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BMW 모토라드 데이즈에 가다

    7월 초부터 여름휴가를 즐기기 위한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한 행사가 떠올랐다. 매년 7월 첫째 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펼쳐지는 그 행사 말이다. 그리고 그곳은 알프스 턱 밑에 위치한 곳이 아닌가. 라이더들이 한 번쯤 들러보고 싶은 고갯길이 가득한 알프스 투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일석이조, 종합 선물세트 같은 기회다.

     


     

    쿤스트의 독일 리포트 #04

    독일 BMW 모토라드 데이즈에 가다

     

    금요일 오전 6시 반, BMW 모토라드 데이즈가 열리는 독일 남단에 위치한 가미쉬 행사장까지  750킬로의 거리를 달려 내려가기 위해 모터바이크에 올라탄다. 맑은 날씨의 기분 좋을 정도의 기온을 느끼며 독일을 세로로 가로지르는 아우토반 A7에 모터바이크를 올려 차가운 엔진에 열기를 불어넣는다. 아우토반을 통한 여행은 목적지까지의 신속한 이동이 가능한 장점은 있지만 독일 특유의 강한 바람이 모터바이크 주행의 즐거움을 거스르게 하기도 하고 단조로운 도로 구성과 잦은 공사 구간 때문에 때로는 지루한 여행길이 되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국도와 아우토반을 잘 조합해서 여행하는 게 평소의 투어 방식이었다면 이날은 아우토반을 100% 이용한 750여 킬로의 이동이었고 처음 시도해보는 하나의 도전과도 같았다.

     

     

    모터바이크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 갈수록 나와 같은 방향을 향하는 라이더들과 아우토반을 같이 달릴 수 있었고, 잠시 쉬려고 정차한 휴게소에서도 역시 즐거운 표정의 각국에서 온 라이더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행사장을 150킬로 정도 남기고부터는 저 멀리, 하지만 가까운 듯 눈앞에 펼쳐지는 알프스의 멋진 산들을 바라보며 달린 라이딩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독일 주요 도시에서 행사장까지 들어가는 방법은 주로 뮌헨을 통한 북쪽에서의 접근이나 퓌센과 오스트리아의 루트를 조합한 서쪽에서의 접근이 일반적이다. 이번에는 서쪽 루트를 택해 행사장에 도착했는데, 멋진 와인딩 코스(도이쳬 알펜스트라쎄라는 유명 코스가 있다)와 독일의 지붕인 츄크슈피체를 보면서 달릴 수 있는 멋진 코스다.

     

     

    행사장 도착은 오후 3시경, 도착하자마자 캠핑장에  사이트를 구축했다. 이틀을 머물면서 행사도 즐기고 주변 알프스를 투어하려고 했으나 항상 예측할 수 없는 알프스 지역의 날씨도 불안하고 일기 예보 역시 맑은 날씨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아, 하루 동안 행사를 즐기고 이탈리아의 스텔비오 패스를 지나 오스트리아에 묵기로 일정을 변경했다.

     

     

    생각보다 더운 날씨에 장거리 주행을 하며 땀을 뺏더니 맥주부터 눈에 들어온다. 맥주 잔의 반을 비웠을 때, 이번 행사에 같이 참석하기로 했던 라이더가 도착했다. 그는 영국에서 프랑스 해협을 건너 1,300킬로를 달려 내려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하는 예비 라이더와 프라이부르크의 열정적인 초보 라이더도 만날 수 있었고 유럽 각지에서의 생활하며 라이딩을 즐기고 있는 한인 라이더들과 모터바이크에 대한 열정을 공유할 수 있었다.

     

     

    BMW 모토라드 데이즈 현장에는 다양한 업체들의  전시행사, 커스텀 모터바이크 전시, 스턴트쇼, 박서 엔진 바이크들의 스프린트 주행, 오프로드 체험, 시승행사, 신차 및 클래식 모터바이크 전시 등 다채로운 즐길 거리들이 준비되어있고 밤에는 끝날 줄 모르는 파티와 음악이 행사장 주변을 뜨겁게 달군다.

     

     

    간단히 참여 업체의 부스를 방문한 후에 모토드롬이라는 스턴트쇼를 관전했다. 다이내믹하면서도 위험천만한 주행에 모터바이크를 라이딩 할 때와는 또 다른 것 같은 아드레날린이 솟아난다. 스턴트쇼가 진행되는 시간에 맞춰 무료로 입장 가능하며 멋진 라이딩을 관람하고 자발적으로 동전 또는 지폐를 던져주며 멋진 쇼에 대한 감사를 표시할 수 있다.

     

     

    동행한 일행들과 가미쉬 읍내?에 나가서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현지 레스토랑에서 독일의 슈니첼을 즐기면서 맥주를 기울였다. 이날만큼은 가미쉬라는 도시가 모터바이크 라이더들에게 도시 전체를 전세 낸 분위기. 수많은 모터바이크들도 오고 가고 거기서 울려 퍼지는 엔진 소리들은 식사를 하는 동안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귀여운 동네 꼬마들과 인사도 하고, 주변계곡에서 주운 조약돌에 그림을 그려 파는 아이들을 보고 어리지만 듬직했던 남매도 행사장과 시내를 오가는 길에 만날 수 있었다.

     

     

    알프스 산 너머로 해가 지고 행사장이 어둑해질 무렵, 시내에서 돌아온 일행은 열기가 이미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진 파티장에 1리터가 가득 채워진 맥주 잔을 들고 입성했다. 평소에는 얌전한 독일인들만을 만난 한인 라이더들은 이때가 기회다 싶을 정도로 제대로 즐기고 있는 독일인들을 눈앞에서 목격, 그 분위기를 함께 즐기며 우리들만의 시간을 제대로 만끽했다.

     

     


     

    Credit

    글/사진 쿤스트

    2012년 독일로 이주해 평범한 직장을 다니는 코리안 라이더. 유유자적 경치 구경을 하면서 안전을 우선시하는 라이딩 타입.  독일에서 홀연히 은퇴할 때까지 일하며 모터바이크 문화와 캠핑을 천천히 즐겨 보는 게 작은 꿈이다. 그리고 독일, 유럽 전역에 걸쳐 셀 수 없이 많은 자동차/모터바이크 관련 박물관과 행사 참석을 계획하고 있고 느릿느릿 하나씩 이뤄가고 있다. 앞으로 독일 유럽에서 열리는 재밌는 이벤트들과 멋진 투어 코스, 라이더들이 궁금하고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할 예정이다.
    http://blog.naver.com/auto_w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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