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호감형, 야마하 MT09-SP

    MT-09는 2013년, 야마하의 CP3 3기통 엔진을 탑재한 네이키드 바이크로 등장했다. 그리고 2017년, 각종 전자장비를 더하고 스타일을 개선한 2세대 모델로 많은 관심과 인기를 끌었다. 이어서 4년 뒤인 2021년, 다시 한번 풀체인지를 거치면서 더 강력한 출력과 스타일, 전자장비까지 갖췄고 합리적인 가격을 더해 막강한 상품성을 자랑했다. 개인적으로 3세대라고 할 수 있는 2021년 MT-09SP를 시승했을 때 완성도 높은 주행 성능에 깜짝 놀란 바 있다. 하지만, 너무나 미래지향적인 헤드라이트 디자인 때문에 선뜻 ‘완벽하다!’라고 말할 순 없었다. 그런데 이번 2025 MT-09SP는 개발자들이 내 마음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개선한 듯 ‘완벽한 호감형’으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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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백한 디자인

    이전 세대의 MT-09SP는 에반게리온 0호기, 외계인이 만든 디자인, 사마귀 등의 별명으로 놀림을 받았다. MT시리즈의 전체 라인업을 살펴보면 나름의 통일성 있는 디자인이 멋지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일반적으로 불호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새로운 MT-09SP는 훨씬 단정하고 일반적인 디자인이 적용됐다. 기존에 더듬이처럼 사선으로 뻗어 있던 DRL이 트랜스포머의 옵티머스 프라임처럼 깔끔히 정돈됐다. 특히 측면에서 바라보면 날렵한 프런트 마스크의 형상과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끝단을 슬쩍 올려서 마무리한 덕분에 스포티한 분위기도 연출한다. 여전히 중앙에 헤드라이트가 삽입되어 있지만, 전 세대와 비교하면 일취월장한 모습이다. 연료 탱크는 측면에서 봤을 때 고양이가 등을 세운 것처럼 볼록하게 강조되었던 것과 달리 헤드라이트 강조 라인과 평행하게 이어졌다. 정면의 인테이크 디자인도 간소화되었고 전체적으로 유선형 디자인에서 직선 디자인으로 변경되며 담백해졌다. 기존에는 올린즈 리어 쇽의 피기백과 리모트 프리로드 어저스터 모두 좌측에 장착되었는데 서브 프레임이 새롭게 디자인되면서 리모트 프리로드 어저스터가 우측으로 옮겨져 좌우측 모두에서 올린즈가 장착됐음을 알아챌 수 있다.

    모두를 위한 발전

    새로운 MT-09SP에는 스마트키 시스템이 적용됐다. 누군가는 실물 키를 꼽고 돌리는 감각을 선호하지만, 대부분의 온로드 라이더에게 반가운 장치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투어 중간에 들린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매번 키를 빼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가 상당하다. 새로운 5인치 TFT 디스플레이는 더 뛰어난 UI로 다양한 정보 전달, 바이크 세팅이 가능하다. 이는 직관적인 디자인의 스위치 뭉치와 더해져 더 쉽게 조작할 수 있다. SP 모델에 새롭게 추가된 트랙모드로 트랙션 컨트롤, 슬라이드 컨트롤, 리프트 컨트롤, 브레이크 컨트롤을 라이더의 입맛에 맞게 단계별로 조절할 수 있고 랩타이머를 전체화면으로 설정해 더 빠른 랩을 향해 집중할 수 있다. 새로운 백 슬립 레귤레이터가 탑재되어 미끄러운 노면에서 엔진 브레이크로 인해 리어 휠이 잠기는 것을 방지한다. 이는 초보 라이더는 물론이고 레이스 트랙에서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한 상황에서도 효과적이다.

    트랙 테스트

    솔직히 말하면 MT-09SP를 테스트한 환경이 꽤 가혹했다. 절대적인 테스트 시간이 짧았고 반복되는 우천으로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테스트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MT-09SP의 강점은 쉽게 드러났다.

    레이스 트랙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강력한 흡기음과 토크다. 스로틀을 열면 다리 사이에서 엄청난 흡기음이 들려온다. 배기 소음에 대한 규제가 높아지면서 대부분의 스포츠 바이크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덕분에 외부로 들리는 소음은 줄어들고 라이더가 느끼는 희열은 배가된다. 동시에 3기통 특유의 엄청난 토크가 쏟아지는데 계기반의 트랙션 컨트롤 램프가 ‘내가 지금 널 살려주고 있어!’라는 듯이 빠르게 깜빡인다. 초반에는 대형 투어러처럼 마냥 부드럽게 반응하다가 최대토크 지점인 7,000rpm을 도달하는 순간부터 짜릿한 스포츠 바이크로 변모한다. 최고출력은 10,000rpm에서 119마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엔진을 자꾸 한계까지 몰아가게 된다. 새롭게 추가된 브렘보 스틸레마 캘리퍼는 298mm더블디스크와 어우러져 더 높은 제동력과 작동감을 제공한다. 1번 코너를 돌기 위해 210km/h가 넘는 속도에서 대략 60km/h까지 순식간에 감속해도 전혀 지치는 감이 없다. 태백 스피드웨이는 한 바퀴에 1분 남짓의 랩타임이 나오기 때문에 매분 동일한 상황이 펼쳐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타이어가 한계에 닿을 때마다 ABS가 작동하며 제동거리에 다소 차이가 생기는 것을 제외하면 한 세션(20분) 전체를 같은 페이스로 제동할 수 있다.

    윌리 머신

    전자제어를 낮추면 내면에 숨어있던 괴물이 깨어난다. 2단 기어로 코너를 탈출할 때마다 프런트 휠이 들썩인다. 시트 포지션이 리어 휠 바로 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프런트 휠 높이를 쉽게 제어할 수 있다. 3세대로 발전한 순정 퀵시프터도 일품이다. 스로틀을 열었든, 닫았든 관계없이 양방향 퀵시프터가 작동한다. 기어를 높게 설정하고 윌리를 하다가, 출력이 부족하다 싶을 때 스로틀을 연 상태로 기어를 낮추면 빠르게 변속된다. 사실 기존의 퀵시프터는 가속하는 상황에서 업시프트, 스로틀 오프 상태에서 다운시프트가 공식처럼 존재했는데 그 공식이 완벽하게 깨졌다.

    완성도

    어느 순간부터 빠르게 달리기보다 재밌게 달리는 것에 집중했다. 본격적인 달리기 성능도 뛰어나지만, 내 마음대로 다루며 내 방식대로 달리는 재미가 좋다. 놀라운 건, 119마력의 강력한 출력을 품고 있음에도 나를 단 한번도 당황하거나 놀라게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래의 성격을 그대로 고수하고 담백한 디자인과 똑똑한 전자장비를 더해 완벽한 MT-09SP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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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AMAHA MT-09SP

    이 모델을 선택할 이유아쉬운 점이 있다면
    동급 대비 매력적인 가격표
    완성도 높은 주행 감각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직렬 3기통
    보어×스트로크 78 × 62.1(mm)
    배기량 890cc
    압축비 11.5 : 1
    최고출력 119hp / 10,000rpm
    최대토크 93Nm / 7,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4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1mm텔레스코픽 도립 (R)링크 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ZR17 (R)180/55 R17
    브레이크 (F)298mm더블디스크 (R)24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090×820×1,145
    휠베이스 1,430mm
    시트높이 825mm
    차량중량 194kg
    판매가격 1,698만 원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한국모터트레이딩 ys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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