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트 바버와 스프링필드의 여행
CHILL-OUT TOUR
with
INDIAN MOTORCYCLE
바쁘게 일상을 보내다 문득 하늘을 올려본 하늘에서 가을의 냄새가 난다. 어느새 저만치 높아진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마음을 간질인다. 어느덧 바이크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그래 바이크 타러 가자
여름이 마지막 무더위를 뿜어내던 어느 날. 머리 위로 내리쬐는 열기에 이내 땀방울이 이마에 맺힌다. 바쁘게 일상을 보내다 보니 계절 가는 줄 모르고 있었는데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저만치 높아진 하늘에 뭔가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달력을 찾아 날짜를 맞춰봤다. 바이크를 타기 위해서 말이다. 하루 정도 강원도의 이름 모를 고갯길을 하염없이 다닐 상상을 하니 기분이 즐거워진다. 때마침 달력에 작은 글씨로 쓰인 음력 절기가 보인다. 입추. 그래 이날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 가을을 먼저 만나러 가보자.
도심을 빠져나가다
TIME IS RUNNING OUT
이번 투어의 파트너는 인디언 모터사이클의 경량 크루저 스카우트 바버와 대형 투어러 스프링필드다. 인디언 모터사이클은 아메리칸 크루저를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브랜드 중 하나다. 스카우트 바버는 인디언 모터사이클의 경량 크루저 스카우트의 가지치기로 커스텀 모터사이클의 한 장르인 커스텀 바버 룩으로 꾸며 젊은 층에게 어필하고 있는 모델이다. 제아무리 경량이지만 거의 대부분을 철재로 만들어 단단하면서도 낮고 길게 뻗은 늘씬한 몸매가 매력적인 바이크다.
스프링필드는 인디언 모터사이클의 본고향의 지명을 딴 모델로 모던 클래식 대형 투어러다. 장거리 주행을 위한 윈드스크린이나 하드 러기지 케이스 등이 장점이다. 큼직한 차체와 럭셔리한 마감으로 시선을 끄는 것도 매력이다.
평일에 출발하기로 한 김에 출근시간에 앞서 약속 시간을 잡았다. 첫 번째 목적지는 서울에서 강원도로 빠져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양평 만남의 광장이었다. 오전 여덟 시에 만나기로 한 탓에 집에서는 여섯 시가 조금 넘어 출발했는데 출근시간에 한발 앞섰다는 것만으로도 도심 한가운데를 탈출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이미 알고 있는 상습 정체구간을 풀 스로틀로 통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벌써 아드레날린 rpm 게이지가 상승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서울을 거의 빠져나갈 무렵부터 슬슬 차들이 많아졌는데 출근 시간이 십분 단위로 달라지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 평소에 그 속에서 치여 살았을 생각을 하니 뭔가 통쾌하다.
우리들의 저공비행
LONG AND WINDING ROAD
첫 번째 만남의 장소에서 동료와 접선에 성공했다. 약속시간이 칼 같다. 왜 놀러 가는 날에는 약속시간을 더 잘 지키게 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첫 번째 일과는 아침식사. 평소에 아침을 챙겨 먹는 타입은 아니지만 눈을 뜨자마자 바이크에 앉아 풀 스로틀로 달려온 덕분인지 허기로 인한 주유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동료를 기다리느라 시켜 놓았던 모닝커피를 입에 털어 넣고 투어길에 종종 들르던 해장국집으로 향했다. 벌써 군침이 돈다.
배도 든든하게 채웠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볼까. 양평에서 시작한 덕에 강원도의 경계를 넘는 것은 금방이다. 신기하게도 경계석을 지나자마자 바람이 한결 시원하다. 도로는 길게 쭉 뻗어 각선미를 자랑하다가도 이내 구불대며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휘어진다. 오늘의 파트너인 인디언 모터사이클 스카우트 바버와 스프링필드는 확실히 와인딩 머신은 아니다. 스카우트 바버는 조금 많이 기울었다 싶으면 여지없이 뱅킹 센서가 긁혔고 스프링필드는 코너 진입각이 흐트러지면 낮은 기어부터 회전을 올려야 해서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두 모델 모두 몸에 익고 나니 리듬이 생긴다. 해당 모델에 맞는 주행법을 습득하고 나서야 여유롭게 뱅크를 확보할 수 있었고 그렇게 하고 나니 선회의 재미가 생긴다. 두 대의 바이크가 나란히 간격을 맞추고 미끄러지듯 자연스럽게 좌우로 와인딩을 즐기고 있으니 마치 편대비행을 하는 비행체 같다. 뭔가 낮고 빠르게 그리고 매끈하게 하늘을 지나가는 그런 느낌이랄까. 시간이 갈수록 합이 맞아가는 느낌이 기분 좋다.
바이크 투어의 묘미는 정해진 길이 아닌 우연찮게 만나는 풍경이나 만남에서 극적으로 된다. 모험가가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과 같은 즐거움이랄까. 바이크 투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행의 맛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길이 아닌 곳을 지나다가 어느 경치 좋은 풍경을 만날 수 있었고, 정처 없이 가는 길에서 어디 괜찮은 카페나 식당을 만났다.
또 다른 재미는 길이든 식당이든 동네 주민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현지인들이 알려주는 정보는 온라인상에서 찾아낼 수 있는 정보와 같지만 달랐다. 서로 같은 맛집을 가리키더라도 그곳에서 꼭 먹어야 하는 메뉴를 알려준다거나, ‘관광객들은 많이 안 가는 곳인데’라고 말끝을 흐리면 대체로 맛있는 집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대체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가는 전략을 택했는데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첫날의 최종 목적지는 강원도 영월이었다. 강원도의 이름 모를 고갯길을 여유롭게 쏘다니다가 깊은 밤에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보자는 데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목적지가 영월이었던 이유는 천문대를 가면 좋겠다 싶었다. 영월로 향하는 길에 평창 일대의 고갯길을 이유 없이 돌아가며 투어를 즐겼다. 해질녘에나 되어서 영월 시내로 들어갔는데 웬걸 예상과 다르게 빗방울이 떨어진다. 숙소를 결정한 후에는 본격적으로 비가 오기 시작했고 잠깐의 상의 끝에 천문대는 생략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시간을 두고 오랫동안 저녁식사를 할 수 있어 좋았다. 별 헤는 밤을 연출하지는 못했지만 저녁시간 동안 오늘의 투어를 복기하고 내일을 계획하는 것도 의미 있었다.
어쩌다 어드벤처
A KIND OF MAGIC
다음날 아침. 하늘이 화창하다. 어제 하루 달리며 쌓인 먼지가 밤사이 비를 맞아 얼룩덜룩 해져서 첫 일정은 세차장으로 정했다. 거품 목욕과 함께 깨끗해진 크롬 파츠를 보니 기분마저 상쾌하다. 세차를 마무리 짓고 다시 길 위에 오른다.
스프링필드의 크롬 파츠 위로 햇빛이 영롱하게 반짝인다. 인디언 모터사이클 스프링필드의 장점은 여유로움 속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었다. 대배기량 V트윈 엔진에서 풍성하게 쏟아지는 토크는 부드럽게 차체를 밀어주며 힘차게 나간다. 큼직한 차체는 묵직한 중량감이 있지만 밸런스가 좋아 라이더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푹신하고 큼직한 시트도 장거리 여행에 큰 도움이다. 스카우트 바버의 좁고 단단한 시트는 보기에는 멋있지만 역시 장거리 여행이라면 이쪽이 더 낫다.
라이더 포지션도 상체를 세우고 여유롭게 정면을 볼 수 있어 주변 경치를 즐기는 것도 이편이 더 편안했다. 크루즈 컨트롤은 스로틀 조작에 따른 피로를 덜어준다. 좌우 러기지 시스템도 장거리 여행에서 발군의 적재 능력을 보여주었다. 스프링필드에 2명분의 여행 짐과 캠핑용 의자 두 개 그리고 테이블까지 챙기고도 우비와 여분의 라이딩 용품까지 수납했다. 덕분에 어느 경치 좋은 강가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도 있었다.
영월의 하이라이트는 동굴 탐험이었다. 영월의 대표 관광 포인트 중 하나인 고씨동굴은 임진왜란 때 근처에 살던 고씨 일가가 이곳 동굴로 피란한 데에서 이름을 땄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석회 동굴 중 하나로 총 길이 3.3km 정도이며 무척 깊은데 관광객이 갈 수 있도록 개발된 것은 약 600m 정도이다.
동굴 입구에 서자 서늘한 바람이 동굴 안에서 쏟아진다. 신기한 경험이다. 동굴 안의 통로가 좁아 시간별 차수를 정해 동굴로 들어갈 수 있다. 안전모를 쓰고 동굴 입구로 진입하니 금세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한낮의 기온이 30도에 가까웠는데 동굴 안에는 닭살이 돋을 정도로 시원하다. 자연이 빚어낸 신비로운 풍경에 시선이 꽂힌다. 예상보다 깊고 길어 라이딩 부츠를 신고 다니기에는 쉽지 않았지만, 재킷 등 소지품은 동굴 입구 보관함에 맡겨둘 수 있어 좋았다.
하늘을 달리다
DON’T STOP ME NOW
마지막 목적지인 충북 단양으로 향했다. 영월에서 단양으로 가는 길이 좋다. 봉긋 솟은 산들 사이로 난 강을 따라 달리는 기분이 좋다. 아직은 여름에 가까운 가을인지라 가을의 낌새가 크지 않았지만 단풍이 깊어지는 완숙한 가을에는 더 멋있는 길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양에서의 목적지는 최근 방송에 소개되며 유명해진 카페 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 세워진 베이커리 카페로 SNS 인증샷 명소로 인기가 높았는데, 그런 이유보다는 보다 높은 곳에 바이크를 올려다 놓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카페로 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높고 구불댔다. 길이 좁고 헤어핀으로 되어있는데다가 내려오는 차들이 바이크와 여유를 두지 않아 살짝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어깨너머로 하늘 아래 경치가 보이며 기분이 좋아진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무척 선명했다. 시야가 탁 트여 하늘 아래에서 내려다보는듯한 개방감이 일품이다. 비록 유명세를 치른 덕에 사람들로 북적여 고즈넉한 맛은 없었지만 외따로 떨어진 야외 좌석에 앉아 있으니 바람도 선선한 것이 마음이 편안해진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즐기며 여유를 부린다. 바이크 타기 참 잘했다.
투어링 파트너
INDIAN MOTORCYCLE
스프링필드
아메리칸 투어러에 투입한 모던 클래식 감성. 큼직한 V트윈 엔진이 존재감 있고 대형 크루저 특유의 묵직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강점이다. 큼직한 헤드라이트와 듀얼 포그램프는 클래식한 얼굴을 만들고 아낌없이 사용한 크롬 파츠는 화려함을 더한다. 하드 케이스와 윈드 스크린이 기본으로 장착되어 장거리 투어에 대비한다.
INDIAN MOTORCYCLE
스카우트 바버
인디언의 경량 크루저 라인업인 스카우트에 커스텀 바버를 연출한 모델이다. 늘씬한 차체에 블랙 페인팅은 젊고 강렬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짧게 잘린 전후 펜더와 커스텀 분위기 파츠를 더해 시크한 매력을 고조시킨다. 과감하게 생략된 심플한 라인이 매력적이다.
글/사진 MB편집부
취재협조 화창상사 www.indianmotorcyc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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