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에 들어온 순간부터 당신도 레이서다.
선선하면서도 따뜻한 봄날을 기대했던 5월이었지만, 2024 혼다 원 메이커 레이스가 열린 지난 5월 19일의 날씨는 참가자들의 열정만큼이나 뜨거웠다. 낮 기온이 섭씨 30도까지 올라가는 초여름 날씨에서 레이스가 펼쳐졌다. 혼다 원메이커 레이스는 한국 미니모토 레이스(KMRC Korea Mini-Moto Race Championship)의 주최 아래 혼다코리아가 혼다 MSX 컵, 혼다 커브 컵, 두 개의 클래스를 개설해 단일 브랜드로 참여하는 레이스다. 혼다 모터사이클이 표방하고 있는 ‘펀 라이딩’을 더 많은 라이더가 경험할 수 있도록 레이스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정규 클래스였던 혼다 MSX 컵 클래스를 이벤트 클래스로 변경하면서 타 리그 출전 이력이 없고 KMRC 수상 이력이 없는 선수만 출전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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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레이스 도전
가장 좋은 취재는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으로부터 시작한다. 원 메이커 레이스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그리고 지난 한 해 동안 트랙 데이로 쌓아왔던 트랙 주행에 대한 감각을 끌어올릴 겸, 레이스에 직접 참전하기로 했다. 참가한 클래스는 혼다 커브 컵. 기존에 커브를 잠깐 타보긴 했지만, 긴 시간 동안 타본 경험이 없어서 경기 전날에 미리 내려가 경기가 열리는 영암국제카트경기장에서 연습했다. 작년에 시승 촬영차 카트장 주행을 하루 해본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지난해 혼다 커브 컵 우승 경험이 있는 윤연수 기자의 조언을 받아 커브의 한계 지점을 찾기 위해 연습주행을 이어 나갔다. 원심 클러치와 시소 기어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시프트 다운 때 클러치를 너무 빨리 붙여 바이크가 흔들리면서 라인이 흐트러진다. 그렇다고 레브 매칭을 하자니 발로 클러치를 미세하게 조작하는 데 온 신경이 쏠려 브레이크 타이밍이 틀어졌다.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수정하려고 하니 오히려 기존에 잘하고 있던 것마저 실수하는 것 같아 전략을 바꿨다. 출발하고 나서 3단이 되면 기어를 변속하지 않고 레코드 라인, 가속과 감속 타이밍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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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이 도는 레이스
예선은 20분 동안의 주행 중 베스트 랩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베스트 랩이 빠른 순서대로 결승의 그리드가 정해진다. 연습주행 때는 랩 타임을 측정하는 폰더를 장착하고 있지 않아서 변속할 때와 안 할 때의 차이를 객관적으로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마음 한편에 의구심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예선을 반으로 나누어 전반 10분은 변속을 하고 후반 10분은 변속 없이 주행 기록을 측정하기로 했다. 결과는 나의 예상대로 변속하지 않고 타는 편이 2초 정도 빨랐다. 원심 클러치, 시소 레버 경험이 부족하고, 진입 자세가 불안정한 탓이다. 손해를 비교해서 더 작은 손해를 선택해야 한다니, 속상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개선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 일단 이번 레이스는 변속 없이 3단으로 주행해야 했다. 이벤트 클래스여도 레이스는 레이스다. 결승 10분 전부터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더운데 긴장까지 되니 머리가 핑 돌았다.
기다린 끝에 스타트 사인이 들어왔다. 너무 긴장했던 탓이었을까 출발이 늦어 시작하자마자 5위에서 7위까지 밀려났다. 선수들의 움직임은 연습 세션과 사뭇 달랐다. 공격적인 제스처와 큰 움직임으로 추월이 쉽지 않았다. 트랙 폭이 비교적 좁은 카트장에서 깔끔하게 추월할 수 있는 구간이 몇 군데 되지 않기 때문에 앞선 선수 뒤를 바짝 쫓으며 기회를 엿봤다. 1랩 당 1명씩 추월하여 3랩 때 출발 순서였던 P5가 되었을 땐 이미 선두권 선수 그룹과의 거리가 7초 정도 차이 났다. 5위를 되찾은 3랩부터 1분 21초대를 유지했고, 추월하느라 애를 먹은 1, 2랩 평균 랩 타임이 1분 27초임을 참작해보면 결론적으로 출발 때문에 약 8-10초가량 손해를 본 것이다. 결국, 출발 그리드 포지션이었던 5위로 결승을 마무리 지었다. 순위를 떠나 스스로 부족한 부분들이 많이 보여서 그것을 빨리 개선해서 또 겨뤄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게 레이스의 맛인가. 욕심, 열정, 배움, 긴장, 여러 요소가 뒤섞이면서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 경험을 했다. 이번 경기를 통해 작년 한 해 동안 14개의 레이스에 참가한 직장 동료인 윤연수 기자를 비롯해 취재하며 카메라에 담았던 선수들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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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변을 확대하는 혼다 모터사이클
이번 대회에는 혼다 코리아 이지홍 대표와 미즈노 코이치 상무가 함께했다. 특히 미즈노 코이치 상무는 혼다 MSX컵과 MT2 ST 클래스, 두 클래스에 직접 참가해 각각 4위와 6위에 올랐다. 혼다는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저변을 확대하고 진입 장벽을 낮추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대표 모델이 바로 커브와 MSX다. 이날 혼다 코리아의 이지홍 대표는 원 메이커 레이스의 진입 장벽을 더 낮춰 더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레이스를 경험했으면 좋겠다며 그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누군가에겐 바이크를 입문할 때 접하는 입문용 바이크로, 또 다른 누군가에겐 전국 투어용 바이크로, 경주장에선 강력하고 빠른 레이싱 바이크로 변모하는 바이크, 그것이 바로 혼다 모터사이클의 매력이다. 아직 2전과 3전이 6월과 8월에 남아 있으니 커브나 MSX 라이더라면 꼭 한번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글 손호준
사진 손호준/안동철
취재협조 혼다코리아 honda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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