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공예와 모터사이클, 언뜻 어울리지 않는 두 분야의 조화를 이루며 자신만의 라이프를 즐기는 라이더를 만나러 천안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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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천안까지 백 킬로미터를 달려 도착한 카페 아커스(ACUS). 높은 천장과 짙은 우드톤의 인테리어의 공간에서는 재즈 음악이 울리고 있었다. 화려하고 샹들리에로 클래식한 분위기가 더해진다. 인상적인 부분은 카페 입구에 들어오자 마자 보이는 가죽 공예 소품이 놓여진 책상이다. 정갈하게 배치된 가죽 공예용 도구들로 이곳이 가죽 공예를 함께하는 곳임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었다.


간단한 자기 소개와 함께 이곳에 대해 알려주시겠어요?
10년 넘게 가죽 공예를 하고 있는 오세준이라고 합니다. 천안에서 가죽공방 카페 아커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터사이클 레이스 슈트의 복원이나 커스텀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카페의 느낌을 보니 왠지 대표님의 취향을 알 것 같습니다.
제가 가죽 공예를 시작하게 된 이유도 특유의 클래식한 감성을 좋아해서 입문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커피를 좋아하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 공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카페 아커스는 복합 문화공간이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이곳을 방문하는 분들 중에서는 책을 읽거나 가죽 공예를 배우러 오는 분도 있고 음악을 듣기도 하면서 편안하게 본인의 방식대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보니까 할리데이비슨 로고의 키링이 눈에 띄던데요.
이곳에 전시된 가죽 제품들은 모두 원데이 클래스나 정규 수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이예요. 원데이 클래스는 간단한 키링부터 시작해서 카드지갑 등의 소품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정규 클래스는 초급반 중급반 고급반으로 나눠져있는데, 각 클래스로 갈수록 제품의 사이즈도 커지게 됩니다. 오더를 받아 주문 제작도 가능하죠. 수업이 있는 날이면 예약을 잡아두고 카페 공간을 수업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어요.
이곳만의 특별한 메뉴가 있다면
저희 카페는 다른 곳에 비해 메뉴가 단촐한 편이에요. 기본에 더 충실하고 싶습니다. 대신 시그니처 디저트인 바스크 치즈 케익과 푸딩은 모두 직접 만들어서 당일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바스크 치즈 케익은 지금까지 드셔보신 어느 치즈 케익보다 맛있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프랑스산 크림치즈를 높은 함량으로 넣기 때문에 풍부하고 진한 맛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럼 모터사이클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접하게 되었는데요. 라이더셨던 아버지께서 원동기 면허를 따고 가족끼리 여행을 가자고 하셔서 시작했어요. 현재는 두카티 파니갈레 V2 모델을 레저용으로 활용하고 있고 혼다 줄리오 50과 자이로 X라는 모델을 가지고 있는데요. 두 모델 모두 어렸을 적부터 갖고 싶었던 모델이라서 리스토어 하면서 출퇴근 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줄리오가 메인 모델이지 않나 싶어요. 줄리오를 타고 서울까지 가 본적이 있습니다. 액셀을 놓을 필요가 없어요. 그냥 계속 감고 가면 됩니다(웃음)
클래식한 가죽공방의 모습과 두카티 모델의 레이시한 분위기가 정말 상반되는데요.
제 성격은 스포츠성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예 빠르던지 아니면 느리던지. 극과 극으로 나뉘어서 결국에는 레이스 스포츠 모델로 가게 되더라구요. 현재는 ADT팀에서 크루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ADT라는 팀 이름은 아름답게 타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에요. 우리만의 페이스로 안전하고 즐겁게 타고 돌아오자가 팀의 모토입니다.

레이스 슈트 커스텀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원래부터 생각했던 영역은 아니었어요. 명품같은 경우도 복원을 맡기는 분들이 많이 있는 것처럼 레이싱 슈트도 스크래치나 찢어진 부분을 복원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워낙 고가의 장비이기도 하고 복원을 진행하면 다시 새 제품이 된 것 처럼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러던 중 시합에서 팀원이 슬립하면서 슈트 부분을 단기간에 복원해야 하는 일이 생겼어요. 제가 한번 해보겠다고 했죠. 아무래도 같은 가죽이다 보니 작업에 크게 어려움은 없습니다. 기성 제품은 정해진 컬러로만 입을 수 밖에 없잖아요. 자신의 바이크 컬러에 맞게 레이싱슈트에도 개성을 살리기 원하는 분들에게 의뢰를 받아 디자인을 해드리고 그대로 페인팅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있어 모터사이클이란?
이제 제 삶의 일부인 것 같아요. 인생 절반을 모터사이클과 함께 했고 어떻게 보면 반려 동물의 느낌이랄까요? 그동안 기종은 바뀌지만 스트레스 받거나 힘들거나, 고민이 있을 때는 바이크 타고 나갈까? 라는 생각이 드니까요. 앞으로 안전하게, 최대한 오랫동안 모터사이클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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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소영
사진 윤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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