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 로드, 트랙을 정복하다! 할리데이비슨 DRT 익스피리언스 2024



    지난 5월 21일 태국 파타야의 비라 서킷에서 할리데이비슨 DRT 익스피어런스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올해로 3회차를 맞이하는 이 행사는 이름처럼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거친 흙길을 달리고, 도로에서 크루저의 매력을 살린 투어를, 레이스 트랙에서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주행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할리데이비슨 브랜드를 오롯이 즐기는 행사다. 아시아퍼시픽의 다양한 국가의 저널리스트들이 참여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월간 모터바이크와 김태영 모터저널리스트가 함께 행사에 참여했다. 4개의 조로 나누어 각 조별로 순환하며 이벤트를 즐겼는데 우리가 속한 조는 운 좋게도 이름처럼 더트, 로드, 트랙 슬라럼 순서로 행사를 즐길 수 있었다. 이날 행사를 통해 2024년 모델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는데, 월간 모터바이크는 현재 국내에 미출시된 모델들 위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할리데이비슨의 주 무대였던 로드에서 더트, 트랙으로 확장된 현재의 라인업들이 과연 어떤 재미를 줄지 기대가 된다.



    DIRT



    더트세션은 2024년식 할리데이비슨 팬 아메리카 1250 스페셜과 함께했다. 150마력의 엔진은 온로드에서 짜릿한 스피드를 맛보게 해주고 할리데이비슨 바이크 중 가장 공격적인 핸들링 성능을 갖추고 있다. 정차 시 시트고를 낮춰주는 ARH기능으로 신장의 제약이 적다. 오프로드 성능 역시 훌륭하다. 낮은 무게중심과 잘 잡힌 밸런스는 험로 주행에서 빛을 발한다. 2024년 팬아메리카는 전자장비 세팅을 최적화하고 메뉴 부분을 정리하는 등 소프트웨어적인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더트 세션의 코스는 ATV파크에 마련된 코스였다. 주행모드는 취향에 맞춰 세팅한 커스텀 오프로드 플러스 모드로 설정했다. 전자장비의 모든 개입은 최저로,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오프로드 모드로 세팅했고 스로틀 반응은 가장 선형적인 반응으로 다루기 쉬운 로드 모드로 세팅했다. 개인적으로 스로틀 모드를 오프로드에 두면 출력을 너무 줄여서 다루기엔 쉽지만 재밌게 타기에는 조금 아쉽기 때문이다. 팬아메리카는 출력을 과하게 사용했을 때 미끄러짐이 한 번에 빠지는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드리프트를 컨트롤하기 좋은 세팅이다. 코스는 단단한 흙길과 무른 모래길, 깊은 물골이 파인 업힐과 다운힐, 기분 좋게 물을 가르는 도강 등 다양한 환경을 달렸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코스임에도 팬아메리카의 탄탄한 기본기가 모두를 쉽게 달릴 수 있게 만들어준다. 2022년형과 번갈아 타보았지만 사실 약간의 업데이트인데다가 개선된 트랙션 컨트롤 성능은 오프로드에서 트랙션 오프 상태로 탄 덕분에 큰 차이는 느낄 수 없었다. 다만 와이어스포크 휠 사양은 처음 주행해보았는데 핸들링이 살짝 묵직해졌지만 오히려 안정감을 주고 단차로 인해 서스펜션의 한계를 치는 구간에서 휠이 한 번 더 탄력 있게 받아주는 느낌이다. 역시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서는 유용한 옵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ROAD

    로드 섹션에는 폭우와 함께 시작되었다. 하지만 푹푹 찌는 파타야의 날씨를 시원하게 식혀주는 비가 오히려 반가웠다. 도로 주행을 함께한 모델은 로드 글라이드 2023년, 2024년 모델이었다. 풀체인지가 이루어진 만큼 두 모델의 느낌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투어 코스는 교외의 한적한 도로와 고속도로구간을 번갈아 달리며 크루징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었다. 주행 순서는 신형을 먼저 타고 바로 구형으로 바꿔 탔다. 덕분에 역체감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확실히 신형이 좋다. 주행성능, 엔진 필링, 심지어 사운드까지 신형의 성능이 압도적이다.

    또한 전 세대 로드 글라이드는 계기반 구성이 인포테인먼트가 위, 계기반이 아래쪽에 배치되어있는데 속도계를 보기 위해서는 시선을 너무 아래로 떨어트려야했다. 사실 속도가 그리 중요한 바이크가 아니라 큰 불편함을 못 느꼈는데 신형 계기반이 시선 바로 아래 위치해 곁눈으로도 정보를 파악하기 좋은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난다. 또한 신형은 핸들 바에 묵직한 계기반이 붙어있지 않기 때문에 핸들 주위도 간결하고 핸들링 자체도 더 가볍다. 가속 성능 차이는 확실히 난다. 둘 다 톱기어 크루징으로 시속 80km/h로 주행 중 신호에 맞춰 동시에 스로틀을 감았는데 신형 로드 글라이드가 한 박자 더 빠르게 가속한다. 출력 차이도 있고 무게 차이도 크기 때문이다. 가속이 진행되고 엔진의 회전수가 올라갈수록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고회전으로 돌수록 엔진 출력 차이가 더 크기 때문이다.



    구형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확실히 그만의 고전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둥근 헤드라이트가 주는 귀여운 인상은 신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요소다. 할리데이비슨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러한 클래식한 매력이라고 느끼는 라이더에게는 신형은 채워줄 수 없는 영역이 분명하게 있다. 출력 또한 상대적인 평가 때문이지 여전히 박력 있고 기분 좋은 주행을 보여준다. 계기반 역시 다양한 계기가 아날로그 방식으로 표현되는데 이게 꽤 근사해 보인다. 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은 확실히 신형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따로 놓고 볼 때보다 함께 두고 보니 신 구형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신형이 미래적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것 또한 할리데이비슨의 새로운 헤리티지가 될 것이다.




    TRACK

    할리데이비슨, 그것도 배거와 레이싱 트랙의 조합은 그리 익숙한 조합은 아니었다. 하지만 모토아메리카의 ‘더 킹 오브 배거스’이후로 트랙을 달리는 배거의 모습은 충분히 눈에 익었으리라. 게다가 CVO 로드 글라이드 ST를 타고 트랙을 달린다? 이건 이번 이벤트에서 가장 기대했던 순간이다. 2024년 CVO라인업에 더해진 로드 글라이드ST는 레이스 머신에서 영감을 받은 커스텀이 적용된다. 고품질의 포지드 카본 파츠와 차체와 대비되는 레드 컬러로 포인트를 더하고 큼직한 레이싱 필터와 스크리밍이글 배기시스템을 기본으로 장착한다. 엔진은 121큐빅인치의 고출력 엔진은 5,900rpm까지 회전하며 토크는 196Nm, 최고출력은 127마력으로 강력한 성능을 낸다. 여기에 CVO 로드 글라이드와 비교하면 11kg이상 경량화했다. 뒤쪽 스피커와 열선 그립 등 주행성능에 필요 없는 구성품은 과감히 삭제했다. 전후에 장착된 쇼와 서스펜션은 무려 풀 어저스터블 방식이다. 다소 과격한 소리를 내는 스크리밍 이글 머플러가 순정으로 채택되어 있는 만큼 국내 출시 여부가 불투명한 모델이라 이곳이 아니면 다시 타 볼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비는 그쳤지만 트랙은 노면 곳곳이 아직 젖어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새롭게 추가된 트랙 모드를 테스트 해보지 않을 수 없다. 트랙 모드는 스로틀 반응을 레이스 바이크처럼 민감하게 만든다. 스크리밍 이글이 뿜어내는 으르렁거리는 배기음과 엄청난 토크를 쏟아내며 가속하는 거대한 바이크, 이 미친 조합은 잘 튜닝된 머슬카를 타는 것 같은 쾌감을 준다. 이 아름다운 바이크를 벅벅 긁어가며 타는 것은 왠지 아쉬워 최대한 조심스럽게 코너를 돌아나갔지만 코너의 탈출구가 보이면 바로 풀 가속으로 탈출했다. 기분만은 카일 와이먼에 빙의해서 달렸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과격함보다는 부드러움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메인 스트리트에 진입하며 크루저 본연의 투두두 거리는 감성적인 사운드로 시작해 그르렁거림을지나 맹렬한 샤우팅으로 바뀌는 느낌은 환상적이다. 물론 실제 배거 레이스 출전 머신과 비교하면 지상고와 린 앵글 한계, 엔진 출력, 서스펜션 등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 중심에서 존재감을 어필하는 빅트윈의 강력한 성능으로 한계의 언저리까지 밀어붙이는 재미는 레이스 머신 못지않다. 트랙주행을 마치고 나서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을 정도로 재밌었다. 이 바이크를 트랙에서 테스트할 수 있었던 것이 이번 행사에서 가장 근사한 일이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저녁 식사시간에 이날의 숨겨진 이벤트가 공개되었다. CVO 로드 글라이드 ST에 몰래 계측기를 부착하고 이를 타고 달린 라이더들의 랩타임이 기록해 시상식을 진행한 것이다. 다행히 전체 2위, 함께 간 김태영 저널리스트가 3위를 기록해 대한민국 라이더의 체면은 차릴 수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열심히 탈 것을, 1위 트로피가 살짝 욕심났다.(웃음)

    변화하는 할리데이비슨
    불과 5~6년 전만해도 할리데이비슨이라는 브랜드를 이렇게 다양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확실히 할리데이비슨은 역사상 가장 격렬한 변화를 진행 중이고 이번 DRT는 그 변화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할리데이비슨은 그들의 주 무대였던 로드를 떠나 더트에서도, 심지어 트랙에서도 재밌는 바이크를 만들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들의 나아가는 방향을 좀 더 공감하게 되었다. 아무리 스포스터가 수랭 엔진을 얹고, 오프로드를 달리는 어드벤처 바이크를 만들고, 배거를 타고 레이스 트랙에서 정상에 올랐어도, 할리데이비슨은 여전히 아메리칸 크루저를 가장 잘 만드는 회사고 라이더의 낭만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양현용 편집장
    사진 할리데이비슨
    취재협조 할리데이비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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