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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쟈니스루트] 이리저리 자유분방한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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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쟈니스루트] 이리저리 자유분방한 투어

    JOHNNY’S ROUTE

    이리저리 자유분방한 투어

    안녕하세요. 전국에 계신 라이더 여러분, 오늘도 전국 방방곡곡 절경을 찾아다니는 쟈니블랙입니다. 이번 달에는 평소 제가 가장 좋아하는 투어 방식인 즉흥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한 투어를 즐기다 왔습니다. 자, 그럼 오늘도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냉철하게 유지하며 떠나보시죠!

    며칠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장기 투어를 떠날 때는 촬영 장비와 캠핑 장비 가운데 한두 가지만 잊어버려도 투어 도중 땅을 치고 후회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리스트를 체크해가며 꼼꼼하게 짐을 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심을 벗어나 제가 처음으로 향한 곳은 한우로 유명한 횡성의 <횡성호>주변입니다. 최근 들어 임도를 달리는 재미에 푹 빠져서 이날도 투어 가는 길에 새로운 임도를 찾아 나선 거였죠. 그런데 큰 기대를 안고 도착한 임도길이 알고 보니 산책로였습니다. 위성 지도만 보고 임도길 찾았다며 신나게 달려온 걸 생각하니 헛웃음만 나오더군요. 횡성호는 그 자체로는 볼거리가 없지만 동서남북으로 아주 그럴듯한 경치를 자랑하는 장소들을 이어주는 허브 역할을 하는 지역이라서 크게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횡성호를 지나 동쪽으로 달리면 제가 좋아하는 금당 계곡을 지나 강릉이나 동해로 이어질 수 있고, 아래로 내려가면 치악산 주변을 돌아 제천의 충주호와 연결되죠.

    오늘은 치악산 주변에 숨은 절경을 자랑하는 무릉도원면을 훑으며 아래로 내려가 보기로 했습니다. 횡성호에서 442번 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411번 도로와 합류하게 되는 지점이 나오는데, 이쯤부터 주변의 경치들이 조금씩 바뀌면서 바위와 함께 물이 흐르는 계곡길 여행이 시작됩니다. 치악산과 백덕산을 좌우에 두고 유유히 흐르는 주천강의 물줄기는 계곡의 큰 바위와 만나 또다시 갈라지고 이어지기를 반복합니다. 그야말로 무릉도원이라는 이 지역의 이름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훌륭한 경치입니다.또한, 이 주변 계곡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탓인지 여름 피서철에도 차량의 통행량이 많지 않아 한적하게 풍경을 감상하며 라이딩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죠. 그 중에서도 제가 추천하는 길은 <도원운학로>라는 작은 길을 달리다 <느지내길>이라는 콘크리트와 비포장길이 번갈아 나오는 짧은 구간이니 잘 기억해 두셨다가 한번 둘러보시기 추천합니다.

    제천 의림지 충청북도 제천시 모산동 581

    제천 의림지

    다음으로 제가 향한 곳은 충북 제천입니다. 자니스 루트를 즐겨보시는 분이라면 “또 충주호냐?”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제천의 볼거리와 기가 막힌 경치를 자랑하는 저만의 충추호 주변 노지 모토캠핑장소를 알려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본격적으로 충주호를 둘러보기 전에 들린 곳은 바로 제천의 <의림지>입니다. 제천의 의림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리시설 가운데 한 곳으로, 그 기원은 정확하지 않으나 많은 이들은 삼한시대 이전에 이곳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단지 물을 가두어 저수지를 만들어 놓은 곳이라면 제가 굳이 따로 소개해드릴 이유도 없겠지만, 이곳의 진짜 볼거리는 호수 주변의 산책로와 평화롭게 조성된 공원이 아닌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과 정자가 한눈에 들어오는 <용추폭포>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의림지에 도착한 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 10대 쯤으로 보이는 아이들 몇 명이 제 바이크에 장착된 고프로 등 이것저것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 주의를 주어서 보내긴 했는데 슬슬 먼발치에서 눈치를 보는 모습이 신경 쓰여 발길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하드케이스가 장착된 바이크라면 큰 걱정이 없겠지만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쉽사리 가방과 액세서리를 떼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아마 바이크를 타고 혼자 여행을 다녀 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용추폭포를 찍기 위해서는 바이크를 세워두고 한참은 걸어 들어가야 하는데 각종 장비나 가방을 죄다 짊어지고 다녀올 수도 없는 노릇이라 드론이라도 띄워볼까 했는데 이건 또 웬걸! 드론 비행 금지구역 사인이 뜨네요. 결국 저는 의림지의 용추폭포를 보여드리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제천에 가시게 되면 용추폭포에서 사진 한 장씩 꼭 남겨 보시길 바랍니다.

    그린가든 충북 충주시 동량면 동산로12

    잘 안 풀리는 날에도

    의림지에서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충주호를 향해 82번 도로를 따라 쭉 뻗은 도로를 달렸습니다. 82번 도로가 충주호와 만나는 <금성면> 은 좌측으로 이어지는 82번 도로를 따라 달리면, 청풍대교를 지나 단양으로 이어지고, 우측으로 접어들면, 532번 도로를 타고 충주호를 좌측으로 바라보며 이어지는 와인딩 코스가 역동적인 길입니다. 그리고, 제가 보여드리고자 했던 충주호의 기가 막힌 저만의 노지 캠핑장이 이 중간에 위치하고 있지요. 그런데 일이 꼬이려고 그러는 건지, 제가 알고 있는 유일한 진입로를 공사차량이 죄다 뒤집어 놓았네요. 오래전부터 충주호에서 카약을 탈 때면 남들 모르는 나만의 비밀 장소라고 좋아하며 애용하던 곳인데 당장 오늘 숙영지가 사라진 것보다 앞으로 저 장소를 더는 이용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부터 앞서게 됩니다. 횡성의 임도 의림지에서의 낭패, 여기에 모캠지 진입 불가까지, 연달아 3단 콤보를 맞고 나니 기운이 쪽 빠집니다. 바이크를 타고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때도 있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생기곤 합니다. 이런 이유로 장거리 라이더 에게 긍정적인 사고와 유연한 대처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든든하게 배를 채우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이죠! 그래서 찾게 된 저의 오랜 단골집은 충주를 대표하는 송어회 맛집 양대 산맥 중 한 곳인 그린가든입니다. 2인기준 2만7천 원이라는 가성비 뛰어난 가격에 송어회와 야채무침 여기에 매운탕까지 풀세트로 푸짐하게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추가로 송어회 맛집을 알려드리자면 <황금송어횟집 : 충북충주시 샘골길 13> 이니 잘 메모해 두셨다가 한번 가보시면, 크게 후회하실 일은 없을 겁니다.

    삼탄유원지야영장 위치 : 충북 충주시 산척면 면서리 477-1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니 어느덧 시간이 9시가 다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때 까지만 해도 크게 걱정은 없었습니다. 같은 장소를 다시 소개해 드려야 한다는 점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조금만 바이크를 몰고가면 <목계솔밭>이라는 넓디 넓은 무료 캠핑장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여유를 부리며 도착한 목계솔밭 역시 전면 폐쇄되어 있더군요. 일부 몰지각한 캠퍼들로 인해 조만간 유료화 될 거라고 하더니 결국 공사에 들어간 것입니다. 그나저나 생각해 두었던 숙영지 두 곳이 모두 야영 불가능이 되어버린 채, 밤 10시가 넘어가는 이런 상황을 참으로 오랜만에 마주하게 되니 그저 헛웃음만 나옵니다. “그래? 그렇다면 플랜 C로 가주마~”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낙점된 오늘의 숙영지는 바로 <삼탄유원지 노지캠핑장>입니다. 오늘 몇 번의 낭패를 본 뒤 최종적으로 저의 쉼터가 되어준 삼탄유원지야영장은 여름이 되면 푸른 잔디와 풍성한 잎을 자랑하는 나무 그리고 작은 다리와 그 아래로 흐르는 물까지 있어 무료 캠핑장 치고는 제법 그럴싸한 경관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또한, 바로 앞에 작은 매점 두 곳과 조금 걸어야 하지만 공용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어 이만하면 하루 잠만 자고 떠나기엔 최적의 선택지였죠. 그런데 제법 괜찮아 보이는 장소마다 차박하는 차들이 너무 이기적으로 주차해놓은 탓에 간신히 한자리 찾은 곳은 사진이고 뭐고 찍기엔 너무나 초라한 자리더군요. 결국 그럴싸한 모캠 사진은 물 건너간 상황….. 그렇게 해먹을 설치하고 침낭을 펼치니 이미 시간은 자정을 넘어갑니다.

    선암계곡과 경체정

    악몽 같았던 어제를 뒤로 하고 드디어 아침이 밝았습니다.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바로 위에 있는 매점에서 캔 커피 두잔을 비우고 나니 그제야 제정신이조금 돌아옵니다. 어제는 정말 몸이 고생한 것에 비해 건진 게 너무 없었기에 아침부터 마음이 무척 바쁘네요. 장선리와 사곡리를 지나 다시금 82번 도로에 합류해 모처럼 시원하게 와인딩의 재미를 만끽하며 익숙한 청풍대교를 통과합니다. 이후 <청풍호로> 와 <월악로> 가 만나는 수산 사거리 갈림길에서 <송계계곡> 과 <선암계곡> 둘 사이에서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송계 계곡에서 이어지는 문경 쪽은 바로 지난주 에도 한번 다녀온 터라 <선암계곡>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36번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주행하며 원대리를 지날 때부터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하는 옥순대교와 옥순봉 월악산 선착장의 풍경은 오늘도 변함없이 멋진 경치를 보여줍니다. 월악로의 내리막길이 거의 끝나가는 지점에서 좌회전해 단양으로 넘어가는 다리가 바로 <우화교> 입니다. 도담삼봉, 이끼터널, 만천하 스타이워크, 카페, 산 등 단양은 이름난 유명한 관광지와 볼거리가 가득하죠. 그러나 유명한 만큼 너무 많은 분들이 알고있고 다녀간 곳이기도 합니다.

    경체정 경북 문경시 산양면 현리 371-1

    반면, 선암계곡은 상대적으로 조금은 덜 유명한 장소인 동시에 단양과는 또다른 맛이 숨어있는 곳이죠. 우화교를 건너지 않고 그대로 월악로를 따라 이어 달려 곧이어 우측 코너길에 접어들면서부터 이곳을 처음 방문하시는 분이라면 분명 얼굴에 미소가 번지게 될 것입니다. 마치 병풍처럼 계곡을 감싸고 있는 협곡과 계곡을 따라 이리저리 바이크를 눕히다 보면 “그래 이 맛에 바이크 타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되실 겁니다. 이곳 선암계곡에는 중간에 쉬어 갈 수 있는 포인트와 간단한 음료와 도토리 묵 같은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장소들이 적당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계곡들마다 현수막과 평상이 뒤덮고 있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곳 선암계곡은 상대적으로 깨끗한 인상을 주네요. 선암계곡을 지나 59번 도로를 따라 달리다 양옆을 온통 벚꽃으로 장식한 금천의 물길을 따라 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작은 정자 <경체정>에 도착했습니다. 

    문경의 산양면 산양읍사무소에서부터 금천 강변의 흐드러지는 벚꽃에 취해 강변길을 따라가다 보면 작은 정자 두 개가 금천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한 곳이 제가 오늘 사진으로 보여드리는 <경체정>이고, 그 반대편에 있는 것이 <주암정>입니다. 경체정 앞에 놓인 설명에 따르면 이곳은 1935년에 채성우 7형제라고 하는 형제들 사이의 우애가 특히 좋아 이를 기리기 위해 그 후손들이 세운 정자라고 하더군요. 바이크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다 보면 크고 작은 정자나 누각들을 수도 없이 만나게 되는데, 때론 그 규모와 크기에 놀라고 정자가 세워진 장소가 특이해 놀라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곳 <경체정>의 풍경은 그야말로 벚꽃이 한창인 4월에 오면 그저 바라만 봐도 마음이 정화되는 장소입니다. 경체정의 경치에 반해 어울리지 않는 벚꽃놀이를 즐기다 보니 어느덧 점심때가 다되었습니다. 캔커피의 열량 치고는 제법 많이 돌아다녔으니, 이제 든든하게 한 끼를 먹어줘야겠습니다. 

    운문호 벚꽃길

    때마침 얼마 전 소개해 드린 용궁면이 근처에 있으니, 이번엔 또 다른 용궁면의 순대 맛집을 찾아가 볼 생각입니다. 가끔 단일 메뉴로 유명한 식당들이 한 곳에 밀집하면 과연 그중 원탑이 어느 집일까 무척 궁금해질 때가 있는데, 이곳 용궁면의 돼지 막창을 이용한 용궁 순대 역시 그중 하나 인 셈이죠. 그래서 이날 저의 선택을 받은 식당은 압도적인 방문자 리뷰에 빛나는 <용궁단골식당 본점> 입니다. 제가 선택한 메뉴는 전통 막창순대와 오징어 불고기입니다. 보통 식사 메뉴로는 순대국밥을 주로 주문하시겠지만 순대 본연의 맛을 느끼기에는 국밥에 들어간 순대보다는 일반 순대의 맛을 보는 게 더 정확한 법이죠. 또한 이 집의 오징어불고기 역시 유명하다고 하니 맛을 안보고 지나칠 수는 없습니다. 두툼하고 부드럽게 삶아진 돼지막창 순대는 역시나 시중의 당면 순대와는 차원이 다른 맛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맵고 칼칼한 맛의 오징어 불고기는 직화구이 특유의 불 맛까지 강하게 더해져 그 맛이 배가 되는 느낌입니다.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막창순대의 기름진 맛을 칼칼한 오징어 불고기가 잡아주는 아주 궁합이 잘 맞는 메뉴의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궁단골식당본점 경북 예천군 용궁면 용궁시장길 30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용궁면을 떠난 저는 순한 맛 비포장 임도를 타기위해 다음 장소인 삼강나루 쉼터로 향했습니다. 그 규모는 작았지만, 잘 꾸며진 삼강나루 쉼터는 오토캠핑장까지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의 캠퍼들에게 인기가 좋은 곳이죠. 이 삼강나루 캠핑장을 좌측에 두고 뚝방길을 따라 조금 더 달리다 보면 어느덧 길이 끊기면서 삼강리에서 우망리로 이어지는 작은산을 하나 넘는 임도길이 나타납니다. 난이도도 쉽고 길이도 그리 길지 않은 맛보기 임도 코스이기 때문에 흙길 주행의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라이더라도 소소한 재미를 느끼며 오르기 좋은 곳입니다.

    운문댐에서 만난 경주의 구독자분들

    운문댐의 벚꽃길따라

    어제는 이동거리가 많이 짧았으니 오늘은 좀 부지런히 달려볼 생각인데, 오늘은 경산에서 출발해 갈수 있는 다양한 장소들 중 소싸움으로 유명한 청도를 관통해 이맘때면 벚꽃이 도로 양옆을 가득 채우고 있는 <운문댐>을 지나볼 생각입니다. 25번 도로를 따라 남으로 내려가다 보면 청도의 대표적인 관관 명소 중 하나인 청도 와인터널 근처를 지나게 됩니다. 저는 여러 번 방문한 터라 이번엔 방문하지는 않았지만 처음 청도를 여행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권해볼 만한 장소죠. 그리고 또 한 곳 청도를 대표하는 볼거리 가운데 가장 으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청도 소싸움 경기장입니다. 와인터널을 지나 25번도로를 달리다 보면 도로상 좌측에 커다란 경기장 하나가 나타나는데 이곳이 바로 <청도 소싸움 경기장>입니다. 이곳의 소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농촌에서 보는 누렁이 황소와는 달리 정해진 식단과 체계적인 운동과 훈련을 통해 철저하게 싸움소로 길러집니다. 입장료를 내고 경기를 관람하게 되면 경기의 재미를 배가 시키는 판돈도 걸어볼 수 있죠. 또한, 생각하시는 것보다 경기장과 관람석의 거리가 가까운 편이어서 육중한 싸움소들이 서로 부딪치는 박력을 그대로 느끼며 눈앞에서 집채만 한 싸움소들의 모습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25번 도로를 그대로 내달려 청도IC 이정표가 보이는 곳에서 좌측 20번 도로로 이어지는 길에 운문댐이 나타납니다. 운문댐을 향해 신나게 달려가던 도중 근처 편의점 앞에서 한 무리의 라이더 들을 발견한 저는 커피도 한잔 마시고 그분들과 이야기도 나눌 겸 바이크를 잠시 멈췄습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모두 경주에 거주하고 계신 라이더 분들로 평소에도 이곳 운문댐을 자주 라이딩코스로 이용한다고 하시더군요. 이런저런 유쾌한 담소를 나누며 반가운 마음에 함께 단체 사진도 찍고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냈네요. 경주의 몇몇 장소들이 벚꽃 라이딩에 좋다며 추천해주셨지만 이맘때 보문관광단지의 무시무시한 정체를 경험한 과거가 있던 저는 경주라이딩은 다음으로 미뤄두기로 했습니다.

    밀양호의 절경

    <운문호수>는 타 지방 분들에게 그리 많이 알려진 장소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맘때면 벚꽃으로 가득하고 호수를 끼고 이어지는 둘레길 코스가 특히 아름다워 대구, 청도, 경산 그리고, 경주까지 주변 도시에 거주하는 분들에겐 봄철 나들이 장소로 유명한 곳이죠. 운문댐을 지나 본격적으로 운문호수 둘레길에 접어드니 조금 전 소싸움 경기장을 그냥 지나친 것에 대한 아쉬움 따위는 언제 그랬냐는 듯 까맣게 잊게 되네요. 도로 양옆을 가득 메운 풍성한 벚꽃들은 마치 꽃으로 만든 터널 속을 달리는 듯한 기분마저 느끼게 해줍니다. 이후 저는 그대로 69번 도로를 타고 달려 <배내골>로 접어들었습니다. 배냇골은 운문산, 천황산, 신불산이 어우러진 그 유명한 영남 알프스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곳이죠. 예로부터 계곡의 양 옆에 야생 배나무가 많이 자란다고 해서 <배내골> 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곳은 여름에도 평균 기온이 2도이상 낮을 정도로 그늘이 많고, 계곡이 깊은 탓에 피서철 주변 도시에서 많은 피서객이 모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운문호수부터 배냇골까지 이어지는 길은 중간에 조금씩 벚꽃길이 끊기는 곳이 있으나 배냇골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또다시 십리가 넘는 벚꽃길이 이어져 정말 원 없이 벚꽃 비를 맞으며 라이딩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습니다. 

    울산의 공업단지

    그렇게 배냇골이 끝나는 지점에서 저는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유는 바로 이지점에서 우측으로 이어지는 1051번 도로를 타면 이 지역의 또 다른 절경인 밀양호를 볼 수 있기 때문이죠. 핸들을 우측으로 꺾어 밀양호에 진입하니, 역시나 밀양호 둘레길에서 내려다보이는 밀양호의 모습은 오랜만에 다시 봐도 장관입니다. 바이크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다 보면 전국 방방곡곡마다 크고 작은 호수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곳 밀양호의 경치를 제가 높게 사는 이유는 호수의 수면과 고도차가 별로 없는 다른 호수들에 비해 밀양호의 경우 호수를 둘러싸고 이어지는 둘레길이 높은 협곡 위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밀양호로 이어지는 1051번 도로는 협곡을 따라 와인딩을 하면서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는 밀양호를 멀리서 감상하며 달리는 아찔한 맛이 기가 막히게 좋습니다. 아쉽게도 때마침 도로 공사를 하고 있어 좋은 경치에 걸림돌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밀양호를 건너뛰지 않은 것은 참 잘한 선택인 것 같네요.

    언양기와집불고기 울산 울주군 언양읍 한양길 86

    점심메뉴로 뭐가 좋을까 생각하던 저는 언양의 불고기 맛집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음식을 대표하는 언양이 근처에 있는데 다른 메뉴를 선택하는 것은 불고기에 대한 아니, 언양에 대한 예의 가 아니죠. 언양시내에는 불고기 식당들이 밀집해 있는 <언양 불고기 거리>가 있는데, 오늘 제가 찾아간 곳은 그 많은 언양불고기 전문점 가운데 오래된 한옥의 정취가 좋은 <언양기와집불고기>입니다. 도심 작은 골목길 사이에 좁은 입구를 통과하면 나타나는 100년 된 한옥을 개조해 만든 이 식당은 업력 40년이 넘는 내공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저처럼 혼자 여행하는 1인 여행자도 마음 편히 정갈한 밑반찬과 함께 눈앞에 화로를 두고 불고기를 맛볼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80년대 중후반에 부모님과 함께 다니던 마당과 정원이 있는 가든형 고기집의 향수를 다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그런 곳이죠. 

    기왕 불고기 이야기가 나왔으니 제가 아는 선에서 짧게나마 불고기의 지역별 특징을 한번 알려드리자면, 보통 가운데가 볼록한 누런 황동으로 만든 원판 위에 국물이 자작하게 각종 야채와 함께 국물을 조리듯이 요리하는 불고기는 서울스타일 불고기의 특징입니다. 반면, 광양의 불고기는 생고기를 바로 양념해 철판 위에서 뒤집어가며 익혀 먹는 가장 직화구이다운 특징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오늘 제가 찾아온 언양식 불고기는 소고기에 칼집을 내고 양념에 재우는 것이 아닌 양념을 펴 바른 뒤 양면 석쇠 사이에 생선을 물리듯 끼우고 앞뒤로 뒤집어가며 굽는 것이 바로 언양스타일불고기의 특징이랍니다.

    간절곶으로 향하다

    고기양이 조금 적었다는 것 이외에는 매우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저는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바다가 부산바다가 아닌 울산 <간절곶>이었습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올라가는 길에 울산 공업단지의 색다른 모습도 사진에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언양에서 간절곶까지는 대략 50km남짓이기에 기왕 여기까지 온 김에 <간절곶>도 둘러보기로 합니다. 도착한 <간절곶>은 이날 유난히 맑고 선명한 하늘 때문인지 전보다 유난히 더 넓고 푸르게 보였습니다. 원래 ‘곶’이라는 뜻이 바다를 향해 새의 부리 형상으로 돌출된 육지를 뜻하는 말인데 간절곶은 새의 부리라고 하기엔 너무나 넓고 탁 트인 형태를 띄고 있죠. 특히, 푸른 잔디 언덕 위에서 한눈에 내려다보는 간절곶의 풍경은 푸른 동해 바다와 멀리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넓은 잔디밭이 어우러져 비교할 수 없는 시원함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간절곶에서 만난 라이더 강윤성씨. 할리데이비슨 빅트윈 고동감의 매력에 푹 빠져있 는 멋진 부산 싸나이였습니다

    다시 바이크에 올라 울산산업단지 방향으로 달렸습니다. 불과 10km 정도를 달려왔을 뿐인데 주변의 풍경이 확연히 바뀌었습니다. 푸른 바다와 파란 잔디밭 대신 주변은 온통 넓은 8차선 아스팔트 도로와 금속 파이프 라인 그리고 연기를 내뿜는 굴뚝만이 가득 합니다. 여기에 더해 이 넓은 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은 저 혼자뿐인 상황까지 연출되니 이 삭막한 분위기는 더욱더 배가 되더군요. 이후 저는 고래고기와 포경선으로 유명한 울산 장생포항을 시작으로 포항의 해안가 절벽 위에서 모토캠핑을 한 뒤 동해안의 크고 작은 해안가 마을과 해수욕장들을 샅샅이 훑으며 며칠이 지난 뒤에야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투어는 조금은 마이너한 감성이 가득한 장소들 위주로 다녔던 것 같습니다. 유명한 건물이나 관광 명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여행지보다는 작고 소소한, 그래서 일부러 찾아 나서기 전에는 쉽게 볼 수 없는 그런 장소들을 알려 드리기 위해 다녔던 것 같네요. 그 덕에 허탕도 치고 고생도 했지만 말이죠.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구독자 여러분 가운데 아직도 혼자 떠나는 투어가 막연히 두렵고 걱정되는 분들이 계시다면, 망설이지 말고 생각하셨던 그 투어를 지금 바로 실행에 옮겨 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때로는 혼자 떠나는 투어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달콤 쌉싸름한 다크초콜릿 같은 맛이 있기 때문이죠.


    쟈니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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