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열폭주, 3M이 막는다

    전기차 배터리 열폭주, 3M이 막는다.

    현재 자동차나 모터사이클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전동화이다. 따라서 발전의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테슬라 같은 전기자동차 전문 회사는 물론이고 전통적인 대중차 혹은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까지도 순수 전동화 모델에 상용화에 집중한다. 요즘 전동화 기술의 동향은 선발이나 후발 주자 같은 타이틀이 중요하지 않다. 플랫폼, 배터리, 소프트웨어 등 분야의 경계를 뛰어넘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 동시에 시스템 가격을 낮춰 상품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주요 과제다.

    출처 포르쉐
    출처 BMW 모토라드

    “다음에 제가 사고 싶은 자동차는 순수 전기차예요. 조용하고, 경제적이면서 친환경적이라서 세제 혜택도 누릴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요즘 전기차는 한 번 충전으로 400km 이상을 갈 수 있고, 내연기관 스포츠카처럼 빠른 가속력도 구현하죠. 하지만 최근 들어서 전기차 선택에 대한 걱정도 있어요. 배터리 과충전으로 열 폭주가 일어나는 모습을 매스컴에서 종종 접하면서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는 방법을 누군가는 연구하고 있겠죠?” 직장인 K 씨의 이런 고민은 전기차를 기술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공감이 갈만한 내용이다.

    현재 전동화 기술의 핵심은 배터리 용량과 안전성에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배터리 안에 담긴 고전압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전혀 다른 조건의 사용 환경에서도 일정하게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전압 배터리를 설계 및 생산하는 것은 광범위한 영역에서 어려움이 따른다. 내연기관의 경우는 인류가 지난 100년 이상 발전시키며 충분한 기술적 노하우를 쌓아올 수 있었다. 반면 전동화는 역사가 짧다. 신기술이 만들어지고 사용하면서 얻은 데이터와 노하우가 여전히 부족하다.

    출처 테슬라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고전압 배터리를 만드는 제조사를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LG에너지솔류션, 삼성 SDI, SK이노베이션, 파나소닉, CATL, BYD 등이 있다. 그렇다면 이런 전기 자동차용 고전압 배터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열관리, 전기 절연, 접착, 조립, 방화나 자동화 기술 같은 솔루션은 누가 만들까? 배터리 제조사에게 이런 전무적인 기술을 제공하는 서플라이어는 어디일까? 대표적인 회사가 ‘3M’이다. 맞다. 당신의 책상 위에 있는 ‘포스트잇’ 메모지나 ‘스카치’ 셀로판테이프, ‘귀마개’를 만드는 그 회사다.

    3M은 1902년에 미국에서 설립되어 12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장수 기업이다. 미네소타 광업 제조사(Minnesota Mining and Manufacturing Company)이라는 사명에서 M이 3개 들어간 것을 특징으로 줄여서 3M이 됐다. 창립 초기에는 센드페이퍼(사포)의 원자재인 연마석을 캐는 광산업 시작해, 이후 사포를 제조하며 제품을 발전시켰다. 자동차 생산이 활기를 띠던 시절에는 자동차 표면에 2톤(두 가지 색)으로 페인트를 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착안해 ‘마스킹 테이프’를 세계 최초로 발명했다. 이후 무엇이든 고칠 수 있는 셀로판테이프, 스카치테이프를 만들었고, 끈적임이 없는 접착 기술로 포스트잇도 개발했다.

    3M이 만드는 물건은 전 세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많다. 그들이 참여하는 분야는 접착제, 문구, 라미네이트, 방화, 의료, 마스크, 치과 재료, 자동차, 항공 및 우주, 주방 용품 등 광범위하다. 그 종류가 5만 5,000개 이상이라고 하니, 당신이 알고 생각하는 거의 모든 분야에 3M이 참여한다고 보면 된다. 동시에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가격 적으로나 제품 전문성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배경에서 3M이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3M은 소비자 제품 외에도 B2B 비즈니스, 특히 자동차 분야의 비즈니스 경력이 100년이 넘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 플랫폼과 특허들은 대부분 제조 영역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현장에서 확인하면 엔지니어링 팀과 R&D팀이 협업을 통해 알맞은 솔루션을 제공하고, 이런 과정으로 제품화시킨다. 특히 최신의 자동차 분야에서는 소재, 공정, 디지털,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서 기존에는 없던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면서 고객(완성차 업체)을 서포트하고 있다. 그래서 전기 자동차에 들어가는 3M의 많은 솔루션들도 시장의 기술 동향에 맞춰 지속적으로 바뀌면서 새롭게 개발되고 있다.

    지난 1월 말, 한국 3M이 전기 자동차와 배터리 분야에 사용되는 기술적 솔루션에 대해 설명하는 소규모 테크 브리핑 이벤트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여러 전문적인 정보와 유익한 내용이 많이 거론되었지만, 핵심만 간추려보자면 경량화, 본딩, 배터리 온도 제어를 비롯해 화재 및 폭발 같은 위험성을 막는 신소재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차단 소재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랬다. 배터리 셀이 열 폭주 상태에 들어갈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는 것.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열 폭주를 지연시키거나 연쇄 반응 범위를 최대한 막기 위해 개발되는 소재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3M이 배터리 혹은 자동차 회사의 니즈를 파악하고, 부품 단위로 문제를 스터디해서 해결한 후 다음 과제로 넘어가는 프로세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즉, 단순히 참고 자료로 쓸 수 있는 데이터를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서포트하면서 성능을 개선하거나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해 준다.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한 조사에 따르면 니켈을 많이 합류한 형태로 배터리가 개발되는 경우 열폭주 현상이 심각해진다. 이런 리스크를 미리 발견한 경우 3M이 개발한 자체 테스트로 구현해서 고객에게 필요한 맞춤 제품을 개발하고 제공한다. 3M은 특정 소재의 개발보다 테스트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모든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가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3M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 전기차의 경우에는 파우치 형태의 배터리를 많이 사용하다고 한다. 파우치 형태는 양쪽 끝이 밀봉할 수 있는 필름이 부착되어 있다. 그래서 그 안에서 셀이 폭발하거나 혹은 부풀어 오를 때 어느 방향으로 열 폭주가 진행될지 예상하기가 어렵다. 이런 경우 3M이 같은 상황을 테스트를 통해 평가하고 결과에 따라 취약점을 보완한다.

    또한 특정 배터리 셀이 뜨거워져서 열폭주가 시작된 경우 열이 다른 셀로 순차적으로 이러지는 경우에 대비해 각 셀 사이에서는 열전도를 막아주는 소재(테이핑 혹은 본딩)를 통해 승객이 충분히 대피할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다. 파우치 셀은 필름으로 배터리를 감싼 구조라 배터리가 완전 충전되면 각 셀이 부풀어 오르면서 주변에 압력이 발생한다. 이런 현상이 반복될 때도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소재를 3M이 제공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의 배터리는 열관리를 얼마나 잘하는지가 성능과 내구성과 연결된다. 배터리 온도가 너무 올라가거나 반대로 너무 낮은 상황에서 사용할 때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최신형 전기차는 충전 속도가 나날이 빨라지고, 동시에 전기차의 보급으로 사용 영역이 확대되면서 극한의 더위와 극한의 추위에도 노출된다. 그래서 필요할 때 배터리가 더 빨리 냉각되거나 혹은 더 빨리 예열되어야 하는 기술적 과전 과제에 직면한다.

    여기서 3M이 설명한 열관리란 앞서 말한 대로 배터리의 각 구역마다 열차단을 명확하게 하면서도, 부분적으로는 열전도 효율을 높여야 한다. 또한 전기 누전으로 인한 배터리 내부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전기 절연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는 전기차 하부에 위치한 배터리가 뜨거워졌을 때 주변에 냉각수가 흐르면서 배터리의 온도를 낮춰준다. 하지만 오버 히트 상황에서 열이 잘 안 빠지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열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계면 소재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셀은 냉각이 없으면 수명은 4년 정도이고, 공기 냉각 기능을 갖추면 7년이다. 여기에 냉각수를 이용한 냉각 시스템을 더하면 최대 9년까지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3M은 자동차 배터리 수명을 늘리기 위해 적당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와 기술을 개발하며 자동차/배터리 회사에 제공한다.

    전기자동차 솔루션에서 3M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접착 솔루션’이다. 쉽게 말해 ‘본딩’이다. 3M은 거의 100년 가까이 접착 기술을 확보하고 다양한 산업군에 접목한 경험을 가졌다. 앞서 소개한 스카치 셀로판테이프나 포스트잇 메모지 같은 소비자 제품부터 소형 전자 장비나 항공 및 자동차, 의료, 기타 안전 및 그래픽 영역에 기술을 제공한다.

    접착 솔루션의 핵심은 하중 지지력이다. 접착 강도(기준)에 따라 어떤 상황에서 사용할 것인지 판단하고 그에 맞는 분야에 접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동차 배터리의 경우 구조용 접착은 신뢰성과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다. 동시에 구조용 접착제는 볼트와 너트를 대체할 수 있는 강도(7~8메가 파스칼)를 구현하면서도 동시에 가볍고 부피를 줄일 수 있는 솔루션으로 점점 사용 범위가 확대되는 중이다.

    흥미로운 것은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하는 접착제라고 아주 특별하게 새로 만든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3M의 산업용 접착제는 거의 모든 마켓에 사용되면서 다양한 조건을 충족시킨다. 그래서 자동차의 특정 스펙이나 제조사의 조건(보증이나 특정 기준)에 맞춘 기준으로 제품을 선정할 수 있다. 그만큼 이미 검증된 성능으로 신뢰를 줄 수 있다. 동시에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지 않아도 되기에 부품의 가격이 합리적이다.

    배터리 셀을 조립하는 단계에서 각형 배터리나 원통형 배터리 조립에 접착체가 쓰인다. 3M의 듀오팩 시리즈(FCA 접착제, 우레탄 접착제, 아크릴 접착제, 실리콘 접착제 등)를 예로들 수 있다.

    DP8910NS라 불리는 나일론 본더 구조용 접착제의 경우 별도의 표면처리 없이 나일론 금속이 접착이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통속에 분리된 두 가지 액상이 노즐에서 하나로 섞여서 나오는 구조다. 이런 구조는 한 가지 액상에 비해 구조 강도를 높이면서도, 동시에 사용하기가 쉽다는 점이 특징이다. 더불어 최대 온도 85도에서도 강도를 유지하고, 뛰어난 내습성까지 갖춘다.

    금속이나 세라믹, 유리, 목재, 다양한 플라스틱을 빠르게 접착하는 ‘DP100 플러스’ 에폭시 접착제도 자동차 분야에서 많이 쓰인다. 유연하지만 빠르게 고정되고, 경화 후에도 투명함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번 3M 테크 브리핑에서 보여 준 것은 전기차의 배터리 솔루션, 그중에서도 아주 일부분만을 예로든 것이었다. 그런데도 3M의 높은 기술 수준과 체계화된 프로세스가 뛰어나다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했다. 브리핑이 끝난 후 테크 브리핑에 참가한 각 리더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할 수 있었다.

    Q. 오늘 3M 테크 브리핑의 모든 내용에 ‘우리가 필요해서’라는 말보다 ‘고객의 니즈에 맞춰서’라는 말이 더 많이 나온 것 같다. 그런 이유가 있나?
    A. 실제로 우리에게 무슨 기술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소비자, 제조사와 같이 결과를 만들어야만 의미가 있다. 결국 우리의 기술은 고객의 니즈를 실현하는 데 초점을 둔다는 말이다.

    Q. 전기차뿐 아니라 요즘 모든 제조사는 ‘친환경’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3M은 어떤 친환경 기술 혹은 노력을 하고 있나?
    A. 3M도 당연히 친환경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소재의 경우 친환경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 친환경을 목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것을 돕는 점이다. 전기 자동차 배터리의 내구성을 확보하거나 안정성을 높여 더 많은 사람이 전기차를 선택하게 하는 것도 우리의 친환경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3M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부분을 꾸준히 개선하며 배터리 혹은 전동화, 나아가 자동차 업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이미 항공이나 우주 산업 분야에도 3M의 다양한 솔루션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자동차라는 영역은 이들에게 여전히 발전 가능한 영역으로 보일 수 있다.


     김태영(자동차 저널리스트)
    사진 한국 3M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모토라보에 있습니다.

    지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