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kg의 가치, 두카티 몬스터 2021

    -18kg의 가치 

    DUCATI MONSTER 2021

    이름에 아무것도 붙이지 않는 ‘몬스터’는 역대 몬스터 시리즈 중 가장 큰 폭의 진화를 이루었으며 가장 재밌는 바이크가 되었다. 이제 몬스터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된다.

    우선 두카티 내에서 몬스터의 포지션이 조금은 달라졌다. 스트리트파이터V4가 기존의 몬스터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포지션의 많은 부분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몬스터는 달라져야 했다. 많은 이들에게 두카티 브랜드의 첫 경험을 선사하게 될 모델이기 때문에 두카티 브랜드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바이크가 되어야 했다. 그래서 몬스터는 두카티 바이크가 가진 주행에 재미를 극대화 하는데 집중하기로 한다.

    극한의 다이어트

    두카티는 바이크를 재밌게 만들기 위해서는 경량화가 답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브랜드다. 그들의 슈퍼바이크인 파니갈레 시리즈의 경량화모델인 슈퍼레제라(superleggera 초경량, 영어로는 superlight)를 만들고 있으니까. 신형 몬스터도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18kg의 무게를 덜어냈다.

    기존의 몬스터가 뚱뚱한 돼지였다면 놀랍지 않은 수치겠지만 이미 동급에서 가벼운 편이던 몬스터에서 18kg이나 덜어낸다는 것은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더욱이 2021년부터 적용된 유로5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게 증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 줄여야 하는 폭은 더 커진다. 그런데 두카티는 이 어려운 것을 해냈다. 트렐리스 프레임을 알루미늄 캐스트 프레임으로 변경하며 4.5kg을 덜어냈고 엔진에서 2.4kg, 전후 휠에서 1.7kg, 경량 스윙암에서 1.6kg, 그리고 차량 전반에서 조금씩 줄여 총 18kg를 덜어냈다. 제자리에서 바이크를 끌어보기만 해도 그 차이가 몸으로 확 느껴진다. 무게를 줄인 것 만큼이나 무게중심을 낮춘 것이 큰 영향을 미친다. 신형몬스터를 두고 원가절감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던데 원가를 절감하면서 18kg을 줄이는 게 과연 가능할까. 슈퍼레제라 V4가 파니갈레 V4에서 16kg을 줄이고 가격은 1억이 높아진 걸 보면 확실히 원가절감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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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볍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이점을 만들어낸다. 바이크가 다루기 쉬워지는 것은 물론 가속성능이 좋아지고 노면 추종성도 높아진다. 방향을 바꿀 때도 민첩함이 다르고 체중이동에 대한 영향도 커지므로 몸으로 당기거나 밀어서 만들어내는 효과는 더 커진다. 우선 토크의 체감이 확실하다. 엔진의 배기량도 커지고 토크와 출력 모두가 높아졌는데 감당해야 될 무게가 줄어들었으니 그 효과는 더 극적이다. 뒷바퀴로 노면을 밀어 속도를 붙이는 과정 자체가 경쾌해졌다.

    탱크는 금속으로만 이루어진 이전 모델과 달리 좌우에 플라스틱 커버가 덧붙여져 있는데 시트 커버와 함께 손쉽게 교체할 수 있다. 두카티가 준비한 다양한 커버를 이용하거나 라이더가 커스텀해서 고유의 개성을 바이크에 반영할 수 있다

    기존의 몬스터가 치타와 같은 동물이 근력을 폭발시키며 달려가는 느낌이었다면 가젤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껑충껑충 뛰어가는 느낌으로 가속한다. 엔진에서 나오는 토크가 엄청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데도 속도를 훅훅 붙이는데서 가벼움을 체감한다. 하지만 이렇게 새로운 느낌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중심을 딱 잡고 있는 것은 여전히 이 바이크가 두카티라는 점이다. 주행의 전체적인 느낌에서 두카티 고유의 필링과 매력은 가벼워지거나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극대화 되었다.

    차세대 몬스터의 디자인

    바이크를 세우고 찬찬히 살펴본다. 디자인에서 볼륨은 부풀릴 곳은 과감하게, 밀어넣어야 할 곳은 확실하게 밀어 넣었다. 기존의 몬스터의 요소를 곳곳에 담았지만 전체적으로 새로운 면이 많다. 몬스터 시리즈에 이어지던 트렐리스 프레임에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테일램프는 크고 입체적인 디자인으로 변경되었다

    신형 몬스터는 트렐리스 프레임 대신 슈퍼바이크인 파니갈레V4에서 배양된 기술이 접목된 주조 프레임을 사용한다. 두카티는 이미 2008년을 끝으로 모토GP머신에서도 트렐리스 프레임을 쓰지 않고 슈퍼바이크 역시 1199파니갈레부터 트렐리스프레임을 사용하지 않는다. 기존의 프레임대비 4.5kg나 가벼워진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바꿀만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여기저기서 호불호가 갈리는 소리가 난다. 하지만 실물을 보면 호감으로 돌아서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디자인이 상당히 입체적이라 실제로 봐야지만 그 볼륨들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경량화된 차량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경쾌해진 디자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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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헤드라이트 디자인은 곧 몬스터의 새로운 개성으로 인식될 것이다. 프로젝션 램프는 야간에 밝은 시야를 제공한다

    헤드라이트는 기존의 몬스터와 한눈에 구분시켜주는 특징이다. 원형을 마름모꼴로 살짝 찌그러트린 형상의 주간주행등(DRL)에 중앙에는 프로젝션 램프가 박혀있다. 연료탱크 아래로 자리를 옮긴 방향지시등은 앞부터 LED가 순서대로 켜지는 시퀀셜 타입이다. 뒤쪽 역시 작긴 하지만 시퀀셜 방식으로 켜진다. 요즘 자동차, 특히 아우디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인데 두카티와 아우디가 한 집안이라서 그런지 양산 바이크 처음으로 시퀀셜 방향지시등을 탑재했다. 방향지시등이 별거냐 하겠지만 작동하는 모습을 보면 꽤 근사하다.

    주행의 재미

    다시 바이크에 올랐다. 차체를 좁게 만든 덕분에 시트고가 낮아진 걸로 착각이 들 정도로 발이 잘 닿는다. 덕분에 현재 국내 사양이 노멀 시트로 들어왔는데도 기존 821의 로우시트와 비교해도 발착지성 자체는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한다. 앞으로 쏟아지는 느낌이 들던 기존 로우시트보다는 주행시에는 훨씬 편하다. 스티어링의 좌우 조향각이 커진 점도 마음에 든다. 시내주행에서 편리할 뿐 아니라 좁은 주차장에서 바이크의 방향을 바꾸는데도 훨씬 수월하다.

    시트는 편안하고 캐노피를 장착하면 가속 시 엉덩이를 잘 받쳐준다

    핸들바가 몸 쪽에 가까워지고 시트가 평평하고 편해지면서 바이크를 다루기가 더 쉬워졌다. 가볍고 편안한 자세는 바이크를 휘두르는 재미를 준다. 네이키드가 레플리카보다 도로에서 더 재밌는 이유이기도 한데 몬스터가 딱 거기에 부합한다.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와인딩로드로 장소를 옮겼다. 예상대로 와인딩로드에서 신형 몬스터의 매력이 폭발한다. 방향 전환을 빠르게 마치고 라인을 따라 말려가듯 돌아가는 몬스터는 민첩함과 안정감의 밸런스가 좋아 라이더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적당히 느슨한 부분이 느껴지고 이게 달리는 내내 마음의 여유가 된다. 경쟁을 위한, 그러니까 이기기 위한 세팅이 아니라 얼마나 재미를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한 세팅이라고 느껴졌다. 코너링ABS와 린앵글을 감지하는 트랙션컨트롤도 주행의 안정감을 더한다. 순정 타이어는 피렐리 디아블로 로쏘3로 예열이 빠르면서 그립이 좋아 몬스터에 주행성능에 잘 어울렸다.

    리어쇽업소버는 계단식 프리로드 조절기구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전후 서스펜션은 신형 몬스터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리어의 초기하중 이외에는 세팅이 불가능한 타입으로 차량이 가진 넓은 가능성을 조금은 좁히는 느낌이다. 물론 도로주행 시 편안함과 스포츠성을 두루 갖춘 기본 세팅은 꽤나 마음에 든다. 초기 움직임은 조금 무른가 싶다가도 강한 충격에는 의외로 탄탄하게 잘 받아주고 와인딩에서 트랙션 유지도 잘 돕는다. 이건 서스펜션이 특별하다기 보단 경량화 된 차체, 특히 휠의 경량화 덕분이라고 느껴진다. 물론 튜닝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320mm 플로팅 디스크에 브렘보모노블럭 M4.32 캘리퍼의 조합은 검증된 성능을 낸다. 코너링ABS가 적용되어 강력한 브레이크 성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두카티 바이크의 기본덕목으로 꼽히는 브레이크 성능은 말할 필요 없이 훌륭하다. 320mm 디스크에 브렘보 모노블럭 캘리퍼의 조합은 검증된 성능을 내준다. 초기 응답은 부드럽지만 원할 때는 강력하게 멈추는 확실한 제어력이 좋았다. 갖추고 있는 시스템도 좋지만 역시 무게가 성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역시 스포츠바이크에는 경량화만큼 확실한 튜닝이 없다.

    머플러는 형태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배기구 끝 소음기 구멍이 유로5의 저주를 느끼게 한다
    엔진 둘레는 조형미 측면에서는 아쉬운 게 사실이다. 플라스틱 커버가 가벼운 느낌을 주고 디테일이 조금 아쉽다

    순정배기는 정숙함과 박력을 모두 잡고 있다. 천천히 달릴 때는 동동 거리는 배기음으로 존재를 숨기지만 스로틀을 절반 이상 크게 열면 흡기 소리가 더해지며 존재감도 함께 커진다. 유일한 불만이라면 조용하게 다닐 때는 엔진에서 “따다다다…”하고 잡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혹시 테스트 차량의 문제인가 해서 신차 상태의 다른 차량을 확인해보니 동일한 소리가 난다.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지만 주행할 때 살짝 거슬리긴 하다. 아무래도 다른 소음들이 다 줄어들다 보니 엔진 소음이 더 크게 들리는 것 같다. 배기라인이 아래쪽으로 옮겨지며 라이더에게 열기도 덜 전달되는 장점도 있었다. 그래서 기존의 몬스터 시리즈에 비하면 덜 뜨겁게 느껴진다. 아, 물론 상대적인 것일 뿐 한여름 날씨에는 여전히 후끈후끈하다.(웃음)

    트랙데이 머신

    두카티는 슈퍼바이크를 위주로 만드는 브랜드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불과 5~6년 전만해도 트랙에서 두카티 바이크를 보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두카티 코리아가 2015년부터 매년 트랙데이를 꾸준히 열어주면서 요즘에는 두카티가 트랙을 달리는 모습이 흔해지고 익숙하다. 이러한 트랙데이 이벤트에서 타기에 신형 몬스터는 너무나 이상적인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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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FT컬러 계기반은 해상도면에서는 조금 아쉽지만 시인성이 좋다. 메뉴 구성은 좋은편인데 스위치 박스가 조작계가 조금 난해해서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매일 출퇴근에 써도 될 만큼 편하면서도 트랙주행을 소화하기에 충분히 강력한 성능을 지녔다. 특히 전자장비를 보면 트랙주행에 꽤나 진심이다. 랩타이머 기능을 갖춘 계기반에 런치컨트롤까지 마련되어 있다.

    몬스터의 매력

    신형 몬스터를 타고 달릴 때 일부러 가까운 목적지도 반대편 방향으로 빙 돌아 달렸다. 한 여름, 35도가 넘는 기온에도 서너배는 먼 거리로 일부러 돌아가게 만들 정도로 재밌는 바이크였다. 최근에 이렇게 즐겁게 탄 바이크가 있었을까? 몬스터의 실물을 보고도 여전히 못생겨 보인다면 한번 타보길 바란다. 일단 타보면 전보다 훨씬 예뻐 보일 것이라 확신한다. 그만큼 달릴 때 매력이 터지는 바이크다. 마음에 드는 신 모델이 나올 때마다 지름신의 유혹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혹에 지고 말았다. 그래서 모터바이크 차고에 새롭게 추가 된 몬스터와 함께 내구성과 주행의 매력, 트랙주행 등 다양한 내용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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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CATI MONSTER 2021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L형 2기통 데스모드로믹 4밸브   보어×스트로크 94 × 67.5(mm)   배기량 937cc   압축비 13.3 : 1   최고출력 111hp / 9,250rpm   최대토크 93Nm / 6,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4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 사이즈 (F)120/70 ZR17 (R)180/55 ZR17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45mm싱글디스크   휠베이스 1,474mm   시트높이 820mm   건조중량 166kg   판매가격 1,890만 원

    두카티 뉴몬스터, 지금 영상 시승기로 만나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M6lZHNdz9RU

     양현용
    사진 양현용, 윤연수
    취재협조 두카티 코리아 www.ducati-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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