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작
2022년, 야마하는 새로운 XSR900을 출시함과 동시에 영국의 대형 모터스포츠 이벤트인 굿우드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1980년대와 90년대를 이끌었던 레전드 머신인 YZR500과 당시 선수들이 함께 등장했다. 당시에 뛰어난 기량으로 야마하에게 우승을 선물했던 대표적인 선수, 웨이니 레이니가 머신에 올랐으며 당시 GP 선수였던 로버츠, 두한, 슈완츠가 함께 달려 눈길을 끌었다. 특히 웨이니 레이니는 1993년 불의의 사고로 인해 더 이상 바이크에 오르지 못했는데, 약 30년 만에 당시 자신의 머신에 올랐다는 데 큰 의미를 가졌다. 관중들은 500cc 2스트로크 엔진의 짜릿한 배기음과 경쾌한 가속에 압도되었고 해당 스타일의 모델을 출시해달라는 의견이 전 세계에서 이어졌다. 그리고 바로 다음해인 2023년, 일본 모빌리티 쇼에서 XSR900GP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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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디테일
사실 브랜드에서 새로운 머신을 개발하고 출시하기까지의 평균 시간을 본다면 XSR900GP는 굿우드 페스티벌에서 YZR500이 다시 조명받기 전부터 개발 중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외관 디테일이 상당하다. YZR500의 레드, 화이트 컬러 배치가 완벽하게 재현되었고 전방과 리어 카울에 노란 엔트리 플레이트를 더했다. 옛날 GP 머신이 떠오르는 로켓 카울은 레이싱 페어링을 고정하는 것처럼 핀 타입이 적용됐고 전방에 작고 간결한 DRL과 헤드라이트가 내장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헤드라이트는 사람의 얼굴과 같은데 XSR900GP는 그저 외형 디자인을 헤치지 않기 위해 최소화한 느낌이다. 온라인 이미지로는 옹졸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실물은 ‘레이스 머신이니까, 이게 맞지.’하며 인정하게 된다. 차체와 스윙암은 XSR900과 동일한데 은색 알루미늄 컬러를 그대로 드러내 화이트 컬러 파츠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시트에는 전용 캐노피가 장착되어 스포티한 레이스 머신 분위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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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무드
XSR900GP를 태백 스피드웨이에서 테스트했다. 마음 속으로 ‘이게 맞나’ 싶었다. 아무리 YZR500을 모티브로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바탕은 XSR900에 불과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의심을 가득 품고 들어간 서킷에서 코너를 3개쯤 돌았을 때,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트리플 클램프 위에 클립 온 타입 핸들 바가 장착되었는데 라이더 시트와의 거리가 멀어서 꽤 공격적인 포지션이 취해진다. 178cm의 라이더가 의식하고 상체를 말지 않으면 핸들 바에 힘이 들어가기 쉽다. 반대로 얘기하면 무게 중심을 낮추고 조금 더 빠르게 스로틀을 조작하며 달리기 좋다는 뜻이다. 직선주로에서 상체를 숙이면 전방 페어링 아래로 숨게 되는데 이때 시각적으로 마치 와인잔 안에 담기는 느낌이다. 동시에 머리에 오는 공기 저항이 줄어들면 오로지 다음 코너를 어떻게 공략할지 고민하게 된다. 초반에는 페이스를 높일수록 오히려 더 편안한, 독특한 재미가 있다. 최신 스포츠 바이크처럼 핸들바가 낮지 않기 때문에 조향이 가볍고 느긋한데 페이스는 절대 느리지 않다. 뒤로 쭉 빠진 엉덩이 덕분에 리어에 하중을 주기 쉽고 차체가 꾸준히 안정적이다. 긴 휠베이스와 큰 리어 하중, 높은 핸들 바를 고려하면 빠른 선회가 불가하다고 생각되는데, 리어 쇽의 프리로드가 기대보다 탄탄하게 잡혀있다. 순정 타이어인 브리지스톤 배틀렉스 S23과 적절하게 조율되어 불편함 없이 페이스를 높일 수 있다. 랩타임을 기록하기 위한 바이크가 아님에도 레이스 트랙을 달리는 것 자체가 즐거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전후 모두 조절식 서스펜션이 적용되어 더 본격적인 타이어로 교체해도 일정 이상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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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기술
솔직한 이야기를 더하자면 테스트 당일에 비가 내려 노면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제대로 테스트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는데 6축 IMU 센서의 수준 높은 전자장비가 그 부담을 소리 없이 덜어줬다. 야마하의 스포츠 바이크에 준하는 수준으로 스로틀 반응, 트랙션 컨트롤, 슬라이드 컨트롤, 리프트 컨트롤을 각각 조절할 수 있다. 생김새는 YZR500을 완벽하게 따랐지만, 그 속은 완벽하게 현시대에 와 있다. 그래서 몇 랩을 돌지 않았을 때부터 부담 없이 무릎을 내리고 아스팔트를 긁어가며 달릴 수 있었다. 새로운 5인치 TFT 계기반에 아날로그 스타일의 그래픽이 표시되는데 뭔가 ‘이런 것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으면서도 바이크의 무드에 맞춰 이곳저곳을 신경 쓴 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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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레트로 바이크
XSR900GP는 앞서 계속 얘기한 것처럼, 1980년대와 90년대에 활동했던 YZR500의 스타일로 완성됐다. 시트에 앉아서 핸들 바를 잡는 순간, 전후로 넉넉한 ‘옛날 탈것’ 특유의 느낌이 난다. 이는 그저 룩에 그치지 않고 실제 주행 감각에도 영향을 준다. XSR900GP는 절대적으로 레이스 머신과는 거리가 멀지만, 대중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진짜 레트로 바이크로는 유일한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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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AHA XSR900GP
이 모델을 선택할 이유 | 아쉬운 점이 있다면 |
과거 레이싱 머신 스타일 윈드 스크린 안정적인 핸들링 | 옛날 탈것 특유의 넉넉한 포지션 |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직렬 3기통
보어×스트로크 78 × 62.1(mm)
배기량 890cc
압축비 11.5 : 1
최고출력 119hp / 10,000rpm
최대토크 93Nm / 7,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4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텔레스코픽 도립 (R)링크 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ZR17 (R)180/55 R17
브레이크 (F)298mm더블디스크 (R)24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160×810×1,180
휠베이스 1,500mm
시트높이 855mm
차량중량 200kg
판매가격 1,685만 원
글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한국모터트레이딩 ys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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