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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젝트 카타나] #카타나 #RRT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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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젝트 카타나] #카타나 #RRT #성공적

    PROJECT KATANA

    #카타나 #RRT #성공적

    카타나를 타고 레트로 레이서 트로피(이하 RRT)에 참전했다. 사실상 타이어만 교체하고 순정상태로 서킷을 달리면서 카타나의 진가를 경험했다.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RRT의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지난 10월 호 마감 중에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이하 KIC)으로 떠났다. 서울에서 꼬박 4시간 정도는 달려가야 할 정도로 꽤 먼 거리지만 카타나로 서킷을 달린다는 생각에 들떠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KIC에는 비키니 카울이 장착된 클래식 바이크부터 네이키드, 모타드, 2행정 머신 등 다양한 바이크가 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도 남들처럼 카타나를 레이스 스탠드 위에 올린 뒤 타이어에 워머를 감쌌다. 고성능 타이어는 일정 온도까지 올려야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타이어는 메첼러 레이스텍 RR K1, 하이그립의 소프트 컴파운드 타이어다.

    슈트를 입고 서킷에 들어가기 직전의 카타나를 보니 심장이 쿵쾅거린다. 곧이어 첫 번째 세션이 시작되었다. 단독으로 개최된 RRT 3전은 총 7개의 세션으로 진행되었고 6개의 세션동안 기록한 랩타임으로 순위를 매기는 타임어택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마지막 세션에는 오전 랩타임 순위에 따라 그리드에 정렬하고 경쟁하는 스프린트 레이스가 이벤트 경기로 예정되어 있다.

    차근차근, 자신과의 싸움

    첫 번째 세션에서는 행오프 자세부터 연습했다. 트랙에서 카타나를 주행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상당히 어색했다. 순정 세팅 그대로 들어가서 타이트하게 조여진 머신을 타는 느낌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편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트랙션 컨트롤 개입을 가장 높게 설정하고 소극적으로 주행했다. 두 번째 세션부터는 본격적으로 가속하고 브레이크포인트를 늦춰가며 코너를 공략했다. 서킷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니 앞선 선수를 따라가며 레코드 라인을 익혔다.

    RRT의 참가 규정은 ‘158마력 이하 스포츠 바이크 제외’이다. 따라서 규정의 한계에 가까운 150마력의 엔진을 얹은 카타나는 직선주로에서 가장 유리했다. 랩을 거듭하면서 뱅킹 각도가 깊어지고 순정 스탭이 긁히기 시작했다. 기다란 뱅킹센서는 너무 쉽게 닿아버려 이미 제거했음에도 도로 주행을 고려한 순정 뱅킹각의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그렇게 전체 랩타임 1위를 기록하며 오전 세션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2위인 황덕현 선수와의 격차는 1초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까웠다.

    과도한 열정의 대가

    점심 식사 후 오후 세션을 이어서 달렸다. 세션을 거듭할수록 랩타임은 줄었지만 2위와의 격차도 점점 줄어들었다. 노면의 온도가 오를 만큼 올랐고 레코드 라인도 숙지했으니 카타나를 더욱 공격적으로 몰았다. 코너에서 풋패그가 노면에 긁히는 소리가 났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스로틀을 비틀었다. 카타나는 연료탱크가 작아 2개의 세션을 달리면 주유를 해야 했는데 3번째와 4번째 세션에서 연비주행을 곁들여 5번째 세션까지 한 번에 주행했다. 5번째 세션에서는 풀타임을 타지 않고 클린랩(선두에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최대로 이끌어 달린 랩)을 기록한 뒤 바로 피트인 했다. 다시 한 번 랩타임이 줄일 수 있었지만 2위와의 격차 역시 0.03초에 불과했다. 여기서 초를 더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로 최선을 다한 상태였다. 따라서 6번째 세션에서는 어떤 시도를 할지 고민하고 다음 세션을 위해 주유를 하던 중 오른발 부츠의 모양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챘다.

    알고 보니 아까부터 갈려나가던 것이 바이크의 풋패그가 아니라 부츠의 앞코였던 것이다. 슬라이더는 물론이고 부츠의 앞코와 이너 부츠까지 갈려 양말이 빼꼼히 보일 정도로 망가진 상태였고, 모른 채 그냥 달렸다면 다음은 발가락이 갈릴 차례였다. 무척 아쉬웠지만 안전을 위해 여섯 번째 세션 주행은 포기했다. 2위로 바싹 쫓아오던 황덕현 선수가 결국 세션 막바지에 기록을 크게 단축하며 1위로 올라섰다. 아쉬움과 타임어택의 묘미를 동시에 느낀 순간이다.

    스프린트 레이스의 맛

    마지막 세션은 오전 기록에 맞춰 그리드에 정렬하고 다 같이 달리는 스프린트 레이스였다. 구멍 뚫린 부츠를 보며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같은 피트를 사용하던 마이클 케이선수가 더 달려보라며 자신의 토 슬라이더를 빼주었다. 토 슬라이더와 덕테이프를 함께 발라 부츠 앞코를 감싸는 응급처치를 하고 스프린트 레이스에 참가했다.

    그리드 정렬은 오전 기록에 따랐기 때문에 1번 그리드에 섰다. 깃발이 떨어짐과 동시에 오프로드 레이스에서 연마한 스타트 스킬을 십분 발휘해 1번 코너를 가장 빠르게 진입했다. 하지만 황덕현 선수의 두카티 하이퍼모타드가 바로 뒤에 붙었고 매 코너마다 추월을 시도하며 숨통을 조여왔다. 뒤를 돌아 볼 틈은 없지만 코너에서 바싹 가까워지는 엔진 소리 들려오는 것이 섬뜩하다. 하지만 150마력의 출력을 이용해 직선주로에서 거리를 벌렸다. 이벤트 경기였음에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정신없이 후방을 경계하며 달리다보니 어느새 결승점을 통과하여 우승을 차지했다. 랩타임을 줄이기 위해 달리던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성공적으로 끝난 도전

    사실 정규 레이스가 아닌 트랙이벤트에 가까운 RRT에서 전체 순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순위에 집중하기보다 슈퍼바이크가 아닌 다양한 바이크들로 서킷을 달린다는 것, 그 자체를 즐기고 자신의 랩타임을 줄이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RRT참전을 위한 바이크로 카타나를 선택한 이유는 RRT에 규정에 맞는 모델 중 가장 강력하면서도 레트로 이미지를 갖췄기 때문이었다. 타이어를 제외한 모든 파츠는 순정 그대로 달렸지만 서킷에서 카타나의 높은 주행 한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 즐거웠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그럼 내년 RRT를 준비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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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RT 레이스 3전 2위, RRT 스프린트 레이스 1위 두 개의 트로피를 수상했다. 실제 피스톤과 스프로켓 등을 이용해 제작된 트로피는 크레이지 개러지 김치현 대표가 하나하나 직접 수제작으로 만든 것이다.


    글 윤연수 
    사진 양현용, 안동철 
    취재협조 스즈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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