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멋지고 단정해지는 순간, 슬럼독 바버샵


    문을 여는 순간 은은하게 나는 기분 좋은 향과 함께 신나는 컨트리 음악이 들린다.
    사냥꾼이 머물다 간 것 같은 오두막이 나를 반긴다.






    이태원 가구거리에서 녹사평 쪽으로 조금 내려가다 보면 이국적인 외관에 노란 조명이 켜있는 슬럼독 바버샵이 나온다. 간판에 있는 글씨를 읽기 전까진 영국의 클래식한 양복점이나 바처럼 보여 어떤 장소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캐나다 시골의 산장처럼 꾸며진 실내에 압도된다.

    90년대 초까지는 남자는 이발소 여자는 미용실에 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점차 미용실 프랜차이즈가 늘어나고 미용 시장이 커짐에 따라 더 세련된 스타일과 고급화된 서비스를 따라 남성들도 미용실을 찾기 시작했다. 어느새 이발소는 아저씨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2000년대 중반쯤 접어들어 클래식한 해외 바버샵을 모티브로한 젊은 감각의 바버샵이 생겼다. 이후 남성 그루밍, 클래식 열풍을 타고 바버샵은 남성을 위한 공간으로 성장했다. 슬럼독 바버샵은 안락한 컨트리풍의 실내장식으로 꾸며져 있다. 포마드와 에프터쉐이브의 묵직한 향, 100년 된 미국 캐셔 머신, 사슴뿔, 벽난로 장식, 편안한 소파가 나를 맞이한다.

    방송국에서 대관 문의가 올만큼 섬세하고 멋진 공간이다. 광고, 드라마, 뮤직비디오, 예능 프로그램까지 이미 여러 번 노출된 만큼 눈에 익었을 수도 있다. 바버샵은 짧은 머리 스타일을 추구한다. 흔히 ‘가르마 머리’라고 부르는 사이드 파트 스타일을 고객의 스타일과 두상에 맞게 길이를 조절하고 스타일을 조금씩 변형해 완성한다. 이곳은 나의 단골집 중에서도 손에 꼽는 곳이다.



    슬럼독 바버샵이 이태원 꼭대기에 있을 때부터 8년 동안 이곳에서만 머리를 자르고 있다. 이곳을 좋아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퀄리티’다. 커트만 꼬박 한 시간이 걸린다. 이전에 미용실에서 커트했을 땐 20분 정도면 끝났기 때문에 처음 방문했을 땐 좀이 쑤실 정도였다. 짧은 머리에 특화된 만큼, 머리 부위별로 전용 클리퍼(바리캉)를 사용한다. 한 번 머리를 자를 때 3~4개 정도의 클리퍼를 사용한다. 튀어나온 머리카락을 가위로 한 올 한 올 다듬고, 마지막에 가장자리와 가르마 라인은 면도칼로 마무리 짓는다. 커트 후 머리를 딱 붙여 포마드를 발라 스타일을 완성하고 나면 자신감이 샘솟는다.

    슬럼독 바버샵에서는 온포 면도를 받을 수 있다. 수염을 기르는 사람들에게 수염은 제2의 머리카락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적절한 커트와 스타일링이 필요하다. 특히 덥수룩하게 자라는 수염일수록 스스로 관리하기 어렵다. 바버샵에서는 단일 날로 되어 있는 ‘칼 면도’를 해서 피부 트러블 없이 깔끔하게 면도를 할 수 있다. 따뜻한 수건으로 모공을 열고 오일과 쉐이브 크림을 바른 후 예리한 칼날로 수염을 잘라낸다. 면도가 끝나면 묵직하면서 은은한 향을 풍기는 에프터쉐이브로 마무리 짓는다. 사실 나는 수염이 잘 안 나는 편이라 이곳을 매번 다니면서도 면도는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다. 언젠가 수염을 오랫동안 기르고 꼭 한 번 온포 면도를 받아보고 싶다.(웃음)

    슬럼독 바버샵은 이용 시장의 확대와 이용사 양성을 위해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또 자체 브랜드로 포마드와 에프터쉐이브 같은 이용 제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컨트리 스타일로 꾸며진 산장 인테리어와 클래식 스타일로 차려 입은 바버들의 모습에 밖에서 잠깐 멈칫할 수 있지만, 막상 방문해보면 친절한 바버들과 함께 쉬었다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스타일을 한번 바꿔보고 싶다면 슬럼독 바버샵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포마드
    18, 19세기 미용을 위해 피부와 머리에 돼지기름을 사용했다. 특유의 기름 냄새를 없애기 위해 사과향을 첨가한 것이 포마드의 유래다. 프랑스어로 사과가 뽐므(Pomme)이기 때문에 포마드 (Pomade)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름 성분으로 만들어진 유성 포마드는 고정력과 유지력이 좋은 장점이 있지만, 두피에서 완벽하게 제거하기 어려워서 이후 출시된 수성 포마드가 현재는 더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슬럼독 바버샵(@slumdogbarbershop)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26길 32
    매주 화요일 – 토요일 오후 12시 – 오후 10시
    매주 일요일, 월요일 오후 12시 – 오후 9시
    0507-1326-0427


    글/사진 손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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