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수라간, 성수라 을지로점

    임금님을 대접한다는 생각으로 만든 음식. 하나하나에 쏟은 시간과 정성이 인상 깊다.

    퇴계로 바이크 중심 거리에서 좀만 더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2층에 궁금증을 유발하는 간판을 단 성수라 을지로점이 나온다. 밖에서 봐서는 무얼 파는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들어가자마자 이곳이 어떤 음식을 파는 곳인지 바로 알 수 있다. 매장 곳곳에 비치된 한국 자기와 각종 포스터, 주막을 연상하게 하는 조명은 이곳이 한식 음식점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성수라는 성수동에 있는 수라간이라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으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음식을 만드는 자신들의 철학을 이름에 담았다. 성수라 을지로점은 성수라의 두 번째 지점이다. 그래서 이곳은 두 번째 수라간이라는 별칭이 있기도 하다.

    수라간이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한식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점심과 저녁 메뉴로 나뉘어 있다. 점심엔 김치찜을 메인으로 두부, 해물파전, 냉채 편육 등의 메뉴가 준비되어있다. 점심시간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막걸리 무제한 리필. 비 오는 날 바이크 없이 방문한 날이라면, 해물파전에 무제한 막걸리는 참을 수 없는 조합이다. 점심에 무제한, 무료로 제공되는 막걸리는 강원도 인제에서 직접 공수해오는 생막걸리로 무겁지 않고 산뜻한 타입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다. 막걸리 안주로는 최고로 꼽히는 해물파전에도 성수라만의 특별함이 있다. 각종 해산물이 들어가 도톰한 해물파전 겉에 튀김 가루처럼 생긴 부스러기들이 오밀조밀 붙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의 해물파전은 매우 바삭한데, 전보단 튀김에 가까운 식감이다. 그 바삭함이 이때까지 내가 먹어본 모든 전류를 통틀어 가장 바삭하다. 감칠맛 나는 전과 함께 산뜻한 막걸리의 조합, 거기에 새콤한 김치찜을 한 입 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저녁엔 점심보다 더 다양한 메뉴를 판매한다. 저녁 메뉴의 시그니처는 파김치마늘보쌈. 시간과 정성을 들여 음식을 만드는 그들의 철학에 걸맞게 이곳의 모든 메뉴 중 단 한 메뉴에도 기성품을 사용하는 법이 없다. 파김치마늘보쌈도 마찬가지다. 보쌈은 당일 삶은 고기만 제공하고, 구성에 포함된 무김치, 파김치, 알싸한 마늘 소스까지 모두 손수 만든다. 이를 위해 매일 새벽부터 4시간 동안 재료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한다. 이외에도 낙지볶음, 시장육회, 쟁반막국수, 차돌떡볶이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점심엔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생막걸리가 있다면 저녁엔 정말 다양한 막걸리와 한국 전통주가 준비되어 있다. 특히 이 중 몇몇 전통주는 공장형으로 생산하는 방식이 아닌 장인이 손수 국내 전통 도가에서 술을 빚어 만들어낸 것도 있다. 저녁엔 세트 메뉴도 있는데 친구 세트, 커플 세트, 법카 세트, 수라 세트가 있다. 세트 이름만 봐도 이곳은 친구, 혹은 연인, 회사 동료들, 가족, 그 누구와 함께 와도 모두 어우러질 수 있는 메뉴와 공간을 갖췄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가 모두 포함된 수라 세트를 주문하면 4인 기준 테이블이 촘촘히 채워지도록 메뉴 구성을 신경 썼다고 한다.

    성수라의 심볼, 까치는 ‘반가운 사람을 만날 징조’라고 한다. 까치가 물고 있는 벼는 맛있는 밥과 술을 의미한다. 손님들이 수라간에서 맛있는 밥과 술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메뉴부터 반찬까지 손수 준비하고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서인지 성수라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만큼 정성스레 만든 음식을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갈 때 가장 뿌듯하고 감사함과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비 오는 날, 바이크를 놓고 온 날, 막걸리 한 잔 생각난다면 바로 이곳 성수라가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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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수라 을지로점
    서울 중구 마른내로 21 2층
    월-토 오전 11시 – 오후 10시 30분
    (브레이크 타임 오후 2시 30분 – 오후 5시 30분)
    일요일 정기휴무
    0507-1391-6939


    글/사진 손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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