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미국 아메리카 캘리포니아에 있는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에 개최된 이 이벤트는 개최 4회째를 맞은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바이커 이벤트이다. 사진작가 크리스티나 펜더의 시선으로 그날의 기록을 담았다.
나는 어두운 방 안에서 눈을 떴다. 내가 사는 스페인에서는 완연한 가을이 왔다고 말하지만, 네 발자국 앞에 있는 문 너머에 펼쳐진 사막 풍경에 미국에 왔음을 깨닫는다.
6:00 am
나는 어두운 방 안에서 눈을 떴다. 내가 사는 스페인에서는 완연한 가을이 왔다고 말하지만, 네 발자국 앞에 있는 문 너머에 펼쳐진 사막 풍경에 미국에 왔음을 깨닫는다.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워 물고 있는 중에도, 나는 아직 완전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불타는 듯이 선명하게 물들은 지평선이 하루의 시작을 알렸고, 오렌지빛 감도는 햇살이 퍼져나가는 것을 담배연기 너머로 바라보며 오늘도 틀림없이 덥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2년 전, 누군가가 멋진 이벤트가 있다고 귀띔해 준 2014년의 Babes Ride Out은 나에게 있어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멋진 비주얼의 쿨한 이벤트라고 생각했지만 그 이벤트가 70명의 여성라이더만으로 진행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 크게 놀랐다. 근육으로 무장하고 수염을 장식한 남자들의 간섭 없이, 여자들만으로 어떻게 바이크를 타고 얼마나 즐길 것인가.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Babes Ride Out은 아냐 바이올렛(Anya Violet)과 아스모어 앨리스(Asmore Ellis)가 시작한 이벤트다. 둘의 아이디어는 실로 단순했다. 여성 바이커만 모이는 ‘걸즈 위캔드’를 SNS만으로 불러 모은다면 과연 몇 명이 모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녀들은 10월에 이벤트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모토는 “남자 없음, 아첨, 아부, 필요 없음”과 “편견과 싸울 필요 없는, 모든 여성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아냐와 아스모어는 열대 남짓 모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SNS에 공지가 올라간 후 나날이 참가대수가 늘어나 이벤트 당일에는 70명의 라이더가 모였다. 그리고 그녀들은 사막의 마을 / 보 레고 스프링스 가까이의 사막에서 전갈에 둘러싸여 자유롭게 캠프를 꾸렸다. 그 일은 그녀들에게 있어 둘도 없이 귀중한 경험이 되었다. 그리고 정식으로 이벤트를 개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음 해에는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안의 캠프장으로 장소를 옮겨 500명의 여성 라이더를 모아 이벤트를 개최했다.
그리고 「Babes Ride Out」은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든다. 그녀들의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전 세계의 여성들에게 전달되었다. 지금까지 숨어있던 바이크 문화에 대한 여성들의 열정을 발견했다. 「Babes Ride Out」의 성공의 열쇠는 여기에 있다. 아냐는 일상 속에서는 발견하기 어렵지만 계속하여 성장하는 여성 라이더 커뮤니티의 파워를 믿고 있었던 것이다.
「Babes Ride Out」에 참가한 라이더들은, 이벤트 참가 여부에 관계없이 무엇이든 가능한 방법으로 서로 연결하여 바이크를 타고 만나는 방법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까지의 시행착오를 웃어넘기고, 서로 만나게 된 이후의 새로운 모험을 공유했다. 남자들과 함께 달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여자들끼리 달리는 「Babes Ride Out」에서 느끼는 우정과 동질감은 특별하다.
8:00 am
완전히 날이 밝아오자 사람들이 좀비처럼 카페테리아로 향한다. 새벽까지 계속된 라이브에서 광란의 밤을 보내고 난 후 뚝 떨어진 기온으로 체력을 모두 빼앗겨버린 것이다. 아마도 다들 3시간 정도밖에 자지 않았겠지. 하지만 오늘은 분명히 좋은 하루가 될 것이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그렇게 믿고 있다. 사실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려왔던 메인이벤트 ‘라이딩 데이’다. 여기저기서 바이크 배기음과 함께 웃음소리와 아침인사가 들려온다. 커피 향기와 함께 가솔린 냄새가 감돌기 시작했다.
바이크를 타고 나가기에는 아직 조금 이르다. 그러나 주변에 서린 햇살은 완벽했다. 나는 카메라를 감싸 쥐고 텐트 사이를 거닐며 웃음과 말을 주고받았다. 텐트 밖으로 나온 한 친구가 주변은 아랑곳 않고 자유롭게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놀랄 것도 감출 것도 없이, 모든 것이 심플하고 자연스러웠다. “Good Morning!” 하고 말을 걸어온 그녀는 내게 커피를 권하며 이렇게 물었다. “오전 일정은? 여기에 있을 거야?아니면 같이 달리러 갈래?” 미안한 말이지만 마드리드에서부터 캘리포니아에 온 나는, 이곳까지 바이크의 탠덤시트를 타고 왔기에 뒷자리가 싫었다. 그러나 그들과 떨어져서 이 캠프사이트에 혼자 남아있는 것은 더욱 싫은 일이었기에 나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Yes! 같이 갈래!”
10:00 am
준비가 되었다. 크고 작은 여러 그룹이 각각 모험의 여행을 떠난다. 사전에 몇 가지의 추천 루트가 설정되어 있지만, 각각의 그룹이 달리고 싶은 대로 라이딩 테크닉과 경험, 그 외 여러 요소를 근거로 하여 자유롭게 루트를 선택해 나간다. 돌아오는 시간도 자유다. 대부분의 그룹은 저녁 즈음에는 캠프 사이트에 돌아오겠지.
하나둘 바이크가 떠나기 시작하며 어수선해지기 시작한 캠프사이트에서 눈을 감아보았다. 달려가며 사라지는 배기음과 달콤한 가솔린과 오일이 타는 냄새들, 그것은 여타 이벤트에서 느꼈던 것들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눈을 떠보니, 그곳은 지금까지 봐 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신화 속에 나오는 발키리처럼 아름다운 여성으로 넘쳐나 있었고 컬러풀하게 물들인 머리카락이 연기와 먼지 속에서 반짝이고 있다. 그녀들은 아름답다.
그때 나를 초대해준 그녀가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나타났다. 뒷자리에 올라타 “어느 루트로 갈 거야?”하고 물으니 “빅 베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후의 일은 나의 망막과 사진에 남아있다. 터무니없고 바보 같은 해프닝도 있었지만, 품행 방정한 일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올해는 1600명의 여성라이더가 조슈아 트리에 모였다. 지금 「Babes Ride Out」은 미국 동부 뉴욕과 영국에서도 개최되고 있다. 물론 말할 것도 없지만 이 종류의 이벤트의 개최지는 사막과 같은 장소가 적합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의견을 모아보면 문제는 장소가 아닌 분위기다.
여성끼리 있는 것이 더 즐거운 이유를 해명하기에는 사회학적인 연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슷한 경우는 이미 다른 곳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남자들은 우정 혹은 피를 나누지 않은 형제 등의 많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자들의 세계에서의 이야기. 여성은 각각의 캐릭터를 향상시키고 에너지를 계속하여 충전시키는 것이 그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그것으로 얻은 커다란 만족감이 활기차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원천일지도 모른다.
나는 사회학자는 아니지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참고 차 여러 곳을 다니며 조사하고 있다. 그중 한 여성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녀는 몇 번이나 이 이벤트에 참가했었기 때문에 각 해의 일들을 잘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어른이 되었음에도 여행지에서 두서없는 말들로 끝없이 즐겁게 웃고 떠들며 10대의 파자마 파티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잊어버리고 있었던 이런 시간이 너무나 소중한 것이었다고. 반면에, 어떤 남성과 이 이벤트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는 틀림없이 페미니즘이 테마가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언뜻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이 이벤트는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주최자 중 한 명인 아스모어는 말한다. 「맞아, 그 말 대로야. 이 이벤트는 여성라이더에게 있어서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목적이야. 누구에게도 무시당하거나 재촉당하지 않고 말이야. 그리고 바이크를 타는 여성들의 만남의 장이 될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것. 이것을 계기로 또 다른 사람들도 또 다른 이벤트를 개최할 수 있다면 좋겠어.」
바이크 컬처, 진화의 증거
이런 종류의 이벤트가 미국 이외의 장소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이곳에는 정말로 다양한 지역에서부터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것이 다시 새로운 커뮤니티로 이어져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그러한 풍경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것이며 이 정도로 많은 여성이 다양한 지역에서 모이는 이벤트도 전무 후무할 것이다. 그녀들 중 대다수는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10,000마일 이상의 거리를 직접 바이크로 이동하여 왔다. 어쩌면 짐작하건대 그녀들은 유럽과 미국을 개척해 온 순례자의 유전자가 내재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Babes Ride Out」은 여성 라이더라는 스테레오타입의 선입견을 완벽하게 깨부수고 있다. 이 성공은 바이크 컬처가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Credit
글 크리스티나 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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