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카티는 달리는 것에 진심이다. 새로운 스트리트 파이터 V2 S는 도심을 더 재밌게 달리기 위해 설계됐을 뿐, 천천히 달릴 생각이 없다. 최고출력이 줄었다는 사실에 슬퍼할 필요가 없다. 가벼운 무게와 다루기 쉬운 엔진으로 맛있게 무르익었다.
두카티는 기존의 955cc 슈퍼콰드로 엔진을 탑재한 스트리트 파이터 V2를 단종시키고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뉴 스트리트 파이터 V2 S를 선보였다. 형제 모델인 뉴파니갈레 V2 S와 대부분의 파츠를 공유하며 경량화, 높은 수준의 섀시, 토크풀 엔진이라는 기본적인 콘셉트를 함께 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신형 파니갈레 V2 S를 시승하면서도 굉장히 만족스러웠지만, 이 변화는 넓은 rpm 레인지를 고루 사용하는 도심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V2 S에게 더 조화로울 것이라 예상했다.
890cc L-트윈 엔진
새로운 V2 S는 890cc L-트윈 형식으로 최고출력 120마력을 발휘한다. 단순히 전작 대비 35마력이 낮아졌다는 것에 꽂히기엔 토크 구간이 완전히 바뀌었다. 보어 96mm, 스트로크 61.5mm로 1.56비율의 오버스퀘어 엔진이며 11,350rpm까지 회전한다. 최대토크는 8,250rpm에서 93.3Nm를 내는데 3,000rpm부터 최대토크의 70%를 내고 4,000rpm부터 11,000rpm까지 최대토크의 80% 이상을 유지한다.
다시 말해, 정지 상태에서 스로틀을 움켜쥐는 것만으로도 경쾌한 가속감이 전달되고 이는 한계회전수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슈퍼콰드로 엔진이 고회전 영역에 출력을 몰아둔 세팅이었다면, 새로운 V2 엔진은 전체 영역에 고르게 분배한 세팅이다. 엔진의 무게는 955cc 슈퍼콰드로 대비 9.5kg 가벼운 54.4kg이다.
스타일 54.4kg이며 최고출력 120마력을 발휘한다
디자인된 연료 탱크
여전히 조커 이미지가 강렬하다
스타일
두카티 스트리트 파이터는 조커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정면에 날렵하게 찢어진 DRL 디자인은 밝은 날씨에도 또렷하게 조커를 형상화한다. 하지만, 새로운 스트리트 파이터 V4를 따라서 헤드라이트가 상하로 넓어졌고 공격적인 인상이 다소 완화됐다. 연료 탱크와 시트 레일은 이전처럼 날렵함을 강조하며 볼륨감과 세련미를 동시에 잘 표현한다. 특히 연료 탱크와 시트 하단 카울이 이어지며 후면 끝에서 뾰족하게 마무리됐는데 이는 레이스 바이크의 시트 레일을 보는 것 같다. V2 S 모델은 리어 시트 대신 캐노피가 기본 장착되고 텐덤 패그가 탈거되어 한층 더 깔끔하고 새로운 더블 업 머플러가 리어 휠과 시트 사이의 공백을 채운다. 개인적으로 업 스타일 머플러가 조금 더 차체에 붙었다면 좋겠지만 배기열로 인한 문제를 예방한 것으로 예상된다.
SuMisura
수미수라는 이탈리아어로 ‘맞춤’이라는 뜻으로 두카티가 레이싱 슈트 커스텀 웍스 프로그램을 칭하던 단어다. 그런데 사실, 스트리트 파이터 V2 S를 타기 전에도 라이더에 맞는 맞춤 작업이 필요하다. 바로 서스펜션인데 전후 탑재된 올린즈 NIX 30 43mm 포크와 올린즈 모노 쇽의 프리로드를 맞춰야 한다.
일반적으로 올린즈 서스펜션이 좋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만, 내 체중에 맞춰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나 ‘내가 선수도 아니고’, ‘잘 못 느껴서 괜찮아’라는 말로 회피한다. 하지만 이건 잘 만든 음식을 대충 먹는 것과 같다. 운이 좋게도 두카티 코리아는 내가 시승을 나가기 전 프리로드를 확인하고 내 체중에 맞게 설정해서 출고해줬다. 스스로 일반인의 범주를 넘는 체중이라고 생각된다면 꼭 확인하자. 대충 타고 언더 스티어가 난다느니, 코너를 제대로 안 돌아간다고 불평하지 말고.
같지만 다르다
스트리트 파이터 V2 S는 파니갈레 V2 S와 완전히 동일한 엔진과 기어비를 사용한다. 하지만 라이더에게 체감되는 경쾌함은 스트리트 파이터 V2 S가 한 수 위다. 핸들 바의 위치가 높은 만큼 상체가 서고, 전방의 무게가 덜어진 만큼 프런트 휠이 들썩인다. 차량 중량은 175kg(연료 제외)으로 전작 대비 18kg이나 가볍기 때문에 라이더가 시트의 어느 부분에 앉는지, 상체를 숙이거나 세우는지에 따라서 무게 중심, 핸들링까지도 변한다.
그렇다고 해서 가속력이 떨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원래 잘하는 것(빠르게 가속하기)과 더불어 액션을 즐기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단 뜻이다. 핸들링은 차분하고 정확하다. 순정 피렐리 로쏘 4 타이어는 도심 라이딩에서 충분한 트랙션을 만들어내고 리어에 190 사이즈가 장착된 만큼 안정감도 상당하다. 가벼운 무게와 대비되는 타이어 설정으로 두카티가 추구하는 안정적인 스포츠성을 갖췄는데 취향에 따라 리어 타이어 사이즈를 줄이면 훨씬 역동적인 움직임도 기대된다.
파니갈레 V2와 같지만 길이가 살짝 길어졌다
믿음의 올린즈
국내에는 올린즈 서스펜션이 장착된 ‘S’ 버전만 출시된다. 일반 모델은 마르조끼와 카야바 서스펜션이 조합되는데 국내에 입고될 예정이 없다고 하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올린즈 서스펜션은 특유의 끈적한 작동감과 함께 노면의 요철을 매끄럽게 걸러낸다. 특히 프리로드를 내 체중에 맞춰놓은 만큼 충분한 트래블을 확보하고 전후 피칭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라이딩이 가능하다. 프런트의 브렘보 M50 캘리퍼와 레디얼 마운트 마스터로 강력한 제동력을 발휘할 때 프런트 포크가 묵묵하게 버텨주는 만큼 코너 깊은 곳까지 하중을 이어갈 수 있다.
일반 라이더가 도로에서 그럴 일이 있을까 생각되겠지만 정확한 트레일 브레이킹이 가능한 모델을 타보면 자연스레 사용하게 된다. 코너를 돌아 프런트에 실렸던 하중이 후방으로 이동하는 감각도 매끄럽다. 라이더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섀시가 좋다는 느낌은 매 코너에서 느껴진다. 그 움직임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타이어의 한계가 높아졌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페이스가 빨라지거나 고성능 타이어를 장착하게 되면 전용 공구와 핸드 다이얼로 댐핑을 조절할 수 있다. 단언컨대, 새로운 스트리트 파이터 V2 S의 목적은 ‘도심에서 더 다루기 쉬운’을 시작으로 ‘트랙 라이딩’까지 이어진다.
됐다. 전작 대비 캘리퍼당 140g씩 경량화됐고
휠 무게는 1kg이 줄었다
수준급의 전자장비
개인적으로 첫 시승에서는 모든 전자장비를 해제하고 본연의 맛을 즐긴 뒤에 전자장비를 하나씩 켜며 얼마나 이질감이 없이, 바이크의 최대 출력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는지 확인한다. 스트리트 파이터 V2 S는 두카티의 최상위 슈퍼바이크인 파니갈레 V4와 동일한 전자장비를 대부분 탑재했다. 6축 IMU 기반으로 코너링 ABS, 트랙션 컨트롤, 윌리 컨트롤, 퀵시프트 2.0, 4가지 라이딩 모드 등이 담겼다. 우선 전자장비를 켜는 순간 프런트 휠은 바닥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단계를 낮출수록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목줄을 느슨하게 잡는다. 라이더는 스트리트 파이터 V2 S의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다. 단계를 최소로 설정해도 목줄을 놓치는 경우가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
형제 모델과의 비교
마지막으로 형제 모델인 파니갈레 V2 S에 올랐다. 과연 이 두 모델은 어떻게 다를까? 결과는, 파니갈레 V2 S가 훨씬 차분하고 냉정하다. 가속할 때 느껴지는 가속감과 배기음, 흡기음을 통해 느껴지는 감성은 흡사하지만, 포지션이 주는 본격적인 분위기가 코너를 조금 더 정확하고 빠르게 공략하도록 만든다. 프런트에 하중에 더 많이 실리는 만큼 회두성이 좋고 노면 피드백이 더 직관적이다. 그렇게 스트리트 파이터 V2 S의 매력이 더 명확해졌다. 기본적인 차체 안정성과 전자 장비의 수준은 동일한데 훨씬 자유롭다. 전후 휠이 들썩이고 레코드 라인을 잘못 그려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편안한 마음과 포지션 덕분에 진지한 파니갈레 V2 S에 비해 달리기 페이스가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잠재력을 깨우다
새로운 스트리트 파이터 V2 S는 이전 모델과 완전히 다른 방향을 바라본다. 고출력이라는 숫자에 대한 강박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대중들이 더 안전하고 즐겁게 다룰 수 있도록 완성됐다. 물론, 여전히 클래스에서 강력한 출력을 내며 수준 높은 차체, 고성능 파츠, 전자장비로 무장했다. 그 결과, 새로운 스트리트 파이터 V2 S는 무한한 잠재력으로 라이더의 잠재력을 깨우는 모델이다.
DUCATI STREETFIGHTER V2 S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V-트윈
DOHC 4밸브
보어×스트로크 96 × 61.5(mm)
배기량 890cc
압축비 13.1:1
최고출력 120hp / 10,750rpm
최대토크 93.3Nm / 8,2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5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 도립 (R)싱글 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ZR17 (R)190/55 ZR17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4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
휠베이스 1,493mm
시트높이 838mm
차량중량 175kg(연료제외)
판매가격 2,900만 원
글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두카티 코리아 ducati-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