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떠날 준비는 끝났다, 포드 브롱코 아우터 뱅크스

    모험은 누군가가 대신해줄 수 없다. 포드 브롱코에는 그런 의미가 담겼다.







    포드는 양면성이 짙은 브랜드다. 디자인 방식은 분명 투박하고 무심한데도, 구석구석 따지면 디테일이 섬세하다. 약간 삐뚤어지게 조립된 커다란 플라스틱 실내 패널이 내 미간에 힘을 주게 하다가도, 중앙 모니터에서 구동되는 현란한 첨단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에 곧바로 시선을 빼앗긴다. 이게 포드다. 그리고 포드의 패밀리이면서도 독립된 브랜딩을 강조하는 브롱코는 이런 양면성이 더 강하다.


    브롱코는 평범한 포드가 아니다. 말이 뒷발로 발길질하기 위해 거꾸로 선 모습. 차 뒤에 커다란 로고가 브롱코의 특징을 잘 설명한다. ‘날뛰는 말’ 로고 디자인은 미국 서부 평원의 야생마를 의미한다. 거칠고, 강하고, 좀처럼 길들여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쩌면 그 반대의 해석일지도 모른다. 거칠고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강해진 모습이랄까? 사실 2020년에 부활한 지금의 신형 브롱코(6세대)는 대략 24년이라는 공백을 뛰어넘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자동차 시장과 마주했다. 바로 스마트폰과 인스타그램이 일상인 디지털 중독 소비자까지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들은 운전이 자동으로 진행되는 전기차 안에서도 불편을 토로하며, 시시콜콜한 모든 의견을 실시간으로 디지털 세상에 공유한다. 반면 브롱코의 본질은 원초적인 오프로드 자동차였다. 문명의 흔적이 없는 지옥의 오프로드 코스를 통과하도록 만들어졌다. 비슷한 이유로 신형 브롱코도 도시의 포장도로를 포함해 세상의 모든 곳에 갈 수 있는 자동차가 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투박하지만 섬세한 디테일

    이번에 경험한 ‘아우터 뱅크스’ 트림은 브롱코 라인업에서는 균형 잡힌 모델이다. 북미 시장에서는 기본형 빅 밴드부터 전통을 강조한 헤리티지, 최상위 렙터까지 다양하게 제공하지만 와이드 팬더와 오프로드 패키지는 한국 시장에 어울리지는 않는다. 어쨌든, 2023 브롱코 아우터 뱅크스는 디지털에 중독된 요즘 사람들의 시선을 잡기에도 충분하다. 스마트폰이 네모 반듯하고 단순한 대칭형 디자인이듯이, 브롱코의 디자인은 단순하고 간결해서 힘이 있다. 1세대 디자인을 오마주한 외관 디자인은 각진 차체, 동그란 헤드램프, 와이드 팬더와 테일 게이트에 달린 스페어타이어 등 정통 오프로더의 요소를 단순하면서도 노련하게 담아냈다. 동시에 크고 시원시원한 디자인 터치가 의도적이라는 해석은 숨어있는 디테일을 통해 알 수 있다. 보닛 앞쪽 좌우 끝 단에 달린 고정식 후크는 카약처럼 길이가 긴 물건을 차 루프 레일에 고정할 때 끈으로 앞 머리를 고정하는 용도다. 주유구 뚜껑 안쪽에 과거 브롱코를 상징하는 디자인을 넣은 것이 재밌다.


    탈착식 지붕은 1열에서 두 조각, 2열은 한 조각으로 쉽게 분리할 수 있다. C~D 필러와 연결된 트렁크 덮개는 전용 나사를 수 개 돌려야 분리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시간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떼어낼 수 있다. 지붕뿐만 아니라 앞뒤 도어까지 모두 제거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어서 루프 프레임만 앙상하게 드러난 오프로드 본연의 모습도 연출할 수 있다.브롱코의 실내는 포드의 도심형 SUV보다는 트럭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그런데도 훨씬 편안하고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다. 내부 소재 조합을 고급스럽게 마무리한 점 때문인지 고급스럽게도 느껴진다. 전체적인 느낌이 부드럽고 말랑하지 않다. 단단한 내장재와 긴장감 있는 레이아웃이 ‘날뛰는 말’의 분위기와 연결된다. 왼쪽에 커다란 아날로그 게이지가 있는 계기반은 디지털에 익숙한 소비자에 시선을 고정하기에 충분하다. 태블릿 PC처럼 시원한 크기의 12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를 통해 스마트폰과 연결된 각종 기능을 자유롭게 오간다. 심지어 음성 명령 시스템으로 스마트폰에서 특정 노래를 찾는 것이 쉽고 편하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는 기본이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360도 주차 모니터도 달렸다. 심지어 B&O 사운드 시스템까지 갖춰서 편의성에서 불만을 느낄 수 없다.


    브롱코 아우터 뱅크스는 포드의 자랑인 에코부스터 2.7리터 V6 트윈 터보 엔진을 장착한다. 최고 출력은 314마력(55kg·m)으로 저속 토크 중심이 아니라 출력의 능률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저회전 토크와 오프로드 성능을 보완하기 위해 10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이런 구동시스템의 조화로 어떤 길도 쉽게 달릴 수 있는 충분한 힘을 제공한다. 포장도로에서 시속 110km 이상으로 장거리를 달리는 것도 여유롭다. 복합연비가 리터당 8.2km 수준에 머무는 것은 공차 중량 2.3톤이나 18인치 휠처럼 연료 효율성에 불리한 조건이 많아서다. 포장도로에서 움직임은 충실한 기본기가 돋보인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엔진이 꽤 경쾌하게 반응하며 곧바로 속도를 높인다. 반대로 급한 제동 시에도 넓은 타이어 트랙과 안정적인 무게 중심의 도움으로 네 바퀴로 하중을 분산하며 밀리지 않고 잘 선다. 브롱코의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은 예상보다 섬세한 피드백을 선사한다. 스티어링 휠 피드백은 저속에서는 느슨한 느낌이고 반대로 고속에서는 연결이 한층 단단해진다. 물론 서스펜션 감쇠력이나 반응은 최신형 도심형 SUV처럼 능동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앞 독립 서스펜션과 뒤 라이브 액슬(솔리드 액슬)은 전반적으로 오프로드에 초점을 맞춘 감각이다. 포장도로에서 큰 요철을 지나가거나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는 굴곡과 충격을 흡수할 만큼 유연하다. 반면 포장도로에서는 스티어링의 각도나 반응 속도에 따라 차체 흔들림이 꽤나 심하게 발행한다. 이건 단점이 아니라 특징이다. 애초에 오프로드용 SUV로 만들어졌기에 목표에 충실하게 작동한 달까?


    쉽고 편하게 접근 가능한 오프로드

    짧은 시간 이 차에 담긴 오프로드 성능을 완벽하게 확인할 수 없었지만, 전자식 기계 장치에 분명 공을 들인 것은 분명하다. ‘모든 유형의 지형을 지나간다’는 뜻의 ‘G.O.A.T 모드’는 기어레버 하단에 다이얼 형식으로 준비된다. 주행 모드는 여섯 가지. 노멀, 에코, 스포츠는 포장도로에 적합하고, 미끄러운 길이나 모래, 진흙/비포장은 오프로드에 최적화된다. 각 주행 모드에 따라 엔진 반응성이나 변속 시점은 확연히 다르다. G.O.A.T 다이얼 중간에는 구동 방식 변화 버튼(2H, 4A, 4H, 4L)을 두어 상황에 따라 출력을 노면에 전달하는 방식을 변경할 수 있다. 더불어 리어 디퍼렌셜 고정(잠금) 및 해제는 대시보드 상단에 달린 버튼을 눌러 쉽게 제어한다. 로 기어 크롤링처럼 오프로드에서 최대한 천천히 움직이며 타이어 접지력에 집중 할 수 있는 ‘트레일 원-페달 드라이브(최대 12km/h)’나 저속에서 회전 반경을 줄여주는 ‘트레일 턴 어시스트’까지 더해져 험로 주행을 한층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브롱코는 도심 속 멋진 라이프 스타일에도 잘 어울린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포장도로를 달리기 위해 브롱코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포장도로에서 브롱코의 진짜 매력은 50%도 발휘되지 않는다. 동시에 비포장 도로에서는 이 차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절벽을 오르기 위한 전문적인 장비로 써가 아니라, 작은 돌멩이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할 때 즐거운 대중적인 오프로더다. 이러한 능력은 포드 브랜드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본질적인 매력은 유지하면서도 2023년에 맞는 편리성과 효율성을 더한 크로스오버. 그래서 신형 브롱코는 기존 오프로드 신도 외에도 새로운 추종자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충분하다. 물론 문제는 있다. 가격이다. 지난 1년 사이1000만 원 이상 올라버린 신차 가격은 소비자 입장에선 쉽게 저울질하기 어려운 변수가 분명하다.





    FORD BRONCO OUTER BANKS

    레이아웃 앞 엔진, 4WD, 5인승, SUV 엔진 V6 2.7L 트윈 터보 최고 출력 314마력/5,500rpm 최대 토크 55.0kg·m/3,500rpm 변속기 10단 자동 휠베이스 2,950mm 길이×너비×높이 4,810×1,930×1,930(루프레일)mm 복합연비 8.2km/L 무게 2,295kg 기본 가격 8,160만원




    김태영(모터 저널리스트) / 사진 양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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