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한 서스펜션 세팅, 높이 조절 시스템, 향상된 브레이크 밸런스. 멀티스트라다 V4 S는 더욱 정교하게 조율되며 어드벤처 바이크의 기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
/
2021년 멀티스트라다 V4의 첫 등장은 충격적이었다. 어드벤처 바이크이면서도 170마력에 도달한 미친 성능, 거침과 매끄러움이 공존하는 V4 엔진, 차체 성능을 극대화해주는 서스펜션까지. 기존의 어드벤처 개념을 송두리째 깨버리는 바이크였다. 만약 “서울에서 부산까지 뭘 타면 가장 빠르게 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주저 없이 멀티스트라다 V4를 꼽았다. 세상에는 이보다 빠른 바이크는 많지만, 모든 환경을 꿰뚫고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바이크가 멀티스트라다 V4 S였다. 그런 멀티스트라다 V4 S가 한층 날카롭게 다듬어진 2025년 모델로 돌아왔다.
4년 동안 익숙해진 탓인지 약간의 변화만으로도 꽤 큰 차이로 다가온다. 특히 디테일의 변화는 차체 전반에 긴장감을 더한다. 헤드라이트 주변에 컬러 파츠가 추가되며 인상이 더 또렷해졌고, 프레임 컬러는 어반 그레이로 톤 다운되었다. 여기에 섬프가드를 블랙으로 처리해 차체를 좀 더 묵직하게 연출한다. 유로 5+ 인증 기준에 맞춰 배기 소음기의 길이가 길어졌지만, 볼륨이 크지 않음에도 전체적인 배기음의 질은 더 좋아진 느낌이다.
엔진은 유로5+에 대응하는 것 말고는 큰 변화가 없다. 멀티스트라다 V4의 심장은 파니갈레 V4의 데스모세디치 스트라달레 엔진을 베이스로 개량한 것이다. 토크를 확보하기 위해 배기량을 살짝 높였다. 고회전 영역을 삭제하며 데스모드로믹 밸브를 일반적인 밸브스프링 방식으로 바꿨다. 덕분에 밸브 유지보수 간격이 6만km로 길어진 것은 장거리 주행을 목표로 하는 투어링 모델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여기에 오일팬 디자인을 바꿔 엔진하부의 길이를 줄여 어드벤처 바이크의 높은 지상고를 확보했다.
이 엔진의 성능과 완성도는 상당하다. 두툼한 토크와 고회전의 피크파워를 다 갖춘 엔진이다. 4기통이지만 트윈 못지않게 감성적이고 V형이지만 고회전에서는 직렬 4기통만큼 짜릿하게 회전한다. 초기 V4엔진에 비교하면 회전은 확실히 진동도 적게 느껴지며 질감도 매끄럽다.
시트고의 벽을 낮추다
슈퍼 커브는 정말 오랜만에 앉아도 익숙하다. 키를 꼽고 돌리는 동작부터 바이크를 일으키고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과정까지, 어제까지도 계속하던 일처럼 매끄럽게 이어진다. 100kg의 차체는 단순히 의자에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의 힘만으로도 일으킬 정도로 가볍다. 슈퍼 커브가 처음 탄생하던 시절, 여성 라이더도 쉽게 탈 수 있어야 한다는 모토를 꾸준히 잇는 부분 중 하나다.
단 한 가지의 복병이 있다면 4단 로터리 방식의 시소 기어인데 처음에는 순간적으로 헷갈리지만, 1단부터 4단까지 한차례만 왕복하면 내 왼쪽 다리109cc 공랭 단기통 엔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럽게 rpm을 높이고 rpm한계점에 가까워질수록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진동과 소음이 전달된다. 소배기량 단기통 엔진 특유의 필링임과 동시에 워낙 몸집이 작다 보니 더욱 또어드벤처 장르가 키 큰 사람들만의 바이크라는 인식은 높은 시트고 때문이었다. 긴 서스펜션과 큰 휠, 높은 지상고까지 더해지면 시트가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멀티스트라다 V4 S에는 새롭게 시트고 조절 장치가 추가되었다. 기존에도 팬아메리카나 R 1300 GS가 비슷한 기능을 선보인 바 있어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구현 방식은 모델별로 차이를 보인다. 멀티스트라다는 리어의 프리로드를 줄여 약 30mm의 높이를 낮추는데, 생각보다 그 차이가 제법 크고 확실하다. 정차 중 버튼을 눌러 작동시켜 보면 높이가 빠르게 ‘훅’ 낮아지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시속 10km이하의 속도에서 프리로드가 최소화 되고 시속 50km를 넘으면 정상 프리로드 값으로 돌아간다. 키가 큰 라이더에겐 필요 없는 기능일 수도 있지만, 주행 중 편안함을 위해 시트 포지션을 최대로 높여놓고 타면 의외로 도움이 된다. 다만 유턴 중 속도가 시속 10km아래로 떨어지면 리어가 가라앉는 움직임이 생길 때 살짝 위화감이 들었다. 처음엔 그 느낌과 타이밍에 적응이 필요하다.
V4 S에 적용된 세미액티브 서스펜션은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는 멀티스트라다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파츠다. 때로는 단단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상황을 판단하고 적용한다. 프런트 포크에 포지션 센서가 추가되면서, 이를 통해 전륜이 범프를 감지하면 후륜 서스펜션의 댐핑을 조절해 충격을 분산시키는 범프 디텍션 기능이 더해졌다. 실제 주행 시 요철 처리가 상당히 매끄러워졌다. 특히 높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기존 서스펜션은 뒷바퀴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튕기듯 반응하거나 허둥거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젠 아주 매끄럽고 깔끔하게 처리된다.
섬세하게 다듬어진 성능
기존 모델에 비해 스윙암 피봇 포인트를 1mm높인 것도 인상적이다. 겨우 1mm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까 싶지만 실제 라이딩에 반영되는 효과는 크다. 가속 시 안티 스쿼트를 늘려 리어휠에 제대로 하중을 실어줄 수 있고 짐을 가득 싣고도 일관적이고 날카로운 핸들링을 만들어준다. 무엇보다 1mm의 차이를 만들기 위해 설계를 바꾸고 새로운 부품을 만든다는 것이 놀랍다. 브랜드에서 이러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섬세하게 조율했다는 의미가 이 1mm에 담겨 있다.
브레이크는 멀티스트라다의 성능에 방점을 찍는다. 작지 않은 덩치의 이 바이크를 마음껏 휘두르려면 브레이크의 역할이 더 커진다. 리어 디스크의 크기를 280mm로 키우고 전후 연동브레이크 시스템을 통해 적극적으로 리어로 제동력을 분산시켜준다. 두카티의 차량 관제 시스템DVO는 차량의 제동력과 안정성을 동시에 향상 시켜준다. 레버에 두 손가락만 올려놓고 가볍게 당겨주면 순식간에 속도를 줄인다. 세미 액티브 서스펜션과 고성능 브렘보 캘리퍼, 그리고 전자제어까지 더해져 물리법칙을 새롭게 쓴다. 급제동 시 앞보다 뒤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첨단 전자장비
멀티스트라다 V4 S는 현존하는 최첨단 기술이 전부 도입된 모델이다. IMU기반의 ABS와 트랙션컨트롤, 윌리 컨트롤이 탑재되었고 레이더 기반으로 앞 차량과 자동으로 거리를 조절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사각지대 모니터링, 그리고 전방 추돌경고가 새롭게 추가되었다. 차량 전체적인 전자장비를 통제하는 차량 관제 시스템DVO의 도입으로 각 전자장비가 조화롭게 작동한다.
주행모드 역시 내부적으로 소소한 업데이트가 있다. 기존에는 4 in 1 콘셉트 때문에 주행모드 역시 스포츠 어반 투어링 오프로드를 고집했는데 이제 젖은 노면에서 쓰기 좋은 WET모드가 추가되었다. 출력특성을 바꿔주는 파워모드는 기존의 하이 미디엄 로우 이외에 오프로드 주행에 더 직관적인 스로틀 반응을 보여주는 오프로드 모드도 추가되었다.
정차 중이나 2단 이상의 기어에서 4000rpm이하로 크루징 할 때면 후방 실린더는 점화를 멈추고 2기통으로 주행하게 된다. 절반만 사용해도 500cc가 넘는 셈이니 크루징에 부족한 출력은 아니다. 리어 실린더 헤드가 다리 사이에서 열기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이걸 덜 뜨겁게 만들어주는 건 꽤나 고마운 기능이다. 하지만 이걸로 멀티스트라다 V4가 완전히 시원한 바이크가 되었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사타구니를 미디움으로 익혀주던 것에서 이제 미디움 레어 정도로만 익혀준다고 이해하는 게 빠르다. 멀티스트라다 입장에서는 가장 큰 단점을 조금은 해결한 셈이니 꽤 중요한 변화다. 그리고 뜨겁고 재밌는 바이크가 뜨겁지도, 재미도 없는 바이크보단 훨씬 낫지 않은가?
이 기능이 먼저 적용되었던 멀티스트라다 V4 랠리를 테스트할 때는 뒤쪽 실린더가 비활성화 될 때와 다시 활성화 될 때 차체의 미세한 울컥거림이 신경 쓰였는데 이번 테스트를 진행하는 동안은 이 부분이 전혀 신경을 거슬리지 않았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의외로 간단한 답을 발견했다. 대열주행을 해야 했던 V4랠리 테스트와 달리 자유롭게 달렸던 탓에 테스트하는 내내 4,000rpm으로 크루징하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바이크를 재밌게 탔다는 말이다.(웃음)
트랙 테스트
신형 멀티스트라다는 트랙에서도 테스트 할 수 있었다. 트랙 위에서 처음 놀랐던 점은 압도적으로 편하다는 것이다. 멀티스트라다가 커뮤터, 스포츠, 오프로드, 투어링 등 다양한 활용도에 대비하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스포츠 투어링에 초첨이 맞춰진 모델이기에 레이스 트랙을 마치 와인딩 로드 투어하는 것처럼 달리게 된다. 주변 다른 바이크들에 비하면 포지션도 느긋하고 차체의 기울임도 저항이 없는데다가 서스펜션이 자잘한 요철을 다 지워버린다. 느긋한 듯 빠르게, 트랙 위를 살짝 떠서 날아가는 것 것처럼 달리면서도 불편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비가 내린 후 습기를 살짝 머금은 노면 위를 달리면서도 불안감은 조금도 스며들지 않는다.
타이어의 예열이 끝나며 페이스를 조금 더 끌어올린다. 편안함 뒤에 숨지 않고 한 발 앞서 바이크를 끌어가기 시작하니 숨겨있던 스포츠성이 드러난다. 메인스트레이트 구간으로 들어서며 스로틀을 끝까지 감아쥐면 손에 쥔 핸들바에 노면의 저항이 슬근슬근 사라지며 엄청난 기세로 가속한다. 역시 두카티! 라는 감탄을 자아내는 움직임이다. 여전히 편안하지만 함께 달리는 스포츠 바이크들에 비해 느리지 않다. 트랙에서 20분 세션을 꽉 채우기 힘든 저질 체력이지만 멀티스트라다는 이마에 땀방울 하나 나지 않았다.
연속해서 코너를 돌아나가며 감탄한 것은 이 바이크가 장착하고 있는 타이어가 스포츠 타이어가 아닌 듀얼, 어드벤처 타이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 압도적인 그립이 타이어보다 서스펜션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직접 타고 트랙데이에 참가해서 신나게 즐기고 그대로 돌아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게 진짜 멀티스트라다의 길(strada)이다.
돋보이는 완성도
멀티스트라다 V4 S는 누가 봐도 빠르고, 누가 타도 편하다. 하지만 이번 2025년형은 그걸 넘어서 섬세하게 다듬고, 실제 주행에서 체감할 수 있는 요소들에 집중했다. 겉으로 보기엔 큰 변화 없어 보여도, 직접 타보면 확실히 다르다. 고급스럽고 정교하게, 라이더의 요구를 읽고 반응하는 아주 매력적인 바이크다.
/
DUCATI MULTISTRADA V4 S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V4 DOHC 4밸브
보어×스트로크 83 × 53.5(mm)
배기량 1,158cc
압축비 14 : 1
최고출력 170hp / 10,7500rpm
최대토크 124Nm / 9,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22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6mm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 사이즈 (F)120/70 ZR19 (R)170/60 ZR17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65mm싱글디스크
휠베이스 1,566mm
시트높이 840/860mm
건조중량 229kg
판매가격 4,300만원
글 양현용
사진 윤연수
취재협조 두카티 코리아 ducati-korea.com
본 기사 및 사진을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여 업로드하는 것을 금합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저작권은 월간 모터바이크(모토라보)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