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엔필드가 슈퍼메테오 650을 통해 고전적인 크루저의 매력을 선보였다면
이번에는 샷건 650을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른다.
더욱 매력적으로 진화한 샷건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개최된 미디어 시승회에서 미리 만나보았다.
반전의 반전
샷건 650의 존재는 2021년 EICMA쇼에서 콘셉트 모델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로얄엔필드가 준비하고 있다는 새로운 크루저에 대한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샷건 콘셉트가 등장했다. 그런데 첫 번째 반전이 일어난다, 콘셉트 디자인은 우리가 알고 있던 로얄엔필드의 고전미와는 거리가 먼 미래적인 분위기의 크루저였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반전은 다음 해에 등장한 슈퍼메테오였다. 미리 공개한 샷건과 다르게, 아니 애초에 예상했던 대로 고전미를 듬뿍 담은 모습으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진짜 반전은 그로부터 다시 1년이 지나서 일어났다. 로얄엔필드 오너들의 축제인 모토버스 이벤트에서 콘셉트를 발전시킨 샷건 650의 양산 버전을 깜짝 공개한 것이다. 로얄엔필드 미디어 테스트를 위해 LA로 갈 때까지 우리에게 공개된 샷건 650의 모습은 모토버스에서 공개한 디자인뿐이었다. 콘셉트 모델의 컬러에서 영감을 받은 화려한 페인팅만 기억에 남는 모델이었다. 그리고 미디어 테스트 현장에서 처음 샷건650의 실물을 접했을 때 다시 한 번 반전이 일어났다. 심플하게 페인팅 된 샷건의 모습은 예상보다 훨씬 더 근사했기 때문이다. 기대를 벗어난 기분 좋은 반전이다.
레트로 퓨처리스틱
슈퍼메테오를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간편하게 크루저라고 부르고 있지만 샷건의 하나의 장르로 딱잘라 정의하는 것은 어렵다. 로얄엔필드의 정통적인 로드스터 스타일도 닮아있고 형식만 본다면 밥 커스텀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로얄엔필드의 디자인 책임자 마크 웰스의 설명에 따르면 샷건 650 디자인 콘셉트는 애니메이션 아키라, 게임 사이버펑크 등에서 등장하는 바이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특히 아키라에는 주인공 일행들과 대치하는 클라운이라는 그룹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타는 크루저 스타일의 바이크가 영감의 원천이라고 한다. 1980년대에 상상한 미래의 크루저바이크의 모습, 레트로 퓨처리스틱으로 정의하는 샷건 650과의 연결고리다. 그래서인지 애니메이션 속에 샷건을 그대로 끼워 넣어도 어색하지 않을 디자인이 되었다. LA라는 메가시티를 배경으로 미디어테스트를 개최한 것도 이러한 사이버펑크적인 무드를 더하기 위함이었을까? 공개된 샷건 650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 중에 “슈퍼메테오와 색만 다른 모델이 아니냐”는 비판적 의견도 많았다. 사진만 봤을 때는 언뜻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보고 또 비교도 해보니 정말 많은 부분이 달랐다. 일단 크루저 디자인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연료탱크 디자인부터 다르다. 슈퍼메테오가 측면에서 봤을 때 위아래가 모두 둥근 물방울 모양이라면 샷건의 연료탱크는 아래는 지면과 수평을 이루며 일자로 뻗어있고 위를 둥글린 전형적인 피넛탱크 스타일이다. 여기에 차량의 자세도 달라졌다. 프런트 포크의 길이는 33mm줄이고 리어쇽은 20mm늘리고 프런트 휠은 한사이즈 작은 18인치를 장착했다. 덕분에 차체는 앞으로 크게 기울면서 프런트 포크가 일반적인 로드스터 수준으로 바싹 서게 되었다. 측면에서 차체의 실루엣만 보면 클래식350이 떠오를 만큼 전체적으로 로드스터 분위기가 난다. 포지션의 차이도 크다. 핸들은 몸에서 멀어지고 풋패그는 미드컨트롤로 당겨지고, 시트는 높아졌다. 기본자세부터 긴장감이 더해지니 주행성능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높아진다.
예상보다 경쾌하다
테스트는 LA다운타운에서 시작해 도심을 누비고 고속도로에 올라 LA북쪽의 엔젤리스 국유림 속 와인딩로드를 헤집고 다니는 코스였다. 시내 도로는 물론 고속도로와 와인딩 로드가 적절히 섞여있어 다양한 환경에서 샷건의 주행성능을 테스트해볼 수 있었다. 바이크를 타고 도로에 나가자마자 느낄 수 있는 것은 저속에서의 움직임이다. 종아리 중간쯤에 차량의 중심이 잡혀있어 바이크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 슈퍼메테오가 바이크를 기울이면 자연스럽게 바꾸기 시작한다면 샷건은 기울임과 동시에 한 박자 더 빠르게 고개를 돌리고 방향을 바꾼다. 바싹 세운 스티어링 레이크의 영향도 있지만 프런트 휠 자체가 작고 가벼워진 영향도 크게 느껴졌다. 수치상 슈퍼메테오와 무게 차이가 거의 없음에도 주행감각은 훨씬 가볍게 느껴진다. 기본기가 상당히 좋다. 로얄엔필드의 650트윈엔진은 역시 매력적이다. 매끄럽게 돌고 토크도 두툼해서 묵직한 차체를 가볍게 밀어준다. 가속 성능은 슈퍼메테오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하체를 홀딩하기 어려운 포워드 컨트롤이라 가속감이 즉각적으로 느껴졌던 슈퍼메테오에 비해 하체가 단단히 홀딩할 수 있는 미드컨트롤이다 보니 체감하는 가속감은 오히려 덜하다. 순간의 짜릿함은 없지만 속도를 착실하게 붙인다.
간혹 로얄엔필드 650 트윈시리즈의 가속력에 초시계를 들이대며 쿼터급 성능이라고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쿼터급 스포츠 모델과 가속력 수치를 비교하면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가벼운 차를 가볍게 밀어주는 것과 무거운 차를 힘 있게 밀어주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을 만든다. 같은 이유로 샷건의 가속력이 배기량 3배가 넘는 아메리칸 크루저와 비슷하다고 해서 두 바이크가 주는 경험이 비슷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승차감은 제법 단단하다. 전후 쇼와제 서스펜션은 느긋함보다는 살짝 조여진 로드스터의 감각이다. 시트도 조금 딱딱한 느낌이다. 시트를 공중에 띄우면서 멋을 부리다보니 그만큼 쿠션을 두껍게 만들 수 없는 탓도 있다. 게다가 이보다 더 두툼한 쿠션을 사용하면 시트고가 800을 넘어 버릴 것이고 누구에게나 발 잘 닿는 크루저의 매력은 사라질 것이다. 조금 불편해도 멋만 있다면, 뭐 할 수 없지. 한참 엉덩이를 실룩대며 고속도로를 달려 도심을 벗어났다. 산길로 접어들며 드디어 와인딩로드가 시작된다. 이 바이크가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순간이다.
굵직한 코너링
결론부터 말하자면 샷건은 직선보다는 코너에서 더 즐거운 바이크였다. 태생이 스포츠인 바이크들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나름의 달리는 맛이 잘 살아있기 때문이다. 기울어짐은 빠르지만 불안함은 없다. 내가 가고자하는 만큼 자연스레 스티어링이 말려들어오며 노면에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과도한 뱅킹 없이도 빠르게 방향을 바꾼다. 코너의 탈출구가 보이면 스로틀을 크게 연다. 스로틀을 길게 열어 회전한계까지 밀어붙여도 전혀 힘겨워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크루저 엔진이라면 고문같은 일이겠지만 이 엔진은 이미 레이스 트랙에서 끝장을 본 경험이 있기에 더 확실한 믿음이 있다. 낮게 깔린 차체임에도 의외로 뱅킹한계도 깊어서 적극적으로 기울이며 달려도 어지간해서 뱅킹센서가 갈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타이트하게 돌아가는 코너는 서스펜션이 짓눌리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그극” 소리를 내며 뱅킹센서가 갈린다. 한두 번 긁고 나니 정확하게 한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노면에 풋패그가 갈리는 게 싫어서 대신 체중을 안쪽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밀어 넣었다. 테스트 주행인 만큼 여유를 두고 탔지만 속도는 결코 느리지 않았다. 이날 테스트 코스의 70%이상이 와인딩 로드였다. LA라이더들의 성지로 불리는 엔젤리너스 국유림을 머리가 빙빙 돌 정도로 돌았다. 만약 코너링이 재미없는 바이크로 같은 코스를 달렸다면 쉽지 않은 하루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정말 재밌게 달렸다. 물론 이곳의 코너들이 미국답게 아주 타이트한 코너는 많지 않아 샷건과의 궁합이 더 잘 맞았던 것도 있다. 최고속 테스트는 하지 못했지만 슈퍼메테오와 비슷한 160km/h정도일 것이다. 공기저항을 줄이는 포지션 덕분에 조금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샷건 650에게 있어 가장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전륜의 싱글디스크다. 사실 제동력 자체는 크게 부족하진 않았다. 슈퍼메테오를 테스트 할 때도 브레이크 성능은 대체로 만족했던 것 같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와인딩로드에서 바이크를 연속적으로 강하게 몰아붙이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밀리는 게 느껴지며 페이스를 살짝 낮춰야했다. 물론 샷건이 이렇게 몰아붙이며 타는 바이크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타고 달려보면 페이스를 높일수록 재밌다. 여기에 더블디스크 사양을 적용해줬다면 슈퍼메테오와 비교해 상징적인 차별점이 되지 않았을까? 2021년 SG콘셉트에는 더블디스크가 떡하고 달려있었기 때문에 괜히 더 아쉬운 기분이 드는 것 같다.(웃음)
처음 샷건의 발매소식을 들었을 때 슈퍼메테오와 시장 간섭을 걱정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앞서간 생각이었다. 두 모델은 각자의 매력이 너무 또렷했고 그 매력에 반응하는 층도 분명 갈리게 될 것이다. 아니 오히려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라인업이 갖춰진 느낌이다. 호불호가 어디로 향할지는 완벽히 취향에 따라 갈리는 것이다. 슈퍼메테오가 처음 등장했을 때 혼다 레블500을 경쟁자로 꼽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슈퍼메테오와 레블은 매력 포인트가 살짝, 아니 크게 다르다. 대신 이 샷건은 레블에 완벽하게 대항하는 경쟁자가 될 수 있겠다. 로얄엔필드의 포트폴리오가 점점 근사해지고 있다. 650트윈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는 “로얄엔필드가 이렇게 괜찮은 바이크를 만들었어?” 하고 놀랐다. 이어진 350 모델들과 슈퍼메테오, 히말라얀 450, 그리고 이번 샷건까지, 이제 로얄엔필드의 새로운 모델이라면 기대하고 기다리게 된다. 불과 5년 만의 이루어낸 극적인 변화다.와인딩로드를 벗어나 다시 고속도로에 올라 복귀하는 길, 석양이 길게 뻗은 고속도로를 선명한 오렌지 빛으로 물들인다. 아름다운 풍경 속을 크루징으로 달려가니 크루저 본연의 매력이 진하게 느껴진다. 감성적인 배기음은 잔잔한 bgm이 되어준다. 배기파이프를 뜨겁게 달구던 로드스터에서 완벽히 크루저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CUSTOM WORLD
이번 슈퍼메테오 런칭 이벤트는 바이크셰드 LA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테스트를 마치고 저녁이 되자 바이크셰드에서 깜짝 파티를 진행했다. 이곳에 전 세계의 핫한 커스텀 빌더들이 커스텀한 샷건이 전시되어 있었다. 로얄엔필드가 전 세계 커스텀 빌더들에게 앞뒤 펜더와 연료탱크, 사이드커버, 트리플 클램프와 탑브리지, 헤드라이트 나셀까지, 구성하는 파츠를 보내서 작업된 것이다. 샷건의 공식발표 전이었기에 전체적인 모습은 측면 사진 한 장만 제공되었다. 각 빌더는 파츠만으로 장착되는 모습을 상상하며 커스텀 작업을 진행했고 완성된 파츠를 다시 박스에 담아 이곳으로 보내 조립한 것이다. 상당히 제약이 많은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꽤 높은 수준의 커스텀을 보여주었다. 샷건의 차체를 구성하는 외장파트는 대부분 철과 알루미늄, 그러니까 금속재질로 이루어져 있다. 이 때문에 다소 무거워졌지만 덕분에 커스텀 작업에는 큰 장점이 된다. 재료를 자르고 붙여서 커스텀하기 용이할 뿐 아니라 소재 자체의 강성이 높기 때문에 형태의 제약도 적다. 또한 페인팅 과정에서도 열처리가 수월해 일관적인 품질과 발색이 나오고 몇 번이라도 칠을 녹여내고 다시 칠할 수 있다는 것도 철재 부품만의 장점이다. 자신만의 샷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매력적인 부분이다.
ROYAL ENFIELD SHOTGUN 650
엔진형식 공랭 4스트로크 병렬2기통 OHC
보어스트로크 78×67.8mm
배기량 648cc
압축비 9.5:1
최고출력 47hp / 7,250rpm
최대토크 52.3Nm / 56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3.8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도립 (R)트윈 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00/90-19 (R)150/70-17
브레이크 (F)320mm디스크 (R)300mm디스크
전장x전폭x전고 2170x820x1105(mm)
휠베이스 1465mm
시트높이 795mm
차량중량 240kg
판매가격 가격미정
글 양현용 사진 로얄엔필드
취재협조 로얄엔필드 코리아 royalenfield.co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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