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물 무렵 근처의 짐머Zimmer에 짐을 푼다. 짐머는 호텔과 비교하여 합리적인 가격은 물론 레스토랑을 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여행할 때에 주로 묵게 되는 숙박 형태이다. 레스토랑에서 슈니첼Schnitzel 과 맥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며 그로스글로크너의 여정을 복기한다. 다음 일정은 남쪽의 리엔츠Lienz 와 이탈리아 북부를 경유하여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Innsbruck로 돌아가는 계획이었다.
아침이슬을 머금은 풀잎들과 나뭇잎들의 향기가 상쾌한 아침. 가는 길목마다 만나는 작은 골목길을 탐험하며 막다른 길을 만나기도 하고, 조그만 시골마을을 둘러보기도 하면서 또 다른 알프스를 즐긴다. 출발한지 두어 시간이 채 못되어 리엔츠를 지나 이탈리아 국경을 다시 넘는다. 이탈리아 북부에서도 가슴 벅찬 감동이 몰려오는 풍경들은 이어졌다. 고갯길을 넘을 때 목동이 소 무리를 몰아오며 도로를 건널 때가 그랬고, 어쩌다 만난 오래된 성곽이나 교회가 주는 안정감이 그랬다. 매 순간이 새로웠고 면면히 아름다웠다.
길을 나아 갈 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투어를 풍성하고 기대감에 벅차게 했다. 알프스의 고갯길을 따라 달려가다 보니 웅장한 암석 봉우리가 저 앞에 보인다. 해발 2004m의 볼차노 지방의 파쏘 델레 에르베Passo delle Erbe 다. 날이 흐렸던 탓에 전경을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구름 사이로봉긋 솟아나는 기암괴석은 신비한 분위기로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이곳에서도 많은 라이더를 만날 수 있었는데, 이런 곳을 주 무대로 라이딩을 즐기는 그들이 부러워질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다.
마무리되는 여정
투어의 마지막은 독일의 퓌센Füssen 을 목표로 했다. 유럽 고성 중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슈반가우schwangau 의 노이슈반슈타인성Schloss Neuschwanstein에 방문할 계획이었다. 해가 저물녘에 퓌센에 도착했는데 때마침 비가 오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독일의 통일 기념일을 낀 연휴 탓에 인근의 모든 호텔이 만실이었다. 밤길을 헤매며 인근의 호텔부터 짐머를 모두 다 돌아봤지만 결국 숙소를 구할 수 없었다. 다시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어 20여 킬로미터가 떨어진 로이테 Reutte까지 가서야 숙소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독일, 그리고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우리에게 베풀어준 친절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로이테는 계획에 없이 들른 곳이었지만 오스트리아의 소소한 마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관광 포인트로 공중에 매달린 높이 113미터 길이 406미터의 출렁다리인 하이라인179가 있었다. 아찔하게 고공을 가르는 출렁다리는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등줄기를 오싹하다.
투어의 마지막인 뮌헨으로 복귀하는 길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탓에 우중 라이딩을 하게 되었다. 우천 탓에 원래 목적지였던 노이슈반슈타인성은 멀찌감치 바라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서둘러 길을 재촉했다. 날씨가 흐렸다 개다를 반복하기를 몇 차례. 산기슭으로 구름처럼 수증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더니 한줄기 햇볕이 내리쬐며 무지개를 만든다. 투어가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여기는 옥토버페스트
뮌헨에 도착해 옥토버페스트가 한창인 테레지엔비제Theresienwiese 광장으로 향한다. 세계 최대의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는 19세기 바이에른의 황태자였던 루트비히 1세 테레제 공주의 결혼식 축하연으로부터 유래되어 올해로 183주년을 맞이했다. 매해 9월 셋째 주 토요일부터 10월 첫째 주 일요일까지 16일간 이어지며, 이 기간 동안 축제를 방문하는 방문객의 수는 평균 600만 명, 소비되는 맥주의 양도 600만 리터에 이른다. 옥토버페스트만을 위해 각종 놀이기구와 축구장 넓이의 비어 할레가 십여 개나 특설로 설치된다는 사실만 봐도 그 규모가 짐작된다.
현장은 그야말로 축제 그 이상이다. 맥주 하우스 안에 모인 모두가 함께 노래를 부르며 건배를 청할 때에는 흥겨움이 배가 된다. 이 때만큼은 모두가 하나 되어 축제의 분위기 속에 녹아든다. 옥토버페스트에서 제공되는 맥주는 이 기간을 위해서 특별히 제조한 것으로 1리터 맥주잔인 마스크후크Maßkrug에 제공된다. 한 잔 들고 있기도 힘들 만큼 무거운 이 대형 맥주잔을 묘기에 가까운 실력으로 배달하는 것도 이색 진풍경이다.
맥주 하우스의 열기는 물론 특설로 꾸민 놀이기구에도 사람이 가득하다. 맥주 축제답게 모두가 흥에 겹다. 우리도 한 손에 맥주를 들고 사람들과 함께 노래하며 건배를 한다. 다 같이 떠들며 지난 여정을 되새겨본다. 그렇게 얼굴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감돈다. 알프스의 어드벤처 투어, 압도적인 풍경의 그로스글로크너, 소소하고 아름다웠던 골목길을 누볐던 추억들 꿈결같이 스쳐 지난다. 아련한 기억 모두 오랫동안 간직될 것 같다.
Credit
글 이민우 수석기자
사진 양현용/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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