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ALIAN DESTROYER
audace [형용사] 대담함, 용감함, 무서운 것이 없는, 무적의.
이름은 무언가의 성격을 정의하는 첫 번째 요소다. 이처럼 과감한 이름을 붙인 모터사이클이라니 그 성격이 대번에 느껴진다. 또한 오다체라는 이름은 1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이탈리아 해군의 구축함destroyer의 이름이기도 한데 순양함(크루저)을 잡는 구축함의 이름이라니 어쩐지 의미심장하다
지난해 공식 출범한 모토구찌 코리아가 V7 II에 이어 국내에 선보인 두 번째 모델은 모토구찌의 머슬크루저 오다체다. 북미시장을 타깃으로 개발된 캘리포니아 1400을 베이스로 프레임과 엔진은 그대로 사용하고 외형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클래식한 느낌을 배제하고 전체적으로 블랙으로 마감된 스타일로 묵직하면서도 젊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어디에 서있어도 존재감이 확실해 눈길을 끈다.
첫인상은 한눈에 봐도 크다. 낮고 길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선 굵은 남성미가 풀풀 풍긴다
강렬한 첫인상
첫인상은 한눈에 봐도 크다. 낮고 길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선 굵은 남성미가 풀풀 풍긴다. 투박함과는 다르다. 여러 겹으로 레이어드 된 디자인의 연료탱크는 두툼한 근육을 연상시키며 낮은 실루엣을 연출하기 위해 연료탱크 중간까지 파고든 엔진헤드는 절삭가공으로 멋을 부려 존재감을 한층 고조시킨다. 또한 엔진, 연료탱크, 프레임, 시트와 스윙암 등 몸통을 이루는 주요 부품들이 높은 밀도로 뭉쳐있어 빈틈이 보이지 않을 만큼 꽉 들어찬 모습에서 강한 힘이 느껴진다. 차체는 물론 머플러 라인의 히트커버까지 블랙으로 칠하고 군데군데 금속 질감을 포인트로 살려 디테일을 추구한 점도 좋다.
전륜에는 130mm폭의 18인치 타이어를 뒤에는 200mm의 광폭 타이어에 16인치 휠을 장착했다. 앞은 당당해 보이고 리어는 빵빵하다. 좌우로 하나씩 뻗은 굵직한 머플러도 마초스러운 느낌을 더한다. 전체적으로 차량의 제작 완성도가 눈으로도 확인될 만큼 각부의 마감이 뛰어나다.
드랙바 스타일의 핸들 바는 허리를 슬쩍 숙여야 손에 닿고 포워드 콘트롤로 풋패그는 실린더 아래에 자리 잡는다. V 형태로 벌어진 팔과 다리가 불편하거나 과하지 않지만 슬쩍 불량해지는 느낌이다. 장시간 타기에는 불편하겠지만 적당히 긴장감이 도는 포즈가 마음에 든다. 시트는 널찍하고 적당한 굴곡으로 굳이 니그립을 잡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하체를 홀딩 할 수 있다. 아랫도리에 착 감기는 차체가 자꾸만 스로틀을 재촉한다.
강력한 V트윈 엔진
세로로 배치된 1380cc의 V트윈 엔진은 회전은 부드럽게 돌지만 배기음과 함께 느껴지는 질감은 무척이나 거칠다. 날것의 토크는 스내칭할 때 마치 살아있는 듯 좌우로 요동치는 강력한 토크 리액션에서 실감된다. 클러치 레버로 묵직하지만 절도 있게 움직이는 건식 단판 클러치가 연결해 엔진의 토크를 뒷바퀴로 전달하는 순간이 묵직한 크루저가 깃털처럼 사뿐히 출발한다. 최대 토크가 나오는 구간이 3000rpm으로 낮아 아이들링부터 토크가 충분하다. 엔진의 성격 자체는 모토구찌 V7 과도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터져 나오는 토크가 수치상으로도 두 배가 훌쩍 넘고 체감은 그 이상이다.
호쾌한 주행성능
재밌는 점은 모토구찌 브랜드의 이미지와 바이크의 생김새로 봐서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전자장비도 충실하게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ABS는 물론 트랙션 콘트롤도 적용된다. 엔진은 전자식 스로틀로 제어하는 3가지 출력 모드가 존재하는데 이탈리아 브랜드답게 각 모드의 이름이 Veloce(빠른), Turismo(투어링), Pioggia (레인)로 표기되는 것이 재밌다. 모드별로 엔진의 반응이 달라지는데 벨로체 모드에서는 스로틀 반응이 기민해지고 rpm 상승이 빠르다. 머슬 크루저답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3초대 후반을 마크한다. 덩치를 생각하면 놀라운 민첩성이다. 고속 영역에서도 가속이 무뎌지는 느낌 없이 쭉 뻗는 느낌이 호쾌하다. 최고속도 역시 시속 200km 이상이니 크루저라고 결코 얕볼 수 없는 성능이다.
하지만 한번 기어를 올리고 나면 어지간해서 내리고 싶지 않다. 속도가 줄어들면서 회전수도 아이들링 언저리까지 낮아졌다가도 다시 스로틀을 열면 한 박자씩 명확한 비트를 연주하며 가속하는 느낌은 영락없는 크루저다운 매력이다. 여기에 파이널 드라이브가 샤프트 방식이기에 엔진의 출력이 엔진부터 뒷바퀴까지 헐거운 느낌 없이 타이트하게 직결된 감각도 좋다.
끝없이 펼쳐진 대지와 같은 거대한 무대를 요구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도심과 근교의 작은 무대에서도 재밌게 탈 수 있는 모델이다
높은 완성도
제대로 달리기 위해선 엔진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브레이크와 서스펜션은 엔진의 성능을 이끌어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부품이다. 오다체의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성능은 양산형 크루저 장르에서 한계에 가까운 완성도다. 브램보 래디얼 4피스톤 캘리퍼가 물린 320mm 더블디스크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제동성능을 보여주며 300kg의 거구를 한방에 잠재운다. 다만 ABS의 개입 시기가 조금 빠른 안정지향의 세팅이다. 서스펜션 역시 잔 요철과 큰 충격에 대한 대응이 뛰어나다. 전후 120mm의 서스펜션 트래블이 충분하진 않지만 별체식 탱크를 지닌 리어 쇽업소버는 프리로드와 리바운드를 조절할 수 있어 스포티한 주행과 편안한 크루징 모두에 대응할 수 있다.
코너에서는 약간의 언더스티어 성향이고 셀프스티어가 약간은 과장되게 들어오는 느낌이 있어 처음에는 다루기가 조금 까다롭지만 몸으로 익숙해지고 나면 와인 딩 로드는 물론 시내 주행도 경쾌하게 달릴 수 있다. 기본적으로 서스펜션 성능이 좋아 바이크 자체의 안정감과 코너를 돌아갈 때의 심리적인 안심감이 높다.
기대 이상의 이탈리안 크루저
사실 큰 기대 없이 탔다가 의외의 퍼포먼스에 놀랐다. 스로틀로 토크를 가지고 노는 재미랄까? 두툼한 토크를 펑펑 터트리면 달리면 스트레스마저 함께 날아간다. 아메리칸처럼 두둥 거리고 이탈리안처럼 소리 지르는 독특한 필링은 모토구찌만의 특별함이다. 여유롭게 달리기에도 빠르게 달리기에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크루저임에도 끝없이 펼쳐진 대지와 같은 거대한 무대를 요구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도심과 근교의 작은 무대에서도 재밌게 탈 수 있는 모델이란 점에서 우리나라 환경에 잘 맞는 느낌이다.
credit
글 양현용
사진 양현용/이민우
취재협조 모토구찌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