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 페달 한번 깊게 밟아보곤 함박웃음이 터졌다. 200마력의 압도적인 출력으로 멀쩡하던 노면을 사정없이 파괴하며 돌진한다.

모터사이클 라이더가 겨울 시즌을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요소를 물색했다. 아무래도 눈과 염화칼슘으로 미끄러운 아스팔트는 이륜차를 재밌게 탈 순 없으니 오프로드로 시선을 돌렸고 엔듀로나 ATV 말고 좀 더 신선한 건 없을까 고민하다가 캔암 매버릭 X3을 발견했다. 모터사이클 라이더가 랠리 머신에 가까운 버기카를 제대로 운전할 수 있을까 걱정도 들었지만, 2륜으로 단련된 나의 엉덩이 감각을 믿어보기로 했다.
새로운 정의
이번 테스트 모델은 캔암 매버릭 X3 MAX X RS 터보 RR로 2022년식 모델이다. 2026년 기준으로는 연식이 꽤 지난 것 같지만, 당시부터 200마력의 벽을 깬 기념비적인 모델이면서 지금까지 꾸준히 활약하고 있는 모델이다. 간단히 역사를 읊어보자면, 매버릭은 2016년에 공개되어 2017년형으로 처음 출시됐다. 당시 경쟁 모델들을 압도하는 154마력의 출력과 낮은 무게 중심, 긴 서스펜션 트래블로 UTV, 사이드-바이-사이드 시장에서 ‘고성능 스포츠’ 장르를 새롭게 정의했다.
기존의 스포츠 ATV였던 레니게이드의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UTV 특유의 스타일과 거주성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후 2018년형에서 172마력으로, 2020년형에서 195마력, 그리고 2022년형에서 장르 최초로 양산형 200마력을 달성하며 매버릭만의 위치를 견고히 했다. 물론, 2023년 8월, 새로운 999cc 3기통 터보차저 엔진으로 최고출력 240마력을 발휘하고 7단 DCT 미션, 헤비듀티 톨 너클, 대형 LCD 모니터 등으로 모든 기술력을 쏟아부은 매버릭 R을 출시해 최상위 모델을 새롭게 장식하고 있다. 약 8,000만 원이라는 엄청난 가격표에도 불구하고 구매자들의 만족도는 그 값을 가볍게 넘는다고 한다.


단순한 조작성
큰 틀은 일반 자동차와 비슷하다. 문을 열고 탑승하고, 안전 벨트를 메고, 엔진을 깨우고, 드라이브를 선택 후 엑셀 페달을 밟는다. 다만, 유리가 없는 폴리카보네이트 문짝, 전용으로 개발된 4점식 벨트와 스포츠카처럼 파묻히는 시트, 도로 규정은 가뿐히 벗어난 뜻 느껴지는 배기음과 엔진 필링이 온몸으로 전달될 뿐이다. CVT 엔진은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았을 땐 반응하지 않다가 일정 이상 rpm을 올리면 부드럽게 출발한다. 지금껏 내연기관 자동차를 운전해봤다면 조작에 대해 딱히 어려울 게 없다. 터프한 오픈 휠 타입에 바람을 막아줄 커버는 일절 없는 상태임에도 두려움이나 걱정보단 설렘과 즐거움이 크다. 구형 대비 출력이 높아진 만큼 차체 강성도 높아졌고 30% 더 두꺼워진 롤 케이지 덕분에 시각적인 안정감도 좋다. 실제로 시승 차량은 출고와 동시에 세 바퀴 반을 구른 적이 있다고 하는데 롤 케이지와 전장류에 약간의 스크래치를 입었을 뿐 머신과 라이더는 무사했다고 한다. 속으로 생각했다. ‘데굴데굴 굴러도 안전하단 말이지?’

상상이 현실이 되는 마법
속도를 높이면 경쾌한 배기음과 함께 시원하게 달린다. 오픈 휠 구조 탓에 하늘로 튀던 온갖 진흙과 돌은 더 이상 솟구치지 않고 휠 하우스 안쪽을 무자비하게 때린다. 하지만, 이를 신경 쓸 틈도 없이 주변 배경을 흐릿하게 만들며 내달린다. 바퀴에 닿는 주먹 사이즈의 돌과 요철은 엉덩이에 제대로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로 가볍게 삼켜내는데 그 감각은 마치 서스펜션이 전방 노면 상황을 미리 알고 대응하는 느낌이다. 전후 모두 무려 약 560mm의 트래블을 갖췄기 때문에 어지간한 상황으로는 매버릭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없다.
가장 놀라운 건, 높은 둔덕을 처리하는 과정이다. 죽음의 랠리라 불리는 다카르 랠리에서 높은 고저차를 아무렇지 않게 미친 듯이 내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팩토리 머신은 어떤 세팅을 했을까?’ 궁금했는데 그 머릿속 상상이 너무나 쉽게 현실이 된다. 내가 앉아 있는 매버릭의 질량과 출력, 둔덕의 높이를 고려하면 분명히 제동이 필요한 상황이기에 충분히 제동하고 넘었는데 예상보다 큰 충격이 전달되지 않는다. ‘엥?’ 당황스러움을 감추고 속도를 조금씩 높여서 다시 둔덕을 넘어봐도 내가 걱정한 충격량은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기본으로 적용된 스마트-쇽 시스템은 초당 최대 200회까지 연산해 최적의 댐핑을 제공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어떤 액션을 원하는지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한다. 둔덕을 만나는 순간 긴 트래블로 유연하게 충격을 흡수한 뒤, 바퀴가 공중을 가르는 순간 빠르게 리바운드해 착지를 준비한다. 그리고 착지 과정에서는 부드러운 충격 흡수와 동시에 후반부 반발력을 높여 버텀에 닿지 않는다. 롯데월드의 자이로드롭은 약 40명의 승객을 태운 상태로 70m 상공에 올라가 최대 94km/h의 속도로 3초 만에 떨어져 착지한다. 이때 엄청난 감속량에 대해 현대 기술력이 참 대단하다 싶었는데 매버릭은 기술력을 넘어 마법처럼 느껴질 정도로 부드럽다.


스릴 넘치는 코너링
매버릭의 제동 성능은 감히 미쳤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좋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긴 트래블의 서스펜션이 눌리며 모든 하중이 전방으로 쏠린다. 앞서 말했듯이 스마트 쇽이 최적의 댐핑을 제공하기 때문에 빠른 하중 이동에도 무리가 없다. 덕분에 브레이크 페달과 스티어링으로 원하는 양의 하중을 정확한 순간에 옮겨서 머리의 방향을 틀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긴 서스펜션과 거대한 타이어 눌리며 언더스티어가 일어나고 코너링 안쪽 뒷바퀴가 떠오르는데, 상당히 점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다. 머리가 방향을 틀게 되면 과감하게 가속 페달을 밟아 리어 휠을 미끄러트린다. 마치 몸통이 없는 뱀의 머리만 조종하는 느낌이랄까? 이 모델은 MAX(4인승) 버전인 만큼 휠베이스가 길고 느긋할 것 같지만, 하중 이동만 잘 이용하면 꽤 역동적인 움직임이 나온다.
또한, 역설적이게도 긴 휠베이스 덕분에 리어 슬라이드에 대한 여유도 있다. 가속 페달을 다소 깊게 밟더라도 즉각적인 스티어링 반응 덕분에 쉽게 대응할 수 있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의 스티어링 휠이 끝에서 끝까지 2.5~3회전(900°~1,080°)인 것에 반해 매버릭은 1.5회전(540°)으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꽤 타이트한 나무 사이를 통과하는 것부터 넓게 펼쳐진 공터에서 U턴하는 과정까지 내 의도에 맞게 움직인다. 다만, 하중 이동이 정확하지 않거나, 노면 상황이 시시각각 바뀌는 장소라면 리어 슬라이드가 아닌 트랙션으로 전환되면서 안쪽 바퀴 전후 모두를 껑충 띄우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순간적으로 핸들 놓아 바퀴를 정렬시키고 필요하면 핸들을 반대 방향까지 돌린 뒤 가속 페달을 밟아 조치하기도했다. 솔직히 말해서 완전히 감을 익혔다고 생각할 때마다 그런 순간이 찾아왔으니 오만해지지 않는 걸 추천한다.

넉넉한 전자장비
테스트 모델은 기본적으로 스마트 록 시스템이 탑재되어 프런트 디퍼렌셜이 있고 주행 상황에 따라 후륜, 사륜, 사륜 트레일 액티브, 사륜 트레일 모드로 선택할 수 있다. 바위나 진흙 등을 비롯한 어떤 지형에서도 최적의 트랙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또한, 앞서 말한 스마트-쇽 기술은 폭스 3.0 포디움 쇽업쇼버에 전자 제어 밸브가 적용된 타입으로 코너링 시 롤링 억제, 점프 후 착지 시 댐핑 조절, 급가속과 급감속에 의한 피칭 억제 등을 기본으로 갖췄다. 또한, 중앙 센터페시아의 3단 로커 스위치를 통해 컴포트,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 총 3가지 모드로 변경할 수 있다. 주행 모드는 에코 모드와 스포트로 선택할 수 있는데 에코 모드는 초반 스로틀 반응을 늦추고 최대 가속 성능을 억제한다.


다 같이 즐기는 파티
평범한 오프로드부터 웅장한 오버랜딩까지. 매버릭은 높은 완성도로 무한한 활용성을 지니고 있다. 홀로 가벼운 임도를 달리는 상상부터 마음이 맞는 이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감성까지 모두 좋다. 사실 매버릭을 테스트 하기 전에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탈 코스가 없어.’ 혹은 ‘너무 커서 오히려 불편해.’라는 비판적인 의견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테스트를 마치고 나니 그 의견은 그들의 마른 지갑 사정에서 만들어진 선입견이 아닌가 싶다. 매버릭 X3 맥스 X RS 터보 RR은 어떤 목적이든 그곳이 오프로드라면 상당히 강렬하고 독보적인 파티로 완성시킬 모델이다.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아주 자극적인 즐거움이다.
<이 모델을 선택할 이유>
최대 4인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독보적인 UTV.
자동차 운전을 할 줄 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조작성.

CAN-AM MAVERICK X3 MAX X RS TURBO RR 2022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수랭 3기통 터보차저
보어×스트로크 미발표
배기량 900cc
압축비 미발표
최고출력 200hp
최대토크 미발표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40ℓ
변속기 CVT무단자동변속
서스펜션 (F)FOX 2.5 포디엄 RC2 (R)FOX 3.0 포디엄 RC2
타이어사이즈 (F)32×10×14 (R)32×10×14(inch)
브레이크 (F)262mm듀얼디스크 (R)248mm듀얼디스크
전장×전폭×전고 4,191×1847×1740
휠베이스 3,429mm
최저지상고 406mm
건조중량 872.7kg
판매가격 6,550만 원(26년식 기준)
글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바이크원 bike1.co.kr, 록키 아웃도어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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