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7천의 독일 남부에 위치한 아주 작은 마을인 Niedereschach에 독일은 물론이고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영국, 헝가리 등지에서 모인 1만 2천여 명의 라이더들이 집결했다. 국가와 성별 나이 모두 제각각이지만 하나의 공통점은 그들이 타고 온 바이크가 듀얼퍼퍼스 계열의 어드벤처 바이크라는 것이다.
쿤스트의 독일 리포트 #03
독일에서 열린 어드벤처 바이크 라이더 축제
투라텍 트래블 이벤트
독일에는 모터바이크 라이더들이 즐길 수 있는 라이딩 코스도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브랜드에서 주최하는 이벤트들도 많다. 그중에서도 투라텍(Touratech) 의 트래블 이벤트는 아마도 모터바이크의 브랜드를 막론하고 쉽게 어울릴 수 있으면서도 한 가지 주제 즉, 모터바이크로 즐기는 세계여행이나 모험을 동경하는 이에게 가장 어울리는 축제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잘 살려 해마다 행사의 규모와 존재가치가 성장하고 있다.
인구 7천의 독일 남부에 위치한 아주 작은 마을인 Niedereschach에 독일은 물론이고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영국, 헝가리 등지에서 모인 1만 2천여 명의 라이더들이 집결했다. 국가와 성별 나이 모두 제각각이지만 하나의 공통점은 그들이 타고 온 바이크가 듀얼퍼퍼스 계열의 어드벤처 바이크라는 것이다.
투라텍은 듀얼퍼퍼스, 어드벤처 모터바이크를 위한 프로텍터, 각종 가방, 알루미늄 케이스 등을 제조하는 액세서리 전문 브랜드이다. 제조 품목이 상당히 많은 브랜드의 다양한 모델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쪽 계열의 모터바이크 오너라면 들어보았음직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런 투라텍에서 여타 모터바이크 브랜드에서 주최하는 이벤트와 차별화된, 어드벤처에 특화된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이다.
모험을 즐기는 자, 캠핑 모드로
독일에서 진행되는 행사들은 금, 토, 일 의 2박 3일간 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3일간 유사한 컨텐츠로 행사를 반복하면서 그중에 하루를 찾아와도 오롯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구성이다. 하루 종일 꽉 찬 스케줄이 진행되지만 그것이 반복되므로 3일 동안 내내 행사를 즐길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즐기고 인근 도시 투어 등 개인 일정을 조율하면 된다.
이번 행사의 참석은 금요일 오전 8시에 독일 북부 도시 하노버를 출발하면서 시작되었다. 편도 605킬로를 달려 내려가면 나와 같이 모험을 갈망하는 동류의 라이더들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가는 동안 헬멧 속에서 콧노래를 불렀을 뿐, 전혀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았고, 그렇게 라이딩을 즐기는 동안 어느덧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캠핑장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날 오후부터 비 소식을 동반한 궂은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해가 중천을 넘은 시각에 많은 라이더들이 이미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미 캠핑장에는 나의 그간의 경험을 어린아이로 만들어 버릴 정도의 위압감이 넘치는 모터바이크들이 많이 도착해 있었다. 하루를 묵을 텐트를 치고 나서 캠핑장을 돌며 참석한 모터바이크를 보며 오너와 간단히 이야기하는 것도 이 행사의 작지만 즐거운 이벤트다.
정보 공유의 장
행사장 한구석에는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있다. 모터바이크로 즐기는 모험을 생각했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음직한 만한 바이크가 떡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그걸 타고 세계 일주를 마친 라이더가 느긋한 미소가 만연한 얼굴로 자신의 모터바이크와 여행에 대해 썰을 푼다. 네덜란드인 Lucassen은 혼다 파이어블레이드로 16만킬로를, 야마하 R1으로 2만 5천 킬로를 여행했고 이번 행사에 나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던 정보는 중년의 라이더 부부가 세계 곳곳의 유명한 루트를 다녀온 기록을 GPS 코드로 기록해 판매하고 있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독일에서 지내면서 여행 루트를 짤 때 그 모세혈관과 같이 수없이 얽혀있는 도로망에서 멋진 경치와 코너를 찾아서 만족할 만한 코스를 구성하는 것이 진정 어려운 일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년간 자신이 직접 경험하면서 수집해 온 이런 정보를 가이드북과 USB 메모리에 GSP를 담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 내가 여행을 계획하는 데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는 이런 정보는 바로 구매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한 모터바이크 관련 잡지사에서는 물론 홍보용으로 자사의 잡지를 무료배포하기도 했지만 더욱이 관심이 갔던 것은 독일 전역에 위치한 모터바이크 라이더들을 위한 호텔 정보집이었다. 15유로에서부터 156유로까지 각 지역에 위치한 라이더를 위한 쉼터를 찾아가기 쉽도록 GPS 코드와 함께 기록한 작은 책자를 얻을 수 있었다.
선배 모험가들의 경험담
투라텍에서 진행하는 행사에는 항상 여행 경험자의 강연이 포함되어있다. 여행을 준비하는 또는 꿈꾸는 이에게 단비와 같은 정보와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이들의 경험담은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
“꿈을 멈추지 말라” 라는 주제로 강연한 Dylan Wickrama이라는 파키스탄 출생의 라이더는 자신의 경험담을 2시간의 걸 쳐 잠시의 쉼 없이 열정적인 모습으로 전달해 주었다. 80개국, 28만여 킬로를 여행한 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는데 그의 독특했던 여행 중 고난 극복기는 중간중간 청중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특히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파나마를 지날 적에 뗏목에 그가 타던 BMW R1150 GS의 바퀴를 떼어내고 후륜 샤프트에 스크류를 달아 배로 만들어 버린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바다로 나가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며 바다를 건넌 이야기로 발표 도중 현장을 모든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의 발표 시간이 끝난 시점에 청중은 기립박수로 답했다. (그의 자세한 이야기는 www.ride2xplore.com에서 볼 수 있다)
저녁 시간이 무르익자, 25년간 BMW GS모델로 세계 일주를 한 Michael Martin도 무대에 올라섰다. 이쪽 방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보았을 법한 사진들의 많은 부분이 그의 여행에서 나왔다는 걸 그의 2시간 넘게 진행된 발표 현장에서 알 수 있었다. 그중에는 나를 독일로 보내게 된 하나의 계기가 되었던 사진도 있어서 그의 강연을 통해 왠지 모르게 초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가이드 투어로 행사의 정점
투라텍 트래블 이벤트는 투어로 시작해서 투어로 끝난다. 모터바이크를 처음 경험하는 라이더, 오프로드 초보/ 경험자 코스, 자율 주행, 여성을 위한 기초 및 투어 프로그램, 행사장 인근인 슈바츠발트Schwarzwald 지역을 여행하는 각종 코스 등 50여 가지 이상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라이더들을 맞이한다. 행사 기간 동안 가이드가 동반하는 각기 다른 온, 오프로드 투어만 참석해도 행사의 이름에 충분히 부합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행사기간 동안 예약한 2개의 투어 중에 사정상 하나의 투어에 참석했는데 독일 각 지역에서 온 라이더들과 함께 인근 슈바츠발트의 와인딩 로드를 즐겼다. 멀미 날 정도로 코너를 타고 싶은 라이더라면 이 지역을 꼭 추천하고 싶다. 함께 투어에 참가한 부부 라이더는 인근 도시에서 각기 KTM 어드벤처와 BMW 800 GS를 타고 행사에 참가했다. 잠시 쉬며 타이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선한 미소를 가진 평범한 아주머니 라이더의 800 GS 타이어에 남은 살벌한 코너링의 흔적에서 독일 라이더들의 기본 라이딩 실력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Credit
글/사진 쿤스트
2012년 독일로 이주해 평범한 직장을 다니는 코리안 라이더. 유유자적 경치 구경을 하면서 안전을 우선시하는 라이딩 타입. 독일에서 홀연히 은퇴할 때까지 일하며 모터바이크 문화와 캠핑을 천천히 즐겨 보는 게 작은 꿈이다. 그리고 독일, 유럽 전역에 걸쳐 셀 수 없이 많은 자동차/모터바이크 관련 박물관과 행사 참석을 계획하고 있고 느릿느릿 하나씩 이뤄가고 있다. 앞으로 독일 유럽에서 열리는 재밌는 이벤트들과 멋진 투어 코스, 라이더들이 궁금하고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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