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 않아요, 베스파로 밀라노 시티투어

     

    베스파와 함께한 밀라노 여행

    VESPA :  SOMETHING FUN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지닌 나라 이탈리아. 이번 여행은 밀라노 시내와 인근의 꼬모Como 호수로 루트를 잡았다. 저 멀리 알프스가 희미하게 보이는 잔잔한 호숫가를 지나고, 밀라노의 소소한 골목길을 베스파로 누빈다. 기분 참 좋다.

     


     

    이탈리아의 곳곳을 베스파를 타고 달리는 상상. 골목길을 돌다 보면 그 끝에 조그맣고 오래된 분수가 하나 있고, 사람들이 앉아서 햇볕을 즐기거나 이야기를 나눈다. 노천카페에선 여유로움이 묻어나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감돈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곤 그들의 일상을 엿보는 소박한 여행.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이번 투어는 2박 3일의 일정으로 밀라노 북쪽의 꼬모 호수 주변의 마을들을 둘러보기로 한다. 꼬모 호수는 밀라노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내외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로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알프스의 웅장한 분위기와 아기자기한 호숫가 마을들을 함께 느낄 수 있어 여행자들의 발길을 잡는다. 사람인(人)자 모양의 꼬모 호수는 왼쪽 다리 끝에는 스위스 국경에 맞닿은 꼬모Como가 오른쪽 다리에는 레코Lecco가 그 사이에 벨라지오Bellagio가 있다.

     

     

    이제 시작

    밀라노 동쪽의 리나테Linate 공항 인근의 HP모토라드에서 베스파를 빌렸다. 스쿠터 렌털은 베스파 125cc 모델 기준 1일 60유로, 2일 100유로, 3일 145유로였고 기본 거리는 250km이다. 그 이후 누적된 적산 거리는 km당 0.22 유로의 추가금이 적용된다. 직원과 함께 스쿠터 외부의 대미지 확인과 등화류 작동 등 기본적인 것을 체크한 후에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렌털이 완료되었다.

     

    밀라노 지역 모터사이클 렌털샵 리스트

     

    HP Motorrad
    주소
    S.r.l. Via Dante, 21 20090 Segrate Milano
    홈페이지
    연락처
    +39 02 7560772
    이메일
    rent@hpmotorrad.com
    가격
    1일 60유로 2일 100유로 3일 145유로 등 (베스파 125cc 모델 기준)
    보험
    1일 10유로 최대 1000유로 도난 및 파손 보장
    특이사항
    기본 250km 기준 추가 1km당 0.22유로 적용

     

     

    Central Italy Motorcycle Tours
    주소
     Via Vincenzo Maria Coronelli, 8, 20146 Milano
    홈페이지
    연락처
    +39 335 793 8218
    이메일
    rental@cimit.it
    가격
    1일 70유로 / 2일 100유로 / 3일 150유로 등 (베스파 125cc모델 기준)
    보험
    보험 특약 조건에 따라 상이
    특이사항
    누적 거리 무제한
    피렌체-로마, 피렌체-밀라노, 피렌체-베니스 편도 여행 선택 가능 각 180 유로

     

    쿨트라 Cooltra
    주소
     Viale Zara, 58 20124 Milano
    홈페이지
    연락처
    (+39) 02 39820311 / (+39) 389 5066538
    이메일
    milano@cooltra.com
    가격
    1일 70유로 선 (베스파 125cc 모델 기준, 누적거리는 모델에 따라 상이)
    보험
    보험 특약 조건에 따라 상이
    특이사항
    유럽 5개국 17개 지점 총 100여 개 렌털 오피스 운영으로 넓은 영업망. 장기 렌털이나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첫 번째 방문지는 렌털샵에서 20분 내외의 스쿠터 박물관 Museo Scooter & Lambreta. 지역의 창고형 람브레타 부품점을 겸하는 박물관으로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다양한 브랜드의 스쿠터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장 큰 규모의 람브레타 존은 초창기 모델부터 최신의 모델까지 한눈에 볼 수 있고, 엔진의 절단면과 차대의 절단면 등 구조를 볼 수 있는 전시물도 있어 흥미롭다. 스쿠터와는 왠지 거리가 멀 것 같은 MV아구스타, 모토구찌의 스쿠터와 KTM의 스쿠터도 전시되어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주로 국가별 브랜드를 모아놓고 있어 차이점과 공통점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모델들이 많아 하나씩 뜯어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관람하게 된다.

     

    스쿠터 박물관에서 만난 베스파

     

    레꼬Lecco를 향해

    스쿠터 박물관에서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들었다. 박물관을 나오니 금방이라도 해넘이가 시작될 듯 하늘이 어둑하다. 아직 이탈리아 도로에 적응이 채 되지 않았는데 걱정이 앞선다. 지도를 확인해 고속도로를 제외한 이동 루트를 찾는다. 이탈리아어로 고속도로는 아우토스트라다Autostrada. 표지판은 녹색으로 A 뒤에 숫자가 붙는 식이다. 고속도로는 유료로 운영되며 톨게이트에서 통행료를 지불하는 우리와 익숙한 방식이다. 모터바이크 통행은 149cc 이상(사이드카의 경우는 249cc 이상)이면 가능하지만 베스파 프리마베라 125는 통행이 불가능하다.

     

     

    밀라노를 빠져나오니 한적한 시골풍경이 이어진다. 레꼬로 가는 길이 아직 멀게만 느껴지는데 마음은 오히려 편안하다. 퇴근시간이 맞물려 복작이는 도로가 오히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멀리 보였던 희미한 알프스 산맥이 가까워지더니 저만치 잔잔한 호숫가 풍경이 보인다. 살며시 물안개가 피어오른 호수 주변으로 가로등 불빛들이 아롱거린다.

     

     

     

    비 내리는 꼬모 호숫가

    이튿날 아침부터 비가 오기 시작한다. 모토구찌 박물관을 방문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시간을 좀 더 많이 보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오픈 시간 확인 차 홈페이지를 검색하는 순간 창밖의 빗줄기가 더욱 원망스러워진다. 박물관은 평일 오후 3시에서 4시에 딱 한 타임만 가이드를 통해 개방이 된다는 것. 심지어 토요일 일요일은 휴무였다. 정신머리 없게도 오늘이 토요일이란 걸 그제야 알았다. 아쉽게도 모토구찌의 붉은 대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한 장 남기고 우중 라이딩을 강행한다.

     

     

    모토구찌 박물관
    Museo Moto Guzzi
    주소
    Via Emanuele Vittorio Parodi, 63/67, 23826 Mandello del Lario LC, 이탈리아
    웹사이트
    연락처
    +39 0341 709237
    영업시간
    평일 15시-16시 1타임 1시간  (토요일 일요일 휴무)

     

    빗방울이 헬멧에 부딪히는 소리가 재밌다. 노면이 젖은 탓에 속력은 내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낀다.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바람에 흩날려 없어지는 풍경, 담벼락으로 물방울이 떨어지는 장면이 슬로모션처럼 지나간다. 작은 마을을 지날 때 은은하게 퍼지는 장작불 냄새도 정겹다. 비를 계속 맞고 다니는 탓에 기회가 될 때마다 따듯한 카푸치노 한 잔으로 몸을 녹인다. 물에 젖은 생쥐 꼴을 하고 카페에 들어서면 직원들이 한결같이 이탈리안 특유의 몸짓으로 놀림 반 응원 반 인사를 건넨다.

     

    따듯한 커피로 잠시 추위를 녹인다

     

    꼬모 호수를 크게 한 바퀴 돌려고 했던 당초 계획을 변경하여 바레나Varenna에서 카페리를 이용해 벨라지오로 가기로 했다. 14세기 건축양식을 간직한 마을 중앙의 교회와 건물들이 아름다운 조그만 마을로 벨라지오까지는 카페리로 약 10분 내외가 소요되었다.

     

     

     

    호수를 감싸 안는 형세로 깎아지듯 알프스의 봉오리들이 보이고 잔잔한 수면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며 평화로운 풍경을 만든다. 벨라지오에 도착하니 동화에서나 나올 법 한 알록달록한 마을의 풍경이 시작된다. 교회의 종탑에서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길거리에 퍼져나간다. 꼬모의 진주라는 별명답게 아름답고 소소한 상점들과 골목들과 건물들이 모여 있다. 비수기의 시작과 주말이 겹친 탓에 대부분이 문을 열지 않아 밖에서 구경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타종이 한창인 교회에 들어가 조각상들을 바라보며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갖고 벨라지오를 떠났다.

     

     

     

    벨라지오에서 꼬모로 가는 길은 예상보다 깊은 와인딩의 연속이다. 오른 편으로는 호수의 전경과 건너편의 마을들이 펼쳐지고 왼편으로는 깊고 가파른 언덕이 붙어있다. 길이 좁고 코너가 깊어 코너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안전에 유의하며 경치를 즐기게 된다. 호수 주변으로 서른 세 개의 마을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꼬모 호수의 마을들을 연달아 지나가며 비를 피해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며 조금은 천천히 여행을 즐긴다.

     

     

    유럽 감성 물씬 밀라노 시티투어

    밀라노 시티투어는 두오모 광장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밀라노 대성당인 두오모와 광장을 중심으로 당대 최고의 쇼핑몰이었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와 오페라하우스인 스칼라좌 레오나르도 다빈치 박물관, 명품관 1번지인 몬테나폴레오네 거리 등이 밀집되어있다. 도보로도 반경 30분 내외로 차분히 주변을 감상하며 걷기에도 좋다. 직선의 아름다움을 잘살린 두오모는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고딕양식의 결정체다. 그 앞에 서면 자연스레 고개를 들어 하늘로 솟구친 수많은 소첨탑을 물끄러미 올려다보게 된다. 건물은 전면이 대리석으로 되어있고, 벽면에는 3000여 개의 각기 다른 표정의 조각상들이 있다. 정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나센테 대성당이지만 일반적으로 대성당을 일컫는 단어인 두오모로 더 많이 알려졌다. 광장에 맞붙은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는 아치형 유리 지붕과 정 중앙의 유리 돔이 특징적이며 야간에 조명이 들어오면 더욱 영롱하게 빛난다.

     

    역사적인 오페라 극장인 스칼라좌의 전경. 국내 유명 성악가 조수미씨도 이곳을 무대로 활동 했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제자들의 석상

     

    구도심은 바이크를 타기에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다. 트램 선로가 길 중간에 있어 미끄러짐에 조심해야 하고, 일방통행이 복잡하게 얽혀 길을 돌다 보면 제자리로 돌아오기 일쑤다. 하지만 조금 헤매거나 돌아갈지라도 베스파를 타고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다 보면 꽤나 감성적인 여행이 된다. 길의 끝에서 이름 모를 유적을 만나거나, 멋진 카페를 만나면 스쿠터를 잠시 세우고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은 여행의 자유도를 높여준다.

     

     

    광장 바로 근처에 있는 모터바이크 용품 편집샵

     

    그동안 상상해왔던 이탈리아 현지에서 즐기는 베스파 투어. 비록 이번 여정에는 비가 계속되는 핸디캡이 있었지만 비 오는 도로를 달리는 것도 나름의 감상이 있었다. 도심지 이곳저곳을 이동 시간과 주차 장소 등에 큰 구애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점은 역시 스쿠터 여행의 백미였다. 이제 겨울의 초입에서 우중 라이딩을 즐겼으니, 언젠가는 따듯한 봄볕 아래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낭만적인 스쿠터 투어를 즐겨보고 싶다. Ciao Italia.

     


     

    Credit

    글/사진 이민우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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