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매뉴얼] 11. 겨울은 메인터넌스의 계절 (전편)

    바이크라이프 입문 매뉴얼 <11>

    겨울은 메인터넌스의 계절 (전편)

     

    바이크는 소모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기계이므로 정기적으로 정비를 해서 컨디션을 유지해 주어야 본래 성능을 충분히 즐길 수가 있습니다. 정비에 걸리는 시간은 작업 내용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고, 따라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중정비는 바이크를 탈 기회가 적은 겨울철에 실시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바이크 정비는 짧은 시간에 끝낼 수 있는 것부터 장기간에 걸친 것까지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는 중정비를 시즌 중에 실시한다면 바이크를 타는 시간이 희생되므로, 일반적으로는 바이크를 타지 않는 기간에 맞도록 주행거리를 계산하면서 스케줄을 잡습니다. 바이크 정비는 짧은 시간에 끝낼 수 있는 것부터 장기간에 걸친 것까지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는 중정비를 시즌 중에 실시한다면 바이크를 타는 시간이 희생되므로, 일반적으로는 바이크를 타지 않는 기간에 맞도록 주행거리를 계산하면서 스케줄을 잡습니다.

     

    저의 고향 일본의 가나가와는 연간 기온이 5~35℃ 라서 거의 일년내내 바이크를 탈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투어링으로 즐겨 찾는 산길은 겨울에는 눈도 내리고, 6월에는 장마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장마철이나 겨울철을 엔진 오버홀과 차체 완전분해 점검을 하는 시기로 삼았습니다. 한국의 겨울은 서울이 영하 20℃ 가까이 내려가므로 상용으로 쓰이는 ‘일하는 바이크’는 그렇다고 쳐도, 투어링 등 ‘특별한 때’에 사용하는 ‘특별한 바이크’는 겨울잠을 자게 됩니다.

    12월~3월 정도의 짧지 않은 동절기에 다음 시즌을 대비해서 충분히 정비할 시간이 마련되는 셈입니다. 이번에는 ‘엔진이외’의 전체적인 사항을 짚어보고, ‘엔진 오버홀’은 다음 번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바이크를 비롯한 ‘기계’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신경을 쓴 정비가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본래의 기능을 100% 발휘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몸처럼 ‘오늘은 좀 피곤한데 한 숨 자고 일어나니 나아졌다’ 라는 식의 ‘자연치유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조정, 정비가 필요한 것입니다. 또한, 단순히 ‘움직이면 됐어’라는 투의 ‘낮은 수준의 타협’과, 자신의 여건 속에서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한 ‘진정한 타협’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도구’란 그 사람이 몸에 지니고 있는 물건(옷이나  신발, 시계, 지갑 등)과 마찬가지로 ‘소유주의 인물’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냅니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리 깨끗이 세차를 했다고 해도 ‘기계의 본질’에다한 손길에 게으름을 피우면 곧바로 티가 납니다. 구석구석 손길이 닿아있는 도구는 필연적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법입니다. 즉, 바이크라고 불리는 도구=기계도 라이더와 미캐닉의 인품이 그대로 드러나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일반공도나 서킷을 불문하고 미캐닉으로서의 제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바이크 상태를 점검’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통해 그 바이크를 타는 라이더(소유주)의 실력과 인간성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일본에서 일했을 적에는,

    ①레이스일 경우, 라이더(바이크 소유주)에게 ‘정비 불량으로 인한 사고에 괜히 휩쓸려 죽기 싫으니까 제대로 고친 다음에 나와 줄래’ 라고 대놓고 얘기했었고,

    ② 공도 투어링에서는, ‘우리 팀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데다가, 아무 것도 모르는 죄 없는 주위사람들한테 폐끼치기 싫으니까 샵에 돌아가서 정비부터 하고 오세요’라고 참가를 거부한 일도 있었습니다.

    한국의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동료를 위험한 사태에 빠트리거나 정비불량으로 사고를 내서 바이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의 이미지를 나쁘게 하고 계시지는 않겠지요?

    주행하기 전, 주행을 마친 후에 실시하는 정비 점검은 라이더의 의무입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작업은 ‘미캐닉=정비사’라는 전문가에게 작업을 의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전문가에게 작업을 의뢰할 때에 필요한 것이 예산입니다. 돈이 무궁무진하게 있을 정도로 부자가 아닌 이상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가’,  ‘어느 정도 컨디션까지 추구할 것인가’를 먼저 결정해야 합니다.

    참고로, 무턱대고 부품을 교환한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아무 생각 없는 교환은 돈 낭비일 뿐입니다. 따라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가 중요하고, 어떤 부품을 교환할 경우에는 그와 관련된 부품 전체가 어떤 상태인지 파악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고장 나면 고친다’는 수동적 정비가 아닌, ‘고장 나기 전에 고친다’는 능동적 정비가 신조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고장 나면 고친다’는 수동적 정비가 아닌, ‘고장 나기 전에 고친다’는 능동적 정비가 신조입니다. 어디 한 군데 고장 나 버리면 파손된 부품이 그 둘레의 부품에도 피해를 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수리비가 비싸지고, 게다가 완전히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가 힘들어진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알기 쉬운 예로서, 엔진 블로우가 있습니다. 윤활불량으로 베어링이 눌어붙거나, 커넥팅로드나 크랭크케이스가 깨지거나, 흡배기 밸브나 피스톤이  망가져 버리면, 아무리 공들여 정비를 해도 그 이전의 성능을 되찾기가 불가능해집니다. 최종적으로 ‘엔진의 모든 부품을 신품으로 교환’한다면 모를까요.

    단순히 ‘움직이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부정할 마음은 없지만, 그걸 굳이 값비싼 수입바이크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꼭 그래야 한다면 저렴하고 유지비가 적게 드는 양질의 국산 바이크를 타시길 권합니다. 여기서 제가 언급하는 바이크란 ‘고액의 수입품’이고, 이것을 소중하게 잘 타자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소중한 바이크를 좋은 컨디션으로 타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망가뜨리지 않는 것’입니다. 거리와 시간이 지날수록 교환이 필요한 부품이 발생하게 마련이고, 이것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하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기계를 오래 쓰는 비결입니다. 망가지기 전에 부품 상태를 확인하고 사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비이며, 그렇게 할 수 있는 전문가가 미캐닉입니다.

    따라서 미캐닉은 거리와 시간에 따라 필요한 작업을 정확하게 찾아내고, 어느 정도의 비용과 시간이 드는지를 소유주에게 사전에 알려서, 소유주로 하여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레이스라면 주행을 마치고 ‘전체를 완전분해 점검, 재조립’하는 것이 기본입니다(한국에서 레이스하시는 분들은 거의 실시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엔진부터 프레임까지 완전히 분해해서 점검하고 다시 꼼꼼하게 조립하므로 작업 시간이 1~2주 정도 걸 리는 것이 보통이고 비용도 상당히 듭니다.

     

     

    참고로 일본의 표준적인 공임은 시간당 1만엔 정도입니다. 하루 8시간 × 7~14일로 계산하면 대략적인 비용이 나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1개월 정도 걸리는 수도 있습니다. 일반 공도용 바이크를 이렇게 정비하기란 현실적이지 않으므로 ‘이 사람의 이 바이크에는 어떤 작업이 반드시 필요 한가’를 예측하는 일에도 미캐닉의 경험이 반영됩니다.

    어떤 바이크에게나 공통으로 적용되는 ‘만병통치약’ 같은 정비 지침은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똑같은 환경, 똑같은 주법, 똑같은 사용용도로 바이크를 타지 않는 이상, 그 작업에 필요한 항목은 임기응변 이라는 뜻입니다. 예전에 ‘서스펜션’ 편에서 언급한 사항인데 참고로 다시 한 번 설명하자면, 제가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공도용 바이크의 경우, 1년에 1회 겨울철에 차 량 전체를 분해정비(엔진과 서스펜션 오버홀 포함)하고, 포크오일은 2000~3000km 미다 교환했었습니다. 필요최소한의 성능을 보장하는 동시에 금전적 부담을 최소화 시킨 제 나름대로의 ‘타협’입니 다.

    이건 제가 미캐닉이 되기 이전부터 실시했던 일입니다. 당시에는 알바를 하면서 바이크를 굴려야하는 가난한 처지였기에, 어딘가 고장 나서 쓸데없이 돈 들이기보다는 제대로 돈을 주고 ‘컨디션 좋은’ 바이크를 안심하고 충분히 즐기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판단해서입니다. 여러분도 시간적으로 한가한 이번 겨울철을 ‘애마의 전제적인 정비 기간’으로 활용해 보시도록 권해 드립니다.

     


     

    Credit

     다카하시 히로미츠  
    일러스트 
    김종범

     

    다카하시 히로미츠 Hiromitsu TAKAHASHI

    1967년 도쿄 태생. 어려서부터 엔진 달린 탈 것에 흥미가 많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아라키 혼다’, ‘모토 라보로’ 등의 유력 샵에서 미캐닉, 레이스 활동을 전개. 2005~2006년에는 미국 데이토나 레이스에 수석 미캐닉으로 참가. 1999~2007년에 트라이엄프, 모토구찌로 레이스 참전. 모테기 내구레이스 7위 입상. 2007년말부터 한국에 체재하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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