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독일 라이더들의 쉼터, 하츠(Harz)

    쿤스트의 독일 리포트 #07

    북부 독일 라이더들의 쉼터, 하츠(Harz)

     

    하츠 국립공원은 독일 모터바이크 관련 매체에서 라이딩을 즐기기 좋은 곳을 꼽을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다. 니더작센, 작센-안할트, 튀링엔 이렇게 3개의 주를 끼고 있는 이 산악 지역은 근방의 라이더들에게는 커다란 계획 없이 방문해도 멋진 모터바이크 여행을 선사하는 곳이다. 게다가 이곳은 유네스코에서 선정한 문화유산 도시 두 곳을 품고 있어 산속 라이딩을 즐기며 독일의 구 도심가에서 쉬어가는 여행을 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은 독일에서도 북부에 속해있다. 말이 북부지 최북단까지는 아직 300여 킬로를 더 올라가야 국경에 다다를 수 있는 위치의 좀 애매한 북쪽이다. 독일의 북쪽 지역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또는 보아오던 바이에른 주의 독일 전통식 모습보다는 무언가 좀 더 도시화된 느낌이 많이 드는 곳이다. 특히, 함부르크를 간다면 세련된 도시 느낌 덕에 그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모터바이크를 즐기는 입장으로 바라보았을 때 남부 지역과 다른 한 가지는 이 지역이 상대적으로 남부 독일인 바이예른 주 또는 바덴-뷔어템베어크 주 보다 평평한 평야지역이라는 점이다. 그 점은 모터바이크를 취미로 한 이들에게는 약간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세상은 언제나 공평한 법, 이곳에는 바로 하츠Harz 국립공원이 있다.

    지역 정보 www.harzinfo.de

     

     

    침엽수림이 길을 안내하는 하츠

    주말을 이용해서 짧게 하츠로 모터바이크 여행을 떠난다고 직장동료들에게 넌지시 이야기를 꺼냈더니 직접 경험했던 각기 다른 곳의 여행지를 하나씩 알려주었다. 여행 잡지를 찾거나 인터넷을 뒤질 필요 없이 이 독일인들의 방식을 모아 그곳으로 한 군데씩 돌아다녀 보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토요일 아침,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집에서 인근 지역까지의 100km 구간은 아우토반으로 관통했다. 국도로 빠진지 얼마 되지 않아 고슬라Goslar, 바트 하츠부어크Bad Harzburg라는 지역이 나타난다. 이 지역을 지나면 바로 하츠의 심장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뜻.

     

     

    산속으로 진입하자 좌우를 가득히 메운 침엽수림들이 길을 안내했다. 산속으로 들어서면서부터는 상쾌해지는 공기 덕분에 더욱 즐거운 라이딩이 가능했다. 높다란 침엽수들은 도로 끝까지 길게 놓여있어 빠른 속도로 지나쳐도 계속 따라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그 높이 때문에 어두우면서도 고요한 느낌도 준다. 숲 사이로 나있는 와인딩 코스를 정신없이 즐기다 보면 왜 이곳이 독일 모터바이크 잡지들에서 손꼽는 투어 코스가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산속 라이딩을 즐기다 보면 이곳 라이더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 있다. Kukki’s Erbsensuppe라는 콩 수프를 파는 간이식당 같은 곳이다. 콩 수프는 독일인들이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인데 개인적으로는 지금껏 제대로 먹어보지 못했다가 이번 여행을 기회로 독일인 동료의 추천으로 들러보게 되었다. 콩 수프만 먹으면 조금 부족할 것 같아 소세지까지 추가했으나 양껏 담긴 콩 수프만으로도 다음 라이딩을 위한 에너지를 보충하기에는 충분했을 것 같다. 비주얼은 낯설었지만 맛은 일품이었다. 앉아 있는 동안 인근을 지나가는 라이더들이 상당히 많이 들르는 것으로 보아 이곳 명소임에 분명했다.

     

     

    색다른 경험, 브록켄 증기기관차 

    하츠의 정상은 브록켄Brocken 이라는 곳이다. 이곳은 약 1,140미터 높이인데 아쉽게도 보행자 또는 산행을 위주로 도로를 구성해놓아 진입제한으로 인해 모터바이크로 오를 순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브록켄에 오르고자 하는 라이더들은 일단 산 중턱 구석구석을 모터바이크로 즐긴 다음에 조그마한 기차역인 드라이-안넨-호네Drei-Annen-Hohne 에 모터바이크를 주차한다. 바로 이 역에 하츠의 정상인 브록켄으로 올라가는 증기기관차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차 노선은 1898년부터 운행된 것으로 기차는 1939년에 만든 증기기관차를 그대로 이용한다고 한다. 그 오래된 물건이 움직이는 것도 놀랍지만 관리를 잘하는 독일인도 대단하다. 기차에 물을 채우는 동안 주변을 돌며 눈앞에서 살아 숨 쉬는 기계를 보며 시간여행 속으로 빠지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색다른 재미가 필요할 때 오랜된 증기기관차를 타고 잠시 과거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잠시 후 기차의 경쾌한 경적소리가 출발을 알렸고 모터바이크로 올라야 할 것 같았던 이 코스를 오래된 증기기관차에 몸을 실으며 이동했다. 차창 밖으로 고개를 살짝 내밀며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며 달리니 정말 색다른 경험이면서도 모터바이크 투어와 함께 좋은 조합이 된다.

     

     

    정상에 오르자 주변이 훤히 뚫린 지역이라서 그런지 바람도 세고 추위가 느껴진다. 정상에 놓인 정거장에서 내리면 바로 주변의 경관들이 펼쳐진다. 방문 당시 날씨가 다소 흐려 멀리까지 보이진 않았지만 광활한 풍경에 탁 트이는 기분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12월 31일 밤에 흰 눈이 덮인 브록켄 정상에 오르면 주변 도시들에서 새해를 맞이하며 터트려 올리는 불꽃들을 구경하는 것도 장관이라고 한다.

     

    하츠 정상인 브록켄에서 내려다보는 전경

     

    하츠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베어니거로데
    Wernigerode 

    하츠 지역에는 여러 소도시들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중에 고슬라Goslar와 퀴에틀린부어크Quedlinburg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도시로 지정되어있는데 이 도시들의 구 도심가는 발을 내딛자마자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들이다. 따라서 이곳을 여행으로 들를 경우 꼭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 이 두 곳의 도시들이고 혹시라도 독일을 찾는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도시, 고슬라Goslar
    유네스코 유산도시 퀴에틀린부어크Quedlinburg

     

    하지만 이번 투어에서 우연히 들른 베어니거로데Wernigerode라는 작은 도시는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하츠의 도시로 꼽을 만큼 좋았다. 바이크 투어 코스에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도 하고, 관광하기 딱 좋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규모가 멋진 볼거리에 집중을 하기 좋아서 그런 느낌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도심 정상에 자리 잡은 베어니거로데 성은 남부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과 견줄 만큼 아름다웠고 성에서 내려다보이는 구도심의 전경은 멋진 날씨와 더불어 사색을 즐기기 좋았다. 성곽에서 천천히 내려와 구도심의 카페테리아에 앉아 독일인들의 여유를 따라 잠시 쉬어가니 그간 다녔던 장거리 목적지 위주의 여행과는 다른 하나의 패키지 투어를 즐긴 느낌이다.

     

    성으로 올라가는 길목

     

    독일 동료들이 추천해서 다녀온 이번 라이딩을 통해서 작게나마 얻은 지혜가 하나 있다. 굳이 좋은 것을 찾으려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무언가 큰 것을 준비하고 먼 곳으로 달린 것만이 멋진 여행이 아니었다는 것. 주변을 살짝 돌아볼 여유만 있다면 이미 그 곳이 나의 가장 멋진 여행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하츠 여행은 대단해 보이진 않아도 알짜배기 여행이라 할만 했다.

     

    베어니거로데 성 Schloss Wernigerode
    베어니거로데 성에서 내려다본 구 도심

     


     

    Credit

    글/사진 쿤스트

    2012년 독일로 이주해 평범한 직장을 다니는 코리안 라이더. 유유자적 경치 구경을 하면서 안전을 우선시하는 라이딩 타입.  독일에서 홀연히 은퇴할 때까지 일하며 모터바이크 문화와 캠핑을 천천히 즐겨 보는 게 작은 꿈이다. 그리고 독일, 유럽 전역에 걸쳐 셀 수 없이 많은 자동차/모터바이크 관련 박물관과 행사 참석을 계획하고 있고 느릿느릿 하나씩 이뤄가고 있다. 앞으로 독일 유럽에서 열리는 재밌는 이벤트들과 멋진 투어 코스, 라이더들이 궁금하고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할 예정이다.
    http://blog.naver.com/auto_w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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