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목적, 다른 영역. BMW R 1300 RT × R 1300 RS

    R 1300 RT와 R 1300 RS는 투어링에 목적을 두고 있지만 달리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각자가 생각하는 투어링의 방식이 다르기에 더 매력적인 두 모델에 대해 알아보자.


    기대감

    윤연수 R 1300 시리즈는 GS로 먼저 경험했습니다. 그때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ASA보다 경량화와 콤팩트한 차체였어요. 특히 앞쪽의 무게를 덜어내면서 오프로드에서 훨씬 재미있게 탈 수 있었죠. 그래서 같은 플랫폼을 바탕으로 RS와 RT가 나온다면 운동 성능 면에서 상당히 유리하겠다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양현용 R 1300 GS를 처음 탔을 때는 수동변속기였고, ASA는 이후 GS 어드벤처를 통해 처음 경험했죠. 이번에는 RT와 RS까지 연이어 타면서 같은 ASA가 모델마다 꽤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GS 어드벤처에서는 크고 육중한 바이크가 클러치 조작 없이 움직인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웠어요. 변속할 때 느껴지는 다소 거친 감각도 어드벤처의 성격에는 잘 어울렸고요.

    윤연수 반면 RT는 더 매끄럽고 섬세해야 한다는 기대가 있었죠.

    양현용 맞아요. 처음 RT를 짧게 탔을 때는 ASA의 거친 감각이 모델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RS를 타고 다시 RT를 충분히 경험하니, 생각이 달라졌어요. 시내와 외곽, 와인딩 로드를 두루 달리며 시스템의 특성을 이해하곤 처음에 거슬렸던 부분도 ASA만의 감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진작에 다시 타보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였어요.

    윤연수 저도 첫날에는 ASA에 부정적이었어요. 변속 충격과 시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낮은 회전수에서는 스로틀 조작에 따라 구동이 불안정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틀, 사흘 계속 타면서 바이크의 특성이 몸에 익으니 자연스럽게 적응됐습니다. 여전히 수동변속기를 좋아하지만, 많은 라이더에게는 ASA가 더 빠르고 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양현용 저도 처음에는 RT를 산다면 무조건 수동변속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 고르라면 ASA를 선택할 것 같아요. 처음에는 편리함을 얻는 대신 잃는 것이 많다고 여겼는데, 익숙해지고 나니 그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더 오래 탄다면 ASA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윤연수 그래도 클러치 레버가 없다는 점은 여전히 불편합니다. 출발할 때 반클러치로 회전수를 보충하거나 아주 느린 속도에서 구동력을 세밀하게 다루는 습관이 있거든요. 왼손의 역할을 빼앗긴 기분이죠.

    양현용 ASA를 일반적인 자동변속기로만 생각하면 성격을 잘못 이해할 수 있어요. 클러치 조작은 시스템이 맡지만 M(매뉴얼) 모드에서는 라이더가 변속 시점을 결정하죠. 발로 변속할 때의 감각도 꽤 기계적으로 잘 구현했습니다. 실제로 기어 레버와 변속기 사이가 기계적으로 직접 연결된 구조는 아니지만, 철컥거리며 단수가 바뀌는 느낌은 수동변속 바이크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혼다 DCT보다 E-클러치의 감각에 가깝다고 느낀 이유입니다.

    윤연수 저속에서의 장점도 분명했습니다. 좁은 길에서 아주 느리게 균형을 잡거나 가파른 오르막에서 방향을 바꿀 때는 클러치를 신경 쓰지 않고 스로틀과 차체의 균형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RT에 동승자를 태운 상태에서도 이런 상황을 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장점입니다. 결국 ASA가 수동변속기보다 모든 면에서 낫다는 뜻은 아닙니다. 능숙한 라이더는 여전히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다고 느낄 겁니다. 저도 그렇고요. 다만 라이더가 매 순간 최상의 컨디션으로 완벽하게 조작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피로가 쌓이는 장거리 투어와 정체 구간까지 생각하면 ASA의 가치가 더욱 커집니다.

    양현용 RT 이야기를 해보자면, 저는 원래 RT를 좋아했어요. 하지만 이전 세대가 GT에 가까운 성격으로 바뀌면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신형은 과거 공랭 RT가 보여줬던 공격적인 핸들링을 되찾은 느낌이에요. 편안한 투어러라는 기본은 그대로인데 코너에 들어가면 예상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움직입니다.

    윤연수 RT에 적용된 다이내믹 섀시 어댑테이션은 주행 모드에 따라 차체 자세까지 바꾸죠.

    양현용 주행 중 차체가 높아지면서 실드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달라지더라고요. 다이내믹 프로에서는 차고와 댐핑 세팅이 바뀌며 핸들링이 확실히 날카로워집니다. 여유롭게 달릴때도 승차감만 보면 로드 모드가 편하지만, 핸들링의 재미 때문에 다이내믹 프로를 고르게 되더군요.

    윤연수 정차하면 차체를 낮춰주는 기능도 RT에서는 특히 유용했습니다. 혼자 탈 때보다 동승자가 있을 때 효과가 더 크게 느껴졌어요. 뒤에서 몸을 움직여도 양발이 안정적으로 닿으니 불안하지 않았죠.

    양현용 키가 작은 라이더만을 위한 기능은 아니에요. 무거운 투어러에 동승자와 짐까지 더해지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됩니다. 정차할 때는 부담을 낮추고, 달릴 때는 차체 자세를 바꿔 핸들링을 살리는 방식이 영리합니다.

    윤연수 RS는 GS에서 느꼈던 경량화의 이점이 도로 주행에 맞게 이어진 모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쪽이 가벼워졌고 엔진 출력은 높아졌으며, 도로에 맞는 17인치 휠과 탄탄한 서스펜션이 조합됐죠. 기울어지는 동작이 빠르고 ASA의 다소 직설적인 변속 감각도 스포티한 성격과 잘 어울리더라고요.

    양현용 RT와 달리 RS의 앞 서스펜션은 텔레레버가 아닌 도립식 텔레스코픽 포크입니다. R 1300 R과 기본 구성을 공유하니 당연한데, 타는 동안 텔레레버라고 착각할 만큼 제동할 때 노즈다이브가 잘 억제됐어요.

    윤연수 저도 시승 중에는 텔레레버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울어지는 속도는 빠른데 코너 안쪽으로 돌아 들어가는 감각은 예상보다 느긋했거든요. 텔레스코픽 포크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RS의 성격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전자식 다이내믹 서스펜션 어저스트먼트는 전후 댐핑과 함께 스프링 레이트까지 조절합니다. 텔레스코픽 포크의 익숙한 움직임에 BMW가 원하는 안정감을 전자제어로 만든 셈이죠.

    양현용 예전에는 BMW의 텔레레버가 브랜드를 구분하는 뚜렷한 특징이었습니다. 이제는 텔레스코픽 포크로도 BMW가 원하는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덕분에 RS는 앞쪽을 가볍게 만들면서도 제동 안정성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윤연수 RS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빠르게 달리기 쉬우면서 피로가 적다는 것이었습니다. 완전히 상체를 세우는 투어러의 포지션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 반대로 순수한 스포츠 바이크는 장거리를 빠르게 달릴수록 피로가 쌓이죠. RS는 꽤 스포티하게 달리면서도 몸에 남는 부담이 적더라고요. ‘렌 스포르트’, 레이싱 스포츠라는 이름을 이해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두 모델을 타며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바이크가 라이더보다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바이크에 실린 하중과 노면, 주행 상태에 맞춰 계속 설정을 바꾸고, 강력한 연동 브레이크는 앞뒤 제동을 자연스럽게 배분합니다. 경력이 짧은 라이더가 타더라도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양현용 BMW의 연동 브레이크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데에는 서스펜션의 역할도 큽니다. 다른 바이크는 리어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프런트까지 급격히 가라앉으면 이질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RT는 에보 텔레레버가 노즈다이브를 제어하기 때문에 강한 제동력이 어색하게 전달되지 않아요.

    윤연수 물론, 기존 텔레레버보다 프런트의 하중이 조금 더 느껴진다는 것도 마음에 들어요.

    양현용 그 점이 중요합니다. 예전 텔레레버는 프런트 브레이크를 강하게 잡아도 앞이 완강하게 버티는 느낌이 있었어요. 신형 RT의 에보 텔레레버는 적당히 눌리며 프런트에 하중이 실리고 있다는 정보를 줍니다. 텔레레버 특유의 안정성은 유지하면서 일반적인 텔레스코픽 포크에 익숙한 라이더도 쉽게 적응하도록 만든 것이죠.

    윤연수 RT와 RS 모두 라이더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순간에도 수많은 장치가 개입합니다. 그런데 결과는 복잡하지 않고 자연스럽습니다.

    양현용 바로 그 점이 이번 시승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에요. 자연스럽게 가속하고, 돌아나가고, 멈추게 만들기 위해 엄청난 기술이 뒤에서 움직이고 있어요. 단순한 기계로서 모터사이클을 좋아한다면 이 복잡함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생각이 들었고요. 하지만 달리는 동안에는 기술이 주는 이점이 압도적입니다. R 1300 RT와 R 1300 RS는 같은 엔진과 ASA를 공유하면서도 한쪽은 투어링의 범위를 스포츠 주행까지 넓혔고, 다른 한쪽은 스포츠 주행을 장거리까지 이어갈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하나의 교집합으로 투어링을 목적에 두지만, 자신만의 영역은 또렷하게 남겨뒀다는 게 이 두 모델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음 편은 BMW R 1300 RT × R 1300 RS 시승기로 이어집니다.


    양현용/윤연수
    사진 양현용/윤연수
    취재협조 BMW모토라드코리아 bmw-motorr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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