주의’라는 사상을 우주로 전파하기 위해 힘쓰지만, 따지고 보면 그 배경은 인류우월주의 같은 편파적인 사상이 강하다. 어쨌든, 이번 신작은 <헬다이버즈 1>에서부터 약 9년이 지난 등장한 만큼 같은 시리즈 게임이지만, 표현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더 이상 톱다운 형식으로 4인이 화면을 나눠 플레이하지 않고, 4K 화질로 구현된 현란한 3인칭 슈팅 게임이 됐다. 게임 기술의 발전과 스케일은 만족스럽다. 그래픽과 로딩 애니메이션에 최적화가 잘 되어있다. 온라인 게임에서 필요한 로딩 구간을 함선의 공간이동과 헬포드 투하 애니메이션으로 매끄럽게 연결해 몰입감을 더한다.
<헬다이버즈 2>가 재미있고, 인기를 끄는 이유는 스토리와 등장인물에 집중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는 내 함선에 들려 무기를 정비한 다음, 작전 지역을 선택한 후 행성 발사체를 타고 지상으로 떨어지면 된다. 그 후엔 특정 테르미니드(외계 생명체)나 주거지를 소탕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코드를 찾거나, 혹은 몰려오는 외계 생명체로부터 지역을 방어하며 생존하는 등 미션에 따라 대응하면 된다. 미션을 성공하는 것도 재미지만, 화기를 이용한 타격감이나 심장이 두근거릴 만큼 좁혀오는 적들의 거센 반격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플레이어는 권총, 소총, 기타 대형 화기로 구성된 무기를 장착하고 ‘스트라타젬’이라 불리는 우주함선지원 무기를 지원받는다. 스트라타젬은 방향키 패턴을 입력해서 소환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몇 초 후 보급을 비롯해 공중 폭격이나 방어 시설 등이 전장에 멋지게 투입된다. 게임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모든 화기는 일정 탄환이 존재하기에 신중하게 적들을 공략해야 한다. 각 탄창에는 탄약의 개수가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재장전 시 탄창을 통으로 교환하면서 탄약도 버려지기 때문에 무조건 풀 탄약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일반 난이도까지는 적의 체력이나 화력이 크게 위협적이지 않지만, 엄청난 개체수로 덤벼들기에 방심은 금물. 그래서 한 게임은 최대 4명까지 팀을 이뤄 서로를 돕고 엄호할 수 있다. 특정 플레이어가 잘하기보다 모두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게임 구성은 투박해 보이지만, 플레이어의 협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도록 정교하게 설계해서 이탈자를 줄이고 있다.
물론 스트라타젬의 일부 지원 화기에는 아군까지도 데미지를 줄 무기가 많으므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적진 한가운데에 융단 폭격을 시도했는데 아군이 이미 그곳에 뛰어 들어가고 있거나, 혹은 박격포 캐논이 적과 대치중인 후방 아군을 포격을 가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협동 임무에서는 자신이 영웅이 되기보다 주변 상황을 잘 이해하고 상황에 맞는 무기를 선택하는 것이 승리의 열쇠다. 지도 화면에는 표시되지 않지만, 숨겨진 추가 미션을 수행할수록 얻는 보상도 커지기 때문에 모든 지역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좋다. 이 게임은 무엇보다 크로스 플레이가 쉽고, 안정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PC(스팀)이나 콘솔(플레이스테이션 5)에서 각자 참여한 두 사용자가 만나고 함께 게임을 즐기는 데 번거로움이 없다. 인 게임의 음성 통화도 딜레이가 크지 않고, 친구를 자신의 전투에 초대하거나 내가 친구를 찾아가는 것도 무척이나 쉽다. 밀려오는 적들을 해치우며 구조선을 기다리는 재미가 짜릿하다. 헬다이버즈2의 최종 평가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 단순하지만 재미있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게임이다. 빠르고 긴장감 있는 게임 진행 방식이나 내 뒤에서 공격하는 적들의 패턴 등 심장이 쫄깃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부분이 많다. 게임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지루할 틈이 없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게임치고는 멀미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기대도 안 했던 헬다이버즈2가 ‘제대로 된 한 방’을 날렸다.
글 김태영
취재협조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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