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매뉴얼] 12. 겨울은 메인터넌스의 계절 (후편/ 엔진 오버홀)

    바이크라이프 입문 매뉴얼 <12>

    겨울은 메인터넌스의 계절 (후편/ 엔진 오버홀)

     

    바이크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려면 정기적인 정비가 필수입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중정비(오버홀)는 겨울철에 실시하는 것이 효율적인데, 지난회의 ‘차체 오버홀’에 이어 이번 회에는 ‘엔진 오버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엔진을 정비하는 작업은 지난달의 ‘차체 오버홀’의 일부이자, 바이크를 구성하는 요소 중에서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엔진이라는 기계를 구성하고 있는 부품 하나하나의 가격부터가 비싸고, 그것을 분해 작업하는 데에 드는 시간도 만만찮습니다. 인간으로 치자면 마치 ‘심장 수술’과도 같다고 이해하시면 빠릅니다.

    레이스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는 주행을 마친 후에 반드시 분해, 점검, 정비를 당연히 실시하기 때문에 바이크가 전부 해체되어 있는 모습을 봐도 전혀 신기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에 드는 비용이 일반 공도를 달리는 시판차와는 천지차이입니다. 최근의 ‘F1’이나 ‘모토GP’ 등의 레이스를 보면 엔진의 연간 사용대수 제한 항목이 추가되어 있는데, 이것은 메이커들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 이유입니다. 팩토리 머신은 특수한 부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고, 그것을 제작, 정비하는 비용이 너무 비싸졌 기 때문입니다.

    제가 레이스를 뛰던 현역 시절에는 ‘모든 것을 내 돈으로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었지만, 저는 저의 ‘분수’를 알고 있었고 그에 맞는 클래스를 선택함으로써 주행을 마친 후에 반드시 분해 정비 작업을 실시하더라도 레이스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압니다. 레이스든 공도 주행이든 공통으로 해당하는 사실인데, ‘자기의 벌이’에 맞는 차량을 선택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유지비가 예산을 넘는다면 ‘달릴 수가  없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죠. 만약, 그저 ‘굴러가면 된다’는 수준 낮은 생각이라면 이야기는 좀 달라지겠지만, 그런 ‘본래의 성능이 나오지 않는’ 바이크를 타면 재밌습니까? 즐거우십니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정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본래의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바이크로부터는 진정한 의미의 성능이 무엇인지 알 도리가 전혀 없고, 라이딩 경력이 자신의 ‘경험치’로 활용될 수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위험한 상황에 스스로를 처하게 만들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민폐를 끼치는 등 말 그대로 ‘백해무익’인 거죠.

    시간과 돈 낭비하면서 뭐 하나 얻기는커녕 손해 막심하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부디 바라옵건대 정비에 돈 쓰는 거 아까워하지 말아 주십시오.

     

    분해하면서 이미 작업 내용이 결정된다

    자 그럼, 이번 달의 주제인 ‘엔진 오버홀’에 대해 알아볼까요? 먼저 엔진을 프레임으로부터 내립니다. 이때에는 차체 점검도 당연히 함께 실시합니다. 기껏 고생해서 엔진의 성능이 본래도 돌아왔는데, 프레임이나 서스펜션이 이것을 받쳐주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엔진보다 우선 차체를 정비해야겠지요. 엔진을 내리면 서 프레임의 이상(금이 가 있다든가)을 발견해 내는 일도 중요합니다. 부위에 따라서는 ‘부하’가 걸려 있지 않으면 이상을 발견해 내기 어려운 경우가 있으므로 섣불리 볼트를 풀어서는 안 됩니다. 정비 작업은 ‘분해할 때가 중요’합니다. 볼트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금’이나 ‘비틀림’, ‘볼트 체결 상태’등을 관찰하는 것이 그 후의 정비 내용을 크게 좌우합니다. 볼트를 뺐더니 부품이 어긋나서 다시 조립할 수가 없다든가, 프레임이나 엔진에 금이 가 있다든가, 볼트가 제대로 조여져 있지 않아서 접촉면이 마모되어 있다든가….

    만약 프레임이 손상되어 있다면 그것을 먼저 손 봐야 합니다. 엔진 본체에 금이 가 있거나 용접으로 때운 곳이 있다거나, 프레임과의 체결 부위가 손상되었거나 한다면 상태가 심각합니다. 크랭크케이스나 실린더 헤드 등은 비싸거든요. 제대로 고치든가, 폐기처분 하든가의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다시 재조립해서 남에게 넘기는 행위는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재수 없는 다음 사람이 골치 아픈 문제를 떠안을 뿐입니다. 참고로, 제가 일본에서 일했을 때에도 이런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었는데 ‘제대로 고쳐서 탄다’ 또는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폐기 처분한다’의 두 가지 선택 외에는 없었습니다.

    엔진을 내렸으면 이제부터 분해에 들어갑니다. 모든 파츠를 완전히 분해해서 하나도 빠짐없이 점검, 계측합니다. 이때에도 처음 분해인가, 예전에 분해한 적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을 위한 분해였는가 등을 관찰하면서 각 부품의 마모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부품 목록을 작성하는 작업도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부품 교환이 필요하다면 ‘전체의 균형’을 고려해서 판단합니다. 균형을 깨는 부품 교환은 엔진 내부에 스트레스를 주게 되어 이상 마모를 일으킵니다. 반드시 ‘부품 전체의 마모 상태 파악’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그에 맞는 작업을 실시해야 합니다. 현재는 주로 배기가스 규제에 의해 4스트로크 엔진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같은 4스트로크 엔진 이라고 해도 설정된 목적에 따라 수명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수퍼스포츠처럼 ‘파워 우선’인 엔진은  부품 저항=출력 손실을 억제하는 설계라서 그 만큼 부품 수명이 짧습니다. 따라서 그런 엔진에 가령 밸브 클리어런스 조정만을 실시할 필요는 없고, 만약 클리어런스가 규정치를 벗어나 있다면 밸브가 조립되어 있는 실린더헤드를 비롯해서 엔진 전체의 상태를 점검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마찬가지로 피스톤의 마모 상태, 클러치 배스킷의 단차 마모, 여기에 달려 있는 프라이머리 드라이브댐퍼의 장착 상태 등에 대해서도 ‘이 곳만 마모된 것인가’ 또는 ‘전체적으로 마모가 진행되어 엔진 풀 오버홀이 필요한 것인가’를 미캐닉이 전문지식에 입각해서 경험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조립만 잘 하면 마력은 알아서 올라간다 

    조립할 때에는 섬세한 정밀도가 요구됩니다. 부품의 정밀도, 작업의 정밀도만으로 엔진의 성능에 큰 차이가 납니다. 매일 같이 분해하는 레이싱 머신에 비해 여간해서는 엔진을 분해할 일이 없는 일반 바이크야말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과거에 혼다 NSF 작업을 했던 경험을 예로 들면, 그때에는 피스톤 클리어런스가 본래보다 컸던 것에 의한 대폭적인 파워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엔진 풀 오버홀을 실시하면 ‘정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으므로 공장 출하  시 신차 상태와 비교해서 최소한 10% 정도 출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간과해서 안 되는 일은 작업 결과의 기준이 되는 ‘순정상태 데이터’를 다이노 머신 등으로 각자가 보관, 축적해 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순정 상태가 어떤지를 모른다면 그 이상의 ‘전기계통’이나 ‘캠샤프트 교환’, ‘압축비 변경’ 기타 등등의 작업을 아무리 해도 의미가 없으니까요.

     

    엔진오버홀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작업은 ‘분해’하면서 각 부품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에 따라 ‘교환’하고, ‘조립’이 끝나면 ‘조정’을 하는 것으로 완료가 됩니다. 분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금씩 청소를 실시하면서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것도 그저 무작정 닦아내는 것이 아니라 어디가 어떻게 더러워져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조금씩 걸레로 닦아내면서 혹시라도 모를 파손 상태를 확인하고, 오일이나 냉각수가 새지 않았는가를 점검하기 위해서죠. 자동차 세차할 때처럼 물이나 세제를 전체에 뿌린다거나 고압 세차기로 불어 내거나 하는 바보짓을 바이크 미캐닉은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트러블 증상을 알려주는 ‘단서’를 자기 손으로 없애는 것과 같으니까요.

     


     

     

    Credit

     다카하시 히로미츠  
    일러스트 
    김종범

     

    다카하시 히로미츠 Hiromitsu TAKAHASHI

    1967년 도쿄 태생. 어려서부터 엔진 달린 탈 것에 흥미가 많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아라키 혼다’, ‘모토 라보로’ 등의 유력 샵에서 미캐닉, 레이스 활동을 전개. 2005~2006년에는 미국 데이토나 레이스에 수석 미캐닉으로 참가. 1999~2007년에 트라이엄프, 모토구찌로 레이스 참전. 모테기 내구레이스 7위 입상. 2007년말부터 한국에 체재하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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