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면서도 경쾌한 투어러 | 야마하 트레이서9

    편안한 포지션과 여유로운 출력 덕분에 시승하는 내내 즐거웠다. 혼잡스러운 도심과 뻥 뚫린 외곽 어디에서도 뛰어난 기본기가 빛났다. 모든 면이 한층 더 좋아진 트레이서 9 이다.




    야마하의 네이키드 라인업인 MT시리즈가 유로 5 대응과 함께 더욱 공격적인 디자인을 적용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MT-09의 고성능 모델인 SP 버전을 시승했는데 개선된 포지션과 핸들링, 승차감 모두 일품이었다. 개인적으로 확실히 좋아진 신형 MT-09를 기반으로 설계된 만큼 트레이서 9은 시승하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NEW TRACER


    트레이서 9은 기존의 MT-09 트레이서의 후속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MT-09를 기반으로 하는 점은 같지만 조금 더 분명한 목적과 분위기를 나타내는 이름으로 변경되었다. 신형 MT-09와 동일한 경량 단조 17인치 휠을 장착해 이전 모델보다 1kg가량 경량화되었고 타이어도 같은 사이즈가 장착됐다. 뿐만이 아니라 서스펜션의 전후 스트로크와 브레이크 구성까지 같다. MT-09와 흡사한 만큼 트레이서 9의 경쾌한 발놀림을 예상할 수 있다. 새로운 CP3 엔진은 847cc에서 890cc로 배기량을 키워 최대토크 93Nm, 최고출력 119마력을 발휘한다. 투어링 스타일을 고려한 기어비와 어시스트 앤 슬리퍼 클러치가 적용되어 한층 더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을 제공한다.


    LED 헤드라이트는 DRL이 적용되어 있고 하단의 코너링 라이트도 포함되어 있다

    새로운 CP3 엔진은 배기량을 890cc로 키워 더 강력한 출력을 발휘한다


    투어러다운 면모


    트레이서 9은 상체가 서는 편안한 포지션이 취해진다. 흔히 어드벤처 스타일 바이크는 시트고가 높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트레이서 9은 스포츠 투어링 콘셉트인 만큼 시트고가 낮다. MT-09와 동일한 825mm로 크게 부담 없는 높이며 시트 하부 부품을 조정하면 810mm까지 낮출 수 있다. 전방에 높게 올라온 윈드 스크린은 기존과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폭이 5cm 가량, 길이가 6cm 가량 커졌다. 덕분에 방풍 성능이 향상되었고 높이는 10단계 조절할 수 있다. 사소할 수 있지만 사이드 미러의 형상과 길이를 변경하여 시인성을 높인 점도 눈에 띈다. 라이더 공간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계기반이다. MT-09에서 사용하는 3.5인치 풀 컬러 TFT 디스플레이 를 양쪽에 배치하여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고 중요한 경고등은 상단에 따로 마련했다. 좌측 계기반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속도, rpm, 기어 단수, 연료 잔량 등이 표시되고 우측 계기반에는 4가지 정보를 커스텀 할 수 있다. 냉각수온도, 외기온도, 트립, 크루즈컨트롤 작동 속도, 총 주행거리 등을 설정할 수 있는데 라이더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는 점이 무척 좋다. 모든 설정은 핸들 바 우측에 마련된 다이얼로 할 수 있다.

    3.5인치 디스플레이 두 개가 결합된 계기반은 속도, 주행 모드, 연료 잔량 등 다양한 정보를 나타낸다

    시트는 비교적 푹신한 착좌감을 주는데 뭉툭한 텐덤 시트 디자인은 다소 아쉽다

    이전 모델 대비 더 커진 윈드 스크린은 방풍성이 좋고 높이 조절이 간단하다



    부드럽고 여유롭다


    제원상 차량 무게는 213kg으로 가볍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클러치를 붙이고 나아가는 초반 감각이 경쾌하다. 새로운 CP3 엔진은 낮은 회전부터 도톰한 토크를 발휘한다. 최대 토크는 7,000rpm에서 발휘되는데 한참 전인 4,000~5,000rpm 영역에서 변속해도 탄력을 여유롭게 이어간다. 사실 트레이서 9의 포지션은 미들 클래스지만 배기량이 리터급에 가까워진 만큼 한층 더 고급스럽다. 전자식 스로틀이 적용되어 전개량에 따라 직관적으로 움직이고 원하는 속도로 조작하기 쉽다. 핸들은 일반적인 어드벤처와 비슷한 높이에 장착되어 카운터 스티어링을 이용해 기울이기 좋다. 여느 어드벤처 바이크와 달리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짧고 단단한 편이라서 보다 간결하고 빠르게 반응한다. MT-09에 비해 프런트 무게가 증가했음에도 큰 이질감 없이 움직이는 것이 인상적이다. 경쾌한 핸들링에는 새롭게 적용된 경량 단조 휠도 한몫을 한다. 스로틀 조작에 의한 굴림 저항이 적을 뿐만 아니라 스프링 아래 질량을 낮춘 효과로 인해 경쾌하고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준다. 브레이크는 초반 터치감이 다소 밀리는 느낌이다. 하지만 레버를 조금 더 강하게 당기면 그만큼 제동거리가 줄어든다.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짧고 단단한 만큼 초반 답력을 부드럽게 설정한 것으로 예상된다. IMU 기반의 ABS는 빠릿하고 섬세하다. 바이크가 지면에 수직으로 선 상태에서 제동하면 타이어가 한계에 닿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개입한다. 하지만 바이크가 조금이라도 기울어져 있는 상태에서 레버를 강하게 당기면 신속하게 개입해 안정적인 자세를 잡는다. 지난 MT-09 SP를 시승하면서도 느꼈지만, 야마하의 전자장비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인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이는 YZF-R1이라는 걸출한 성능의 슈퍼바이크와 2021 모토 GP 챔피언의 자리로 증명하고 있고 이제 트레이서 9에서도 그에 준하는 성능을 맛볼 수 있다.


    리어에는 245mm디스크와 니신 캘리퍼가 조합되어 제동을 맡았다. 알루미늄 스윙암은 스포츠 바이크를 연상시킨다

    LED 후미등과 방향지시등은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콘셉트와 잘 어울리고 시인성이 좋다

    프런트 휠이 떠오른 상태에서도 무게 중심이 안정적이라서 컨트롤하기 쉽고 다음 기어를 물려도 탄력이 쉽게 죽지 않는다



    숨길 수 없는 스포츠 성능


    트레이서 9은 3기통 엔진을 탑재한 만큼 rpm의 한계가 높다. 2단 기어로 대략 140km/h까지 가속할 수 있으니 말 다 했다. 토크풀한 초반 가속에 길게 뻗는 특성까지 이율배반적인 성능이다. 트랙션 컨트롤의 개입량을 4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단계별 차이가 상당하다. 특히 코너 탈출 구간에서 뱅킹 상태로 스로틀을 열었을 때 극명하게 나타난다. 개입을 낮게 설정하니 아무런 이질감이 없이 가속하는데 계기반에는 TC 경고등이 깜빡이며 라이더를 돕고 있음을 알린다.서스펜션 댐핑을 조절할 수 있는데 프런트 포크의 초기 세팅이 꽤나 단단한 편이다. 일반적인 여유로운 주행으로는 코너 진입 시 프런트 하중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만큼 빠르게 달려가 코너 앞에서 프런트 브레이크를 지그시 길게 잡아주면 노면 추종성이 좋고 날카로운 선회 반경을 그릴 수 있다.




    또한 코너가 연속되는 와인딩 로드에서 하중을 대각선 방향으로 옮겨줄 때도 불안하거나 불편하지 않아서 좋다. 리어 쇽은 비교적 부드럽기 때문에 코너 중반과 탈출에서 스로틀을 열면 뱅킹 센서를 긁는 경우도 있었다. 시승 당시 기온이 낮았다는 걸 고려하면 바이크의 안정성, 타이어의 마찰력, 리어 쇽의 조화가 좋았다는 증거다. 앞서 말했듯 프런트 포크는 꽤나 공격적인 세팅이기 때문에 편안한 크루징을 원한다면 포크 상단의 다이얼로 댐핑을 조절하길 추천한다. 트랙션 컨트롤을 완전히 해제하면 가속만으로도 자연스러운 윌리가 연출된다. MT-09에 비해 4ℓ가 큰 연료 탱크가 장착되어 무거워졌음이 무색할 정도다. 또한 프런트 휠이 떠오른 상태에서도 무게 중심이 안정적이라서 컨트롤하기 쉽고 다음 기어를 물려도 탄력이 쉽게 죽지 않는다.


    18리터의 연료 탱크는 풍만함과 날렵함이 공존하는 디자인으로 다리 공간이 잘록하여 편안하다

    오른쪽 스위치 뭉치의 다이얼을 사용해 바이크 세팅 및 다양한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고성능 GT의 부재


    이번 트레이서 9은 출시 당시 고성능 파츠가 더해진 GT 버전도 함께 공개되었다. KYB 전자식 세미 액티브 서스펜션을 비롯하여 히팅 그립, 퀵시프터 등을 탑재해 장거리 투어를 고려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국내에는 일반 트레이서 9만 출시한다는 소식에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그만큼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고 모두 옵션 파츠로 추가할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신형 MT-09 SP를 시승하면서 순정 퀵시프터의 성능에 감탄한 만큼 트레이서 9도 퀵시프터를 추가하면 한층 더 높은 만족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완전체


    개인적으로 새로운 MT 시리즈, 특히 MT-09 SP의 주행 성능에 크게 감동했다. 트레이서 9은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전과는 차별된 완성도를 갖췄다. 더 강력해진 출력, 똑똑한 전자장비, 편안함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까지. 장르를 떠나서 하나의 모터사이클로 봐도 꽤나 매력적인 모델이다.특히 전자장비는 몇 해 전만 하더라도 미들 클래스에서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많은 브랜드가 미들 클래스 그리고 어드벤처 스타일에 주목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상품성이 높아진 덕분이다. 새로운 트레이서9은 스포츠 투어링에서 새로운 완전체가 되었다.





    YAMAHA TRACER 9
    엔진 형식 수랭 4스트로크 직렬 3기통
    보어×스트로크 78 × 62.1(mm)
    배기량 890cc
    압축비 11.5 : 1
    최고출력 119hp / 10,000rpm
    최대토크 93Nm / 7,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8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링크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ZR17 (R)180/55 ZR17
    브레이크 (F)298mm더블디스크 (R)24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175×885×1,430
    휠베이스 1,500mm
    시트높이 810/825mm
    차량중량 213kg
    판매가격 1,488만 원



    윤연수 ㅣ 사진 양현용 ㅣ 취재협조 ㈜한국모터트레이딩 ys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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