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는 전작에서 이미 18kg을 줄여놓고 다시 4kg을 덜어냈다. V2엔진은 파니갈레와 스트리트파이터와 공유한다. 모든 것이 달라지고 또 공유되는 상황에서 몬스터의 성격과 매력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1992년 처음 등장한 몬스터는 슈퍼바이크에서 파생된 차체 구조와 도로 주행에 적합한 엔진,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낸 단순한 구성으로 전 세계 라이더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전까지 없던 아름다운 디자인도 몬스터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가 스포츠카를 계속 만들 수 있도록 만들어준 모델이 카이엔이라는 사실이 유명한 것처럼, 슈퍼바이크 브랜드인 두카티가 꾸준히 슈퍼바이크를 만들 수 있도록 지탱해준 모델이 바로 이 몬스터다.
이전 세대는 숫자 없이 그냥 ‘몬스터’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며 시리즈를 완전히 리부트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른 세대와 구분하기 위해 코드명 M937에서 따온 몬스터 937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이번에는 차명에 V2가 붙었다. 새로운 890cc V2 엔진을 중심으로 두카티의 미들급 라인업이 완전히 재편된 것이다.

누가 봐도 몬스터
외형은 누가 봐도 몬스터다. 엔진이 차체의 구조를 담당하는 모노코크 방식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모델이기도 하다. 중앙에는 엔진이 자리하고 그 둘레에 필요한 부품을 붙여놓은 형태다. 복잡한 요소가 줄어든 덕분에 엔진의 존재감이 더욱 강해졌다. 전작은 테크노폴리머 소재의 서브프레임이 외장 일부까지 담당하며 무게를 줄였다. 신형은 노출된 스틸 파이프와 테크노폴리머를 조합했으며 전체 크기도 더욱 작아졌다. 엔진과 프레임, 서브프레임의 역할이 눈에 보일 만큼 명확하게 나뉜다.
사진으로 볼 때는 느끼지 못했던 볼륨감도 실물에서는 훨씬 강하다. 연료탱크는 위쪽을 크게 부풀리고 시트와 연결되는 부분을 확 좁혔다. 아래쪽은 다시 볼륨을 키워 입체감을 만들었다. 몬스터 특유의 ‘바이슨백’ 라인을 유지하면서 공기흡입구를 더한 모습에서는 몬스터 1100과 696 시절의 디자인도 떠오른다. 차체의 모든 로고를 다 지우고 봐도 몬스터임을 알 수 있을 만큼, 지난 30년의 시간을 관통하고 있는 몬스터의 디자인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헤드라이트는 더 얇아지고 차체에 밀착됐다. 디아벨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LED 주간주행등이 더해졌고 전체적으로 디테일을 꽤 높인 세련된 변화다.



두카티는 대대로 오른쪽 면에 디자인 요소를 집중시키고 복잡한 부품은 왼쪽으로 몰아넣었다. 사이드 스탠드로 세웠을 때 자연스럽게 오른쪽에 시선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몬스터 V2는 왼쪽에서 봐도 제법 예쁘다. 사이드 마운트 방식의 리어 서스펜션이 드러나고 배기 파이프를 스윙암 아래쪽으로 숨겨 복잡한 느낌을 줄였다.
파니갈레 V4의 할로우 시메트리컬 스윙암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양팔 스윙암도 적용됐다. 다른 두카티에서 이 형태가 아쉽게 느껴졌을 수는 있어도 기존 몬스터 937의 평범한 스윙암과 비교하면 훨씬 멋있다. 적어도 몬스터에서는 불만이 없다.

새로운 세대, 새로운 심장
신형 몬스터의 핵심은 새롭게 개발된 890cc 90° V2 엔진이다. 무게는 54.4kg으로 두카티가 지금까지 만든 트윈 엔진 가운데 가장 가볍다. 파니갈레 V2와 스트리트파이터 V2, 멀티스트라다 V2에도 사용되는 엔진이지만 120마력이던 엔진을 최고출력 111마력, 최대토크 91.1Nm로 디튠했다.
이 엔진은 기존의 데스모드로믹 밸브 시스템 대신 스프링 리턴 방식을 사용한다. 흡기 가변 밸브 타이밍 시스템인 IVT도 적용해 저회전의 매끄러운 반응과 고회전의 출력을 함께 노렸다. 밸브 간극 점검 주기도 4만 5,000km로 크게 늘었다. 경량화도 놀랍다. 몬스터 937은 기존 모댈 대비 18kg가량의 극한의 다이어트로 충격을 줬다. 더 나아가 이번에는 거기서 다시 4kg을 또 덜어냈다. 이제 연료를 제외한 중량은 175kg이다. 스트리트파이터 V2와 비교해도 3kg 가볍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쇼와 제품이다. 프런트에는 43mm 도립식 포크를 사용하고 리어 모노쇽은 프리로드만 조절할 수 있다. 핸들바는 전작보다 조금 높아지고 앞으로 이동해 프런트를 보다 적극적으로 다룰 수 있는 자세를 만든다.



같은 엔진맞아?
파니갈레 V2와 스트리트파이터 V2를 통해 이미 경험한 엔진이기에 엔진 필링 자체의 차이는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행을 시작하고 가장 놀랐던 부분은 이게 같은 엔진이 맞나 싶을 만큼 부드럽고 매끄럽게 다듬어졌다는 점이다.
사실 몬스터에 이 엔진이 사용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약간의 저항감이 있었다. 기존 몬스터는 테스타스트레타 계열 엔진을 사용했고 스트리트파이터 V2는 슈퍼콰드로 엔진을 바탕으로 했다. 목적과 성격이 다른 모델에 서로 다른 엔진을 사용했던 것이다. 그런데 신형에서는 두 모델을 하나의 엔진으로 묶어버렸다. 이래서야 스트리트파이터와 몬스터의 차이가 디자인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게 당연하다.

그런데 직접 타본 몬스터 V2의 성격은 스트리트파이터 V2와 완전히 달랐다. 출력 수치만 낮춘 것이 아니다. 스로틀 반응과 저회전의 질감, 출력이 이어지는 과정이 한층 부드럽다. 빠르게 달릴 때의 성능만큼 일상에서 편하게 다루는 감각에 더 많은 비중을 둔 세팅이다. 몬스터 937을 기준으로 스트리트 파이터 V2를 탔을 때는 역시 스트리트 파이터답게 조금 더 하드코어한 세팅이라고 느꼈는데 이번 몬스터 V2는 한없이 편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자극이 줄었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배기 사운드는 상당히 잘 조율됐다. 새로운 V2 엔진의 매끄러운 회전 감각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두카티 트윈 특유의 존재감을 분명하게 들려준다. 두카티 100주년 기념모델을 통해 건식 클러치를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전 몬스터에도 사외품으로 STM 건식 클러치 키트를 장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두카티 퍼포먼스 파츠로 구성할 수 있다. 반드시 필요한 장비는 아니지만 이 옵션을 반길 몬스터 오너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더 친절해진 몬스터
몬스터 937은 두카티의 엔트리 모델 역할을 담당하면서도 베테랑 라이더가 충분히 만족할 만큼 재미있는 바이크였다. 문제는 그 폭이 너무 넓었다는 점이다. 엔트리 모델이라고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과격했고 여러 가지 의미에서 뜨거운 바이크였다.
몬스터 V2는 조금 더 대중적이다. 처음 두카티를 접하는 라이더에게도 확실히 친화적이다. 엔진 반응은 부드럽고 차체는 더 가벼워졌다. 기존 몬스터의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긴장해야 하는 순간을 줄였다.

시내 주행에서 느껴지는 열기도 크게 줄었다. 몬스터 937과 신형을 번갈아 타보면 차이가 확실하다. 신형 엔진의 냉각 구조와 엔진 주변의 공기 흐름을 정리한 효과가 실제 주행에서도 느껴진다. 여름철 정체 구간에서 악명 높았던 전작을 생각하면 꽤 반가운 변화다.
전자장비도 충실하다. 6축 IMU를 기반으로 코너링 ABS와 트랙션 컨트롤, 윌리 컨트롤, 엔진 브레이크 컨트롤, 두카티 퀵시프트 2.0을 갖췄다. 라이딩 모드는 스포츠, 로드, 어반, 웨트 네 가지다. 여기에 십자키 형태의 새로운 조작계가 적용된 점도 마음에 든다. 5인치 풀 컬러 TFT 계기반과 조합되어 복잡하고 다양한 설정을 훨씬 쉽게 바꿀 수 있다. 기존 버튼 구성은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사용하기 불편했는데 이제야 제대로 정리된 느낌이다.
순정 미러가 못생겨진 점은 아쉽다. 그래도 각도 조절이 쉬워진 것은 좋다. 기존 몬스터의 미러는 상하 각도를 바꾸면 레버 위치까지 함께 움직이는 구조라 원하는 위치로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디자인은 전작이 낫고 기능은 신형이 낫다.

새로운 몬스터
몬스터 V2는 전작보다 가볍고 부드럽고 덜 뜨겁다. 조작도 쉬워졌다. 이정도면 두카티를 처음 타는 라이더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그렇다고 111마력에 175kg의 조합이 심심할 리 없다. 오히려 덜 긴장하고 더 자주 스로틀을 열게되면서 재미는 더 커진다. 몬스터 시리즈가 워낙 아이코닉한 모델이고 팬 층이 두텁다 보니 신모델이 나올 때마다 전작이 더 낫다는 의견이 많다. 몬스터 1100이 처음 나왔을 때도, 수랭 엔진의 몬스터 1200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트렐리스 프레임이 사라진 몬스터 937도 그랬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결국은 신형이 좋았다.

DUCATI MONSTER V2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V형 2기통
보어×스트로크 96 × 61.5(mm)
배기량 890cc
압축비 13.1 : 1
최고출력 111hp / 9,000rpm
최대토크 91Nm / 7,2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4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쇼와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ZR17 (R)180/55 ZR17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4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
휠베이스 1,462mm
시트높이 775mm(로우시트사양)
차량중량 175kg
판매가격 2,150만 원
글/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두카티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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