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커브 본질로 돌아가다
2018 HONDA SUPER CUB
국숫집 소년이 배달할 때에도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바이크를 만들자. 혼다의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가 슈퍼커브를 개발할 때 했던 주문이다. 그렇게 슈퍼커브가 등장했고 지난 60년 동안 전 세계 160여 개 나라에서 총 1억대가 팔려나갔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이다
배달 오토바이는 친숙하다. 철가방을 한 손에 들고 빨간색 바이크를 타고 골목길을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 혹시 우리 집이 아닐까? 괜히 설레기까지 한다. 중국음식뿐만이 아니라 치킨, 피자, 햄버거는 물론 원하는 모든 것을 배달해주는 시대다. 배달 바이크는 길을 요리조리 잘도 다니며 이집 저집을 다닌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달린다. 햇볕이 살갗에 닿기만 해도 뜨겁단 소리가 절로 나올 때에도 엄동설한 찬바람에 옷깃을 여밀 때에도 어김없다.
슈퍼커브의 시작
배달 오토바이를 상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그 모습을 잘 따라가 보자. 지금 떠오르는 그 바이크를 언더본Under Bone 바이크라고 한다. 특징으로는 핸들바와 시트 중간의 뼈대가 아래로 오목하다. 라이더가 타고 내릴 때 발에 걸리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치마를 입고도 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 원심 클러치 미션을 적용해 핸들 레버 조작 없이 발로만 기어를 조작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부 모델에 따라 짐을 많이 싣기 위해 리어 시트를 생략하고 캐리어를 장비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언더본 모델들은 이런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들의 본류를 찾아가다 보면 단 하나의 바이크를 만나게 된다. 바로 혼다 슈퍼커브다.
혼다 슈퍼커브는 1958년 모델명 C100으로 세상에 최초로 공개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자전거에 보조 엔진을 부착하는 형태의 모패드(혼다 커브 F형 등)가 생활 일선에서 뛰었다. 더 빨리 더 멀리 달려갈 강력한 모터바이크의 요구도 있었지만 대중들에게는 일상생활을 도와줄 쉽고 편한 어떤 것이 필요했다.
유럽의 스쿠터에서 힌트를 얻은 혼다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는 국숫집 소년이 한 손으로 국수를 들고도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바이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한 슈퍼커브는 언더본 프레임과 자동 원심 클러치의 조합으로 세상에 탄생했다. 이 둘의 궁합은 누구라도 쉽고 편하게 바이크를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서술했듯 언더본 프레임은 타고 내리기 편했고 원심 클러치의 기어 조작은 쉬웠다.
차체의 크기와 무게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부담스럽지 않았다. 혼다 커브는 출시와 동시에 주목받았고 빠르게 퍼져나갔다. 일본 국내는 물론 수출용으로도 성공적이었다. 4년 만인 1962년에 세계 누적 100만 대를 넘어섰고, 74년에는 누적 1,000만 대를 기록했다.
슈퍼커브는 전 세계 골목길을 누비며 생활 전선에서 뛰었다. 단순히 음식 배달뿐만이 아니다. 신문 배달원이 신문을 나르며 세상 소식을 전했고, 아버지의 출근길을 책임졌으며, 엄마는 아이들을 태워 학교에 데려 주기도 했다. 말하자면 우리 일상의 손과 발을 대신했던 것이다.
본질로의 회귀
2018 슈퍼커브의 레트로한 첫인상이 마음에 든다. 클래식 한 원형 헤드라이트와 헤드라이트 커버는 과거 슈퍼커브 시리즈를 관통하는 디자인 그대로를 닮았다. 싱글 시트 아래를 지나가는 차체 하단의 모양새에서도 1958년 오리지널 커브인 C100의 분위기가 풍긴다. 시트 바로 아래 커브 로고마저도 옛것 그대로다. 바로 전작의 커브가 현대적인 디자인을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클래식한 분위기로 돌아간 것이 마음에 든다.
최근 몇 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트렌드인 클래식 분위기에도 잘 맞는다. 승용 목적의 라이더라면 2018 슈퍼커브를 보고 어떻게 꾸미면 좋을까 부터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니즈에 화답하듯 혼다는 순정 액세서리도 함께 내놓았다. 라이딩 편의성을 위한 윈드 스크린과 동승자석 시트는 물론 눈썹 모양의 클래식 헤드라이트 커버나 프런트 펜더 크롬 액세서리 등이 있다. 승용 라이더를 위한 재미요소다.
애프터 마켓 파츠는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선택의 폭이 넓다. 오죽하면 일본에는 커브 단일 기종의 커스텀만을 다룬 단행본이 출시될 정도로 저변이 넓은 것이 슈퍼커브다.
국내 사양은 우리나라의 상용 시장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요소들이 반영되어 있는 한국 독점 사양으로 태국 혼다에서 생산된다. 첫 번째 차별 점은 대형 리어 캐리어다. 순정 사양의 캐리어는 다양한 용도를 위해 제작되었으며 적재 성능 확보를 위해 크기를 키웠다. 캐리어 그대로 사용하기에도 좋고 애프터마켓 탑 케이스 등을 얹어놓기에도 괜찮아 보인다.
두 번째로는 리어 서스펜션. 대형 캐리어를 장비한 만큼 적재 화물량을 고려했다. 프리로드가 조절되는 타입은 아니지만 움직임이 상당히 만족스럽고 동승자와 함께 탔을 때에도 잘 받쳐주는 느낌이다. 세 번째로는 브레이크고 마지막은 알루미늄 캐스트 휠이다. 제동성능에 대한 요구에 맞춰 프런트에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해 브레이크 성능 확보를 꾀했고 알루미늄 캐스트 튜브리스 휠을 장착한다. 기본인 스포크 휠에 비해 클래식한 분위기가 감소되지만 아무래도 튜브를 사용하지 않아 타이어 유지 보수에 큰 장점이 있다.
이거 재밌잖아
시동을 걸자 예상지 못했던 배기음에 슬쩍 미소가 난다. 의외로 고동감이 있고 고급스러운 타입이다. 경박하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 커브에는 버튼 식 셀프스타터 말고 고전적인 킥 스타터도 있는데 테스트를 하자마자 웃음이 터진다. 발을 슬쩍 대는 수준으로 킥을 차도 시동이 걸렸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다. 엔진도 꽤나 확실하게 동력을 전달한다. 이전 세대 모델이 조금 더 부드러운 출력을 염두에 둔 세팅이라면 이번에는 좀 더 힘차게 나간다.
1단에서부터 시작해 속도에 맞춰 기어를 바꿔주면 매끈하면서도 시원하게 뻗어간다. 일반적인 리턴기어 변속 방식에 익숙해져서일까, 초반에는 로터리 기어를 부드럽게 조작하는 데까지는 감각을 익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변속을 놓치면 힘이 빠지거나 울컥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익숙해지자 오히려 재밌다. 109cc의 작은 엔진을 쥐어짜면서 달려가도,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여유롭게 달려도 재밌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계기반에 기어 표시등이 생겨서 편리하다. 이전에는 기어가 어디에 물렸는지 기어를 계속 올리거나 내려야 했던 불편함이 있었는데 이제 기어의 위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프런트 디스크 브레이크는 배기량과 클래스에 적절한 수준의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예상한 정도의 압력을 레버에 전달하면 딱 그 정도의 피드백을 준다. 정직한 타입이다.
리어는 드럼 타입으로 브레이크 설정에 맞는 수준의 제동력을 느낄 수 있었다. 풋 브레이크 레버는 여전히 못생겨 눈에 띄긴 했지만 이 정도쯤이야 하고 넘길만한 수준이다. 진동 방지를 위해 고무가 덧대진 풋패그는 슬쩍 힘을 주거나 체중을 옮기면 물컹댄다. 효과적으로 진동을 막아 줄 뿐 아니라 가벼운 전도 시 1차 충격을 흡수해주는 역할을 한다.
핸들링은 가볍고 기민하다. 작은 휠을 사용하는 스쿠터의 움직임과는 다른 민첩함이다. 17인치 휠을 사용함으로써 구름 안정성이 작은 휠을 사용하는 스쿠터들에 비해 월등히 높고 불규칙 노면을 원활하게 넘어갈 수 있다.
시승 코스 중에는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울퉁불퉁한 코블스톤 타입의 노면이 있었는데 스쿠터와 달리 안정적으로 블록 길을 스르륵, 기분 좋게 달려간다.
다시 슈퍼커브!
원조 커브의 DNA가 시작부터 상용을 염두에 두고 설계를 했던 것처럼 혼다 코리아는 국내 라이더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사양들을 반영했다. 알루미늄 캐스트 휠과 디스크 브레이크를 기본으로 장착했다. 일본 사양인 프로 모델에 적용된 대형 캐리어와 더욱 강력해진 스프링 타입 리어 듀얼 쇽을 국내 사양은 일반 사양에서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다. 또한 윈드 스크린이나 리어 동승자 시트 등 옵션 사양도 준비되어 있다. 심지어 가격도 충분히 납득할만하다.
연비는 기름 냄새만 맡아도 간다는 커브 아니던가. 공인 연비는 60킬로를 육박하니 막 다뤄도 연비 걱정은 할 일이 없다. 연료 탱크를 가득 채우는데 돈 만 원도 들지 않고 한번 채우면 250km는 족히 달린다. 검증된 엔진의 내구성과 효율성에 대한 믿음감도 상당하다. 우리나라는 한여름에는 40도에 육박하고 한 겨울에는 영하 10도까지도 기온이 내려간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쉼 없이 바이크들이 움직인다. 세계적으로도 혹독한 환경이다. 이런 환경에서 매일같이 말썽 없이 만족스러운 생활용 바이크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아마 슈퍼커브를 첫 번째 보기로 제시하지 않을까?
2018 HONDA SUPER C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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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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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스트로크 공랭 단기통 O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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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어×스트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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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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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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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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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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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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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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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hp/7,500 r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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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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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Nm / 6,000 r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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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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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스타터 / 킥스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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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공급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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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식 퓨얼 인젝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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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탱크 용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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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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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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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원심클러치 4단 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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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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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텔레스코픽 정립
(R) 듀얼 쇽업소버 |
타이어 사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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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70/90-17 (R)80/9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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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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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싱글 디스크
(R) 드럼 브레이크 |
전장×전폭×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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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690×1,04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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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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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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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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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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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중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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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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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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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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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이민우 수석기자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혼다코리아 www.honda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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