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의 벽을 낮추다, 보그 300 랠리

    최근 들어서 ‘이렇게나 재밌게 오프로드를 달린 적이 있던가?’ 보그 300 랠리를 시승하던 중 떠올랐다. 보그 300 랠리는 오프로드를 순수하고 즐겁게 달릴 수 있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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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종 오프로드를 입문하고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을 만난다. 이것도 알아보고 저것도 알아봤다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조언을 구한다. 하지만, 대다수가 현실의 벽에 막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이유로 부담스러운 가격을 꼽는다. 오프로드를 달리면서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할 텐데 그때마다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또한,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는 모터사이클은 동급 모델 대비 조금 더 비싼 금액에 책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제 그런 사람을 만나면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겠다. “보그 300 랠리 타세요.”

    개성 있는 디자인

    할로겐 타입의 각진 듀얼 헤드라이트가 확실한 존재감을 나타낸다. 첫눈에 봤을 때 다른 어떤 모델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개성이 강하다. 최근에는 125cc 원동기 모델에도 LED를 적용하는 시대지만, 랠리 스타일이라는 콘셉트를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된다. 오프로드 머신의 업 펜더가 조류의 부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비크(Beak)라고 부르는데 그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펜더가 달렸다. 사이드 페어링은 헤드라이트와 연결되어 일체감이 좋고 ‘300 랠리’ 레터링이 과감하게 삽입됐다. 좌우로 나뉜 라디에이터와 11리터의 연료 탱크를 탑재한 만큼 전방에서 이어지는 사이드 볼륨감이 좋고 라이더의 무릎 공간은 오목하게 넣었다. 좁은 차폭 그대로 후방으로 이어져 날씬한 후방 라인을 완성했다.

    Off-Road ready

    여기에 기본으로 장착된 철제 엔진 가드와 리어 랙, 플라스틱 소재의 핸드 가드와 스키드 플레이트로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했다. 전후 21인치와 18인치 와이어 스포크 휠을 탑재했고 팀선의 블록 패턴 타이어가 기본 적용됐다. 일체형으로 납작한 시트, 전후 긴 트래블의 서스펜션과 넉넉한 최저지상고가 오프로드 성능을 기대하게 만든다. 서브 프레임을 따라 차체에 바짝 붙어 올라간 머플러도 멋과 기능을 겸비했다. 핸들 좌측에 달린 ABS 제어 버튼이 보그 300 랠리의 오프로드 목적성을 대변한다.

    보기보다 친절하다

    제원상 시트고는 920mm로 극악무도한 수준인데 실제로 올라타면 이보다 50mm 이상 낮게 느껴진다. 시트의 폭이 좁고 다리를 내리는 공간이 날렵하기 때문에 걱정보다 발착지성이 좋다. 풋 패그는 톱니가 있는 오프로드 타입이 적용됐고 철제 기어 레버와 리어 브레이크 레버가 장착됐다. 핸들 바는 본격적인 엔듀로 바이크보다 살짝 높게 설정되었는데 마냥 편안함보단 적절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세팅이다. 프리뷰 당시에는 윈드 스크린이 ‘오프로드 주행 중 라이더의 목이나 상체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랠리 타워처럼 머신의 최전방에 장착되어 거의 수직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뛰어난 방풍성을 갖췄으며 역동적인 포지션 변경이 가능하다.

    292cc 단기통 엔진은 9,000rpm에서 최고출력 28.6마력을 발휘하고 최대토크는 6,500rpm에서 25Nm다. 수치상으로는 경쟁 모델과 비교했을 때 상위권에 속하는 수준이다. 실제 가속력은 부드럽다.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경쾌함보단 끈기가 느껴지는 가속이다. 최대토크 구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변속하면 금방 도로 규정 속도까지 도달한다. 21인치 휠 특유의 느긋한 핸들링에 차체가 좌우로 일정한 속도로 기울기 때문에 다루기 좋다. 휠베이스는 1,430mm다.

    또렷한 목적

    오프로드에 들어서면 ‘찐 재미’가 시작된다. 각양각색의 돌이 깔린 길을 무덤덤하게 주파한다. 불규칙한 노면의 충격을 기다란 서스펜션이 꿀꺽꿀꺽 삼켜가며 원하는 라인을 따라 달린다. 온로드에서는 출력이 조금 부족한가 싶었는데 오프로드에서는 찰진 그립으로 이어진다. 오히려 아주 부드럽게 가속되는 특성 덕분에 라이더가 마음 편히 스로틀을 전개할 수 있다. 동시에 놀라운 건, 마냥 낭창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스펜션의 댐핑이 본격적이라서 점점 과감하고 높은 한계를 시험하게 된다. 브레이크 성능 또한 기대 이상이다. 초반 답력부터 최대제동력까지 160kg의 차량을 제어하기에 충분하다. 다운힐 제동 상황에서도 프런트 포크가 적절히 버티며 방향 전환이 원활하다. ABS를 해제할 수 있어 제동 성능을 100% 다 사용할 수 있었다.

    무한한 잠재성

    시트 포지션을 조금 더 앞에 앉을수록 보그 300 랠리의 성능은 극대화된다. 무게 중심이 앞에 실리는 만큼 더 과감한 코너링이 가능하고 핸들링 반응도 더욱 날카롭게 변한다. 앞서 말했듯 무게 대비 부담 없는 출력 덕분에 라이더는 더 과감하게 스로틀을 조작할 수 있다. 서스펜션의 반동을 이용하며 적절하게 하중을 주고 빼는 동작으로 그 한계는 한참 높이 올라간다. 반대로 무게 중심을 뒤에 실어 보면 윌리나 윌리 턴이 가능하다. 하중 이동을 통해 프런트 휠을 가볍게 만들면 경량 엔듀로에 준하는 테크닉 연습도 할 수 있다. 테스트 당시 순정 타이어의 공기압을 조절하지 않았음에도 뛰어난 퍼포먼스가 가능했다. 실제 라이딩에서 공기압만 조금 낮춘다면 더 달리기 쉬운 모델이 될 것이다. 여기에 튜닝에 대한 욕구도 상당하다. 어디가 부족해서라기보다 차량 이곳저곳에서 더 높은 한계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포인트가 보이기 때문이다. 더 큰 대기어를 장착해서 토크를 높여보면 어떨까? 서스펜션 튜닝은 어떨까? 핸들 바를 낮춰보면 어떨까? 머릿속에 끊임없는 상상이 이어진다. 합리적인 차량 가격 덕분에 소소한 튜닝에 대한 부담도 적다.

    꾸준하게 좋은 물건이 되길

    먼저, 보그 300 랠리는 좋은 물건이다. 당연하게도 좋은 물건이냐, 아니냐에 큰 역할을 한 것은 가격이다. 가격은 합리적이고 이 바이크로 누릴 수 있는 기쁨과 그 가치는 가격표를 월등하게 상회한다. 어드벤처, 오프로드 주행의 도전을 실현하기에 최적의 모델이다. 하지만, 보그는 아직 인식개선이 필요한 중국산이며 브랜드 자체의 인지도도 부족한 상태다. 그래서 보그 코리아가 사후관리를 더 잘 해주기를 바란다. 언젠가는 보그라는 이름만으로 재미와 성능을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다. 그만큼 300 랠리는 재미있고 매력적인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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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GE 300 RALLY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단기통
    보어×스트로크 미발표
    배기량 292cc
    압축비 미발표
    최고출력  28.6hp / 9,000rpm
    최대토크 25Nm / 6,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1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1mm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90/90 21 (R)120/90 18
    브레이크 (F)싱글디스크 (R)싱글디스크
    시트높이 920mm
    전장×전폭×전고 2,105×875×1,405
    휠베이스 1,430mm
    차량중량  160kg
    판매가격 498만 원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보그코리아 voge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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